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0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왕가위 감독을 순식간에 거장 반열에 올린 <해피 투게더>(1997)는 왕가위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여러모로 독특한 위치에 놓인 작품이다. 홍콩의 낮과 밤, 그리고 홍콩의 길거리와 골목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담았던 ‘홍콩 야상곡’인 <중경삼림>(1994)과 <타락천사>(1995)를 연달아 끝낸 뒤 왕가위 감독이 홍콩 밖으로 눈을 돌린 첫 영화이자 두 남자의 반복된 사랑과 이별을 그린 첫 퀴어영화다. 1998년 국내 개봉 당시 동성애 영화라는 이유로 상영 불가라는 철퇴를 맞는 등 극장 개봉까지 꽤나 길고 복잡한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홍콩과 중국에선 ‘춘광사설’(春光乍洩)로,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선 ‘해피 투게더’로, 일본에선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불리는 등 제목만 세개인 이 영화가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이라는 새 이름으로 2월4일 극장 개봉한다.
“우리 다시 시작하자.” <해피 투게더 리
[기획]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과 왕가위 감독 단독 인터뷰
-
“코로나19 이후 영화를 만들지 않는 것이 무척 당황스러웠다. 줌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익숙지 않았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게 묻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다루지 않은 한 가지 이야기는 무엇일까? 대답은 항상 같았다. 7살에서 18살까지 내 성장기였다.” <뉴욕타임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스필버그는 우리에게 <파벨만스>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리는 스필버그가 그의 경험과 가족에 대해 어떻게 묘사하고 싶은지, 그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래서 새미 캐릭터에 집중했다. 관객은 새미를 보면서 <파벨만스>의 캐릭터들과 함께 이야기 속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인디와이어>, 편집자 마이클 칸과 사라 브로샤르
“나는 내 눈이 보는 진실을 믿지 않았다. 나는 영화가 말하는 것만 믿었다. 그래서 영화로 본 많은 것들이 내게 진실이 됐다.”<타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l
[기획] 우리는 ‘파벨만스’를 이렇게 만들었다
-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 _2011
유럽에서 미키마우스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벨기에 만화가 에르제의 <땡땡의 모험>을 애니메이션화했다. 실사로 표현하기 힘든 작품이었던 만큼 CG애니메이션의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가능한 프로젝트이지만 핵심은 ‘왜 많은 명작 중에 <땡땡의 모험>인가?’를 물어야 한다.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아니 거의 모든 스필버그 영화에 스며 있는 모험을 향한 열망과 즐거움의 원형과도 같은 작품이다. 그 와중에 깨알처럼 히치콕 영화를 오마주한 장면들은 대중오락과 클래식 무비에 대한 스필버그의 취향이 진하게 녹아 있다. (송경원 기자)
<워 호스> _2011
<라이언 일병 구하기> <쉰들러 리스트> 등 스필버그는 주로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영화를 연출해왔다. <워 호스>는 그가 동일한 내러티브의 연극에서 영향을
[기획]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필모그래피 총정리: 2010년대부터 현재까지
-
<A.I.> _2001
21세기 스필버그의 분기점. 2001년 <필름 코멘트> 투표에서 5위를 차지한 <A.I.>는 어둡고 묵직한 전개로 대중에겐 외면을, 평단에선 지지를 받았다.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이 될 수도 있었던 이야기는 스필버그의 손을 거친 뒤 어둡고 무거우면서도 희망과 긍정을 잃지 않는 독특한 색깔로 거듭 피어났다. 문명에 대한 비판과 염세적인 자리에서 끝내 온기를 발견하는 스필버그의 애절한 상상력과 대중적인 화법이 돋보인다. (송경원 기자)
<마이너리티 리포트> _2002
모험 소재를 즐겨 차용하고 가족주의적이던 전과 달리, 21세기 들어 스필버그 감독작들은 훨씬 무게감을 가진다. 자유의지냐 결정론이냐에 관한 유구한 논쟁을 주제로 끌어들인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그 변화를 실감케 하는 대표작 중 하나다. 원작 소설에 표현된 것보다 세심하게 미래 세계를 구축한 동시에 “필름누아르적 특성”을 주입하고자 했던 스
[기획]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필모그래피 총정리: 2000년대
-
-
<후크> _1991
동화 <피터팬>을 어른의 시각에서 각색한 <후크>는 동심을 바라보는 스필버그의 태도와 철학이 진하게 묻어나는 작품이다. <컬러 퍼플>(1985), <태양의 제국>(1987) 등 80년대 작품이 연달아 참패한 뒤 재기를 노리며 가장 자신과 어울리는 이야기로 들고 나온 것이 다름 아닌 <후크>였다.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 피터팬이 나이를 먹은 뒤 어떻게 될지를 보여준 <후크>는 아날로그 특수효과 시대의 끝자락에서 스필버그가 상상한 미래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송경원 기자)
<쥬라기 공원> _1993
90년대는 디지털 특수효과의 시대다. 아날로그 특수효과를 마지막까지 사랑했던 이는 스필버그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특수효과의 제일 앞자리에 선 감독도 다름 아닌 스필버그였다. 같은 해 <쉰들러 리스트>와 함께 <쥬라기 공원>을 선보이며 다시금 스필버그
[기획]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필모그래피 총정리: 90년대
-
<레이더스> _1981
<1941>의 실패로 스튜디오의 신용을 잃고 <제임스 본드> 시리즈 연출 제안도 두번이나 거절당한 스필버그에게 조지 루카스는 “제임스 본드보다 더 나은 것이 있다”며 새로운 영웅의 이야기를 꺼냈다. 실수하고 다치고 고통을 느끼고 농담거리가 되기도 하는 영웅, 터미네이터와 제임스 본드와는 다른 영웅 인디아나 존스가 탄생한 순간이다.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라는 새로운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만들어낸 <레이더스>는 제5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편집상, 시각효과상, 음향상, 음향편집상, 미술상을 받았다. (김수영 기자)
<E.T.> _1982
홀로 지구에 남겨진 외계인과 외로운 소년의 우정과 연대를 그린 영화 <E.T.>에도 가족을 두고 떠난 아빠, 놀이에 끼지 못하는 엘리엇 등 스필버그의 유년기가 투영되어 있다. 스필버그의 영화에서 소중하게 다루어지는 어린아이의 상상력과 순수한 시선으로 채워진
[기획]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필모그래피 총정리: 80년대
-
<불빛> _1964
스티븐 스필버그가 17살 때 가족과 친구들에게 모금한 제작비 500달러로 완성한 첫 장편영화. 그의 고향에서 단 한번 상영해 1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스필버그가 LA에서 구직 활동을 하던 당시 <불빛>의 마스터 릴을 빌려줬던 제작사가 파산하면서 원본 필름도 함께 사라졌다. 우연히 UFO를 목격한 과학자가 외계인의 존재를 추적한다는 설정은 <미지와의 조우>로 이어진다. (임수연 기자)
<대결> _1971
분노와 광기, 공포 같은 감정에 집중해 스필버그가 만든 가장 간결한 장르영화. 촬영 기간이 단 11일만 주어졌기 때문에 5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가능한 한 많은 숏을 얻어내는 방식으로 찍었다. 직접적인 충돌보다는 주인공의 리액션과 사운드 편집에 집중한 연출은 마치 주인공을 쫓는 트럭이 <죠스>의 상어 같은 초자연적 존재처럼 느껴지게 한다. 원래 TV영화로 제작된 <대결>은 이후 추가 촬영을 통해
[기획]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필모그래피 총정리: 60~70년대
-
윤성호 감독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도약선생> <은하해방전선> 연출
❶ <슈가랜드 특급>
<보니 앤 클라이드>보다 절실한 커플, <라이언 일병 구하기>보다 스산한 실화.
❷ <죠스>
<터미네이터>보다 늠름한 포식자, <캐치 미 이프 유 캔>보다 숭고한 추적기.
❸ <미지와의 조우>
스필버그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그가 프로듀싱해온 우주들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엔 여기에 다 들어 있더라. <콘택트>나 <어라이벌>보다 재미있고 <E.T.>보다 취향이다.
❹ <레이더스>
이른바 제3세계 엑스트라들을 병품 삼아 설치는 백인 영웅 중에는 그래도 인디아나 존스가 제일 수고가 많고, 해당 시리즈 중에는 <레이더스>가 으뜸 선수. <007>보다 멋지고 <쥬라기 공
[기획] 한국 영화인이 꼽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 베스트5 ④
-
노덕 감독 <글리치> <특종: 량첸살인기> <연애의 온도> 연출
❶ <죠스>
서스펜스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확한 답변.
❷ <E.T.>
나의 빙봉. 나의 E.T. 여전히 전율하게 하는 하늘을 달리는 자전거. 많은 이들의 어린 시절은 기억보다 그리 아름답지 않고 오히려 외롭고 슬프다는 진실에 대한 위로.
❸ <쉰들러 리스트>
영화인이 아닌 인간 스필버그를 드러낸 용기. 장르보단 인간에 대한 탐구. 이 영화로 그는 ‘영화’ 자체에 진심임을 보여주고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❹ <라이언 일병 구하기>
아이러니와 딜레마를 넘어서 궁극의 진실을 찾고야 마는 집념. 결국 인간으로 향하는 그의 일관적 주제에 그의 따뜻한 성품이 느껴진다.
❺ <뮌헨>
의심과 번뇌, 그리고 후회를 다루는 이야기는 어쩌면 처음부터 환영받지 못할 수도. 하지만 장착된 영상영어화술이 이 어두운 이야기
[기획] 한국 영화인이 꼽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 베스트5 ③
-
홍의정 감독 <소리도 없이> 연출.
❶ <죠스>
영화가 담을 수 있는 모든 재미를 담은 영화. 글이 막힐 때 늘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마음의 고향.
❷ <라이언 일병 구하기>
아마도 스필버그 제작 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반복해서 본 작품. 생과 사 그 사이 끝없이 떠오르는 소용없는 도덕적 질문.
❸ <쥬라기 공원>
책 안에 멈춰 있기만 했던 공룡이 거대한 화면 안에서 달리던 그때의 전율. 어린 시절 느꼈던 극강의 공포와 환희.
❹ <A.I.>
혼란한 청소년기 끝자락에 날 찾아와준 선물이자 해답 같았던 작품.
❺ <마이너리티 리포트>
<매트릭스>와 함께, 영화라는 공간에서 모든 곳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준 영화.
최동훈 감독 <외계+인> <암살> <도둑들> 연출. (무순)
<죠스> / <레이더스&
[기획] 한국 영화인이 꼽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 베스트5 ②
-
▶봉준호 감독 <기생충> <괴물> <살인의 추억> 연출. (무순)
<대결>
어릴 적 TV에서 처음 보고 충격을 받았던 작품. 의문의 트럭이 쫓아오는 심플한 상황 하나만으로 이렇게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 영화를 끌고 갈 수 있다니!
<죠스>
1970년대 스필버그 작품을 특히 좋아한다. <죠스>는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상어와의 사투 못지않게 해변 마을의 정치역학적 관계가 훌륭하게 짜여 있다. <괴물>(2006)을 찍을 때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로버트 쇼, 로이 샤이더, 리처드 드라이퍼스 세 배우의 연기 앙상블과 그들 각자가 표현하는 캐릭터의 뉘앙스가 너무 좋았다. 특히 밤에 배 안에서 나누는 긴 대화 신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내가 영화마다 긴 대화 신을 하나씩 집어넣는 경향이 있는데, 아마도 <죠스>로부터 자극을 받은 게 아닐까 싶다.
<미지와의 조우>
[기획] 한국 영화인이 꼽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 베스트5 ①
-
한국 영화인 35명이 꼽은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베스트10
❶ <죠스>(1975)
❷ <E.T.>(1982)
❸(공동)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 <A.I.>((2001)
❺ <쥬라기 공원>(1993)
❻(공동) <미지와의 조우>(1977) <더 포스트>(2017)
❽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1984)
❾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
❿ <레이더스>(1981)
스티븐 스필버그 베스트 선정에 참여한 한국 영화인
봉준호 감독, 김보라 감독, 류승완 감독,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 윤제균 감독, 황동혁 감독, 이유진 영화사 집 대표, 한재덕 사나이픽쳐스 대표, 홍의정 감독, 최동훈 감독, 한재림 감독, 안수현 케이퍼필름 대표,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 변영주 감독, 김성훈 감독, 심재명 명필름 대표, 조성희 감독, 정가영 감독, 김지운
[기획] 한국 영화인 35명이 꼽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 베스트
-
그때 난 (그 작품의 국내 개봉 시기를 찾아보니) 6살이었다. 우리 가족과 외갓집 식구들까지 적어도 예닐곱명이 작정하고 극장으로 향했던 날, 믿을지 모르겠지만 난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신흥동 ‘성남극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이모들과 삼촌들은 곧 보게 될 영화에 대한 소문을 나누었고, 어마어마하게 길었던 매표소 줄 속에서 아빠는 누가 새치기할까 봐 신경을 곤두세웠다. 표를 사고 계단을 올라 상영관의 두꺼운 문이 열리자, 시커먼 어둠과 커다란 소리가 우리 가족을 맞이했다. 영화는 한참 전에 시작되었고, 앉을 자리는 없었다. 관객은 이미 계단과 스크린 앞, 객석 뒤 공간까지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차지했고, 담배 연기 자욱한 화면은 어른들 등에 가려 반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든 화면을 잘 보려고 자리를 옮기는 산만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신경질이 나려던 그 순간, 화면 속 무언가를 본 엄마가 얼른 나를 잡아채 어른들 틈으로 억지로 쑤셔넣어 앞으로 보냈다. 그제야 비로소 온전
[기획] ‘파벨만스’를 계기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와 보낸 시간을 떠올린 조성희 감독 에세이
-
소년은 거인이 아니다
극장 앞에서 새미는 겁을 먹고 있다. 그런 아이를 두고 미치(미셸 윌리엄스)와 버트(폴 다노)는 양쪽에서 열심히 강변한다. “영화는 꿈과 같은 거야.” 그러나 아직 어린 새미는 이 “거인”의 세계가 두렵다.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에서 기차가 실시간으로 육박해오는 듯한 실감이 관객에게 충격을 주었다면, <파벨만스>의 새미는 자신보다 큰 것, 높은 것, 그래서 올려다봐야 하는 대상으로서의 영화에 불안을 느낀다. 여기에는 작은 몸으로 맞은편의 (영화 속) 어른들을 올려다봐야 하는 구도 또한 중요하게 작용한다. 현대로 오며 극장의 상영/관람 형태와 규모는 조금씩 바뀌었지만, 일반적으로 관객은 극장에서 영화를 올려다본다. 일단 앉아야 하기 때문이다(그러고 보면 <파벨만스>는 무릎을 꿇고 마주 앉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기입한다).
극장은 고정된 중심인 스크린이 일방적으로 이미지를 방사하는 공간으로, 꼭대기에서 연주자를 내려다보는
[기획] ‘파벨만스’의 슬픔과 자책감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