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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각본상을, <미쓰 홍당무>로 청룡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한 재능있는 작가. 그 밖에도 <키친>의 공동각색으로 이름을 올린 박은교는 원래 연출가 지망생이었다. “영상원을 졸업하고 두달 동안 백수로” 미래를 고민하던 그녀는 어느 날 봉준호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영상원 선생님이셨다. <괴물> 연출부 좀 시켜주세요, 부탁하려고 했는데(웃음) 시나리오를 쓰지 않겠냐고 물어보시더라.” 예상치 못한 작가 필모그래피의 출발점은 자신과 아버지의 관계를 대거 투영한 졸업작품인 <자전거 경주>. “<마더>처럼 시골 배경에 부모 자식간을 다루는 영화였다. 익산 출신인데, 지방 감수성 같은 게 잘 살아 있더라.”(봉준호)
실제 작업이 시작된 건 1년 뒤로 “봉준호 감독이 <괴물>을 크랭크인”할 무렵인 2005년 여름. 작업이 마무리된 건 그로부터 2년 반이 흐른 다음이었다. 최종본에서 여고생이었던
[박은교] 코언 형제처럼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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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올해의 학생’을 뽑으라면 단연 ‘준혁 학생’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의 수다스러운 멤버 중 그는 도드라지게도 홀로 예쁜 연기를 구사하는 캐릭터다. 첫사랑에 가슴앓이하는 소년의 떨림이, 아버지의 지친 어깨를 때로 보듬을 수 있는 든든한 속내가 탑재된 ‘멋진 학생’이 그다. 대사는 많지 않지만, 감정적인 소모라면 만만치 않은 정통 연기다. 제일 어린 아역보다 더 연기 경력이 미천한 신인배우 윤시윤은 그런 준혁 학생으로 연기의 첫발을 내디뎠다. “처음엔 이해가 잘 안 가는 면도 많았는데 이젠 준혁과의 싱크로율이 99%쯤 되는 것 같아요.” ‘세경이 진심으로 좋다’라고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 지금. 윤시윤은 이렇게 준혁에게 푹 빠진 자신이 오히려 신기하기만 하다. “일주일 내내 <지붕킥>에만 매달려요. 촬영있는 날은 대기시간까지 더해 하루 종일, 촬영 없는 날이 있더라도 그 시간은 온전히 대본 외우기에 바치는 거죠.”
스물
[윤시윤] 준혁학생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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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어려운 사람들 좀 도와주는 거야.” 이제 막 친해진 카드깡업자에게, 수영이 희미하게 웃으며 응수한다. “그래? 나도 어려운데. 나도 좀 도와주라.” <너와 나의 21세기>의 그 부분, 한수연이 연기하던 수영의 그 표정과 말투에서 마음이 내려앉았던 것 같다. 아주 오랫동안 억누르며 사는 것에 익숙해져버려 이제는 지쳤다는 것조차 스스로 깨닫지 못할 만큼, 바스라지기 직전의 가장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수영의 현실이 그 순간 가장 사무쳤다. “<너와 나의 21세기>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이건 나잖아, 내가 해야만 해, 라는 생각이 들었다.” 빈말이 아니었다. 한수연은 꽤 오랫동안, 삶을 지탱하기 위해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세개씩 한 적이 있었다. 불과 1년 전까지도 삶을 지속하는 것이 너무나 절실했기 때문에 수영에게 깊숙이 감정이입할 수가 있었다.
<너와 나의 21세기> 이후 곧바로 들어간 권칠인 감독의 <러브홀릭>도 쉽지만은 않았다
[한수연] 그럼에도… 참 맑은 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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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을 맞이하여 영화계의 새로운 얼굴이라면 누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여러 사람들에게 조언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감독과 배우, 각본과 PD에 이르기까지, 2010년이라는 숫자에 맞춰 딱 10명을 자신있게 불러모았습니다. TV와 스크린, 연극 무대까지 아우르며 2009년을 누구보다 바쁘게 보낸 이들에게, <씨네21>은 2010년의 희망을 걸어봅니다.
빛날 듯한 예감, 당신에게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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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시내에서 동쪽으로 미니버스를 타고 한 시간여,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의 촬영은 빽빽한 침엽수가 울창하게 들어찬 휴양림 ‘골든 이어즈 파크’에서 진행됐다. 메이플 릿지에 위치한 이곳은 도심에서 고작 한 시간만 지나면 광활한 자연을 내준다는 점에서 밴쿠버 시민들의 여름 피크닉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피크닉을 하기엔 아직 이른 철이라서일까(현장공개가 이루어진 시점은 작년 5월이었다). 촬영 전날, 제작사인 이십세기 폭스로부터 전달받은 ‘현장촬영을 위한 필수 복장’은 ‘비를 대비한 장화와 우비, 따뜻한 옷가지’였다. 그러나 제작사의 당부사항이 무색하게도 아침부터 날씨가 화창하다. 폭스사의 현장 매니저는 “어제까진 일주일 내내 비도 많이 오고 추웠어요. 취재진이 오니까 거짓말처럼 날씨가 개네요”라며 오늘 촬영이 순조롭다는 걸 일러준다. 날씨 칭찬이 끝난 지점부터는 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비포장도로. 현장까지 꼬박 걸어서 가는 수밖에 없다.
거대한 숲길을 따라 걷다보니
바다의 왕자는 청바지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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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존 힐콧이 정성스럽게 완성한 <더 로드>의 대사는 원작 소설에 쓰인 그대로이고, 감독은 일견 단조롭게 반복되는 여행의 여정을, 보는 이의 숨이 턱 막힐 만큼 암울한 지구 멸망 이후의 순간을 솜씨 좋게 되살려냈다. 그런데 뭔가 모호하다는 생각이 든다. 코맥 매카시의 소설 <더 로드>(뿐 아니라 그의 소설들 전반적으로)는 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할 수 없는 텍스트다. 대화는 극히 적다. 작가는 그저 묵묵히, 남쪽을 향해 끝없이 걸어가는 아버지와 어린 아들의 고난을 묘사한다. 여전히 불타는 숲과, 얼음장 같은 냇물과, 이제는 회색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바다와, 무너져내린 집들 사이를 지나치는 그들의 고난에선 설명이나 가공이 중요하지 않다. 보여주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전혀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강철 같은 냉혹함과 더할 나위 없는 보드라움을 오가는 그 미묘한 진동을 어떻게 설득력있게 그려낼 것인가.
영화 <더 로드>는 그 지점에 쉽게
서부의 시인, 피의 묵시록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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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데이 루이스, 니콜 키드먼, 페넬로페 크루즈, 마리온 코티아르, 소피아 로렌, 주디 덴치, 케이트 허드슨, 그리고 블랙 아이드 피스의 보컬 퍼기까지. 뮤지컬영화 <나인>은 출연하는 배우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흥분감을 주는 영화다. 여기에 <시카고>로 뮤지컬영화 연출 능력을 검증받은 롭 마셜 감독까지 참여했으니 대단한 영화임에 틀림없다는 확신마저 들게 한다. 그런데 이 화려한 진용과 골든글로브상 후보 지명에도 불구하고 <나인>이 어딘가 허전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나인>을 그 원천인 영화 <8과 1/2>, 그리고 뮤지컬 <나인>과 함께 살피면서 그 ‘허전함’의 근원을 찾아본다.
여기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영화감독이 있다. 그는 과거 관객을 웃고 울리는 영화들을 만들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창작에 어려움을 느끼는 중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그는 10일 뒤부터는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 스케줄을 앞두고도
<나인> 보석처럼 빛나다가 꿈결처럼 사라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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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그랜토리노>
“이것이 우리가 사랑한 영화의 방식이다.”(허문영) 압도적인 박수였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토리노>가 올해의 영화 1위로 꼽혔다. 노장에게 바치는 예우의 결과가 아니다. 한 남자가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살았던 인생이 어떻게 영화적으로 승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적 신화가 된 이스트우드 자신에 대한 감동적인 성찰”(홍성남), “노쇠한 자신의 육체를 주제로 삼아 만신창이가 된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해찰에 이르는 영화”(장병원) 등의 평가도 그에게서 비롯됐다. “백인 보수주의자의 주인의식을 글자 그대로 행동에 옮겼을 때 나타나는 숭고한 결과”(이창우)란 평가처럼 정치적 입장 차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도 <그랜 토리노>의 영화적 성취다.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근사한 퇴장”(김도훈)이자, “가장 강렬하고 마음 찢어지며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올해의 엔딩”(남다은)이었다.
2위 <바스터즈:
[올해의 외국영화]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근사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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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촬영감독/ <마더>의 홍경표
상찬(賞讚)은 차고 넘쳤다. “근래 한국영화에서 이렇게 빛을 섬세하게 다룬 영화는 드물 것”(김영진), “기울어가는 늦가을, 미쳐가는 인물들, 풍경과 인물의 퇴색을 잘 다룬다”(김소영)에서 더 나아가 “‘등 돌린 채 서 있는, 허우적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잡아내는’ 것만으로” 클로즈업 이상의 감정을 전달한다”(송경원), “<마더>가 먼 미래에도 한국영화사에서 살아남는다면 아마도 벌판 위에서 펼쳐진 김혜자의 춤사위를 담아낸, 그 카메라워크 때문일 것이다”(김지미)는 평이 뒤따랐다. “리얼리즘의 이야기에 악몽의 분위기를 불어넣은 장인의 솜씨”(허문영)라는 지적은 특히 홍경표 촬영감독을 더이상 테크니션으로만 규정하는 것이 분명한 오류임을 말해준다. 정작 본인은 “여태까지 내가 촬영을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그저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말이다. “<마더>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어른스러운 영화라서 시
[올해의 영화인] <워낭소리>야, 내년에도 울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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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신인감독/ <불신지옥>의 이용주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 <낮술>의 노영석 감독, <약탈자들>의 손영성 감독을 제치고 <불신지옥>의 이용주 감독이 선정됐다. “너무 기쁘다”고 해서 그럼 누구한테 이 소식을 맨 먼저 알릴 것이냐고 물었더니, <불신지옥>의 제작사인 영화사 아침 식구들이란다. “고 정승혜 대표도 생각나고. 이정세 대표는 데뷔 때 찌질했던 내 모습을 들추면서 지금까지도 술자리에서 안주 삼아 놀린다.” “테마에 대한 확고한 인식하에 드라마를 시각화해내는 단단한 연출력”(장병원)이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건 그가 뽑아든 첫 번째 카드가 공포영화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종철은 “<불신지옥>은 거의 포기상태였던 한국 공포영화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가지게 했다”고 썼다. 올해가 다 가기 전에 차기작 트리트먼트를 완성해야 한다는 그는 다음번에도 무시무시한 한국사회의 지옥도를 그릴 것이냐고 물었더니 ‘
[올해의 신인] 최다득표상 양익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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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남자배우/ 송강호
다시 송강호다. 지난 몇년간 올해의 남자배우에 연이어 올랐던 송강호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하정우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그리고 올해 다시 박찬욱 감독의 <박쥐>로 올해의 남자배우에 선정됐다. 양익준과 김명민 등이 함께 후보에 올랐지만, ‘뱀파이어가 된 신부’란 비범하고 녹록지 않은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넣은 성과가 인정받았을 것이다. <씨네21> 필진들 또한 <박쥐>의 상현을 놓고 송강호 외에 다른 배우를 떠올릴 수 없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상현과 같은 캐릭터를 형상화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배우 중 하나. 그리고 그중 최적격자”(장병원), “성과 속, 타락과 구원, 유머와 비탄을 아우르는 미묘한 뱀파이어 캐릭터가 송강호이기에 가능했다”(김혜리)는 평은 그 때문이다. 그처럼 <박쥐>는 영화감독이 자신의 상상력을 구체화하려할 때, 지금 한국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배우가 누구인지를 재확인시킨 작품이었다.
현재
[올해의 배우] 박쥐의 남자, 마더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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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가는 이맘때쯤 올해의 영화감독에 선정된 감독들은 종종 해외에 머물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좋은 영화로 <씨네21>이 선정했고, 외국에서도 그 영화를 놓칠 리 없으니 국내 개봉에 이어 해외에서의 러브콜 행진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봉준호 감독은 해외 배급 프로모션 일정을 따라, 파리, LA를 거친 다음 샌프란시스코의 그 밤에 선정 소식을 들었다. 밤 12시에 잠자리에 들려다가 문자를 보았다며 전화가 왔다.
“올해의 감독은 <괴물> 때 한번 했는데, 올해의 영화 1위를 한 건 처음이다. 살다보니 별일 다 있네. (웃음) 홍상수, 박찬욱 감독님 영화가 있어서 큰 기대 안 했다. 만든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멀리할수록 좋은, 보면 마음이 어두워지고 심란한 영화인데….” 아니다, 그 심란함의 정서가 바로 <마더>를 올해의 영화에, 봉준호 감독을 올해의 영화감독에 올려놓은 1등공신 아니던가. 어느 평자는 주저없이 극찬한다. “봉준호는 이제
[올해의 영화감독] 심란하게 해 줘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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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마더>
<마더>가 올해의 한국영화 1위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인 <살인의 추억> <괴물>이 순위권 안에 든 적은 있지만 올해의 영화 1위가 된 건 처음이다. 올해 <마더>가 던진 파장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위험에 빠진 순진하지만 바보스러운 아들, 그 아들을 세상이 내치자 스스로 자식을 살리기 위해 죄의 소용돌이 안으로 뛰어들게 된 어머니. 쉽게 무엇이 진실이라고 말하거나 옳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쌓이고, 비밀을 둘러싼 미궁의 탐색전이 거듭되면서 <마더>는 대중영화로서도 큰 점수를 얻는 반면 영화적으로도 흥미로운 이중삼중의 구조를 갖춘 견실한 작품으로 인정받게 됐다. 영화는 김혜자라는 놀라운 배우와 탄탄한 각본과 여러 흥미로운 요소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하고 있으며 동시에 풍성한 영화보기의 재미를 만끽할 만한 장치들을 심어주었다.
때문에 <마더>는 다음과 같은 선정근거들을 끌어냈다. “영화 속
[올해의 한국영화] 봉준호·홍상수에 대한 굳은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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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매년 실시하는 ‘올해의 영화, 올해의 영화인’은 계속된다. 국내 유일의 영화전문지로서 심사숙고하여 선정한 목록을 뿌듯하고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다. 선정된 당신도, 그걸 보는 당신도, 이 명단을 사랑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씨네21> 기자와 필진으로 구성된 총 35인이 투표하였으며 그 결과 한국영화로는 <마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파주> <박쥐> <똥파리> 순으로 결정됐다. 과대평가와 과소평가영화도 한편씩 선정했다. 올해의 영화인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감독, 남녀 주연배우, 촬영감독, 제작자, 남녀 신인배우, 신인감독별로 선정했다. 외국영화는 <그랜 토리노>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24시티>와 <디스트릭트9>(공동), <퍼블릭 에너미> 5편이 순위별로 뽑혔다. 2009년의 영화가 궁금하다면 주저없이 이 장을 넘기면 된다. 영문
[올해의 영화·영화인] 당신은 무엇을 기억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