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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충정로 LW 컨벤션센터에서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글로벌 한국영화 100년–사유하는 필름을 찾아서’는 한국영화를 연구하는 국내외 영화학자들이 모여서 각자 연구 내용을 발표하고 토론을 하는 자리였다. 셋쨋 날 라운드 테이블 토론에서 모더레이터를 맡은 박현선 서강대학교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가 말했듯이 “국내에서 보는 한국영화와 해외에서 보는 한국영화는 온도차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연구 분야도, 국적도 다른 학자들이 모여 각자가 주목하는 한국영화의 단면을 한데 모아 입체적으로 조형했다. 3일 동안 진행된 학술 행사인 만큼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논의가 오갔지만 이번 기사는 크게 세 가지에 집중하려 한다. 주목할 만한 세션과 시네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출판 워크숍, 라운드 테이블 토론을 중심으로 현장을 재구성했다.
‘트랜스’ 개념으로 한국영화 사유하기
3일간 32개의 주제로
[한국영화 100년②] 한국영화 100년 국제학술대회 현장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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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오늘을 위한 이야기다. 흔히 과거로부터 차곡차곡 쌓여서 오늘에 이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역사는 그런 방식으로 서술되지 않는다. 수많은 과거의 사실 중에 중요한 것들을 몇 가지 골라 하나의 실로 꿰어낸 것이 이른바 역사(歷史)다. 때문에 사실 그 자체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들을 꿰어낸 실, 말하자면 누가 무엇을 위해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하는가의 문제다. 2019년은 한국영화가 탄생한 지 100년을 맞이하는 해다. 올해가 100년이된 이유는 단순하다. 1919년 10월 27일 김도산의 연쇄극 <의리적 구토>를 한국영화 최초의 영화로 지정하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 탄생의 여명기, 수많은 창작물이 다양한 방식으로 민중과 소통하고 가능성을 실험했다. 그중 연극과 필름 상영이 결합된 형태의 신파극 <의리적 구토>를 최초의 영화로 공론화하는 것은 그것이 단순히 최초로 상영된 영화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어떤 영화를 우리의 기원으로 삼을 것인지는 오늘날
[한국영화 100년①] 오래된 미래, 앞으로의 100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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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의리적 구토>가 개봉한 지 어느덧 100년.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100년을 맞이한 한국영화의 오늘을 축하하고 단절의 역사를 봉합하여 다음 100년을 기약하기 위한 시간을 준비했다. 10월 27일까지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의리적 구토> 상영 재현과 기념 음악회를 비롯해 출판, 영상, 학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영화의 역사적 시간을 기억하는 행사들이 진행됐다. 여기 10월 23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의 이모저모를 전한다. 한국영화의 지난 100년을 기억하고 미래의 100년을 위한 담론을 마련하기 위한 축제의 시간,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다.
[스페셜] 한국영화 새로운 100년을 향하여 ①~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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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해밀턴과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복장을 갖추고 세트장에 들어서던 순간, 이 영화는 성공할 거라 직감했다.” 지난 10월 21일, 배우들과 함께 한국을 찾은 팀 밀러 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 배우들의 매력과 노력을 치켜세우면서 이같이 말했다. 어떤 감독도 훌륭한 배우들과의 작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는 하지만, 그가 제임스 카메론조차 제작자로 컴백을 선언했던 이 거대한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후속작 연출자 자리에 부담을 갖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무엇보다 <데드풀>(2016)로 연출 데뷔한 팀 밀러 감독이 두 번째 연출작으로 슈퍼히어로가 아닌 터미네이터와의 미래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30분간의 기자회견과 별도로 마련된 인터뷰 자리에서 단 10분 동안 게 눈 감추듯 끝나버린 대화만으로 이에 관해 솔직한 답변을 듣기란 쉽지 않았지만, <터미네이터2>(1991)의 트럭 추격 장면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그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팀 밀러 감독 - <데드풀>보다 약하다고? <터미네이터2>보다는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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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연출한 1편과 2편을 제외하고 각자 다른 시간대와 캐릭터를 중심으로 다른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이제는 스토리상 복잡한 전체 이야기를 파악하는 일이 더욱 난감하다. 그럼에도 많은 감독들이 끝내 지키고자 했던 시리즈 고유의 매력이 있다. 지난 1편과 2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몇개 꼽아봤다.
“살고 싶으면 나와 함께 가요.”
<터미네이터>(1984)
LA에 도착해 폭주족들의 옷을 뺏어 입은 T-800이 사라 코너의 친구들을 죽이고 ‘테크누아르’라는 바에 잠입해 사라 코너를 죽이려던 순간, 숨어있던 카일이 사라에게 다가가 말한다. “살고 싶으면 나와 함께 가요.” 거의 모든 시리즈에서 변주되듯 등장한 카일의 이 대사를 내뱉는 순간은 T-800의 명대사, “I’ll be back!”과 쌍벽을 이루는 시리즈의 대표적인 명장면이다.
“평생 기억할 사랑을 했단다.”
<터미네이터>(1984)
T-8
<터미네이터> 1편과 2편의 명장면 - Hasta la vista, 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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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가 또 돌아왔다. 그런데 이전의 컴백과는 뭔가 다르다. 이번엔 사라 코너 역의 배우 린다 해밀턴이 T-800과 함께 돌아왔고, 이야기의 창조주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드디어 제작자로 복귀했다. <터미네이터2>(1991) 이후 28년 만의 일이다. 문제는 5편의 시리즈영화가 만들어지는 동안 오리지널 스토리를 가지고 덧붙이거나 변주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모두 해봤다는 것. 사라 코너의 유년시절부터 심판의 날 이후 폐허가 된 미래 사회 전쟁까지. 과거, 현재, 미래는 물론 시간여행의 패러독스까지 모두 훑어본 이 시점에서, 심지어 <터미네이터 제니시스>(2015)의 트릴로지 발표 계획에 반기를 든 것이나 마찬가지인 새로운 3편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컴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번 영화의 부제처럼 터미네이터의 부활을 꿈꿨던 모든 팬들의 다크 페이트인 걸까. 지난 10월 21일, 대대적인 아시아 홍보를 위해 서울을 거점 삼아 내한한 팀
돌아온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제임스 카메론 감독 제작 참여, 린다 해밀턴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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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어김없이 아카데미를 앞두고 다수의 화제작이 뉴욕영화제(이하 NYFF)를 찾았다. 올해로 제57회를 맞은 NYFF에서는 개막작으로 수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신작 <아이리시맨>이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이 작품은 미국의 유명한 노조단체 대표였던 지미 호파 실종사건에 관여된 것으로 추정되는 실존 갱스터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아이리시맨> 기자 시사회에는 미국 전역의 평론가들이 첫 상영에 참석하기 위해 링컨센터 에이버리 피셔홀 시어터를 가득 채웠다. 상영시간이 3시간 30분가량인 덕분에 조금 이른 오전 9시에 시사회가 열렸으나, 기자들은 상영시간 2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극장 앞에서 줄을 서며 영화에 큰 관심을 보였다. 스코시즈 감독의 작품 속 얼굴로 친숙한 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조 페시, 하비 카이텔 등을 비롯해 40여년 동안 함께 작업하기를 꿈꿔왔다는 알 파치노도 캐스팅에 가세했다. 특히 이제는 70, 80대가 된 이 배우들이
제57회 뉴욕영화제 지상중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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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10년 이상의 작가들이 1년간 발표한 단편소설 가운데 작가 정보를 지운 블라인드 심사로 가장 뛰어난 7편을 뽑고 대상작과 우수상을 가리는 2019년 김승옥문학상 수상 작가는 대상의 윤성희를 포함해 전원이 여성이었다. 한국 문학은 지금 이전 어느 때보다 여성작가가 만들어내는 여성 서사에 매혹되어 있다. 그만큼 강력한 작품들이 줄이어 출간된다는 뜻. <82년생 김지영> 개봉을 맞아 다시 책장을 살펴, 영상화할 만한 작품들을 리스트업했다.
1. 피프티 피플
정세랑 지음 / 창비 펴냄
한국의 로버트 알트먼을 찾습니다.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 피플>을 읽고 가장 먼저 한 생각이었다. <피프티 피플>을 영화로 보고 싶다. 50개의 장(章)으로 나뉘고 연결되는 50명의 이야기를 어떻게 한편의 영화로 만드냐고?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을 엮어 영화 <숏 컷>을 만들어낸 것처럼 가능하지 않을까. 사람 이름으로 이루어진 목차를 넘겨, 그들 하나하
[82년생 김지영④] 영상화를 권하는 한국 여성 서사 7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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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4 소설 <82년생 김지영> 출간
<PD 수첩> 등의 작가로 일했던 조남주 작가가 육아를 하며 느낀 상실감을 담아 ‘82년생 김지영’의 삶을 르포 형식으로 쓴 소설이다. 당시 이례적으로, 출판사의 청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조남주 작가가 직접 투고한 글이 출판사의 눈에 띄어 출간됐다.
-2017.02.01 고 노회찬 의원, 소설 <82년생 김지영> 추천
“올해 세권의 소설을 읽는다면 <82년생 김지영>, 이 책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도 좀 더 인간다운 사회가 되리라 확신한다. 강추!” 고 노회찬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82년생 김지영> 추천글을 제시했다. 그는 같은 해 5월 19일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에게 “72년생 김지영을 안아주십시오”라는 글과 함께 <82년생 김지영>을 선물하기도 했다.
-2017.03.29 <92
[82년생 김지영③] <82년생 김지영> 관련 논란 타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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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감독은 단편 <자유연기>(2018)로 미쟝센단편영화제를 비롯해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주목받은 신인이다. <자유연기>는 출산과 육아로 배우로서의 경력이 단절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바탕이 된 영화다. 김도영 감독은 단편 <가정방문>(2012), <낫씽>(2014)을 만들었고 동시에 <어떤 개인 날>(2008), <살아남은 아이>(2017) 등에서 연기도 병행했다.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자유연기>를 찍었고, 그 때문에 <82년생 김지영>의 연출 제안까지 받았다. <82년생 김지영>과 운명적으로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김지영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삶을 살았던 김도영 감독은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현실에 최대한 근접한 세계, 바로 우리의 이야기로 완성시켰다. 캐릭터와 이름 가운데 글자 하나만 다른 김도영 감독은 응원하고 싶은 우리 모두의 김지영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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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②] <82년생 김지영> 김도영 감독 - 평범한 여성의 삶을 담아내는 법을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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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대 9.42. 10월 23일 기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게시된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성별 만족도 지수다. 10점 만점에 남성 관객은 최하점에 가까운 점수를, 여성 관객은 최고점에 가까운 점수를 줄 만큼 영화를 둘러싼 남녀 관객의 반응이 극과 극이다. 영화 예매 사이트 CGV가 공개한 <82년생 김지영> 개봉 당일 누적 관람객 비율 또한 남성 관객 18%, 여성 관객 82%로 성별 격차가 컸다. 좋아하거나 또는 싫어하거나, 관람하거나 혹은 외면하거나. 중간은 없고 양극단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개봉 풍경은 비수기 극장가에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누군가는 이 작품을 두고 “대한민국의 현실. 하이퍼 리얼리즘”(네티즌 evan****),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네티즌 wldu****)라고 호평하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눈감고 귀막은 그들만의 리그”(네티즌 tedg****), “하나부터 열까지 징징
[82년생 김지영①] 개봉 전부터 극과 극의 반응으로 사회적 이슈가 된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소설과 어떻게 같고도 다른 길을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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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와 논란의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10월 23일 개봉했다. 누적 판매 100만부를 돌파한 조남주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개봉 당일 오후 4시 현재 실시간 예매율 49.7%(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로 압도적인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한국 사회 어디에서나 만나볼 수 있을 법한 보편적인 이름을 가진, 1982년생 김지영씨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조명한 동명의 원작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와 성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일깨우고, 나아가 정치, 사회 분야에서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확장된 논의를 펼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이 작품은 그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에 대한 혐오와 공격의 양상을 보다 가시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하는 여러 사례를 양산했다.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여성 아이돌에 대한 SNS상의 무분별한 공격, 남초 사이트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여성 혐오적 패러디물 등을 말할 수 있을 것
[스페셜] 누가 김지영을 <82년생 김지영>으로 만들었는가 ①~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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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상 뮤지컬로는 첫 번째 속편인 <겨울왕국>(2013)의 두 번째 이야기가 11월 22일 전세계에 공개된다. 감기에 걸린 엘사와 가족의 전통을 찾아 집을 나서는 올라프 등 아렌델에서의 행복한 삶을 엿보았던 단편들(<겨울왕국 열기>(2015),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2017))과는 다른 스펙터클한 모험이 중심인 속편 <겨울왕국2>. 지난 9월 5일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방문해 미리 만나본 <겨울왕국2>를 5개 키워드로 정리했다. 제니퍼 리·크리스 벅 감독과의 인터뷰도 함께 전한다.
키워드 1. <겨울왕국2>의 “시작”
<겨울왕국2>는 3가지 질문에서 시작됐다. “엘사의 마법은 어디에서 왔을까?” “엘사와 안나의 부모는 정말 죽었을까?” “‘그 후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동화의 끝은 정말 있는 걸까?” <겨울왕국>의 전세계적인 성공 뒤 제니퍼 리와 크리스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겨울왕국2> 제니퍼 리·크리스 벅 감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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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0일 목요일 밤, 마감을 끝낸 뒤 퇴근하는 길에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가 재개봉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보고 막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다시 봐도 재미있고 훌륭하며 에너지가 넘치는 영화”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고 밝았다. 이 통화가 발단이 되어 주말 내내 강혜정 대표와 함께 20년 만에 재개봉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기념할 만한 사람들을 모았다. 영화를 제작하고, 3년 전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진행한 김정호 꿈길제작소 대표, 당시 영화의 프로듀서였던 김성제 감독, 조용규 촬영감독과 함께 이 영화를 찍은 최영환 촬영감독, 주인공 성빈을 연기한 배우 박성빈이 그들이다. 세기말, 혜성처럼 등장해 한국영화에 신선한 바람과 기운을 불어넣었고, 류승완 감독과 배우 류승범의 등장을 알린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그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디지털 리마스터링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재개봉을 계기로 다시 뭉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