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래시포워드> FlashFoward | ABC
신선도 8.5 (10점 만점) | 타깃 연령 25~40살 | 시청자 수 1140만
<로스트>나 <프린지>에 열광했던 팬이라면 무조건 이 드라마를 봐야 한다. 거대한 스케일, 화려한 캐스팅, 촘촘한 미스터리 구조가 돋보이는 <플래시포워드>는 초자연 현상과 그 이면을 파헤친다는 점에서 <로스트>와 닮았다. 하지만 LA를 중심으로 전세계로 뻗어가는 거대한 배경무대와 FBI 수사관들의 역동적인 활약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은 <로스트>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이기도 한다.
<플래시포워드>는 어느 날 전세계 모든 인구가 동시에 의식을 잃고 137초 만에 깨어나면서 시작된다. 세상이 혼란에 빠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도로를 달리던 자동차들은 엄청난 충돌사고를 일으켰고 하늘을 날던 비행기들은 모두 추락했다. 응급실과 수술실의 환자는 목숨을 잃었고 위험한 곳에서 일하던
[2009 미드] SF/ 또 하나의 거대한 떡밥
-
<글리> Glee | FOX
신선도 7 (10점 만점) | 타깃 연령 12~17살 | 시청자 수 747만명
“<글리>는 엣지있고 진지하다.” 고등학교 합창단 이야기, 라는 줄거리 때문에 <하이스쿨 뮤지컬>과 비교당하는 <글리>에 대해 출연 중인 한 배우가 덧붙인 설명이다. 확실히 <글리>에는 꽃남 꽃녀도 없고, 달큰한 러브라인도 뒷전이다. 사실 드라마 <글리>의 합창단 ‘뉴디렉션’에 모인 학생들은 흑인, 게이, 아시안, 장애인, 왕따 등 재능은 있지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주변인들이다. 숨 죽이고 수그려야 하루가 무사할 아이들이 모였으니 매사 쉬울 리 없다. <글리>는 이 아이들이 고치에서 벗어나면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날 거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뮤지컬드라마다.
2009년 5월, <FOX>는 <글리>의 파일럿을 <아메리칸 아이돌>의 시즌 파이널 방송 직후 내
[2009 미드] 십대·성장물/ 꽃보다 십대라지요
-
<쿠거타운> Cougar Town | ABC
신선도 8 (10점 만점) | 타깃 연령 40대 | 시청자 수 945만명 (3회 평균)
“쿠거”(cougar)란? 사전적으로는 퓨마와 친척뻘인 고양잇과의 야생동물을 지칭하지만, 미국에서 속어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로는 연하의 남자친구를 가진 중년 여성을 일컫는다. 발톱을 세우고 먹잇감을 휘어잡는 ‘능력 좋은 누님’의 이미지가 떠오르게 마련이지만, <쿠거타운>에서 그녀의 사냥을 추동하는 것은 남다른 입맛이라기보다는, 궁지에 몰린 여자의 마지막 수에 가깝다. 드라마의 첫 장면은 주인공 줄스(커트니 콕스)의 나체인데, 여기서 카메라가 주목하는 것은 늘어진 살거죽과 주름, 지방덩어리다. 세월에 백기를 내준 패장으로서의 육체. 단도직입적인 오프닝의 선언처럼, <쿠거타운>은 40대 미국 싱글여성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조명하는 코미디다.
줄스는 철없고 무능력한 남편과 이혼한 뒤 홀로 10대의 아들을 키운다. 20대
[2009 미드] 드라마/ 골드미스와 노처녀 사이
-
해마다 가을이 되면 미국은 들썩인다. 메이저리그 야구 포스트 시즌이나 NFL 개막 같은 스포츠계의 빅 이벤트와 함께 공중파 방송사들이 드라마 새 시즌을 시작하는 까닭이다. 최근 개막된 2009년 미국 드라마 가을 시즌은 일단 <NCIS> <CSI> <그레이 아나토미> <크리미널 마인드> <하우스> <위기의 주부들> 같은 전통의 강호들이 시청률 상위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새로 시작한 시리즈들이 서서히 시청자의 반응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NCIS>의 스핀오프 시리즈인 <NCIS LA>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폭발적인 관심을 얻는 경우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올 시즌 새 드라마들은 어느 해보다 다양하고 풍성하다는 평가다. 새 미드 시리즈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서도 적지 않다. 특히 케이블 채널 tvN이 10월19일부터 미국에서도 이제 막 시작한 <포가튼> <글리> <쿠거타운>을
[2009 미드] 안 보면 후회합니다, 진실로!
-
-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꿈을 경유하며 현실을 이야기하려 한다. 인터넷과 신문을 통해 접하는 짜증스러운 세력 싸움 대신 국가와 국민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할 때 대통령 개인의 행복도 따라온다는 소박한 믿음으로 충만하다. 장진 감독을 만나 <굿모닝 프레지던트>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굿 프레지던트.’ 제목의 자막이 뜨는 첫 순간은 이러하다. 그리고 재빠르게 ‘굿’과 ‘프레지던트’ 사이에 ‘모닝’이 들어간다. 어찌 보면 타이틀 디자인만으로도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전체 얼개를 단숨에 눈치챌 수 있다. 여기에는 우리에게 다정한 웃음을 선사하는 멋진 대통령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감독은 “사실 이건 꿈이잖아. 이런 대통령 없다는 거 우리 모두 다 알잖아”라고 슬쩍 눙치면서, 대신 대통령들에게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며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여유를 찾아보자는 권유를 덧붙이는 셈이다.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으며 장진 감독이 오랜
키득거리며 훔쳐보는 선한 대통령
-
닐 블롬캠프는 <디스트릭트9>을 만들며 특정 작품을 염두에 두진 않았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SF광이었던 감독 본연의 취향은 영화 곳곳에서 명백한 레퍼런스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삐져나온다. 그 숨은그림찾기 또한 ‘보는 이들이 SF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즐거움의 강도가 달라질 것이다. SF평론가이자 번역가 김상훈이 <디스트릭트9>에서 발견할 수 있는 SF소설과 영화의 레퍼런스들을 추적했다.
<디스트릭트9>은 SF의 전범을 충실히 답습하면서도 배경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문화·정치적 특수성을 액션영화의 틀에 무리없이 융합한 수작이다. 이 영화의 관객이 느끼는 ‘신기함’은 해당 장르에 대한 그 관객의 친숙도와 정확하게 반비례한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모방적 성향이 강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종종 SF의 메타기법의 하나로 간주되곤 하는 환골탈태의 묘를 살려 클리셰의 함정에 빠지는 일 없이 SF의 현지화·토착화에
<에이리언>,<E.T>가 생각나네
-
개봉 직후부터 미국 언론은 흥분으로 들끓었다. ‘놀라운 걸작’이거나 ‘SF의 미래를 보여준 작품’ 등의 호평이 경쟁하듯 쏟아져내렸다. <디스트릭트9>은 과연 SF영화의 역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일까? 일견 익숙한 플롯, 낯선 공간과 인물의 조합, SF의 진입장벽을 능란하게 조절하는 감독의 솜씨 등은 이 ‘인디 SF영화’의 장점을 설명할 수 있는 전부일까? SF작가 배명훈이 <디스트릭트9>을 꼼꼼하게 읽었다.
국내에 몇 되지도 않는 SF작가 중 한 사람으로서 말하는데, 자고로 SF는 참신해야 한다. 재기발랄하고 톡톡 튀며 기발하고 기상천외해야 한다. 데뷔하자마자 나의 글에는 곧 그런 수식어들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발칙한 상상력’, ‘도발적인 젊은 신인’. 젊고 새롭다는 것은 언제나 좋다. 그렇게 믿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데뷔한 지 햇수로 5년이 지났을 때, 나에게는 이런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발칙한 상상력으로
<디스트릭트9> 가슴 벅찬 원형의 매력
-
1982년, 우주선이 지구에 왔다. 그런데 맨해튼, 시카고, 워싱턴이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상공이다. 우주선은 석달 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사건이 시작된다. 닐 블롬캠프는 데뷔작 <디스트릭트9>에서 ‘낯선 친숙함’을 흥미진진한 SF스릴러의 틀에 솜씨 좋게 녹여넣으며 전대미문의 ‘요하네스버그 SF’를 완성했다. 쓰레기로 꽃을 만드는 엔딩신이 안겨주는 기묘한 감동처럼, <디스트릭트9>은 그렇게 닳아빠진 에일리언물이 진화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씨네21>은 이 영리한 데뷔작을 기념하며, 블롬캠프의 악전고투 제작기와 함께 SF작가 배명훈과 SF평론가 김상훈이 텍스트 안팎을 넘나들며 읽어낸 기고문을 준비했다.
최대한 비할리우드적으로 영화 찍기
독창적인 데뷔작 <디스트릭트9>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2008년 초여름, 미국 곳곳에 ‘인간 전용’(For Humans Only)이라는
<디스트릭트9> 21세기형 SF를 보여주마
-
조시 하트넷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게스트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배우다. 그런데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그 흔한 수행원도 없이 성큼 인터뷰룸에 들어선 그가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바랜 진과 모직 셔츠의 편안한 차림새만큼이나 그는 첫마디부터 자신을 솔직하게 내려놓을 줄 아는 배우였다. 이병헌, 기무라 다쿠야를 포함해 자신까지 수염을 기른 포스터를 가리키며 “나는 수염과 함께 간다,라는 제목을 붙여도 되겠죠?”라고 농담을 건네는 그에게서 자기혐오와 구원을 오가는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의 클라인이 흔적도 없이 녹아내렸다. 전적인 진지함을 고수하는 대신, 그는 유려한 대화의 방식을 습득한 재치있는 달변가였다.
<진주만>과 <블랙 호크 다운>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시작한 연기생활 13년, 그는 그 관심을 즐기는 대신, 배우로서의 도전이라는 과제로 기꺼이 전환했다. 경험이 곧 좋은 연기의 밑바탕이 된다고 믿는 그는 최근 <21세기 사
[조시 하트넷] 트란 안 훙 작품이라 묻지도 않고 했다
-
트란 안 훙이 입을 열었다. 조시 하트넷, 기무라 다쿠야, 이병헌이라는 톱스타의 캐스팅부터 제작까지 총 3년간의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이 작품이야말로 자신이 만들고 싶었던, 하고자 했던 언어라고 전했다. 그리고 자신을 불러 세우는 ‘베트남’을 벗어나 이제 그는 인간 본래의 영역을 탐구하고자 한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씨클로>로 그가 던졌던, 그러나 매듭짓지 않았던 구원에 관한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인, 근래 들어 가장 용감한 그의 도전이다.
‘차기작은 <씨클로>를 끌어안은 작품이다.’ <씨클로>를 발표한 직후 트란 안 훙 감독은 이미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의 연출에 대한 희미한 윤곽을 제시했다. ‘신약성서의 현대판이 될 것’이라는 짧은 힌트가 첨언의 전부였다. 알다시피 트란 안 훙의 다짐은 오랫동안 지켜지지 않았다. 차기작인 <여름의 수직선상>으로부터 9년, 닮은꼴인 <씨클로>로부터 무려
인간의 고통과 구원에 대한 집요한 물음표
-
‘허진호 감독이 하루에 다섯신을 찍었다’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전설이다. 그는 한 장면을 그렇게 빨리 찍는 감독이 아니다. 느리게 지켜보고, 거기서 생각을 가다듬고, 또다시 되뇌인 뒤 연인의 심리를 발전시킨다. 그러니 하루 다섯신이 아니라 어쩌면 다섯컷도 힘든 사람이 그다. 그런 그가 빨라졌다. 담아두기보다 버릴 것들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현장, 그곳에서 그의 영화도 변화를 습득했다.
-3박4일의 짧은 일정 안에 과거의 사랑, 사랑의 새로운 발단, 갈등이 모두 담긴다. <비포 선셋>의 인상도 지울 수 없는데.
=시나리오를 쓰면서, 스스로 ‘어 이거 <비포 선셋>에서 본 거 아니야?’ ‘어 가만 있어봐.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웃음) 이런 생각을 했다. 사실 짧은 기간 안에 일어나는 일을 그전부터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그전 영화들이 계절이나 감정적인 변화에 주목했다면 이번에는 기간 자체를 주고 그 안에서 캐릭터들의 변화를 살펴보고 싶었다. 애초 짜
[허진호] 현장감은 살리고, 유머는 늘리고
-
허진호 감독이 서울을 떠났다. 아니 그의 연인들이 서울을 떠났다. 그가 서울을 떠나는 건 여행이나 휴가가 아닌, 늘 새로운 사랑을 만나기 위한 준비였다. 낯선 곳에서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격렬한 사랑, 이별을 경험해냈다. 중국 청두, 그의 연인들을 만나게 한 그곳에서 허진호 감독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이번 사랑에선 냉소보다는 따뜻함이, 안타까움보다는 희망이 느껴진다. 말 그대로, 새로운 허진호의 사랑 <호우시절>이다.
한국에서 중국 청두로 향했을 때 생기는 1시간의 뒷걸음질. <호우시절>은 자오선 남쪽, 한 시간의 시차가 불러온 사고 같은 사랑이다. 건설 중장비 회사 팀장 동하(정우성)는 청두 출장길에서 우연히 미국 유학 중 만난 메이(고원원)와 두보초당에서 재회한다. 쓰촨으로 출장 간 남자와 ‘쓰촨이 고향이라’ 그곳에서 가이드로 일하는 여자 둘 모두에게, 생각지도 않던 만남은 분명 우연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남자의 출장으로 주어진 짧은
<호우시절> 냉소의 자리에 희망의 언어를 채우다
-
개막일부터 폐막일까지 날짜별로 엄선한 스무편
8일(목): <굿모닝 프레지던트> Good Morning President /개막작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대통령 중에서도 역사적으로 유명하거나 커다란 사건과 스캔들을 일으켰던 인물을 중심으로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이 있다. 다른 하나는 역사적 인물과는 상관없이 상상적인 대통령을 그려내는 경우다.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후자에 가깝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상상적 대통령 속에 현실적인 모습을 기입하면서 한국의 역사를 돌아보게 만든다.
장진의 영화는, 그가 구사하는 유머처럼, 반대가 되는 지점에서, 청개구리처럼 출발하기를 좋아한다. 그의 가장 매력적인 작품 중 하나인 <아는 여자>가 사소한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공통으로 지닌 집단화된 추억을 끄집어내는 방식(그것은 야구 자체일 수도 있다)이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공적인 대통령 속에 담긴 사적인
[PIFF2009] 뭘 봐야할지 모르시겠어요?
-
두기봉은 국제적으로 이미 이름을 알린 다른 홍콩감독들이 수시로 영화제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 달리 자신이 뿌리를 내린 홍콩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대부분 홍콩을 중심으로 제작하여 (그 뒤 중국 관객을 염두에 두기도 했지만) 소재의 토속성이 아주 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살아 숨쉬는 홍콩의 느낌과 사회 분위기에 대한 감상을 그려내고 어떤 경우에는 정치에 관한 비유도 묻어난다. 그의 이러한 홍콩에 대한 자각은 그를 앞 세대의 상업영화 감독 중에서도 특별히 뛰어난 실력의 감독으로 홍콩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두기봉의 영화는 다루는 소재와 촬영 스타일은 다양하지만 정작 본질이나 목적은 변함이 없었다. 그의 독특한 영화사상에는 항시 무협영화사상이 뿌리 깊이 내리고 있었으며 캐릭터마다 협객의 기개를 지녔다. 그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근 10년 내 비관적인 전망의 홍콩영화산업에서 영웅과 영웅의 기개를 표현해낼 수 있었던 많지 않은 감독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무협영
[PIFF2009] 강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