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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개관 11주년을 기념해 지난 11월 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 기획전 ‘ Ⅰ- 독립영화 여성감독전’을 열었다. 이 기획전에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관을 구축해온 여성감독 14인의 작품이 상영됐다. <씨네21>은 이들 중 장편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연출한 5명의 감독에게 만남을 청했다. <이태원>의 강유가람 감독, <방문>의 명소희 감독, <구르는 돌처럼>의 박소현 감독, <기억할 만한 지나침>의 박영임 감독, <공사의 희로애락>의 장윤미 감독이 그들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서울여성국제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 등을 통해 주목받아온 이들의 작품은 한국영화에서 종종 배제되곤 하는 여성의 시선과 목소리를 예리한 감각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번 대담은 여성 독립영화 감독들의 작업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하는 목적과 더불어 독립영화 제작의 열악한 환경 가운데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생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개관 11주년 기획전 ‘I - 독립영화 여성감독전’의 감독 5인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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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스타’라는 이름이 그만큼 잘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을까. 1960년대 한국영화는 신성일의 이름을 거치지 않고는 도무지 설명할 수가 없다. 신성일은 스타의 아우라로 이들 영화화의 어떤 기운을 만들어낸다. 신성일의 길고 긴 필모그래피 중 감독의 페르소나로서 시대성을 보여줬던 영화를 꼽아봤다. 김기덕, 신상옥, 이만희, 이성구, 이장호, 임권택, 정진우 감독은 신성일의 얼굴을 빌려 시대의 비정함과 낭만, 세련됨과 아픔을 표현했다. <씨네21> 기자들이 좋아하는 영화 속 신성일의 얼굴들을 통해 그 모습을 찾아보았다.
정진우 감독의 <초우>(1966)
감독 정진우 / 출연 신성일, 문희, 트위스트 김, 전계현
“차이코프스키를 좋아하는 분이 사람을 그렇게 패세요?” 음악감상실에서 영희(문희)에게 집적대는 남자들을 제압하는 철(신성일). 이어서 그는 외제차 안에서 고상한 음악가를 들먹이며 영희를 유혹한다. 배우 신성일의 도시적인 매력으로 문을 연 <초우
시대의 얼굴, 감독의 페르소나 신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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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큰 별 신성일이 향년 81살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의 영화 인생을 기념하는 회고전과 특별 전시가 성공적으로 치러졌고, 올해 10월 역시 예의 세련되고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영화제를 방문했던 그의 모습을 보았기에 지난 11월 4일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은 영화인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사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폐암 말기의 투병 생활을 견뎌오고 있었다. 한국 미남의 대명사였고,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스타였지만 결국 한 인간으로서 병마를 이기지는 못했던 것이다.
한국영화, 아니 한국의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넓혀 보아도, 신성일(申星一) 만큼 ‘별’(星)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완벽한 이력과 최고 수준의 행보를 보인 이가 있을까. 그는 1960년대 초반 청춘영화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뒤 1970년대까지 20년 동안 최고 스타의 자리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았다. 이는 객관적 수치로도 증명되는데, 1960년대 그의 한해 출연작은 무려 50편에
한국영화 최고의 스타 고 신성일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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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디자이너>라는 베트남영화를 챙겨본 관객이 있을 것이다. 1969년 9대째 운영되는 아오자이 전문점의 딸로 태어났지만, 정작 아오자이에 관심이 없던 뉴이가 2017년으로 시간여행으로 하면서 아오자이의 매력에 눈을 뜨는 이야기다. 디엠 마이가 연기한 헬렌은 뉴이가 2017년으로 왔을 때 만나는 친구로, 패션에 관심이 많고 열정적인 친구다. 디엠 마이는 CJ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하고, 베트남에서 크게 흥행한 <마이가 결정할게> 시리즈에 출연한 배우로도 알려져 있다.
-최근작인 <디자이너> 얘기부터 해보자.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낌이 어땠나.
=베트남 여성들이 입는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를 포함한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특히 외국 관객에게 베트남 문화와 영화를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 출연을 결정했다.
-당신이 맡은, 주인공 뉴이의 친구인 헬렌은 어떤 여성으로 다가왔나.
=똑똑하고 당찬
[제5회 하노이국제영화제⑨] 영화 <디자이너> 배우 디엠 마이, “삶의 굴곡이 많은 여성을 표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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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베트남에서 TV를 켜면 ‘베트남판 <태양의 후예>’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배우 카 응언이 원작에서 송혜교가 맡은 주인공으로 결정되면서 이곳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연기 경력이 이제 겨우 드라마 두편째지만, “열심히 노력해 최고의 배우가 되겠다”는 포부만큼은 크다.
-<태양의 후예>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고, 송혜교씨가 연기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이야기라 재미있었다. 감독님과 베트남 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바꿔보자는 얘기를 나눴다.
-원작과 달라진 부분이 무엇인가.
=이야기의 배경이 베트남이라 대사 내용, 말투, 인사법 등 베트남 상황에 맞게 수정했다.
-원작을 챙겨보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이유가 뭔가.
=부담감이 클까봐. 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을까봐 일부러 보지 않았다. 현재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데 종영되면 챙겨볼 생각이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제5회 하노이국제영화제⑧] 베트남판 드라마 <태양의 후예> 배우 카 응언, “베트남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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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영화제에 참여한 리 타이 중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촬영감독이다. 영화 80여편, 드라마 300여편이 그의 손을 거쳤다고 하니 말 다 했다. 심사 회의를 막 마치고 기자를 만난 그는 “영화 볼 시간이 많지 않았음에도 29편의 단편영화들을 다 챙겨봤다”며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었냐고? 아직은 비밀이다(웃음)”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촬영감독으로 참여한 작품이 몇편 정도인가.
=영화 80여편, 드라마 300여편. 베트남 기자인 레홍 람이 쓴 책 <101 Tphim Vietnam>은 1천여편의 베트남영화와 드라마를 소개하는데, 그 수에 비하면 내 작품은 많지 않은 편이다.
-당신이 없으면 베트남영화계가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 촬영감독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뭔가.
=아버지가 베트남 최초의 영화감독이다. 아버지 친구들 대부분이 영화감독이고.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영화를 접할 수 있었고 감독보다는 촬영감독에 관심이 많았다. 하노이대학에서
[제5회 하노이국제영화제⑦] 단편경쟁부문 심사위원 리 타이 중 촬영감독 - 관객의 신뢰 얻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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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관, 마켓 등 영화제가 열리는 어느 장소에서나 그를 볼 수 있었다. 응오 프엉 란 하노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기간 내내 사람 챙기랴, 행사 챙기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 영화평론가이자 베트남영화국 국장이기도 한 그를 만나 올해 영화제와 관련된 얘기를 나눴다.
-올해 영화제는 계획대로 잘되고 있는 것 같나.
=영화제 개막 전부터 상영작 선정에 신경을 많이 썼다. 폴란드 영화와 이란영화를 따로 모아 특별전을 연 것도 그래서다. 경쟁부문 12편 모두 좋은 작품들이라 수상작을 선정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상영작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유독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그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을 중심으로 틀었는데 올해는 아시아 전역으로 눈을 돌렸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들도 많이 초청했다.
-영화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가장 많이 했나.
=보다 많은 베트남 국민들에게 영화제를 알리기 위해 야외 상영을 준비했고, 방송사와 협력
[제5회 하노이국제영화제⑥] 응오 프엉 란 하노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베트남영화국 국장, “교육 프로그램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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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하면 가장 먼저 뭐가 떠오르는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호수? 베트남 최초로 아시안게임 축구 4강에 오른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베트남전쟁 때 집집마다 팠다는 벙커(땅굴)? 쌀국수, 분짜, 반미 같은 베트남의 인기 음식들? 모두 맞는 얘기다. 이제는 여기에 하노이국제영화제도 추가해야 할 듯하다. 최근 급성장하는 베트남 영화산업의 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하노이국제영화제는 매우 의욕적이고 야심만만했다. 지난 10월 27일부터 31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5일간 열린 제5회 하노이국제영화제 소식을 전한다. 베트남 영화국 국장인 응오 프엉 란 하노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단편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리 타이 중 촬영감독, 베트남판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주연을 맡은 배우 카 응언, 영화 <디자이너>에 출연한 배우 디엠 마이를 만났다.
“빵빵.” 버스가 경적을 울릴 때마다 앞에서 달리던 시클로, 오토바이, 자동차들은 약속이라
[제5회 하노이국제영화제⑤] 급성장하는 베트남 영화계 · 영화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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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마쓰 다케오 도쿄국제영화제 페스티벌 디렉터는 격의 없는 사람이었다. 올해로 두 번째 임기를 맞은 그는 외신 기자들과의 만남을 기꺼이 즐기며 자신이 제시한 ‘소통 강화’라는 비전을 몸소 실천했다.
-페스티벌 디렉터로서 두 번째 해를 맞았다. 올해는 어떤 목표와 계획을 세웠나.
=지난해 페스티벌 디렉터로서 세 가지 비전- 확장하는(Expansive), 강화하는(Empowering), 밝히는(Enlightening)- 을 제시했다. 올해는 새로운 컨셉을 제시하기보다 지난해의 비전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언론, 심사위원, 관객, 영화 관계자들과 소통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20도쿄올림픽과의 협업도 준비하고 있나.
=2년 뒤에 도쿄올림픽이 열린다. 올림픽으로 도쿄 전체의 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것이 영화제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리라 생각한다. 여러 콜라보레이션을 계획하고 있다. 2020년 도쿄국제영화제 개막식 행사엔 유명한 감독들도 대거
[제31회 도쿄국제영화제④] 히사마쓰 다케오 도쿄국제영화제 페스티벌 디렉터 - 편견 없는 영화제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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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건>은 <백엔의 사랑>(2014)을 만든 다케 마사하루 감독의 신작이다. 우연히 총 한 자루를 손에 넣은 대학생 도루(무라카미 니지로)가 총에 집착하게 되는 이야기로, 흑백의 명암을 인상적으로 활용해 인물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다케 마사하루 감독은 <더 건>으로 최우수 일본 감독상을 수상했다.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나카무라의 소설은 매우 독특하다.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가 많은데, 내 젊은 시절과는 다르지만 소설 속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항상 매료되었다. ‘그 시절 나는 어땠지?’ 하고 환기시켜주는 작품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흑백영화로 만들었다.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 흑백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언젠가 한번쯤 흑백영화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원작 소설 속 한 문장이 내 욕망을 일깨웠다. 주인공 도루가 방아쇠를 당겼을 때의 대사다.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
[제31회 도쿄국제영화제③] <더 건> 다케 마사하루 감독 - 도구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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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국적의 아시아 감독 세명이 2년에 한번씩 공통의 주제로 옴니버스영화를 제작하는 ‘아시안 스리-폴드 미러’ 프로젝트가 올해 두번째로 완성됐다. 유키사다 이사오, 브리얀테 멘도사, 쿨리카 소토 감독이 참여한 2016년에 이어, 올해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의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고별>(2015)로 주목받은 중국의 젊은 여성감독 대그나 윤, <화장실의 피에타>(2015) 등을 만든 일본의 젊은 피 마쓰나가 다이시, <날고 싶은 눈먼 돼지>(2008) 이후 영화적 세계를 꾸준히 확장해온 인도네시아의 에드윈 감독이 그들이다. 어머니와 딸의 여행을 그린 대그나 윤 감독의 <바다>, 미얀마 양곤에서 일하는 일본인 남자와 미얀마 여자의 만남을 그린 마쓰나가 다이시 감독의 <헤키슈>, 관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인도네시아 커플이 일본으로 여행 가서 겪는 이야기인 에드윈 감독의 <세 번째 변수>
[제31회 도쿄국제영화제②] 에드윈·대그나 윤·마쓰나가 다이시 감독, “영화 만들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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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도쿄국제영화제가 10월 25일부터 11월 3일까지 도쿄 롯폰기 일대에서 열렸다. 개막작은 브래들리 쿠퍼의 <스타 이즈 본>, 폐막작은 시즈노 고분, 세시타 히로유키 감독이 연출한 애니메이션 <고질라: 별을 먹는 자>였다. 대중적인 할리우드영화와 일본 괴수물의 자존심인 <고질라> 시리즈를 개·폐막작으로 선정한 데서 최근 도쿄국제영화제의 지향점을 분명히 읽을 수 있었다. 외신 기자들은 이것이 상징하는 바를 잘 알았다. 히사마쓰 다케오 도쿄국제영화제 페스티벌 디렉터와 외신 기자들이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도 어김없이 관련 질문이 나왔다. “(심지어 아시아 프리미어도 아닌) 할리우드영화 <스타 이즈 본>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데는 어떤 의미가 있나?” 히사마쓰 다케오 페스티벌 디렉터는 기자들의 직구를 정직하게 받았다. “특별한 의도는 없다. 관객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선정했을 뿐이다.” 야타베 요시 경쟁부문 프로그래밍 디렉터도 말했다. “관객
[제31회 도쿄국제영화제①] ‘예술영화’와 ‘대중영화’의 경계를 지우려는 시도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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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최근 비슷한 시기에 열린 아시아 영화제 두곳에 다녀왔다. 하나는 제31회 도쿄국제영화제(10월 25일~11월 3일)이고 다른 하나는 제5회 하노이국제영화제(10월 27~31일)다. 부산국제영화제, 상하이국제영화제 등과 더불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 영화제 중 하나인 도쿄국제영화제에선 관객 친화적인 영화제로 거듭나려는 영화제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역사는 짧지만 새로운 영화를 발굴하겠다는 야심으로 무장한 하노이국제영화제에선 급성장 중인 베트남영화의 현재 또한 목도할 수 있었다. 도쿄와 하노이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차례로 전한다.
아시아 영화제는 어떤 꿈을 꾸는가 ① ~ 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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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가난한 청춘, 삶의 변두리로 밀려난 이들에게 사랑의 적시적소를 논할 수 있을까. <우묵배미의 사랑>에서 봉제공장의 재단사인 일도(박중훈)와 미싱사 공례(최명길)는 각자의 가정을 뛰쳐나와 애틋한 만남을 지속한다. 여관비가 아까운 이들의 밀애는 한겨울 비닐하우스에서도 처량한 온기를 피워낸다. 공례는 남편(이대근)의 폭력에 시달리고, 일도의 아내인 지호 엄마(유혜리)는 상실의 분노에 휩싸여 둘의 자취를 끈질기게 좇는다. 그들은 어디로 언제까지 도망칠 수 있을까. 자리가 움푹 팬 곳을 뜻하는 서울 외곽의 작은 마을에서 장선우 감독은 탈출구가 대체 있기나 한 것이냐고 묻는다.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보물 중 하나로 남은 이 작품이 지난해 한국영상자료원의 디지털 복원을 거쳐 올가을 재개봉한다. 1990년 개봉 이후 28년 만이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10월 29일(월)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씨네21> 주성철 편집장의 진행으로 관객과의 대화(GV) 상영회가 열렸다. 당
장선우 감독, 배우 박중훈·최명길·유혜리가 함께한 <우묵배미의 사랑> 재개봉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