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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는 찬반이 격렬한 영화다. 로튼토마토닷컴의 평은 신선도 53%와 썩은내 47%로 정확하게 양분된 상태. “이 영화는 역사 수업이 아니라 통역된 역사”라는 소피아 코폴라의 대담함과 “아름답도다! 아름답도다!”라고 탄식한 전기작가 안토니아 프레이저의 흥분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절반의 관객은 “소피아 코폴라의 성인버전 바비인형 놀이에 불과하다”는 비평가들의 몸서리에 동참할지도 모르겠다. 야채와 메인디시 없이 달달한 디저트만으로 만찬을 차릴 수 있다고 믿는 코플라의 세 번째 영화에 동의하거나 말거나. 이 기절하게 화려한 ‘로스트 인 베르사유’는 잡학사전을 통해 ‘통역’을 좀 할 필요가 좀 있는 세계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시사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형형색색의 구두 사이로 비치는 연보라색 컨버스 운동화였다. 정확한 모델명이 ‘컨버스 올스타 1923 척 테일러 농구화’인 이 운동화는 “앙투아네트가 그저 평범한 십대 소녀였다는 사실을 보여주
<마리 앙투아네트> 세계로 들어가는 26가지 열쇠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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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단할 것은 없었다. ‘캐리비안의 해적’ 라이드는 거창한 모험의 세계라기보다는 제멋대로 나대는 무뢰한들의 잔치에 가까웠다. 럼주병을 양손에 쥔 채 돼지우리에 자빠져 자거나, 술에 취해 난장판으로 싸움을 벌이고, 여자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는 해적들의 전시장. 하지만 어쩌면 핵심은 그것이었다. 해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발산하는 무정부주의적인 일탈성을 마음껏 유희하고 소비하는 것. <캐리비안의 해적>은 그러한 라이드의 본바탕 위에 캐릭터와 이야기를 설계했다. 지극히 단순한 듯 보이지만, 사실상 고전적인 해적영화의 항로를 크게 이탈하는 선택이었다. 과거 해적영화 속, 주인공의 자리에 오른 해적들은 사실상 해적의 옷을 걸친 고결한 영웅들이었다. 그들의 해적질 뒤에는 언제나 든든한 대의가 버티고 있었다. 불의에 맞서기 위해 불가피한 수단으로 해적의 삶을 선택하거나, 혹은 나라를 위해 적국의 상선을 공격하는 역할을 자임하거나. 그들은 근본적으로 선량한 사람들이었고, 무엇보다 자신의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성공비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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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어린 시절 읽었던 소설의 희미한 기억으로, 혹은 한물간 옛날영화에 대한 추억 정도로 존재하던 해적이 다시금 스크린을 장악하게 될 줄이야. 디즈니랜드의 라이드를 모태로 탄생한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는 십중팔구 실패할 것이라는 항간의 예측을 뒤엎으며 6억5천만달러의 수입을 올렸고, 전편의 성공에 힙입어 제작된 속편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은 1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수입을 기록하며 흥행 성적을 경신했다. 10여년 전 <컷스로트 아일랜드>의 재앙에 가까운 흥행 참패 이후 사실상 고사 상태에 이르렀던 해적영화가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시점에, 놀랄 정도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대체 왜, 어떤 점이 그토록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일까. 5월24일 3부작의 마지막 편인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가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무엇이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성공으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성공비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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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3월 초에 김혜리씨와 인터뷰를 하면서 이 영화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생각은 털어놓으셨다. 하지만 개봉 전이어서 영화 안으로 깊이 들어간 질문은 아직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이르지만 이 질문을 먼저 꺼내야겠다. 이 영화의 소재 중 하나는 유괴다. 위험한 소재다. 사회적으로 위험하기 이전에 영화적으로 위험하다. 영화 안에 유괴가 들어온 순간부터 다른 모든 것들은 삼킬 위험이 있다. 어떻게 이 소재에 이르게 됐는지.
이창동: 청문회 열기가 한창이던 1988년 <외국문학>이란 계간지에서 이청준 선생의 <벌레 이야기>라는 소설을 읽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즉각적인 느낌은 ‘이게 광주 이야기구나’란 것이었다. 청문회에서는 광주학살의 원인과 가해자를 따지고 있었지만, 정치적으로는 이제 화해하자는 공론화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었다. <벌레 이야기>에는 광주에 관한 내용이 암시조차 없는데도 나는 광주에 관한 이야기로 읽었다. 그 소설이 독자에게 이렇게 묻는
이창동의 <밀양> ② 이창동 감독, 영화평론가 허문영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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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는 즐거움을 찍고, 이창동은 괴로움을 찍는다. 물론 홍상수가 희망을 찍고 이창동이 절망을 찍는다는 말이 아니다. 상식적인 용법으로는 차라리 그 반대에 가깝다. 홍상수는 현재에 도착한 세계만을 믿고, 이창동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시간, 혹은 같은 의미에서, 지나가버린 시간을 믿는다. 홍상수는 영화적 기호의 물질성에 몰두하며, 이창동은 미끈한 기호 뒤로 사라졌거나 오지 않은 의미를 붙잡으려 한다. 그 결과, 홍상수의 이야기는 충만으로 향하고, 이창동의 이야기는 결여로 향한다.
공통점은 둘 다 거짓말과 싸운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 거짓말의 범위가 조금 다르다. 홍상수는 의미 자체와 싸운다. 그는 의미작용 자체를 불신한다. 그에게, 비유컨대, 말은 필연적으로 거짓말이다. 이창동은 무의미와도 싸운다. 그는 무의미도 거짓말의 일종이라고 본다. 그에겐 거짓말이 아닌 말이 여기 아닌 어딘가에 있다. 요컨대 의미가 비워져가는 자리를 영화적 기표들의 활력이 채워가는 과정이 홍상수의
이창동의 <밀양> ① 비밀의 빛, 밀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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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내부에 있다. 수많은 커플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요인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집안의 반대다. 한국적인 특성이라고? 제 자식이 아까워 눈에 쌍심지를 켜고 아들 딸의 애인에게 어디 ‘기스’라도 난 곳 없나 이 잡듯 뒤져보는 부모들은 동서양의 고금을 막론하고 오늘도 여러 집안에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무차별 총격전이라고 초특급 태풍이라고 사랑에 눈먼 커플들의 애정 포스를 막을 수 있을까. 장애를 넘고, 고난을 극복해 결혼에 골인한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내부의 적과 싸워 이기는 법’을 배워본다.
적은 내부에 있다. 수많은 커플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요인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집안의 반대다. 한국적인 특성이라고? 제 자식이 아까워 눈에 쌍심지를 켜고 아들 딸의 애인에게 어디 ‘기스’라도 난 곳 없나 이 잡듯 뒤져보는 부모들은 동서양의 고금을 막론하고 오늘도 여러 집안에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무차별 총격전이라고 초특급 태풍이라고 사랑에 눈먼 커플들의 애정 포스를
[결혼 성사 프로젝트] 웨딩마치를 울리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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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이 모든 것은 <러브레터>에서 시작됐다. 지금처럼 인터넷이니, 어둠의 세계니 하는 것들이 발달하기 전, 한국과 일본은 서로의 문화를 탐하기 위해 음성적이고도 음성적인 통로를 거치거나 ‘직접 현지에서’ 비싼 값을 내고 공수하는 수밖에 없던 때, 한국 대학가를 뒤흔든 멜로영화가 있었으니 그 제목은 <러브레터>다. 순정만화적인 감성에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신비하게 닮은 두 여자(알고 보니 일인이역이지만), 마지막의 눈물 쏟아내는 반전. 주인공이 일인이역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진 화면으로, 용케 대학에서 상영회도 연 작품이다. 눈물의 순애보로서 일본영화가 처음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뒤, 일본영화 수입 개방 조치가 내려지고 한동안 일본영화의 흥행성적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설의 <러브레터>도, 막상 극장 개봉에서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일본영화를 포함한 일본소설 등 일본 문화 전반이 지금처럼 ‘일상적’이 되기까지
[일본 멜로영화들] <러브레터>부터 <내일의 기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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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울 준비가 된 당신을 위해, 여기 일본 눈물 영화의 간략한 계보를 소개한다. 한국에 소개된 순서대로, 한국을 울린 순서대로, 손수건 없이 볼 수 없는 영화들을 모아보았다. <러브레터>로 시작, <도쿄맑음> <냉정과 열정 사이>…. 영화를 틀기 전에 손수건을 준비하시길.
한류도 눈물이요, 일류도 눈물이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교류가 본격화된 뒤 실제로 양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영화들은 특히 그렇다. 배용준과 최지우를 한류스타의 최정점에 올려놓은 <겨울연가>와 일본영화가 수입되기 이전 불법복제 비디오를 통해 대학가에 안 본 사람이 없을 정도였던 <러브레터> 모두 순정적인 로맨스를 기반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드라마다. 한국에서 흥행 신기록을 기록했던 <괴물>이나 일본에서 스펙터클로 인기를 얻고 흥행에 성공한 <일본침몰>이 오히려 조용한 성적을 거두었다(<일본침몰>은 한국 개봉 첫주 성적은
[일본 멜로영화들] 울 준비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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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_ 이준익 감독의 신작 <즐거운 인생>
취재기간_ 3월6일~4월18일
현장_ 동국대학교, 영화사 아침 감독 방, 충무로, 압구정 헤어숍, 신사동 서울현상소, 홍대 브라운사운드스튜디오, 안산의 실용음악학원 등
취재 중에 만난 사람_ 이준익 감독, 정진영, 김윤석, 김상호, 장근석, 고아성, 키노포스트의 김봉수 대표, 영화사 아침 정승혜 대표, 음악감독 이병훈·방준석 등
새끼는 어미를 닮게 마련이다. 그 영화가 그 감독을 빼다박는 게 이준익 감독뿐이랴. <왕의 남자>에서 장생(감우성)의 마지막 대사는 이 감독과 어울린 술자리에서 듣는 환청 같았다. “징한 놈의 이 세상, 한판 신나게 놀고 가면 그뿐.”
어떨 땐 말투까지 닮았다. “광대가 천출이면 어떻고, 정승이면 뭐할 거야. 배부르게 먹으면 그만이지. 배고파 디지는 줄 알았네.”
<황산벌>에서 처자식부터 죽이고 전장에 나가겠다는 계백(박중훈)의 결기를 향해 아내(김선아)가 비수처럼 찌르던
[이성욱의 현장기행] 이준익의 음악 3부작 2부는 이렇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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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가족,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심슨가족-더 무비> The Simpsons Movie
감독 데이비드 실버맨 목소리 출연 댄 카스텔라네타, 줄리 카브너, 낸시 카트라이트, 이어들리 스미스, 미니 드라이버, 앨버트 브룩스 수입·배급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개봉예정 8월9일
2003년 <BBC>에서 ‘위대한 미국인’을 뽑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결과는 2위 에이브러햄 링컨, 1위 호머 심슨. 영국인들이 주축으로 뽑은 설문이라 더 흥미로운 결과다. 이를 두고 <심슨가족>의 오랜 시나리오작가 알 진은 “호머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미국인이라면 이럴 것’이라고 생각되는 표상”이라며 “호머에게 한표를 던지는 것은 ‘미국 꺼져’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간에 스프링필드의 노란 가족들이 전세계에 끼친 영향력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결과이리라. 1989년부터 방영된 <심슨가족>은 실제로 폭스의 효자 프
[2007 여름 애니메이션] <심슨가족: 더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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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들이여 바다로 가라
<서핑업> Surf’s Up
감독 애시 브래넌, 크리스 벅 목소리 출연 시아 라뵈프, 제프 브리지스, 제임스 우즈, 존 헤더, 주이 디샤넬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개봉예정 8월9일
남극 쉬버풀이란 마을에 키 작은 락호퍼종 펭귄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그중 우리가 주목할 주인공, 코디 매버릭(시아 라뵈프)이 있다. 그는 서핑에 일가견이 있는 펭귄으로, 승리하는 것이 최대 목표다. 그런 코디의 레이더망에 걸린 것은 햇볕 좋고 물 좋은 펭구섬에서 열릴 메모리얼 서핑대회. 코디는 서핑계의 영웅, 빅 지(제프 브리지스)의 전설을 마음에 품은 채 펭구섬으로 먼 여행을 떠난다. 여행길에서 서핑광 치킨 조(존 헤더), 서핑 프로모터 레지 벨라폰테(제임스 우즈) 등 여러 친구들을 만난 코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의 우상 빅 지를 만나는데, 그는 “1등하는 게 삶의 전부가 아니”란 말을 해준다. 그때부터 승리만 꿈꿔온 열혈청년 코디의
[2007 여름 애니메이션] <서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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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 시궁창 쥐라도!
<라따뚜이> Ratatouille
감독 브래드 버드 목소리 출연 패튼 오스왈트, 루 로마노, 브래드 가렛, 자닌 가로팔로, 피터 오툴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개봉예정 7월26일
난해한 제목 ‘라따뚜이’의 의미부터 짚고 넘어가자. ‘라따뚜이’는 ‘쥐’(rat)와 ‘휘젓다’(touille)의 합성어이자, 프랑스식 잡탕 요리를 가리키는 말. 이쯤에서 눈치챘겠지만, <라따뚜이>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쥐다. 그것도 귀여운 생쥐가 아니라, 하수구에 사는 혐오스러운 쥐. 픽사의 눈부신 기술이 시궁쥐의 털 한 오라기까지 묘사할 것을 상상하면, 경계심이 발동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의 고향, 픽사의 신작이라는 점에 조금 안도감이 생긴다. <라따뚜이>는 3D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 스튜디오의 8번째 장편애니메이션이자, 픽사가 디즈니에 인수된 뒤 처음으로
[2007 여름 애니메이션] <라따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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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돌아온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 슈퍼히어로들만 바쁜 게 아니다. 잠자던 캐릭터를 깨우고, 막바지 옷을 입히느라 애니메이터들의 손놀림도 분주해졌다. 그 첫 주자는 예비 아빠가 된 녹색괴물, 슈렉의 세 번째 모험담 <슈렉3>. 이번엔 신데렐라와 백설공주, 라푼젤 등 동화 속 손님들이 대거 등장해 겁나먼 왕국 수호에 앞장선다. 그 뒤를 이어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라따뚜이>가 성대한 프랑스 만찬을 선보이며, <서핑업>은 신나게 파도를 가르는 펭귄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린다. 마지막으로 <심슨가족: 더 무비>가 호머 심슨의 멍청한 지구 수호기를 와이드스크린에 담게 된다. 소심하고 마음씨 고운 슈렉에서 스프링필드의 최고 말썽꾼 호머 심슨에 이르기까지, 올 여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을 미리 만나본다.
책임감을 등에 짊어진 슈렉?
<슈렉3> Shrek the Third
감독 크리스 밀러, 라만 후이 목소리 출연 마이크
[2007 여름 애니메이션] <슈렉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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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진짜 싸움 상대는 비평가도 아니고 자본가도 아니고 관객의 무관심이다. -프랑수아 트뤼포
작가라는 것 자체는 좋다.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위한 작가인가. -앙드레 바쟁
감독과 평론가. 어쩌면 숙명적인 견원지간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영화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한 고향 친구들인 셈이다. 때때로 서로가 헤게모니를 쥐려고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 영화는 감독의 것도, 평론가의 것도 아닌 영화 그 자체가 주인인 것이다. 영화는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그 자신이 하나의 생명체이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나간다. 그 탄생이 열광적인 박수 속의 축복이든, 만인의 손가락질과 저주이든 분명한 건 영화는 감독과 평론가가 사라진 다음에도 남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계속 볼 것이고, 새롭게 발굴될 것이고, 되살아날 것이다.
턱없이 부족한 영화에 대한 식견으로, 평생을 영화 속에 파묻혀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전업 평론가들에게 과연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정윤철 감독, 평론가에게 묻다] 일일편집장을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