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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그랜트는 재치있는 말을 잘하는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답변을 듣다 보면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오락가락할 정도의 동문서답도 잘 하지만 상투적인 질문을 멋지게 만드는 우문현답 또한 그의 것이다. 휴 그랜트와의 이번 인터뷰는 가상인터뷰로, 지난 5년여간 휴 그랜트가 해외 매체들과 인터뷰하면서, 혹은 아시아 언론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에서 인터뷰하면서 실제 한 말들로 재구성했다.
-런던 시내에 집이 17채나 있다고 들었다.
=새로 산 집마다 싫증을 느껴서 한채 한채 사 모으다 보니 런던에만 17채의 집을 보유하게 되었을 뿐이다. 한 동네에만 네채의 집을 가지고 있다. 그중 두채는 내가 사용 중이고, 다른 두채는 비어 있다. 다른 집들이 비면 집을 더 살 것이다. 거리 전체를 소유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질 것 같지 않은가.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리즈의 다니엘 클리버가 실제 당신과 많이 닮았다고들 한다.
=비슷한 취향에 비슷한 결함이 있긴 하지만, 나는 그렇게 음침한 영
동문서답과 우문현답을 오가는 휴 그랜트와의 가상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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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그랜트의 매력을 설명하기엔 많은 말이 필요치 않다. ‘천연’(天然)이라고 할 수밖에. 눈앞의 난처함에서 도망가려는 듯 수시로 깜박이는 눈꺼풀, 아무리 쓸어넘겨도 책받침이라도 문댄 것처럼 금세 부스스하게 뜨는 머리카락, 손가락으로 잡아내렸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살짝 처진 눈꼬리와 큰 각오를 하겠다고 앙다물기에는 너무 얇은 입술은 인사말을 건네기도 전에 “곤란합니다, 곤란해요, 정말 믿을 수 없어요”라는 식의 소극적인 대답을 기대하게 만든다.
고의가 아닌데도 꼭 어디선가 사고를 치고 다니는 이 구제불능의 남자는, 그래서 사건을 해결하려고 노력할수록 점점 더 큰 사고를 연달아 만들어낸다. 젊어서는 로맨스 소설을 각색한 영화들에 출연한 적도 있는 이 귀족적인 영국 남자는, 한때 창백할 정도의 피부색과 다소 거만해 보이는 말투, 포커페이스 같은 무표정으로 스크린을 헤집고 다녔다. 홍안의 젊은이였던 그 시절의 그와 지금의 휴 그랜트의 간극은, 추락이라고 해야 할까, 변신이라고 해야 할까
로맨틱코미디의 대명사, 휴 그랜트의 매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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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서사극도 없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도 없다. 2월25일 LA 코닥극장에서 판가름날 79회 아카데미상은 그간 꽁꽁 닫아두었던 보수의 문을 반쯤 열었다. 작품상 후보작들은 미국 국경을 벗어나 글로벌 바람을 몰고 왔고, 주·조연상 부문에서는 영국 배우들과 흑인 배우들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그밖에도 궁금한 것은 많다. 마틴 스코시즈는 오랜 기다림을 보상받을 것인가, 메릴 스트립은 세 번째 트로피를 가져갈 수 있을까 등등. 그 결과를 기다리기에 앞서, 올해 두드러지는 아카데미상 경향을 미리 짚어봤다.
1. 글로벌 바람이 아카데미에도 불까?
작품상 후보: <바벨> <디파티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미스 리틀 선샤인> <더 퀸>
아카데미가 비싼 서사극을 선호한다는 징크스는 이미 깨졌다. 후보작 리스트를 보라. 전쟁영화(<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에서 장르영화(<디파티드>), 저예산 블랙코미디(<미스
하늘엔 영광, 땅에는 오스카 트로피, 79회 아카데미상 경향 미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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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갉아먹는 벌레에 대하여
<충사> 우루시바라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 펴냄
<충사>(蟲師)의 벌레(蟲)는 보통의 벌레를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다. 생과 죽음의 사이에 존재하는 <충사>의 벌레들은 귀신과 유령을 포함하는 미스터리한 존재들이며,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퇴마사 장르의 새로운 진화라고 할까. 벌레들을 알아보고 부리고 퇴치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충사다. <충사>는 고단샤에서 발간하는 잡지 <애프터눈>에 연재 중인 우루시바라 유키의 작품으로, 스스로 벌레를 끌어들이는 운명 때문에 한 장소에 머무르지 못하는 충사 깅코의 여정을 따른다. 이야기의 결로만 머무르지 않고 헐겁고도 자유롭게 그어진 선에 의해 각각의 칸 속에 자리잡은 작가의 생태주의적 세계관이 섬세하기 그지없다. <충사>는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후지TV>를 통해 방영됐고, 원작의 팬들에게 원작자의
영화가 된 책 [4] 스크린으로 간 만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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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갑니다
<그때는 그에게 안부 전해줘>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랜덤하우스 중앙 펴냄
“우리 모두가 누군가와 누군가의 촉매이며 세상은 다양한 화학반응으로 넘친다.” 이치카와 다쿠지의 소설 <그때는 그에게 안부 전해줘>는 재회에 대한 다짐으로 달려가는 이야기다. 쓰레기 산에서 만나 유년을 함께했던 사토시와 유지, 카린은 즐거운 기억을 추억으로 간직한 채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그로부터 15년 뒤, 아쿠아숍을 경영하는 스물아홉살의 사토시 앞에 다짜고짜 아르바이트 자리와 숙식을 요구하는 전직 모델 출신의 여자가 나타나고, 그로 인해 그들 사이에 숨겨진 또 다른 인연들이 꼬리를 물며 등장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연애사진> 등의 소설을 발표한 작가는 이 작품에서도 영원한 이별은 없다고 말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엮는 강력한 힘은 과거의 인연뿐만 아니라 현재의 인연에도 작용과 반작용을 일으킨다. <그때는 그에게…>
영화가 된 책 [3] 일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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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좀비 소설, 설명이 더 필요해?
<셀>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황금가지 펴냄
<셀>은 1999년 교통사고를 당해 은퇴를 고려하던 스티븐 킹이 오랜만에 슥삭슥삭 써낸 좀비 소설이다. 주인공인 일러스트레이터 클레이 리델은 작품을 좀 팔아보고자 보스턴을 방문 중이다. 그런데 멀쩡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미쳐 날뛰며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광증의 원인은 사람들의 뇌를 완전히 포맷해버리는 정체불명의 전파. 결국 휴대폰(Cell Phone)을 소유하지 않은 고리타분한 자들만이 살아남고, 리델은 우연히 만난 일행과 함께 휴대폰 송신탑이 없는 지역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리처드 매드슨(<나는 전설이다>)과 조지 로메로에게 바치는 헌정사로 시작된 책은 결국 전통적인 좀비 문학이나 영화에서 떨어져 장르적 진화를 거듭하는데, 두뇌가 포맷된 인간들이 공중부양이 가능한 신인류로 진화하는 대목에 이르면 키득키득 웃음이 날 지경이다. 책을 읽고 나면 “
영화가 된 책 [2] 영화로 만들어질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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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렉터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한니발 라이징> 토머스 해리스 지음/ 박슬라 옮김/ 창해 펴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연쇄살인마는 잭 더 리퍼도 에드 게인도 존 웨인 게이시도 아닌, 토머스 해리스가 창조한 가공의 인물 한니발 렉터다. 한니발은 해리스가 발표한 3편의 소설을 통해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그가 잔혹한 살인을 행하고 인육을 먹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기꺼이 한니발의 포로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뛰어난 화술과 다양한 분야에 걸친 전문적인 지식, 치밀한 심리 분석을 통해 상대방의 내면을 읽어내는 한니발의 마력은 인간을 초월하는 데 있었다. 그런 그가 <한니발>에서부터 변화를 꾀하더니, 이번 작품에서는 완전한 한명의 인간으로 돌아간다. <한니발 라이징>은 한니발의 성장 과정과 함께 왜 그가 잔혹한 연쇄살인범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주력한다. 한니발의 과거사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복수의 길을 걷는 한니발의 모습은 또 다른 일면을
영화가 된 책 [1]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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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는 누구나 사랑에 빠진다.’ 세계적인 감독들이 참여한 옴니버스영화 <사랑해, 파리>는 이처럼 대책없이 낭만적인 문장을 새기며 시작한다. 진짜 파리 사람들이 듣는다면 피식 웃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파리의 여행자들에게 이런 꿈을 꿀 권리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진짜 여행보다 달콤하고 진짜 풍경보다 더 로맨틱한 파리의 영화들을 보며 잠시 사랑에 빠져보는 것도,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는 한 가지 방법!
1. 모든 길은 에펠탑으로 통한다
에펠탑은 파리에 대한 영화에서 일종의 필요조건이자 출발점이다. <파리의 연인들>처럼 파리를 조망하는 영화들의 시작점이고, <섹스 & 시티>의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처럼 아침에 눈떠 호텔 창밖으로 에펠탑을 보면서 파리에 도착한 것을 확인하는 여행자들의 출발 지점이다. 또 <파리가 당신을 부를 때>의 미키(빌리 크리스털)가 앨런(데브라 윙거)과 첫 데이트를 하는, 사랑이 시작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파리에서 사랑에 빠지거나, 파리와 사랑에 빠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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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난니 모레티, 기타노 다케시, 우디 앨런…. 이들은 명감독이기 이전에 자신의 영화에 직접 출연한 배우다. 명감독은 저명한 영화학교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사실 가장 훌륭한 영화학교는 바로 현장이다. 연기해본 이들이 배우들을 조율할 줄 알고, 감독과 함께 일해본 이들이 감독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잘 파악하게 마련이다. 최근 할리우드에선 감독과 배우를 겸하는 이런 움직임이 많아졌다. 왕년의 카우보이가 벌써 30여편의 필모그래피를 구축한 거장이 되었고, 액션 블록버스터의 영웅이었던 한 남자는 논쟁작을 또 한편 내놓았다. 연기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메가폰을 잡은 이들. 클린트 이스트우드부터 에단 호크까지,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배우 출신 감독 10명을 소개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삶을 꿰뚫는 카우보이
대표작_<용서받지 못한 자>(1992) <퍼펙트 월드>(1993)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
대단한 도전! 연기가 가장 쉬웠어요, 메가폰을 잡은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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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없다면 영화도 없다. 극히 소수의 예술영화를 제외하면, 음악이나 노래 없이 영화의 분위기를 그럴듯하게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다. <물랑루즈> <삼거리극장>같은 뮤지컬영화나 <도어스> 같은 음악인의 전기영화처럼 아예 노래가 주연급 중요성을 띠는 경우도 있고, <러브레터>처럼 배경에 잔잔하게 깔리는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경우도 상당수다. 영화의 주제곡이 울려 퍼지면 영화의 분위기가 곧 러브러브 모드가 되겠구나 추측할 수 있고, 영화의 주제곡이 단조로 변주되면 곧 슬퍼지겠구나 예측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수가 아닌 주인공이 노래하는 장면들은 또 다른 맛이 있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 카메론 디아즈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기억하는지. 노래를 잘하는 것이 아닌 건 기본이고, 사실상 음치인 그녀가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그 장면은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준다. <후아유>에서 조승우가 이
영화 주인공들이 부르는 노래 명장면, 현실적으로 활용하는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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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5일 개봉하는 <록키 발보아>는 <록키5> 이후 16년 만에 만들어지는 속편이다. <록키> 1편이 제작된 해로부터는 30년이 흘렀다. 무명이던 실베스터 스탤론은 1976년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 쓴 시나리오로 주연에 데뷔해 전례없는 영화적 히트를 경험했다. 록키는 신드롬이 됐고 스탤론은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가 됐다. 이후 스탤론의 경력은 부침이 심했다. <록키5>와 <람보3>가 각각 흥행과 비평에서 참패한 뒤로 스탤론의 커리어는 내리 하향세였다. 사람들은 그를 록키나 람보로만 기억했고 그렇게 그가 영원하기만 기대했다. (본인의 선택에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스탤론이 선택하는 새로운 시도들은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록키는 그가 죽을 때까지 벗어나야 할 굴레였다. 스탤론이 돌아온 것은 그 자리다. 그의 몸은 늙고 처졌고, <록키> 시리즈를 동시대에 즐겼던 관객은 극장을 자주 찾지 않는 세대가 됐다. <록키 발
실베스타 스탤론, <록키 발보아>로 다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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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6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구로사와 기요시와 관객의 만남이 있었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영화학교’란 이름으로 마련된 이 행사에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자신에게 영감을 준 대표적인 영화들을 관객에게 소개했고, 통역을 통해 전해진 그의 영화 이야기는 곧 그 자신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단서이기도 했다. 1시간30분 동안 숨죽여 들었던 구로사와 기요시의 이야기를 여기에 싣는다.
2004년에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초청해주셔서 강연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인데,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2004년에 이미 제 영화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이야기를 해버렸어요. ‘나의 공포영화론’이란 제목이었죠. 나의 영화와 영화연출론, 그리고 영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때 강연했던 원고는 제가 가끔 대학에서 강연을 할 때도 써먹곤 합니다. (웃음) 이번에는 좋아하고 영향을 받은 영화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아까부터 제가 영향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영화들에 대한 구로사와 기요시의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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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바다 건너의 친구에게도 손짓을 했다. 지난 2004년, 서울아트시네마가 개최한 회고전을 통해 한국 관객과 만났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첫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부터 멀리서나마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왔던 친구들 중 한명이다. 두 번째 영화제를 맞이해 자신의 신작인 <절규>를 들고 한국을 찾은 그는 2박3일의 짧은 시간 동안에도 관객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월26일 열린 ‘구로사와 기요시의 영화학교’에서는 자신의 영화세계에 영향을 끼친 영화들을 소개했는가 하면, 다음날 열린 봉준호 감독과의 대담에서는 서로의 영화에서 느낀 감동과 호기심을 고백했다. 또한 그는 한국의 관객이 <절규>에 보여준 관심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국 관객은 전세계에서 가장 예리한 영화감상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관객이 감독인 나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해줘서 기쁘다.” 1월의 마지막 주말, 구로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과 봉준호 감독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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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이오지마 전투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오지마 전투는 해병대의 역사에서도 가장 큰 전쟁이었지만 제대로 거론된 적이 없었다. 사진뿐이었다. 그러나 원작에 끌린 이유는 <아버지의 깃발>이 전쟁에 관한 책이 아니라 성조기를 세운 군인들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가족에 관한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궁금했었다. 내가 조사를 하면서 만난 참전용사들은 최전선에서 고난을 겪었지만 거의 침묵을 지켜왔다. 만일 누군가가 전쟁터에서 자신이 겪은 일에 관해 떠벌린다면 십중팔구 그는 후방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했을 것이다. (웃음) 조 로젠탈이 찍은 사진은 이오지마 전투가 시작되고 나서 4, 5일 뒤에 찍은 것이었는데, 그때라면 전투의 1/4이 채 진행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나는 진짜 전투가 궁금했다.
-제임스 브래들리의 원작 <아버지의 깃발>은 무척 방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시나리오로 옮겼는가.
=그 책은
전쟁이 무익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