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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게드전기: 어스시의 전설> 스튜디오 지브리 사내 시사. 미야자키 하야오는 영화를 보던 중간 자리를 떴다. 그리고 극장을 나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건 안돼요.”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나니아 연대기> <반지의 제왕>과 함께 세계 3대 판타지로 꼽히는 대작 <게드전기>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장남 미야자키 고로가 연출해 제작 초기부터 기대를 모았던 작품.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 결과에 실망한 듯했다. 한참을 침묵했고, 조심스레 입을 열고는 “불편했다”고 말했다. “영화가 정면을 마주하고 있지 않아요.” <게드전기: 어스시의 전설>은 개봉 이후 미지근한 원작의 변형, 불균질한 만듦새라는 혹평을 들었다.
2010년 6월 지브리의 또 다른 사내 시사. 이번엔 미야자키 하야오가 웃었다. 7월 공개할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를 사원과 함께 본 뒤 그는 연출을 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미야자키 하야오의 후계자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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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 아리에티> 기자간담회는 영화 속 무대이기도 한 도쿄도 고가네이시에 자리한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스튜디오로 향하는 길가 온실에 붙어 있는 ‘까마귀 조심’ 표어가 <마루 밑 아리에티>의 한 장면을 연상시켜 웃음이 났다. <마루 밑 아리에티>는 첫 직장 지브리에서 14년간 애니메이터로 성장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의 연출 데뷔작. 지브리 직원들이 그를 일컫는 별명은 옛 일본 귀족의 이름에 돌림자처럼 붙던 ‘마로’(麻呂)라고 한다. 본인은 이유를 모르겠다지만 단정하고 수줍은 몸가짐이 ‘도련님’답다.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는 <마녀 배달부 키키>부터 지브리 장편 제작을 이끌어온 베테랑으로, 스튜디오 창시자 중 한명이다. 최근에는 <토이 스토리3> 엔딩 크레딧의 ‘특별 감사’ 명단에서 그 이름을 볼 수 있다.
-세월이 흐르고 작품이 바뀌어도 지브리를 지브리로 만드는 본질적 요소는 무엇인가.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
수작업의 극한까지 가는 게 지브리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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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으로 시작하는 많은 이야기가 그러하듯 <마루 밑 아리에티>도 한 소녀와 한 소년의 삶을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결정적 만남을 그린다. 다만 이 이야기 속 소녀는 인간 몰래 인간의 물건을 조금씩 빌려 마룻장 밑에서 살아가는 작은이 가족의 딸이다. 죽음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온 병약한 인간 소년 앞에서, 멸망해가는 종족의 소녀는 안간힘을 다해 외친다. “우린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아!” 지난 7월17일 개봉해 일본 관객 500만을 넘어서며 미야자키 하야오가 아닌 감독이 연출한 지브리 작품으로서는 우수한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는 <마루 밑 아리에티>가 9월9일 한국 극장가에 온다. <씨네21>은 영화의 면면을 미리 살피고 스튜디오 지브리를 찾아 제작진 인터뷰에 참석했다. 덧붙여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 지브리의 미래를 도쿄 통신원이 전망한다.
아리에티는 작은 신의 아이다. 올해 열네살인 그녀의 키는 10cm. 대략 가늠하면 인간의 손목에서
빌려주세요~ 작고 아름다운 세계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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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1 : 첫인상
‘촌놈 DNA’, 도시적 외모를 배신하다
백은하 ‘10 아시아’ 편집장
일단, 눈이 흔들린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미모, 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원빈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그러지 않기란 오히려 힘든 일이다. 90년대 미니시리즈 <프로포즈>의 내용이 가물가물한 사람이라고 해도 개 한 마리를 끌고 조용히 동네를 소요하던, 한쪽 눈을 살짝 가린 긴 머리 소년의 강림을 잊기는 힘들 것이다. 한국인의 그것이라고는 보기 힘든 이목구비, 화이트 셔츠 너머로 느껴지던 과하지도 빈곤하지도 않은 길쭉길쭉한 몸. 마치 강보에서부터 후광을 달고 나온 것 같은 이 ‘천상의 피조물’은 그렇게 등장부터 많은 이들의 눈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처럼 드라마 <꼭지>의 ‘명태’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원빈은 마음까지 흔드는 남자다. 연상의 다방마담에게 투박한 순정을 바치던 짧은 머리 고등학생. 굳게 다물고 있기보다는 하품을 하느라, 욕을 하느라 혹은 울먹
그 순간 난 네게 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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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하고 미련한 인물의 코미디도 잘할 걸
<마더>의 봉준호 감독
<마더>의 아들 역할은 시나리오 쓸 때 정해놓지 않았다. <살인의 추억> 때 함께 일했던 김선아 프로듀서를 만났을 때 원빈 얘기가 나왔다. 다들 도시의 핸섬 가이나 안구정화용 배우라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은데(웃음) 실제로 보면 되게 소박하고 현실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고1 때까지 강원도 정선에서 자랐다고도 했다. 제작사 바른손에서도 원빈을 추천했고. 식사 약속을 잡았는데, 원빈이 헐렁한 오리털 파카를 입고 식당에 들어오더라. 아, 도준이네 싶었다. (웃음) 미모가 핸디캡일 정도로 잘생겼지만, 하릴없이 왔다갔다하는 시골 남자애들의 무드 같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목소리 톤이 좋다. 우울하고 뚱하고, 이상하게 고집스런 느낌이 있다. 그리고 그 톤을 본인이 컨트롤할 수가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나중에 뚱하고 미련한 인물이 벌이는 온갖 해프닝을 담은 코미디를 찍어도 잘할
‘꽃미남’이란 편견에 갇히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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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의 원빈 때문에 대한민국이 들썩거린다. <아저씨>에 반한 건지, 태식에게 반한 건지 혹은 원빈에게 반한 건지 이제는 헛갈릴 지경이다. 2009년 <마더>와 2010년 <아저씨>로 예전의 여린 이미지에서 멋지게 빠져나온 원빈,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배우의 무시무시할 만큼 매혹적인 존재감을 각인시킨 그 배우의 현재진행형을 점검한다. 바로 그 남자 원빈과의 긴 대화, <마더>와 <아저씨>로 원빈을 점핑시킨 봉준호 감독과 이정범 감독의 애정 어린 코멘트, TV와 영화, 격투기에 걸쳐 있는 4인4색의 애정 고백을 마련했다.
지난 8월20일 금요일 오후 2시, 원빈이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순식간에 사진가와 스타일리스트, 헤어 스타일리스트, 그들의 어시스턴트, 마케터, 매니저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사람들로 스튜디오가 소란해졌다. 다소 낯을 가린다는 일간의 평가처럼 원빈은 수줍은 듯 약간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분장실쪽으
아저씨, 오 나의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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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노래가 좋아”로 시작된 사랑은 “그 기타 리프 말고 다른 건 없어?”라는 다툼으로 끝난다. 홍대 신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몬구(‘몽구스’의 멤버, 그리고 솔로 프로젝트 ‘네온스’도 함께 진행 중)와 한희정(‘더더’와 ‘푸른 새벽’을 거쳐 솔로로 활동 중)이 출연하여 자신들의 목소리로 직접 노래를 들려주며, 자신들의 실제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청춘의 한 시절을 연기한다. 김효정, 박성용 두 감독이 공동연출한 영화 <춤추는 동물원>의 소박한 사랑스러움은 두 뮤지션의 매력에 크게 기대고 있다.
김효정 2008년 홍대쪽에 살면서 공연을 자주 보러 다녔다. 특히 아는 분 휴대폰 컬러링이 몽구스의 <나빗가루 립스틱>이었다. 전화를 잘 안 받는 분이라서 그해 여름에 그 컬러링, 굉장히 많이 들었다. (웃음) 가사 중에 “누나야 사실 나는 말야”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몬구씨가 주인공이 되어 연상의 뮤지션과 사귀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당시 인디 신에서 활동
그리고 창작은 시작되고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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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땅의 여자> 예고편. 시와의 노래 ‘작은씨’는 웃음 뒤 가려진 여성 농민들의 쉽지 않은 삶과 정서를 대신 노래한다. 권우정 감독은 시와와 이번 작업을 함께하며 다음 영화의 음악을 함께 나눌 고민의 씨를 발견했다. 작은 영화가 내미는 도움의 손길. 포크 뮤지션 시와는 영화가 자신의 음악을 들려줄 또 하나의 고마운 통로임을 강조한다.
시와 처음 뵙는다. 예고편에 음악을 쓰는 작업이었으니 막상 감독님과 만날 기회는 없었다.
권우정 난, 작년 <경계도시2> 관객 1만명 기념파티 때 뵌 적이 있다. 제대로 인사를 못했다.
시와 몰라뵈어 죄송하다.
권우정 아니다. 시와씨는 독립영화계에서 히로인으로 통하지 않나. 소외받거나 주목받지 못하는 영화들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한다. 나야 당연히 알고 있었다.
시와 과찬이다. <경계도시2> 상영 때 시네마 달 대표님이 홍형숙 감독님과
우리 영화와 음악의 본질은 ‘위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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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담아내는 카메라의 태도와 시선은 얼마나 중요한가. 음악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의 놀라운 생동감은 감독 백승화가 실제로 밴드 타바코 쥬스의 드러머이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그는 현재 몽환적이고 그런지한 메탈밴드 아폴로18의 라이브 DVD를 작업 중이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에 등장하는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타바코 쥬스만큼이나, 아폴로18과의 친밀한 관계는 이 영상물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날 드러머 이상윤은 참석하지 못했다.)
백승화
인천 루비살롱에서 아폴로18 공연을 처음 봤다. 복도에서 담배 피우면서 다른 팀 욕을 하고 있기에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공연을 보고는 확 갔다. 그리고 뒤풀이에서 친해졌지.
김대인
그게 2년 전 일이다. 우리 앞에 공연하던 팀이 좀 재미없었는데, 승화가 드럼을 치는 타바코 쥬스 공연은 재밌었다. 어차피 우리 모두 리스너인데, 아폴로18과 타바코 쥬스처럼 음
라이브 DVD 국내서도 만들어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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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하고 알록달록하다…. 첫인상은 그러했다. 그러나 들으면 들을수록 달콤한 매력이 반짝거린다. DJ 안과장(이하 안과장)의 음악에 양해훈 감독이 끌린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양해훈 감독이 작업한 안과장의 <왜 내 여자랑> 뮤직비디오는 장편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보다 옴니버스영화 <황금시대>에 포함된 단편 <시트콤>의 색깔에 더 가깝다.
양해훈
2007년 카페 빵이 2주년을 맞이하면서 기념행사로 독립영화감독이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를 한편씩 만드는 프로젝트기 제안되었다. 나랑 최진성 감독, 장건재 감독과 DJ 안과장, 흐른, 그림자 궁전이 짝지워졌다. 난 이분이랑 작업하고 싶다, 라고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선택권이 없었다. (웃음) 그때 처음 안과장의 노래를 죽 들어보는데, <왜 내 여자랑>이 귀에 쏙 박혔다.
DJ 안과장
<왜 내 여자랑>은 사실 말도 안되는 노래다. 기본적인 형식이
낀 세대의 공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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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트 스토리’는 홍대에서 유명하다. <원스>의 주인공인 그룹 ‘스웰시즌’의 글렌 한사드가 내한공연장 로비에서 사전 공연하던 메이트를 보고, 본공연 무대에 서달라고 제안한 것이다. 그때까지 음반도 내지 않은 밴드였다. 알고보니 난데없는 요행수는 아니었다. 그룹 결성 전, 이미 정원영밴드 등에서 익힌 음악성이 뒷받침된 탄탄한 신예였다. 남다정 감독은 그룹 메이트의 조금은 버라이어티하면서도 소소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다룬 음악영화 <Play>(가제)의 촬영을 준비 중이다.
남다정
지나고 보니 메이트와 영화 작업하는 게 의미심장하다. 음악영화를 연출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룹 메이트와 함께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야기가 나오기 바로 일주일 전, TV에 출연한 메이트를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은 터였다. 꼭 같이 해보고 싶더라.
이현재
영화 잘되면 운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안되면 또 뭐라 말하실지 모르겠다. (웃음)
남다정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래들과의 소통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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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말해주세요. 그대도 저를 좋아하신다고~.” 신스팝과 복고가 가미된 그룹 ‘9와 숫자들’의 음악은 시트콤의 분위기를 규정해줄 엔딩 타이틀곡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예상외의 화학작용에 대해 윤성호 감독과 ‘9와 숫자들’의 리더이자 보컬 송재경이 진단했다.
윤성호 공연할 때 찾아뵈려 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자리에서 처음 만나게 됐다.
송재경 난 트위터로 감독님을 팔로우한다. 그래서 매일 아침 감독님의 생활은 접하고 있었다. (웃음)
윤성호 나도 노래로는 애틋하다. 여자친구 처음 사귈 때 ‘9와 숫자들’의 노래 <이것이 사랑이라면>을 불러주곤 했다. ‘당신을 처음 봤을 때 난 숨이 멎어버렸죠~.’
송재경 사실 처음에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에 우리 노래 <말해주세요>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 그러려니 했다. 인
통했지, 서로가 가진 모든 요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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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관 감독은 <조금 더 가까이>로 첫 장편에 도전했다. 요조는 연기자로 또 음악으로 그의 작업에 힘을 보태준 이다. 영화 속 공연장면을 연출하면서 음악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는 감독. 기존의 음악과 달리 호소력있는 창법의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다른 면을 표현했다는 요조. 감독과 배우는 자신이 깨닫지 못했던 즐거움을 한 작품 안에서 완수하는 발견의 기쁨을 맛보았다.
김종관
촬영 끝나고 두달 만의 만남이다. 감독과 배우로, 또 우리 영화의 음악에도 공헌해준 일등공신이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
요조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연출한 감독이라니. 시나리오를 보내주어서 오히려 내가 기분이 좋았다. 특히 영화 속 내가 맡은 ‘혜영’이란 캐릭터가 뮤지션이라서 음악과 연기를 같이 할 수 있다는 점도 끌렸다.
김종관
다섯편의 옴니버스 사랑 이야기에서 혜영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컸다. 연기뿐 아니라, <조금만 더 가까이>
새로운 도전, 그리고 발견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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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쩍 늘어난 독립영화 감독과 인디밴드의 협업을 검토해보았다. 곡 사용뿐 아니라 오리지널 스코어 작업의 전격 참여, 뮤지션이 아닌 연기로 작품에 출연하는 경우까지 이들의 협업엔 단순히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케이스가 존재했다. 과정은 달라도 이 결과물들은 비슷한 환경과 고민에서 출발하여 얻은 하나의 모범답안이다. 거기엔 거대 배급망에서 벗어나 콘텐츠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받을 수 있는 자유로운 작업환경, 각자의 작업을 손익계산 없이 보충하거나 지지해줄 수 있는 윈윈작용이 존재하고 있었다. 인터뷰 중, 그들은 벌써 다음 협업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홍대 거리에 독립영화 감독이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