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신의 분노를 살까 두려웠던 걸까, 엘렌 버스틴은 <엑소시스트> 대본에서 딱 한줄의 대사를 삭제한다는 조건으로 출연을결정했다. 그 대사는 바로 “나는 악마의 존재를 믿어요!”#2원작소설을 쓰고 각색을 한 윌리엄 피터 블래티. 그는 영화 초반 크리스 맥닐이 영화를 찍는 현장에서 제작자로 얼굴을 비친다.영화에 나오는 아파트는 작가 블래티가 조지타운 대학생 시절 실제로 거주했던 곳이기도 하다.#3감독 윌리엄 프리드킨은 배우들의 집중력을 환기하기 위해 촬영장에서 총을 쏘았다. 장전되지 않은 총이긴 했지만. 그는 또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계단 밑에 떨어져 죽은 카라스 신부를 축성하는 신부 역 배우에게는, 한 차례 따귀를 갈기기도 했다. “당신은 날 믿죠?” “네.” 그제서야제대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배우는 “고맙다”고 말했다고.#4악마의 입김을 실감나게 찍기 위해 리건의 방은 4대의 에어컨이 동원돼 초강력냉방이 되었다. 영하 30∼40도의 기온 속에 얇은 가운만 입고있던 린다 블
엑소시스트 | 믿거나 말거나
-
<엑소시스트>는 선과 악이라는 보편적인 개념을 암울하고도 사실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테크닉을사용했나.명암이 지속적으로 교차되도록 찍었다. 선과 악을 물질적으로 구현하도록 말이다. 나는 이 영화를 호러영화로 만들려고 하지 않았고 호러영화로여기지도 않았다. 나는 불가해한 것에 대한 사실적인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매우 강렬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어떤 테크닉을요하지 않았다.캐스팅은 어떻게 했나.‘영화의 신’이 우리를 잘 도와주었다. 제이슨 밀러, 그는 이 영화가 첫 작품이었다. 린다 블레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엘렌 버스틴은 조연으로만나왔지 사실상 이 영화가 본격적인 첫 영화였다. 막스 폰 시도는 유럽 관객에게 널리 알려진 배우였다. 리 제이 콥은 위대한 미국배우 중 한명이고.나는 그들 중 몇몇은 미리 점찍어두고 찾아가 설득했다. 린다 블레어는 예외다. 그녀는 오디션을 열어서 1천명의 소녀들 가운데서 선발한 경우다.12, 13
엑소시스트 | 윌리엄 프레드킨 인터뷰
-
■ 디렉터스 컷으로 재개봉된 <엑소시스트>, 20세기 공포의 고전이 21세기에도 유효한 이유윌리엄 프리드킨은 ‘가장 무서운 영화’로 자신이 만든 <엑소시스트>를 꼽는다. 하필 자기가 만든 영화라 쑥스럽기는하겠지만, 그의 판단에 동의할 사람은 대단히 많다. 2000년 <피플>과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선정한 ‘가장 무서운영화’ 1위로 모두 <엑소시스트>가 꼽혔다. 2000년에 재개봉된 <엑소시스트>는 27년이란 세월을 뛰어넘어 난도질영화와스플래터무비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도 먹혀들었고, 미국에서만 3천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특수효과의 발달을 가장 유용하게 써먹는 장르의 하나인공포영화의 닳고 닳은 관객이, <엑소시스트>의 고색창연한 공포를 여전히 ‘끔찍하게’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놀랄 만한 사실이다. 악령에사로잡힌 소녀. 갖가지 끔찍한 사건들에 익숙한 21세기의 관객이 이젠 누구나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에도
<엑소시스트> 스토리
-
■ 청소년 대상 국산 TV 애니메이션 <사이버 영혼 바스토프 레몬> 이 나오기까지“그 애가 올 것 같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그 아이에게선 향기가 느껴져. 은은하지만 아주 독특한 향기.” 원형의 미래도시제논의 흐린 상공을 가르며 떨어진 한 줄기 빛이 춤추듯 움직이는 영상 위로 흐르는 내레이션. 알고 보면 극중인물에 대한 설명이지만, <사이버 영혼 바스토프 레몬>의 첫 대사는 흡사 시청자에게 내미는 소개장 같다. 지난 5월3일부터 매주 목요일 6시 KBS에서 방영되는 새 국산 TV애니메이션시리즈 <사이버 영혼 바스토프 레몬>은 이렇게 첫선을 보였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염원을 담고, 뭔가 ‘독특한 향기’를 예고하는 주문같은 서두와 함께.가지 않은 길- 청소년 애니메이션<사이버 영혼 바스토프 레몬>은 국내애니메이션업체 동우애니메이션에서 2D디지털로 제작한 26부작 TV애니메이션 시리즈. 91년에설립된 이래 <맨인블랙> &
사이버 영혼 바스토프 레몬
-
-
■ 기획 큐브릭 - 완성 스필버그, 베일 속 오프닝신 공개태평양 상공에서 들은 얘기다. 보스턴 사람들은 ‘아메리칸’이 아니라 ‘보스토니안’이란다. 미국인이라는 평범한 카테고리로 묶이는것보다 ‘특별한 사람들이 꾸린 별도의 공동체’로 인정받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미국 역사 200년을 고스란히 간직해온 도시이고 세계 최고의 지성들이한수 배우겠다고 몰려드는 첨단 교육의 메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고풍스런 건물들 틈에 만개한 자목련과 벚꽃, 찰스강을 유유히 가로지르는요트 행렬. 아닌 게 아니라, 늦봄으로 접어든 보스턴은 그 풍광마저 도도해 보였다.스 필 버 그 화 상 메 시 지, "감 정 있 는 로 봇 을 어 떻 게 책 임 지 나"4월30일, 보스턴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는, 해외 기자들과 MIT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탠리 큐브릭이 기획하고스필버그가 완성한 영화 의 이벤트가 열렸다. 이 이벤트는 워너브러더스와 MIT인공지능 연구소(AI랩)가 함께 기획한 것으로 영화 자
[A.I.] 보스턴 이벤트 현장
-
■ 알랭 레네 회고전, 아트선재센터에서 5월 25일부터 6월1일까지,11편 상영시간과 기억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순수시공간을창안한 위대한 감독 알랭 레네를 만난다. 서울시네마테크는 오슨 웰스, 오즈 야스지로에 이어 프랑스의 거장 알랭 레네 회고전을 개최한다. 5월25일부터8일간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릴 이번 회고전에서는 <지난해 마리앵바드에서><히로시마 내사랑><뮤리엘> 등 레네의대표작 10편이 상영된다. 철학자 질 들뢰즈가 가장 위대한 정치적 영화감독이라고 불렀으며, 고다르가 무에서 영화 테크닉의 신경지를 이끌어낸인물이라 평했던 또다른 영화 스승과의 값진 만남의 기회.-편집자<히로시마 내 사랑>이 공개되었을 당시 이 영화를 두고 벌어진 <카이에 뒤 시네마> 좌담회 자리에서 장 뤽 고다르는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여기에 영화적 레퍼런스라고는 전혀 존재하질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다소 과장기가없는
알랭 레네, 매혹의 기억과의 만남
-
밤과 안개Nuitet Brouillard 1955년, 32분, 흑백/컬러유대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수용소의 기억을 다룬 다큐멘터리. 폐허로 남은 수용소의 현재와 과거의 자료 필름, 컬러와 흑백, 평정의 분위기와끔찍한 공포, 자연환경과 건축물 등을 대비시키는 정교한 구성을 통해 끔찍한 경험을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러면서도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는것을 이야기한다. 영화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 수용소에 프랑스 군복을 입은 간수가 등장하는 짧은 장면이 있었는데, 이것이 프랑스가 홀로코스트에협력했음을 시사한다고 하여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실제로 캠프에 수감된 경험이 있었던 장 카이롤이 내레이션을 썼다.세상의 모든 기억Toutela Memoire du Monde 1956년, 22분, 흑백레네가 <밤과 안개> 이후에 만든 단편 다큐멘터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대한 다큐멘터리인 이 영화에서 레네는 도서관이라는 비유를통해 집단적인 기억, 혹은 기억의 메커니즘을 다룬다. 또는 이 영
알랭 레네 | 미리 보는 상영작 11편
-
영화제를 화려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배우들이다. 스타들이 등장할 때마다 칸은 한번씩 어깨를 들썩이곤 한다. 올해는 영화제를 찾은 할리우드 스타들이많지 않은 편이다. 출품작 가운데 대형스타가 나오는 할리우드영화가 많지 않은 탓인데 덕분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 플래시 세례의 주인공이되기도 했다. 올해의 특징 중 하나는 감독이 된 할리우드 배우들이 많다는 점이다. 숀 펜, 제니퍼 제이슨 리, 에단 호크, 페이 더너웨이 등이자신이 연출한 영화를 들고 칸을 방문했다. 어쨌든 5월의 칸은 팔레의 붉은 카펫을 밟는 배우들을 제외하고는 그릴 수 없을 공간이다.◀ 팀 로빈스는 비경쟁 공식부문 상영작인 마이클 곤드리 감독의 데뷔작 <인간의 본성>에출연, 올해 배우로서 칸영화제를 찾았다.◀ <비포 선라이즈>의 사랑스런 청년 에단 호크가 감독으로 데뷔했다. 우마 서먼이출연하는 에단 호크의 데뷔작 <첼시 월스>는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칸에 인접한 니스에서 촬영중인
칸영화제 | 붉은 카펫의 주인공, 그대 이름은 스타!
-
고다르는 결코 내러티브영화의 세계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1988년 <누벨바그> 이후 13년 만에 칸영화제에 출품한 고다르의 신작<사랑의 찬가>에서 고다르 특유의 형식실험은 여전하다. 누군가를 향한 것인지 모를 대사, 쉬지 않고 반복되는 암전과 자막, 이미지와사운드의 엇갈림, 정지한 것과 움직이는 것의 묘한 대칭 등 <사랑의 찬가>는 일반 극영화의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영화다. 사랑의네 가지 계기인 만남, 육체적 열정, 다툼, 헤어짐을 다루는 작품을 만들려는 남자가 있다. 그는 작품에 어린 남녀, 성인 남녀, 늙은 남녀세 커플을 등장시키려 하는데 성인 남녀에 관한 이야기에 문제가 생긴다. 마땅한 여자주인공을 찾지 못하던 남자는 3년 전 만난 적 있는 여자에게배역을 맡기려 하지만 그 순간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일반 극영화라면 충분히 따라갈 만하지만 고다르는 이같은 이야기를 완전히 분해해서이미지와 사운드의 단면만을 제시한다. 흑백으로 진
칸영화제 | 장 뤽 고다르 인터뷰
-
1979년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태풍으로 세트가 완전히 박살나는 재난을 맞으며 제작기간이 하염없이 길어지자 온갖 악소문이나돌았고 <지옥의 묵시록>은 영영 완성되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해 칸영화제는 완성되지 않은 이 영화를 경쟁작 목록에 넣음으로써파산 직전이던 코폴라를 구했다. <지옥의 묵시록>은 그해 폴커 슐뢴도르프의 <양철북>과 황금종려상을 공동수상했고, 흥행에서도제작비 3천만달러를 가뿐히 뛰어넘는 성공을 거뒀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나 53분을 추가해 재편집한 <리덕스>는 “1979년 개봉판에비해 더 깊고 어두우며 강력한 걸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리덕스>에 새로 들어간 대표적인 신은 커츠 대령(말론 브랜도)을 암살하러간 윌러드 대위(마틴 신)가 프랑스인이 운영하는 고무농장에 머무는 장면. 베트남의 식민지 역사를 보여주는 이 신은 <지옥의 묵시록>을낳은 역사적, 정치적 배경을 보여
칸영화제 |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인터뷰
-
■ 고다르와 코폴라, 영화의 신전에 돌아오다칸은 참을성을 요구하는 곳이다. 영화를 상영하는 곳 어디서나 길게 줄서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누구나 호기심이 동할영화라면 몸싸움도 각오해야 한다. 기어이 보고 말겠다는 결심이 없으면 해변에서 지중해의 볕을 쬐는 편이 몸에 이롭다. 주상영관인 팔레 앞은오전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영화에 목마른 사람들로 들끓는다. 어깨를 부딪히지 않고 걷기 힘들 만큼 혼잡한 거리에서 방금 본 영화에 대한촌평들이 오간다. 한쪽에선 ‘걸작이냐 쓰레기냐’는 판단이, 다른 한쪽에선 ‘살 것이냐 말 것이냐’는 결단이 칸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사람들이많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그렇지만 칸도 마냥 아름답고 우아한 면만 보여주진 않는다. 한국인이 많이 묵는 호텔에선 4군데 방에서 도난사건이나서 가뜩이나 불편한 이방인의 심기에 바늘이 돋게 만들었고 모영화사 대표는 밤길에 소매치기를 당했다.경쟁부문 미국영화 5편, 고른 호평 받아이런 재난에 대해 칸이 해줄 수 있는 유
제54회 칸영화제 리포트
-
‘영화의 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부산에, 20년 가까이 그 밑거름을 마련해준 행사가 있다. 바로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위원장 전수일)다.강제규, 이정국, 이상인, 양윤호, 민규동, 김태용, 류승완 감독이 학생 시절 또는 장편 데뷔 이전에 모두 이 영화제를 거쳐갔다면 믿을수 있을는지. 지난해부터 아시아지역으로 범위를 넓힌 이 영화제는 올해 상영작 84편으로 더욱 덩치를 불려 5월25일부터 29일까지 경성대와시네마테크 부산을 찾아간다. 적어도 닷새간은 ‘아시아에서 독립단편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다.양적, 질적으로 발전된 영화제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 작품들은 한국필름부문과 한국비디오부문. 한국필름부문에는 모두 184편이 출품됐고,36편의 단편들이 예심을 통과해 영화제 기간에 선을 보인다. 변두리 목욕탕 때밀이의 고단한 일상을 그린 <용산탕>(연출 이하),전쟁 때 헤어진 연인을 그리며 무당이 된 여인의 이야기 <돌아갈
영화의 바다에 닻 내린 짧은 필름들
-
블록버스터로 화려하게 차려진 여름 극장가의 주메뉴가 식상하다면, 스릴러와 코미디 위주의 장르 탐사도 너무 익숙하다면, 여기 제 언어로 말을 걸어오는 감독들의 영화는 어떨까. 제대로 알아듣기까지는 때로 인내가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집요하리만치 진솔하거나 낯선 각도의 시선을 좇다보면 좀더 풍요로운 영화풍경을 접할 수 있다. 우선 가장 따끈따끈한 화제작은 올 베를린영화제 수상작으로 전주영화제에서 인기몰이를 한 왕샤오슈아이의 <북경 자전거>다. 자전거 배달로 먹고 사는 구웨이, 친구들과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전거가 필요한 지안 등 서로 다른 이유로 자전거가 절실한 두 소년을 통해 중국 젊은이들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자파르 파나히의 <순환>은 이란 여성들의 억압된 삶을 다큐멘터리적인 리얼리즘으로 드러낸 영화. 감옥에서 도망친 4명의 여성들, 가장 소외된 이들의 고달픈 발길을 따라 남편의 동의없이는 아무것
주목할 만한 감독들의 작가영화
-
매년 여름 스크린을 점령하던 장르는 공포와 액션이었지만, 올 여름 개봉 대기작들을 살펴보면, 공포가 주춤하는 대신 액션스릴러와 코미디가 강세다.8월 말 개봉 예정인 <러쉬 아워2>(감독 브렛 래트너)에는 성룡의호쾌한 무술과 크리스 터커의 입담에 <와호장룡>의 장쯔이까지 합세했으니, 어떤 연기 앙상블을 빚어낼지 기대된다. <스워드피쉬>(감독 도미니크 세나 출연 존 트래볼타)는 사이버 공간에서 정부의 자금을 빼돌려 조직 운영비로 유용하려는 한스파이가 최고의 해킹 전문가를 만나 자신의 계획을 성사시키는 과정을 긴박감 있게 담아낸 작품. 존 프랑켄하이머 감독의 스릴러 <레인디어게임>(출연 벤 애플렉 새를리스 테론)은 차량 절도죄로 수감된 건달이 감방 동료와 펜팔중이던 여인에게 자신의 신분을속이고 다가가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만, 사랑을 얻는 대신 갱단의 음모에 휘말리게 된다는 이야기. 뉴욕에서 벌어진 미해결 살인사건을 중심으로도시의 삶과 범죄를 포착
그 밖의 영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