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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바디>는 고시합격의 길은 멀기만 하고 취업의 문턱은 좁기만 해 번번이 실패를 경험하는 주인공 자영(최희서)을 통해 청년 세대의 답답한 현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달리기를 통해 자신의 몸을 알아가는 자영에게 섹슈얼리티라는 새로운 탐구영역을 제시한다. <아워바디>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연출전공 33기 출신인 한가람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청년 세대’이자 ‘여성’으로서 감독 개인의 경험을 많이 반영했다는 <아워바디>는 자영을 연기한 배우 최희서의 극사실적인 연기와 섬세한 연출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아워바디>의 주인공 최희서는 제23회 부산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미래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청년 세대의 좌절과 자신의 몸을 알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결합했다. 어떻게 구상한 이야기인가.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연구과정을 준비할 때부터 청년 세대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당시 운동이라곤 모르고 평범하게 살던 지인이 갑자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들④] <아워바디> 한가람 감독 - 몸을 통해 건강한 여성의 에너지를 표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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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더라도 끝까지 밀고 나간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게 아닐까 싶다.” 올해 부산영화제 뉴 커런츠상을 수상한 <호흡>의 권만기 감독은 처음부터 걱정이 많았다. <호흡>은 납치에 관계되었던 여인이 시간이 흐른 후 성장한 피해자 소년을 만난 뒤 벌어지는 상황을 다룬 영화다. 끝내 떨쳐버리지 못할 죄의식과 용서의 의미를 더듬는 이 영화는 호흡이 가빠질 만큼 진중한 무게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솔직히 반응이 좋지 않을 거라고 각오했다. 정확히는 이 이야기를 정면으로 받아들여주거나 반대로 불쾌함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밖에 없을 거라고 예상했다.” 권만기 감독의 말처럼 <호흡>은 긍정이든 부정이든 직선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는 영화다. 유괴 피해자인 소년과 다시 만난 가해자의 죄책감은 용서, 그리고 구원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호흡>은 소재가 강렬할 뿐 아니라 연출도 에둘러가지 않는 영화다.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들③] <호흡> 권만기 감독 - 항상 딜레마에 매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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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는 가장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에게서 절실했던 애정을 받는 소녀의 아이러니를 그린다. 그는 부모를 죽게 만든 교통사고의 가해자를 찾아갔다가 상문(유재명)과 향숙(김호정) 부부가 보여주는 친절함에 마음이 풀어지고,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들을 좋아하게 된다. <미쓰 홍당무>(2008), <비밀은 없다>(2015)의 스크립터를 거쳐 첫 장편영화를 만든 차성덕 감독도 극중 영주처럼 10대 시절 부모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20살 때 학교 실습시간에 썼던 한줄의 시놉시스에서 시작한 영화다. 문득 내 부모를 죽게 한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 이야기를 끝내야지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영주>는 올해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서 상영된 작품 중 가장 먼저 개봉이 확정되어 11월 22일 관객을 만난다.
-향숙은 피 하나 섞이지 않은 영주에게 선의를 베푸는 인자한 인물이다. 부모를 죽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들②] <영주> 차성덕 감독 - 불편한 것을 들춰보는 이야기에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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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들 반응? 영화가 귀엽다더라. (웃음)” 영화를 연출한 안주영 감독의 말처럼, <보희와 녹양>은 올해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한국영화아카데미 제작영화 5편(<보희와 녹양> <호흡> <아워바디> <마왕의 딸, 이리샤> <눈물>) 중 가장 밝고 착한 작품이다. 하지만 캐릭터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희와 녹양> 역시 절대 가볍지 않은 고민이 녹아 있다. 단편 <옆구르기>(2014), <할머니와 돼지머리>(2016) 등을 연출한 후 안주영 감독이 만든 첫 장편영화 <보회와 녹양>은 권만기 감독의 <호흡>과 함께 ‘한국영화의 오늘-비전’부문 KTH상을 수상했다.
-마른 체구에 섬세한 성격의 보희는 흔히 말하는 ‘남성성’에서 벗어난 캐릭터다. 여자인 녹양쪽에서 보희를 이끌어줄 때가 많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기존 성 역할대로 행동하라고 강요받지 않나. 나 역시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들①] <보희와 녹양> 안주영 감독 - 외롭지 않은 아이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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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감독의 작품이 수적으로 증가한 것과 여성(특히 10대 소녀)의 서사가 늘어난 것.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에서 공개된 한국 독립영화의 특징은 대략 이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심지어 남자배우와 여자배우에게 돌아가는 올해의 배우상도 <메기>의 이주영과 <아워바디>의 최희서, 두 여자배우에게 돌아갔을 정도다. <씨네21>이 부산영화제 기간에 만난 한국 감독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역시나 여성감독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호흡>의 권만기 감독, <메기>의 이옥섭 감독, <벌새>의 김보라 감독, <보희와 녹양>의 안주영 감독, <영하의 바람>의 김유리 감독, <아워 바디>의 한가람 감독, <영주>의 차성덕 감독까지. 미래가 기대되는 7명의 감독을 부산에서 만났다.
2018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한국영화들 이야기 ① ~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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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2018(이하 BIAF2018)이 올해로 20회를 맞이했다. 만화의 도시 부천의 정체성을 꿋꿋이 지켜내던 영화제가 어느새 스무해를 맞이하며 2017년 12월 21일자로 아카데미 공식 지정 영화제로 선정되는 기쁨도 누리게 됐다. 앞으로 BIAF2018은 그동안 여러 차례 심사위원으로 초청했던 아카데미 회원 감독들은 물론,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협회(이하 아카데미협회)의 엄격한 자격 기준에 걸맞은 양질의 전세계 애니메이션을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는 장으로 거듭나게 됐다.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부천 일대에서 열리는 BIAF2018의 상영작을 미리 살펴보고 놓치지 말아야 할 부대행사도 꼼꼼하게 소개한다.
올해 BIAF2018의 가장 큰 변화라면 앞서 언급한 대로 아카데미 영화제를 주관하는 아카데미협회로부터 공식 지정 국제영화제로 승인받은 점이다. 아카데미협회의 지정에 따라 영화제에 출품한 단편 중 대상 수상작은 아카데미 시상식 예비후보로 자동 등록된다. 앞으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BIAF2018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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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셨나요?” 행사장에서 만난 구정아 교수는 기자의 반응부터 물었다. 부산아시아영화학교(AFiS) 국제 영화비즈니스 아카데미 과정의 학생들이 기획·개발한 작품을 선보이는 ‘AFiS 프로젝트 피칭’은 LINK OF CINE-ASIA의 대표적인 행사이자, 학생들에겐 부산에서 보낸 8개월간의 여정이 종착역에 다다랐다는 걸 알리는 이벤트다. 이들의 기획·개발 워크숍을 총괄 담당한 구정아 교수는 피칭이 진행되는 내내 각국의 영화 전문가들 앞에 선 학생들을 응원하고 격려했다. 그는 <리틀 포레스트>(2018), <여배우는 오늘도>(2017), <더 테이블>(2016) 등의 작품에 참여하며 충무로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온 현업 프로듀서다. 그가 AFiS에 합류하게 된 건 아시아 신진 영화인들의 현재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체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AFiS와의 인연이 궁금하다.
=지난해 기획·개발 워크숍에 게스트 멘토로 참여했다. 한 학기에 한번
LINK OF CINE-ASIA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기획·개발 워크숍 맡은 구정아 교수, "세상에 안전한 기획은 없다. 일단 시작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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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사들이 왜 올해는 안 불러주냐고 하더라. 첫해에는 ‘거기 가서 뭐하냐’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웃음)” 올해로 3회를 맞은 LINK OF CINE-ASIA에 대한 조주현 부산영상위원회 국제사업팀장의 소회다. 지난 2016년 10월, 부산영상위원회는 연례로 개최하던 아시아영상정책포럼과 부산국제필름커미션·영화산업박람회(BIFFCOM) 행사를 통합해 새로운 글로벌 이벤트 LINK OF CINE-ASIA를 선보였다. 14개국의 영화인들이 참여해 406건의 비즈니스 매칭을 달성했던 지난 1회의 기록은 2년 새 23개국 21개 촬영기관과 49편의 프로젝트, 509건의 비즈니스 매칭으로 확장됐다. 1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LINK OF CINE-ASIA를 총괄 담당하고 있는 조주현 국제사업팀장은 빠르게 변하는 세계 영화시장의 흐름에 발맞춰 앞으로도 유연하게 사업을 이끌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3회 LINK OF CINE-ASIA 행사를 개최한 소감은.
=솔직히 1회 행사를 열
‘LINK OF CINE-ASIA’ 행사 총괄한 조주현 부산영상위원회 국제사업팀장 - 창작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비즈니스 매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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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중국영화계에서 잘 볼 수 없는, 현실적인 성장영화를 만들고 싶다.”(<햇살은 아직 그곳에 있어>, 이혜혁) “크레이지하지도, 리치하지도 않은, 계급간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싱가포르의 현재를 보여주고 싶다.”(<시간 속에서>, 조던 캐서린 시) 행사 첫날, 파라다이스 호텔 그랜드볼룸에서는 부산아시아영화학교(AFiS) 국제 영화비즈니스 아카데미 교육생들이 기획·개발한 프로젝트를 피칭하는 ‘AFiS 프로젝트 피칭’이 열렸다. 10월 7~8일 진행된 이 행사에서는 16개국 21명의 교육생들이 지난 8개월간 현업 영화인들과의 멘토링과 워크숍을 통해 개발해온 다양한 프로젝트를 영화 전문가와 대중에 선보였다. 이 자리에는 타이 감독 아딧야 아사랏(<원더풀 타운>)과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오픈도어스(신진 프로듀서 양성 프로그램) 부문 책임자 소피 부르동, 아시아영화의 해외 배급을 맡고 있는 아시안 섀도의 이자벨 글라샹, 동남아시아 대표적인 장편 기획·개발
LINK OF CINE-ASIA 3일간의 현장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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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영화 프로듀서를 꿈꾸던 한 젊은 일본 영화인으로부터 이 글은 시작된다. 일본에서 독립영화를 제작하던 그는 타이 영화인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어느 날 인터넷에서 ‘타이 영화산업’을 검색해본다. 하지만 그가 원하던 진짜배기 정보는 인터넷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어쩌면 세계의 여러 국제영화제에 자신이 원하는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칸, 마닐라, 우디네 등 다양한 국제영화제에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문화적, 산업적 배경이 다른 영화인들이 나누는 대화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힘들었다.
아시아 영화인들과의 네트워킹을 바라며 찾았던 2016년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는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아시아 지역의 인재를 대상으로 프로듀서 중심의 국제 영화비즈니스 실무교육을 진행하는 부산아시아영화학교(AFiS)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2018년 AFiS의 신입생이 된 그는 아시아 각국에서 온 동료 영화 프로듀서들로부터 각국의 영화산업에 대한 핵
LINK OF CINE-ASIA : 아시아영화포럼 & 비즈니스 쇼케이스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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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두고 찰리 채플린과 겨루다
위대한 작가의 청춘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첫사랑을 언급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J. D. 샐린저는 예외 없이 사교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중 하나였던, 우나 오닐에게 반했다. <지평선 너머> <밤으로의 긴 여로> 등을 집필하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극작가 유진 오닐의 딸이다. 당시 샐린저는 22살, 우나 오닐은 겨우 16살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이 콤플렉스라고 고백한 우나 오닐은 젊고 유능한 샐린저의 구애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샐린저와 우나 오닐은 각각 군대와 캘리포니아로 떠나면서 관계의 휴지기를 맞는다. 배우를 꿈꿨던 우나 오닐은 이후 할리우드에서 찰리 채플린과 결혼하고, 채플린이 사망할 때까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채플린의 네 번째 결혼은 36살의 나이 차이로도 세간의 화제가 됐다. 한편 샐린저는 군 부대에서 신문을 통해 이 소식을 처음 접하고 큰 충격에 빠진다.
영화화를 향한 끈질긴 구
<호밀밭의 반항아> J. D. 샐린저와 할리우드의 인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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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고전, 위대한 영미문학의 주요 리스트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호밀밭의 파수꾼>. 1980년 존 레넌의 암살범 마크 채프먼이 자신의 진술을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대신하겠다고 답할 정도로 신드롬에 가까운 지지층을 낳은 소설이다. 1951년 출간된 소설이 세계적인 신화를 자랑하는 것에 비해 J. D. 샐린저라는 작가의 이름은 그보다 늘 한뼘쯤 뒤편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샐린저 스스로 철저히 비밀의 삶을 추구했던 탓이다. 그가 살아 있었다면 제작을 극구 반대했을지 모를 <호밀밭의 반항아>는 평생 글쓰기에 있어서는 치열한 파수꾼으로, 기성사회를 향해서는 꼿꼿한 저항군으로 살아가길 원했던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전성기를 요약한 작품. 케네스 슬라웬스키의 <샐린저 평전>에 기반해 실제 사건들을 묘사하는 데 충실하다. TV드라마의 배우로 먼저 얼굴을 알린 뒤, <헝거게임> 시리즈의 각본을 쓰며 활동 영역을 넓혀온 대니 스트롱이 연
<호밀밭의 반항아>로 돌아보는 J. D. 샐린저의 삶과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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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은 해가 뜰 무렵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스릴러다. 삶을 포기하려던 한 청년 신이치(야기라 유야)는 중년 남자의 손에 의해 목숨을 구한다. 비밀을 가진 인물들이 만나면서 생긴 긴장감이 영화의 전반을 지배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2004)로 2004년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야기라 유야는 신이치를 연기한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나아가겠다는 히로세 나나코 감독과 배우 야기라 유아를 만났다.
-첫 작품 <여명>을 연출하기 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분복(分福) 제작사에 근무하며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태풍이 지나가고>(2016) 등에 참여했다.
=히로세 나나코_ 고레에다 감독님의 조수로 일하며 영화의 전 과정에 참여했다. 현장의 조감독과는 다른 역할이었는데, 고레에다 감독님이 “조감독이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라면, 감독의 조수는 브레이크 역할”이라고 말하곤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⑱] <여명> 히로세 나나코 감독, 배우 야기라 유야 - 회색의 인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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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여자력’이라는 말이 있다. 여성스러움을 위한 노력을 뜻하는 말로, 가령 스커트가 10벌 이상 있다거나 손수건과 휴지를 꼭 갖고 다니는 덕목(?)을 의미한다. <국화와 단두대>는 ‘여자력’과는 거리가 먼, 현재 일본의 사고보다 더 진취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 1923년 관동 대지진 이후 혼란스러웠던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다는 여성 스모단이 주인공으로, 그들의 강인한 모습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도망치고 신체적·정신적으로 강한 여성이 되고 싶어 하는 토모요, 대규모 학살을 피해 일본으로 도망 왔다가 창녀가 된 조선인 타마에도 있다. 두 주요 캐릭터를 각각 연기한 기류 마이와 간 하나에는 일본에서 떠오르고 있는 신인배우다. 이들은 스모 선수를 연기하기 위해 최소 2개월 반에서 3개월까지 대학 여성 스모부 코치에게 지도를 받고, 5kg 정도 체중을 불렸다고. 스모는 직업 특성상 운동을 꾸준히 하는 배우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스포츠였다.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⑰] <국화와 단두대> 배우 기류 마이, 간 하나에 - 세상을 바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