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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톡식히어로>
8월14일~10월10일(월 쉼)
KT&G 상상아트홀
연출 이재준
출연 오만석, 라이언, 홍지민, 김영주, 신주연, 최우리, 임기홍, 김동현
*줄거리*
환경학자를 꿈꾸는 청년 멜빈은 악독한 시장 벨구디의 계략에 빠져 유독성 폐기물에 노출된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멜빈은 흉측하게 녹아내린 얼굴과 제어할 수 없는 힘을 가진 녹색 돌연변이 톡시로 변한다. 벨구디에 맞서 싸우는 톡시는 순식간에 주의 영웅이 되지만, 그가 사랑하던 시각장애 여인 새라는 괴물로 변해버린 멜빈을 보며 혼란스러워한다.
*관전 포인트 : 원작의 짓궂음과 익살을 뮤지컬로 어떻게 풀어냈는지 지켜보는 것이 관건.
“여기, 뭐예요? 뺨에 튀어나와 있는 건.” “…아마 내 왼쪽 눈알일 거야.” “꺄아아아악!!!” 외마디 비명이 허공에 울려퍼진다. 연인의 뺨을 어루만지던 눈먼 여인은 그의 튀어나온 안구를 만지고서야 흉측하게 변해버린 애인의 외모를 짐작한다. 뮤지컬 <톡식히어로&
슈렉이냐고? 내 이름은 톡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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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궁>
9월8일~10월24일(월 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연출 김재성
출연 유노윤호, 런, 김동호, 신의정, 곽선영, 이창희, 정동화, 서현진, 최수진 외
*줄거리*
황태자 이신은 엄격한 규율을 따라야 하는 궁에서의 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한편, 평생을 황제로 살아야 한다는 데 부담을 느낀다. 그러다 서민으로 살아온 채경을 황태자비로 맞이하면서 그녀와 가까워진다. 어린 시절부터 연인처럼 지내온 신과 효린의 관계는 삐걱거리고, 왕위 자리를 놓고 신과 율은 대립한다.
*관전 포인트: 소녀 취향의 팬시한 뮤지컬? 아니다. 그보다 화려한 쇼가 펼쳐진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만 입어도 눈에 띄는 이들이 있다. 평범한 추리닝을 걸쳐도 멋스러운 이들이 있다. 뮤지컬 <궁>에서 황태자 이신 역에 캐스팅된 유노윤호, 런, 김동호가 그랬다. 이신이라는 캐릭터는 궁의 엄격한 규율을 피곤해하는 까칠한 황태자. 궁 밖으로의 일탈을 꿈꾸지만 왕위를 노리는 자들과 맞서야 하
황태자와 여고생의 화려한 로맨스 쇼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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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8월13일~오픈런(월 쉼)
LG아트센터
연출 협력연출 B. T. 맥니콜, 국내연출 황재헌
출연 김세용, 이지명, 정진호, 임선우 외
*줄거리*
1980년대 영국 북부의 탄광촌 마을. 11살 빌리는 탄광촌 파업에 나선 아버지와 형, 치매 증세가 있는 할머니와 함께 산다. 권투수업 중 우연히 발레를 접한 빌리는 발레에 푹 빠진다. 빌리의 재능을 본 윌킨슨 선생과 빌리의 꿈을 본 아버지는 빌리가 로열발레스쿨에 들어갈 수 있도록 힘을 쏟는다.
*관전 포인트: 4명의 빌리, 4개의 서로 다른 <빌리 엘리어트>
“빌리, 아 유 레디?” “아임 레디!” 협력연출가 B. T 맥니콜과 협력안무가 톰 호그슨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빌리들. 이제 웬만한 영어는 통역을 거치지 않고 듣고 대답할 수 있다. 무대에서 누군가 연습을 하고 있으면 다른 빌리들은 객석 앞줄에 앉아 연출가와 안무가의 얘기를 듣고, 따라했다. 발레를 전공한 김세용, 뮤지컬 경험이
꿈꾸는 소년, 날아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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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서편제>
8월14일~11월7일(월 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연출 이지나
출연 이자람, 차지연, 민은경, 서범석, 홍경수, JK 김동욱, 임태경, 김태훈
*줄거리*
유명 로커로 반평생을 살아온 동호는 노년이 되어 아들 해금과 함께 사랑했던 누이 송화를 찾아 헤맨다. 그는 전남 보성에서 눈이 먼 송화를 만나고, 집을 떠나야만 했던 과거를 회상한다.
*관전포인트 : 서양음악과 판소리. 물과 기름의 관계라는 이 두 종류의 음악이 한 뮤지컬 안에서 어떻게 녹아들지가 궁금하다.
“내가 하고 싶은 소리가 있어. 내가 하고 싶은 소리가 있다구!” “그래? 그럼 가. 사람은 지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지. 가서 니 소리 찾아!” 뮤지컬 <서편제>의 연습실에 들어서자마자 두 여자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한 사람은 몸담던 보금자리를 떠나려 하고, 남은 사람은 원망을 담아 냉기 어린 말을 내뱉는 중이다. 소설이나 영화를 떠올려볼 때, 이건 분명 누
신명나게 내 얘기 함 들어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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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잭 더 리퍼>
7월 22일~8월 22일(월 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연출 왕용범
출연 유준상, 안재욱, 신성우, 김성민, 엄기준, 남문철 외
*줄거리* 1888년 영국 런던에서 매춘부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코카인에 중독된 형사 앤더슨과 특종으로 돈방석에 앉으려는 <런던타임스> 기자 먼로는 ‘살인마 잭’을 잡으려 한다. 미국에서 건너온 의사 다니엘은 자신이 범인을 알고 있다고 고백한다. 살인마 잭은 누구일까?
*관전 포인트: 뮤지컬 배우로 완벽 변신한 안재욱
7월21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 전 마지막 연습에 집중하던 <잭 더 리퍼>의 배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배우들은 당장 내일부터 한달간의 공연에 돌입해야 한다. 잔뜩 예민해져 있을 배우들의 모습을 예상했건만, 틀렸다. 대기실에서 만난 유준상(앤더슨 역)은 무대 뒤편 구석구석까지 안내하는 친절한 가이드로 변신했고, 우연히 마주친 안재욱(다니엘 역)은 기자에게 “마
1888년 런던, 핏자국 뒤엔 사랑이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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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볼거리, 소설이 상상력을 제공한다면 뮤지컬의 매력은 현장성이죠.” 어느 뮤지컬 제작진에게 엿들은 말입니다. 하긴 눈앞에서 생생하게 재현되는 춤과 노래, 드라마의 매력을 거부할 재간은 없죠. <씨네21>은 하반기 국내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기대작 5편을 선정해 그 연습현장을 찾았습니다. 블록버스터 규모의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부터 컬트영화의 고전을 원작으로 하는 재기 넘치는 작품까지, 그 현장의 분위기를 미리 지상중계합니다.
뮤지컬, 通하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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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보았다>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김봉석
확실하게 말하면 나는, <악마를 보았다>가 좋다. 누군가는 진짜 악마가 누구이고, 복수의 자장이나 의미 같은 것을 말하겠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악마를 보았다>가 좋았던 이유는, 복수의 끝까지 매진하기 때문이다. 원래 복수라는 것은, 싸울 만한 상대에게 하는 것이다. 복수할 만한 가치가 없거나 보람이 없는 상대와는,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웬만하면 복수를 하다가도 한순간에 물러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악마를 보았다>는 ‘이제 그만할 만도 한데’ 하는 순간 확 질러버리면서 마구 달려간다. 악마 같은 두 남자의 겨루기가 무척이나 살갑게, 그러나 독하게 최후까지 진행된다. 의도적으로 관객을 불편하게, 몸서리치게 만들면서도 <악마를 보았다>는 명료하다. 위악을 떨지도, 냉랭한 척하지도 않는다. 다소 과잉이 있다는 건 분명하지만. <킬 빌>이
복수란 이런 것 vs 과도한 스펙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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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을 다시 만났다. 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일부 장면이 인간의 존엄을 해친다는 이유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논란이 된 <악마를 보았다>는 최종적으로 1분30여초를 삭제하고 예정대로 8월12일 개봉했다. 하지만 영화는 다시 급격한 찬반양론에 휩싸였다. 개봉 전날인 11일 오후 5시 기자 시사회를 가진 이후 수많은 기자와 평론가들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렸고, 12일 조조 개봉 이후부터 네티즌의 반응 또한 각양각색이다. ‘1점과 10점으로 나뉜 평점’이라는 말이 그 화제성을 증명한다.
·기자시사가 열리고 불과 10여 시간 만에 극단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 반응을 살펴봤을 텐데 어떤가.
=어떤 기자분이 쓴 리뷰를 보니까 ‘수박을 반으로 쪼개는 것처럼 찬반양론으로 나뉠 것’이라는 얘기가 보이더라. ‘정육점 스릴러’라는 표현도 재밌었고. 아까는 조카한테서 문자가 왔는데 인터넷 반응을 쭉 훑어보니 평점이 1점 아니면 10점인 것 같다고
“전리품 없는 싸움에 뛰어든 남자의 허망한 파국을 그리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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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과 이병헌, 두 사람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다.” 매번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온 김지운 감독이 여섯 번째 작품 <악마를 보았다>를 끝내고 자신의 영화를 향해 던진 몸서리치는 소회다. 장경철(최민식)과 김수현(이병헌)의 끝없는 대결을 담으려 밤샘 촬영을 하면서 감독 또한 악마의 얼굴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촬영현장은 극단적으로 그 못지않은 즐거움의 연속이기도 했다. 김지운 감독이 최민식, 이병헌과 함께한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며 직접 사진을 고르고 얘기를 덧붙여줬다.
1. 살인마, 최민식
경철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짐작할 수 없는 살인마다. 그리고 최민식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화상을 입게 만드는 배우다. 헤어스타일부터 의상, 그리고 표정에 이르기까지 그는 <악마를 보았다>의 경철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현재 최민식의 가장 뜨겁고도 멋진 얼굴이 영화 속에 담겼다.
2. 냉혈한, 이병헌
수현은 연쇄살인마에게 약혼녀를 잃은 뒤 이
뜨거운 두 남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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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최민식과 복수심에 불타는 이병헌, 그리고 한국영화계에 ‘트렌드 세터’라는 표현을 적용해본다면 가장 잘 어울릴 법한 김지운 감독의 만남. 제목에서 풍기는 기운도 그러하지만 <악마를 보았다>는 두말할 것 없이 올해 하반기 가장 뜨거운 영화다. <달콤한 인생>(2005)의 선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창이에 이르기까지 최근 김지운 영화의 페르소나로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이병헌과 살인마를 연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입 닥치고 그저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지닌 최민식의 충돌은 ‘악마’라는 단어와 어우러져 용광로처럼 꿈틀거린다.
하지만 영화를 향한 세간의 관심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 8월4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살인과 복수와 관련된 몇몇 장면들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현저히 훼손’하고 있다며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린 것. 그리하여 애초 5일 열릴 예정이었던 기자시사회가 한주 뒤로 밀려 12일 개봉일 전날 열리는 초유의 사태가
미치도록 궁금하다! <악마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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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짐 자무시의 첫 장편영화 <영원한 휴가>를 본 그의 아버지는 망설이며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고 한다. “얘야… 그러니… 까… 내가 영화를 다 본 게 아닌 거지…?” 도통 알 듯 모를 듯한 터라 빠진 내용이 있었던 건 아닌지 그렇게 물었다. <브로큰 플라워> 이후 5년 만에 짐 자무시가 신작 <리미츠 오브 컨트롤>로 돌아왔다. 이 신묘하기 그지없는 영화를 보는 당신이 혹시라도 그런 심정일까 싶어 영화에 관한 짧은 해제를 전한다. 하지만 잊지 말 것! <리미츠 오브 컨트롤>은 해석보다는 경험이 필요한, 당신의 뇌에 박힌 통제의 조정장치를 제거해줄 아름다운 영화다. 영화 속 고독한 한 사나이를 따라나서자. 신세계가 펼쳐진다.
“작가주의라는 걸 믿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누군가 이렇게 말은 해야 한다고 본다. ‘영화는 비즈니스맨이 아니라 영화감독이 만들어야 한다.’ 예술영화라 지칭됨으로써 내 영화는 고립된다. 사람들이 어느 록밴드를 아트록이
Use Your Imagi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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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내가 어떤 자리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 인사를 나누면서 재즈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면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 두 가지 있었다. 첫째, 와인 좋아하세요? 둘째, 무라카미 하루키 좋아하세요? 이상하게도 찰리 파커를 좋아하느냐 혹은 키스 자렛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아본 기억은 내게 없다. 물론 그때마다 나는 ‘예’라고 대답한다. 술은(와인뿐만 아니라) 다 좋아하니까. 그리고 적어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상실의 시대>는 재미있게 읽었으니까. 그때마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노무’ 재즈는 아직도 우리에게 독립된 음악이 아니구나. 그저 장식물이구나. 와인 마실 때의 배경음악 혹은 하루키풍 라이프스타일(또는 그것에 대한 로망) 속의 무엇.
그렇다. 언감생심, 나는 하루키를 질투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전세계 어디서든 베스트셀러 작가가 재즈 뮤지션보다 유명한 것은 당연하며, 그렇다면 그 작가의 눈을 통해 사람들이 재즈를 바라보는
단카이 세대의 모던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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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호른이라는 악기가 있다.”
“마유미가 처음으로 쇄골을 으깨놓은 젊은 남자는, 스포일러가 붙은 하얀 닛산 스카이라인을 몰고 있었다.”
“나는 얼음 사나이와 결혼하였다.”
“토니 다키타니의 진짜 이름은, 정말 토니 다키타니였다.”
예를 들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시작은 이렇다. 툭 안기는 첫 문장의 매력에 가벼운 마음으로 책의 첫 장을 넘긴다.
시나리오를 쓰기 전, 하얀 워크 스페이스에 커서가 깜빡거리는 것을 몇분 혹은 몇십 분을 바라보다가 다잡히지 않은 생각들과 떠다니는 아이디어들에 마우스를 내려놓고 방 안을 빙글빙글 돈다. 방을 치워보기도 하고 발을 씻어보기도 하고 스탠드의 조도를 낮추고 음악을 틀고 하얀 머그잔에 가루 녹차를 풀어놓아보기도 한다. 의자에 앉은 채로 무릎을 굽혀 발뒤꿈치를 허벅지 앞쪽에 올려놓고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다시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보다가 짧은 글들이 모여 있는 책들에 눈이 간다. 전에 읽었던 하루키의 단편이라 해도 상관없다.
책을 들고
상상력을 이완시키는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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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학번인 내가 분포된 나이 띠 근방의 사람들은 ‘무라카미 하루키’란 이름에 비슷한 감정을 품지 않을까? 그러니 만인의 우상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게 참 부끄럽다. 그 이름에 누가 될 텐데 이거 참…. 그러나 이런 소심한 사람을 용기내게 만든 게 바로 그이다. 그의 고백이다.
그는 고백한다. 소설을 시작할 때 앞일을 모르고 출발한다고. 대충의 도착지만 있을 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여행. 그런데 그렇게 나온 글이 때로 자신을 앞질러 있기도 하단다. 비슷한 고백이 하나 더 있다. 그가 번역해준 레이먼드 카버의 <글쓰기에 대하여>에 나오는 고백이다.
‘첫 문장을 쓴다. 그러나 그 다음 문장이 무엇이 될지 모른다.’ 이 문장을 처음 보았을 때가 대학교 4학년이었다. 앞으로 뭘 하며 먹고살지 세상은 넓고 자신은 극도로 초라하던 시절이었다. 이런 내게 이 말은 구원의 메시지였다. 서점에 가득 깔린 책이나 넘쳐나는 영화 포스터만 봐도 기가 죽었다. ‘와~ 세상엔 참
근육의 소설가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