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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은 당대 가장 영향력 있는 연출자 중 한 사람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을 비롯한 영화산업 전반이 위기에 빠진 지금, 실로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이 개봉했다. 벌써부터 그가 ‘영화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 것인지 대한 기대 섞인 시선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화가 아닌 극장의 구원자로 등판 중이다. 20세기 말 폴 토머스 앤더슨, 대런 애로노프스키와 함께 미국의 재기 넘치는 젊은 감독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크리스토퍼 놀란이 현재는 블록버스터로 대표되는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제일 앞자리에서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규모의 작업들을 수행 중이다. 놀란의 영화는 물리적으로나 규모로나 모두 거대하다. 아이맥스로 대표되는 사이즈의 미학, 웅장한 사운드로 관객을 울리는 체험, CG를 선호하지 않고 실제 촬영을 통해 확보한 사실적인 화면은 놀란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를 말하기 위해서는 우선 놀란이 어떤
[스페셜] 지상 최대의 스펙터클을 선보이는 시간의 마술사, 크리스토퍼 놀란 ①~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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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시리즈, <백 투 더 퓨처>(1985), <소스 코드>(2011), <타임 패러독스>(2014),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 그리고 <어벤져스> 시리즈까지. <테넷> 개봉과 함께 시간 이동과 그에 따른 역설을 매력적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다시 호출되고 있다. 여기, <테넷>의 이성과 감성에 레퍼런스가 되어줬을지 모를 이야기 몇편을 모아봤다.
소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2007
SF 소설가 테드 창이 2007년에 발표한 단편이자 지난해 출간된 소설집 <숨>에 첫 순서로 실린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에도 시간 여행을 위한 ‘문’이 등장한다. 이에 영감을 준 이는 물리학자 킵 손. 그는 <인터스텔라>에 이어 <테넷>의 개발 단계에서도 과학 자문을 해준 것으로 유명한데, 그가 놀란에게 전했을 회전문 아이디어의 단서를 테드 창
[테넷⑥] '테넷'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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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려 들지 마. 느껴.” 이만큼 <테넷>을 잘 표현한 대사가 있을까. 생소한 물리 법칙과 복잡한 타임라인을 간파하지 못하더라도 영화를 풍부히 감각할 수 있다. 시청각을 자극하는 스펙터클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20년 전부터 구상해온 역행의 이미지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2014년부터 <테넷>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 <덩케르크> 이후 시나리오를 완성해 2018년 겨울에 팀을 꾸려 프리프로덕션에 돌입했고, 2019년 5월부터 11월까지 촬영에 임했다. 그 과정을 영화평론가이자 기자인 제이스 모트람이 좇았다. 그가 놀란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 배우들을 인터뷰한 기록인 <테넷: 메이킹 필름북>이 8월 28일 문학수첩에서 발간되었다. 이 책을 토대로 <테넷>의 제작기를 들여다보자.
인버전을 영화적으로 구현하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인버전이 가진 시각적 잠재력을 믿었다. “카메라나 영화가 발명되기 전, 인간
[테넷⑤] <테넷: 메이킹 필름 북>을 통해 살펴본 제작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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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넷> 배우 로버트 패틴슨, "모든 퍼즐이 완성되자 두려울 정도였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대본은 복잡하고 정교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던 때 이야기를 해달라. 놀란이 어떻게 새로운 영화를 설명했나.
=크리스와 처음 만났을 때 일로 만났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사적이고 친밀한 분위기였다. 그의 사무실은 집 안에 있다.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집이다. 처음 만나서는 대본에 대해 듣지 못했고, 영화를 준비한다는 말도 없었다. 세 시간 반을 앉아서 크리스와 이야기하는 동안 <테넷>에 대해서는 한 단어도 듣지 못했다. 그래서 ‘아, 이건 미팅이 아니었나보다’ 생각하고 있는데,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에 크리스가 새 대본을 쓰고 있다면서 며칠 뒤에 다시 만나서 대본을 읽어보겠냐고 말했다. (웃음)
-세 시간 반이라니, 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대본을 읽는 데만 네 시간 이상 걸렸다고 했는데, 대본을 이해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나.
[테넷④] '테넷' 배우 로버트 패틴슨·엘리자베스 데비키·케네스 브래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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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넷>을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리학 석사가 필요하다.”(<SFX 매거진>의 로버트 패틴슨 인터뷰) 실제로 <테넷>은 엔트로피부터 반물질, 열역학에서 양자역학을 아우르는 물리학 개념들이 쏟아져 나와 관련 지식이 없는 관객을 혼란스럽게 한다. <테넷>을 본 관객이 가장 궁금할 법한 질문을 모아서, 가능한 한 쉽고 친절한 설명을 시도해보았다.
도대체 엔트로피란 무엇인가?
우리는 이미 엔트로피를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다. 엔트로피란 ‘계(system)의 무질서도’를 뜻한다. 예를들어 꽃병에 꽃을 꽂으면 그 향기가 방 전체에 퍼지고, 물에 잉크를 떨어뜨리면 물 전체로 퍼지고, 소금을 물에 넣으면 짠맛이 고르게 나는 소금물이 된다. 이때 분자들은 무작위 방향으로 움직이며 확산되는데, 이는 분자들이 취할 수 있는 수많은 결과 중 가장 가능성 높은 형태에 해당된다. 때문에 계의 무질서도, 즉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게 된다. ‘열역학 제2법
[테넷③] '테넷'의 물리학 개념을 Q&A로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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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넷>은 시간 역전(time inversion)과 열역학 제2법칙을 다룬 영화다. 열역학 제2법칙은 19세기 중반 독일의 루돌프 클라우지우스와 영국의 윌리엄 톰슨에 의해 처음으로 제기되었다. 클라우지우스는 열에서 일(물리학에서의 일(work)은 물체에 힘이 작용하여 움직일 때 힘과 변위의 곱으로 주어지는 물리량을 의미한다. 에너지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일과 에너지는 서로 전환될 수 있다. ‘열역학 제1법칙’은 어떤 계의 내부에너지의 증가량은 그 계로 흘러들어간 열과 외부에서 그 계에 해준 일과 같음을 정리한 것으로,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라고도 불린다.-편집자)이 나올 때 항상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기에 윌리엄 톰슨은 열이 낮은 온도에서 높은 온도로 외부의 일의 도움 없이 흐를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열이 낭비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일이 열로 바뀐 뒤에는 그 열이 모두 일로 바뀔 수 없기 때문에 이 과정은 비가역
[테넷②] '테넷'에 나오는 시간 역전·시간 반전의 가능성을 물리학적으로 살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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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테넷>의 초반부. 기차가 정방향, 역방향으로 지나는 선로 사이에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가 결박된 채 앉아 있다. 스파이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사실에 분노한 러시아 요원들은 시간을 뒤로 돌린 후 주도자를 고문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함구한 채 극약을 삼키고 자살 시도를 하는 주도자. 눈감은 그의 얼굴 위로 영화 <테넷>의 로고가 겹친다. 사명감 강한 스파이와 정방향, 역방향으로 돌진하는 두 기차, 뒤로 돌아간 시계침. 영화의 시작을 여는 이 시퀀스는 ‘시간과 스파이’라는 <테넷>의 주요 소재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테넷> 속 인물들은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어딘가 기시감이 드는 설정이지만, ‘인버전’이란 기술을 통해 인물들이 과거의 한 상태로 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진다. 반대로 날갯짓을 하는 새, 뒤로 물러나는 파도와 같이 인버전된 세계에선 모두가 필름을 되감은 듯 거꾸로 작동한
[테넷①] 전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테넷'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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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여파로 몇 차례 개봉이 미뤄졌던 <테넷>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된 <테넷>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스파이영화라는 점만으로도 많은 관객의 기대를 높인 작품이다. <테넷>이 개봉된 이후, 호평과 혹평보다 더 많이 접할 수 있었던 반응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테넷>의 인물들은 제3차 세계대전 발발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데, 이들이 ‘인버전’이란 기술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바삐 오간 탓에 사건의 타임라인이 복잡하게 얽혔기 때문이다. 더불어 ‘열역학 제2법칙’과 ‘할아버지의 역설’과 같은 물리학 법칙도 영화를 이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번 ‘크리스토퍼 놀란과 <테넷>’ 특집에서는 <테넷>의 A to Z를 모두 소개한다. 한눈에 보는 <테넷>의 타임라인과 물리학자의 리뷰, 물리학 법칙에 대한 Q&A로 <테넷>을 쉽게 설명
[스페셜] 크리스토퍼 놀란과 '테넷'에 대한 모든 것 ①~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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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 <나를 들여보내지 않고 문을 닫으시니라>
이산화는 이상한 작가다. 그가 다루는 소재들은 어쩌다 이런 데까지 관심을 가졌을까 싶을 정도로 기이하고, 그가 소재를 다루는 방식은 뭘 이렇게까지 파고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집요하다. 외계인에, 음모론에, 화학에, 멸종위기종에, 디저트에, 게임에 이르기까지, 그가 다루는 교양 일반은 그래서 흥미롭다.
그런 그의 작품, <나를 들여보내지 않고 문을 닫으시니라>는 <우리가 먼저 가볼게요>의 수록작으로, 우주탐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뒤 홍수에 대한 악몽에 시달리게 된 해양학자가 꿈을 테마로 하는 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겪는 사건을 다룬다. 이렇게 소재를 나열하기만 하더라도 이 작품에 잠재된, 우주과학과 기독교 그리고 현대미술을 아우를 영상미가 떠오르지 않는가? 물론 이 작품에 담긴 주제의식 또한 근래 한국 사회에 절실하게 필요한 이야기이기에 영상화를 기대하는 것이기도 하다.
듀나 <구부전&g
[SF8 스페셜] 영상화 추천하는 한국 SF소설들, 그리고 당신이 알아둘 만한 한국 SF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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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씨네21>에서 받은 임무는 ‘한국 SF영화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임무는 지금까지 SF 장르에 속한 한국영화가 성공한 적이 거의 없었고 지금 그 상황이 바뀌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야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전제는 사실이 아니다. 영화로 제한한다고 해도 그렇고, 매체의 범위를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넓힌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 장르에 속한 성공작은 그렇게 무시할 정도로 적지 않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모든 창작물에서 중요하다
일단 봉준호를 보자. 자그마치 세편의 SF영화를 만들었다. <설국열차>와 <괴물>은 모두 히트작이었다. 넷플릭스에 풀린 <옥자>의 지명도도 높다. 세편 모두 대놓고 장르성을 과시하는 작품이다.
최근 두편의 한국 좀비 콘텐츠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연상호의 <부산행>과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이다. <부산행&g
[SF8 스페셜] 한국 SF영화가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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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는 글로벌 IP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만 아니었다면 조성희 감독의 SF영화 <승리호>와 크리스토퍼 놀란의 SF영화 <테넷>이 여름 시장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두 영화 모두 개봉이 연기됐다. 가정법의 재미는 가정법의 세계에서만 유효한 법이지만 그럼에도 이런 비교가 흥분을 자아내는 건 <승리호>가 한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정통 SF 우주영화이고,미래의 우주로 향한 한국 SF영화에 관객이 어떻게 화답할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2092년의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에 배우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이 승선했을 때부터 <승리호>는 영화계 안팎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올해 초 투자·배급사 관계자들에게 올해 가장 기대되는 한국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도 많은 이들이 <승리호>를 언급했다.
이용주, 최동훈, 김태용, 김용화 감독 차기작도 SF
<승리호
[SF8 스페셜] 지금 한국영화는 왜 SF를 주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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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 <증강 콩깍지> <하얀 까마귀>는 미래이지만 현시대의 기술 진보와 연관이 깊은 소재를 다룬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가상현실(VR)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발전을 거듭해가고 있다. <연애의 온도> <특종: 량첸살인기>를 연출했던 노덕 감독의 <만신>은 오차범위 5% 내외로 높은 적중률을 보이는 인공지능 운세 서비스 ‘만신’을 신격화하고 맹신하는 사회에서 앱 개발자를 직접 찾아나서는 이야기다. <선물> <패션왕>의 오기환 감독은 가상 연애 앱 ‘증강콩깍지’ 때문에 현실 커플보다 가상 커플 수가 더 늘어난 근미래, 가상에서 마음이 맞던 커플이 현실에서 만나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그린 독특한 로맨스 <증강 콩깍지>를 연출한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연출한 장철수 감독의 <하얀 까마귀>는 과거 조작 논란에 휩싸인 게임 BJ가
[SF8 스페셜] 노덕 '만신' X 오기환 '증강 콩깍지' X 장철수 '하얀 까마귀' - 슈퍼 판타지 혹은 슈퍼 리얼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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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중> <인간증명> <블링크>는 모두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를 소재로 한다. 민규동 감독의 <간호중>은 10년째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는 환자와 돌봄노동에 지친 보호자(이유영) 중 누구를 살려야 할지 고민에 빠지는 간병로봇 이야기이고, <죄많은 소녀>의 김의석 감독이 만든 <인간증명>은 엄마 혜라(문소리)가 아들의 뇌 일부를 이식해 소생시킨 인공지능이 결국 아들의 영혼을 소멸시켰다는 의심을 하고 소송을 벌이는 이야기이며, <아워 바디>의 한가람 감독이 만든 <블링크>는 형사 지우(이시영)가 자신의 뇌 속에 인공지능 파트너 서낭(하준)을 들이면서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의 대표이자 <SF8>의 총괄 기획자인 민규동 감독은 이제 막 두 번째 작품을 내놓는 김의석, 한가람 감독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며 <인간증명>과 <
[SF8 스페셜] 민규동 '간호중' X 김의석 '인간증명' X 한가람 '블링크' - 안드로이드를 영화적인 존재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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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종말을 앞두고도 꼬박꼬박 출근하는 경찰 남우(이다윗)와 재앙을 막을 초능력자를 찾아다니는 혜화(신은수)는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는 전제 혹은 오해 앞에서 다른 상상을 한다. 미세먼지가 점령한 세상에서 상이한 계급으로 살아가는 이오(최성은)와 조안(김보라)도 마찬가지다. <우주인 조안>을 만나, 이오는 보다 자유로운 삶을 꿈꾸기 시작한다. 각각 김동식, 김효인 작가가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인 안국진 감독의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 이윤정 감독의 <우주인 조안>은 극한상황에 처한 두 청년이 맺는 관계에 주목한다. SF의 렌즈를 빌려와 지금 20대가 겪고 있는 감정적 재난을 들여다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묻는다.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와 <우주인 조안> 모두 취업 전후의 청년세대가 주인공이다. 근미래의 재난을 끌어와 20대가 겪는 불안과 위화감을 드러냈다.
[SF8 스페셜] 안국진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 X 이윤정 '우주인 조안' - 종말이 과연 슬프기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