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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스타들은 언제나 인터뷰어를 응시한다. 온화한 미소를 띠고 농담을 던진다. 그리고 인터뷰어의 (성이 아닌) 이름을 반복해서 부른다. 아무리 엄격한 평론가도 단번에 녹아내릴 수밖에. 그들은 숙련된 아첨꾼이고, 지극히 유혹적이어서, 그 순간 그들의 공식적인 친구라도 된 듯한 기분이 된다. 톰 행크스가 그러하고, 존 트래볼타가 그러하며, 톰 크루즈는 과장되게 그러하다. 그러나 로버트 드 니로는 다르다. 쿠션처럼 의자와 혼연일체를 이루는 이 남자는, 마지막 손님을 기다리는 피로한 택시 운전사 같다. 예의바른 미소를 띠며, 손을 내밀지만 일어나지도 않고, 눈을 마주치지도 않는다. 농담은 일체 없고, 인터뷰어의 이름은 물론 성을 부르지도 않는다. 열명 남짓한 기자들과의 라운드테이블 인터뷰 자리에선 예, 아니오의 단답형으로 일관하는데, 곤경에서 구해줄 변호사를 기다리는 범인처럼 보일 지경이다.
2002년, <애널라이즈 댓>과 관련하여 드 니로와 빌리 크리스털을 일대일로 인
[로버트 드 니로] 무색, 무취, 무위로 표현하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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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0일 오후 4시30분(현지시각) 베를린 아들론호텔. 로버트 드 니로가 의자에 앉자마자 터져나온 질문공세는 예정된 시간을 3분 정도 넘겨서야 잦아들었다. 다른 기자의 말을 자르고 끼어드는 건 예사였다. 드 니로는 그 난장판 속에서 옅은 미소를 띤 채 질문자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을 이어갔다. 하나의 질문이라도 던지기 위해 안면몰수한 기자들의 조급함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듯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않던 노배우는, 방을 나서기 전 사진촬영과 사인을 부탁하는, 예전 같았으면 가볍게 거절했을 요청에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몇개의 단답형 대답을 하나로 묶는 편집을 거쳐, 미처 전하지 못한 문답을 싣는다.
-<굿 셰퍼드>의 배경이 되는 CIA와 1960년대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냉전시대에 유년기를 보냈다. 동쪽과 서쪽, KGB와 CIA 등은 언제나 매력적이었다. 시나리오를 받아들었을 때부터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임을 느꼈다. 그 시절엔 종종 가상훈련을 했는데,
[로버트 드 니로] 일어나는 일을 거부하는 것보다는 끌어안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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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파치노, 잭 니콜슨, 더스틴 호프먼, 로버트 드 니로의 공통점은? 역대 최고의 배우를 꼽을 때 주저없이 떠올릴 만한 이름. 60년대에서 80년대까지 미국영화의 질풍노도를 고스란히 담아온 얼굴. 한편 이상씩 연출작을 만든 바 있음. 그러나 이 대배우들의, 감독으로서의 자질을 살펴봤을 때 단연 우세를 보이는 것이 로버트 드 니로다. 첫 번째 연출작 <브롱크스 테일>은 좋은 평을 받았고, 오는 4월19일 국내 개봉을 앞둔 두 번째 영화 <굿 셰퍼드>는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됐다(잭 니콜슨의 두 번째 연출작 <Drive, He Said>가 칸 경쟁부문에 초청된 바 있으나 36년 전 일이다). 앞서 언급한 이름들에 비해 드 니로가 독보적으로 앞서는 분야가 있다면, 대언론기피증이다. 그러나 그 역시 연출작에 한해서는 적어도 인터뷰 횟수 면에서는 관용을 베풀어왔다. 영화제 기간 중 베를린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각국
[로버트 드 니로] 위대한 배우, 믿음직한 아버지, 투철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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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은 어디까지나 불가능!
<프레스티지>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이 영화를 ‘반전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 영화에는 볼거리가 충분히 많고, 충분히 놀랍다. 하지만 <프레스티지>를 반전영화라고 보기는 힘들다. <메멘토>나 <아이덴티티>만큼 ‘다시 보기’의 즐거움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프레스티지>는 페어플레이를 하고 있고, 영화를 보는 도중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모든 단서를 찾아낼 수 있다. 그래서 마지막에 비밀이 밝혀져도 놀랍지 않다. 다시 보기를 할 만한 궁금증이 남아 있다면 어느 때 보든과 펄롱이 바꿔치기를 했을까를 풀어내는 데 있다. 두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의 여자관계에 있다. 보든과 펄롱이 수시로 서로의 역할을 바꾸어 한 것으로 보이는데, 좀더 온순한 쪽이 사라를(겉으로 드러나는 바로는 펄롱의 캐릭터), 좀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쪽이 올리비아를(겉으로 드러나는 바로는 보든의 캐릭터)
스포일러 100%, 반전 해부하기 3. <프레스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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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믿지 말 것, 당신 자신조차도
<아이덴티티>를 다 보고 난 뒤 영화 제목과 영화 포스터만 봐도 많은 단서가 사전에 노출되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아이덴티티’는 정체성을 뜻하는 단어로, <아이덴티티>가 다중인격을 소재로 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다중인격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한 사람 안에 여러 사람의 인격이 숨어 있다는 말이기 때문에 결국 허구의 인물들이 머릿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싸이코>에서, 존재하는 것 같던 누군가가 결국 죽었음이 밝혀지는 것처럼. 마치 손목의 끝에 손가락이 다섯개 달려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손가락이 다섯개라 해도 그 손가락은 한 사람의 것이니까. <아이덴티티>의 포스터가 뜻하는 것은 그런 의미다.
의심할 수 있는 수상쩍은 단서는 영화 초반에 노출되어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어린 아들이 비오는 날 차를 타고 가다가 차가 고장나자 도로에 차를 세우고 수리를 시작한다. 차 뒷좌석에
스포일러 100%, 반전 해부하기 2. <아이덴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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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메멘토>의 퍼즐은 지극히 영화적이다. 만일 책으로 쓰였다면 이야기는 훨씬 복잡하게 느껴졌을 것이고, 난삽하기까지 했을 것이다. 말로 일일이 설명하는 대신 시간과 공간을 접고 자르고 이어붙이는 영화적인 마법 속에서 이 영화의 시간을 올바로 나열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주인공과 누군가가 통화하고 나면 본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전체적으로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데 통화 내용으로 보면 시간순이다. 이 두 가지 시간의 축이 혼재하기 때문에 더욱 복잡하게 느껴진다. 주인공 레너드(가이 피어스)가 누군가를 총으로 쏘아 죽인 뒤 그 시체를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는다. 여기서 한 가지. 필름이 거꾸로 돈다. 그건 곧 무슨 뜻일까?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는 뜻이다. 어쨌건 레너드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4-3-2-1. 하지만 여기에 끼어드는 흑백 화면은 관찰자의 시점이다. 그리고 흑백 화면에서의 시간을 순차적으로 흐른다. a-b-c-d. 이 두 시간이 교차
스포일러 100%, 반전 해부하기 1. <메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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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라 페스쿠치
화사한 채색, 레이스와 러플을 자연스럽게
가브리엘라 페스쿠치는 영화보다 의상디자인을 먼저 시작했다. 이탈리아 태생인 페스쿠치는 파리와 밀라노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다음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의상을 디자인하기도 했던 디자이너 움베르토 티렐리와 함께 일했다. 그녀는 1960년대부터 영화를 시작했고, 프란체스코 로지와 페데리코 펠리니 등과 작업했으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도 참여했다. 숱한 경력 중에서도 눈에 띄는 그녀의 의상은 화사하게 채색된 듯한 느낌의 것들이다. 마이클 호프먼의 <한여름밤의 꿈>이 그 예로, 페스쿠치는 장식이 많고 화려하고 자연물을 적절하게 사용한 의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테리 길리엄과의 공동작업도 돋보인다. 제작 도중 무산된 <돈키호테를 죽인 남자>를 비롯해 <바론의 대모험> <그림형제: 마르바덴 숲의 전설>이 그들의 공동작업. <순수의 시대&g
[세계의 의상감독들] <배트맨> 슈트부터 <화양연화> 치파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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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샤 필드는 인터뷰 도중 디자이너인지 스타일리스트인지 묻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한결같이 스타일리스트라고, 하지만 스타일리스트 그 이상이기도 하다고 대답한다. <섹스 & 시티> 의상을 맡으면서 패션을 문화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필드는 그런 점에서 당당하다. “<섹스 & 시티>는 패션을 통해 여성에게 힘을 부여했다”고 말하는 그녀는 커다란 코르사주와 스틸레토와 클러치백을 일상적인 소품으로 만들었고, 그로 인해 전세계 대도시의 스타일이 변했으니, 비록 런웨이에 서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아쉬움이 없을 것이다. “나는 굳이 새로 디자인을 할 필요가 없다. 멋진 디자이너들은 이미 많기 때문이다.” 필드는 이미 존재하는 디자인을 알아보고 매치하는 안목만으로 또 하나의 문화를 이루어냈고 그렇게 참여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2007년 아카데미 의상상 후보에 올랐다. 그녀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선택한
[세계의 의상감독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패트리샤 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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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노란 잎들이 눈처럼 쌓인 은행나무 숲에서 붉은 옷자락을 휘날리는 두 여인의 결투를 보는 동안, 장이모의 <영웅>은 관객에게 사물을 볼 수 있는 멀쩡한 눈이 있음을 감사하게 한다. 적색, 황색, 녹색, 청색, 백색, 흑색 등 강렬한 원색들이 화면을 온통 물들인 채 파도처럼 출렁인다. <영웅>에서 와다 에미의 의상은 인물을 설명하고 이야기를 풍요롭게 하는 본연의 기능에도 충실하지만 ‘본다는 것’의 쾌락을 만끽하게끔 만든다. 이 작업이 성공적으로 평가받은 다음 장이모의 다음 작품 <연인>에서는 색목인의 문화를 흡수했던 당(唐)대의 분위기를 반영해 <영웅>보다 화려하고 섬세한 디테일을 자랑한다. 그리고 여전히 아름다운 것은 유려하게 흩날리는 동양적인 곡선의 옷자락이다. 여기서는 자칫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는 푸른색과 녹색이 주색으로 사용돼 신선한 조화도 보여준다.
와다 에미는 온유한 실루엣을 가진 동양 의상의 동적인 미와 아시아적인 원색 체
[세계의 의상감독들] <중천> <영웅> <란>의 와다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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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과 회색이 섞인 소녀의 눈동자가 몸단장하는 게이샤에게 고정되어 움직일 줄을 모른다. 얇은 홑옷을 입고, 손으로 무늬를 그린 화려한 겉옷을 걸치고, 온몸을 휘감을 수도 있는 길고 긴 오비의 매듭을 묶는 시간. 그 은밀한 시간을 들여다보는 <게이샤의 추억>은 꽃잎처럼 교토 밤거리에 흩어져내렸던 게이샤들의 기모노를 추억처럼 비추어내는 영화다. 사계(四季)의 풍경화로 여인을 휘감는 이 기모노 컬렉션은 머나먼 1930년대에서 불려왔기에 아련하지만 이상하게 맑고 선명하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를 봉합한 듯한 신기한 솜씨, <게이샤의 추억>으로 <시카고>에 이어 두 번째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한 의상감독 콜린 앳우드의 것이다.
앳우드는 “디자이너는 마음의 도서관을 짓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1920년대와 30년대 기모노를 찾아 일본 전역을 뒤지고 유럽으로 흘러들어온 기모노까지 검토했던 앳우드에게 도서관이라는 단어는 비유가 아닌,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이다.
[세계의 의상감독들] <게이샤의 추억> <시카고>의 콜린 앳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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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소프틀리 감독이 <도브>(1997)를 작업하기 위해 샌디 파웰을 만났을 때, 파웰은 감독에게 원작 소설의 시대 배경을 10년 정도 늦추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헨리 제임스의 동명 소설은 1902년을 무대로 했다. 계급에 속박당한 두 연인의 사랑이 자유를 얻기 위해 감행하는 음모 아닌 음모의 멜로드라마 <도브>의 각본을 놓고 샌디 파웰은 “1910년의 의상이 훨씬 더 보헤미안적이며 자유롭다”고 주장했다. 그는 E. M. 포스터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자 이스마일 머천트와 감독 제임스 아이보리가 만들어온 <전망좋은 방>(1985), <하워즈 엔드>(1992) 같은 순백의 정갈한 빅토리아 시대 후기 의상 스타일도 의식하고 있었다.
샌디 파웰의 제안대로 소프틀리 감독은 <도브>의 시대 배경을 1910년으로 옮겼다. 샌디 파웰은 스토리에 부합하는 자유로움에 대한 의지와 낭만을 아르데코와 아르누보를 혼합한 의상에 넣었다. 드레스
[세계의 의상감독들] <에비에이터> <벨벳 골드마인>의 샌디 파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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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칸영화제에서 <마리 앙투아네트>가 상영된 직후 사람들 사이에서는 컨버스 운동화가 화제에 올랐다. 주인공 마리 앙투아네트(커스틴 던스트)가 형형색색의 구두들을 바닥에 늘어놓고 오늘은 뭘 신을까 고민할 때, 패닝하는 카메라 안으로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신는 하늘색 컨버스 운동화가 턱 끼어드는 장면이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것이었다. ‘베르사유의 컨버스’는 옥에 티가 아니라 소피아 코폴라 감독과 밀레나 카노네로 의상감독이 영화의 전체적인 의도에 맞춰 꾸민 설정이었다. 카노네로의 설명에 따르면 코폴라의 마리 앙투아네트는 “굉장히 모던하면서 여성스럽고 지적인 소녀”이고 이 영화는 “완전히 낯선 곳으로 보내진 소녀가 ‘여자다움’(womonhood)을 향해 가는 사적 감정의 여행”이다. 컨버스 운동화를 로코코 스타일의 구두들 틈에 놓은 것은 지금도 비슷하게 되풀이되는 소녀들의 일상과 이 영화를 다리놓기 위함이었던 셈이다. 각종 사료들 속에서 마리 앙투아네트가 나이답지 않게
[세계의 의상감독들] <마리 앙투아네트>의 밀레나 카노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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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들 한다. 그러나 한순간에 수많은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영화는 겉모습에도 인물의 내면과 성격과 처지를 담을 수밖에 없다. 차가운 색조로 냉정한 성품을 드러내고 꼭 조인 코르셋으로 억압된 욕망을 표현한다. 영화 속의 누군가가 옷을 갈아입으면 그는 조금쯤 변한 것이다. 그러므로 영화의상은 단지 아름답기만 해선 안 된다. 단순한 장식물을 넘어 드라마와 감정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지면에 소개하는 다섯명의 의상감독들은 그런 점에서 돌멩이 한개를 던져 두 마리 새를 잡는 솜씨를 지닌 장인이라고 할 만하다. 실크와 면직물과 자수를 언어로 사용하는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영화들을 만나야만 했을 것이다.
[세계의 의상감독들] 아름다움을 넘어, 감정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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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2006년 _ 귀향
<할로우맨>의 실패와 그로부터 찾아온 5년간의 공백기.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무산되는 것을 지켜보던 폴 버호벤은 결단을 내렸다. 20년 만에 치즈와 풍차의 고향 네덜란드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내 영화는 네덜란드 비평가들에 의해 데카당스하고 변태적이고 얄팍하다는 비난을 들었다. 그래서 미국으로 옮겨왔고, 오랜 세월이 흘렀다. 미국 비평가들은 내 영화가 데카당스하고 변태적이고 얄팍하다고 비난한다. (웃음) 지난 몇년간 미국에서 일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오리온과 캐롤코의 도산, 소니와 함께 만든 영화들의 연이은 실패는 버호벤을 지치게 만들었고, 9·11 이후 극도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미국 문화계는 버호벤처럼 날이 드센 작가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부시 정부는 스튜디오들에 최대한으로 애국적이 되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크리스천들이 아랍인을 학살하는 <십자군>을 만들기란 애당초 글러 먹었다.”
귀향은 모험이었다.
[폴 버호벤 감독의 영화인생] 귀향, 재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