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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창호 감독의 액션미스터리스릴러 <흑수선>, 탄생에서 제작과정까지“포로들은 줄을 서세요.”철조망 사이로 돌멩이를 던지던 포로 100여명이 경비병들의 위협 사격에 우르르 흙바람을 일으키며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방금 전 가열차게 돌을던지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빨간 메가폰에서 흘러나오는 지시에 따라 차례대로 줄을 서는 모습이 양순하기 그지없다. 경남 거제시 신현읍 고현리에위치한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관. 한국전 당시 친공포로들과 반공포로들 사이의 대립과 소요로 젊은 피가 흩뿌려졌던 그곳에서, 배창호 감독의 신작<흑수선>의 촬영이 한창이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그 비극의 현장을 재현하고 있는 이들은 당시 포로들의 나이와 비슷한, 거제공고1학년생들이다.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제법 비장한 얼굴들을 하고 있지만, 컷사인이 떨어지면 그들은 그냥 귀여운 철부지의 모습으로 돌아온다.거제시의 전폭적인 지원계획에 따라 동원된 이 어린 학생들은 촬영 짬짬이 땡볕을 피해 막사 안
<흑수선> 거제도 촬영현장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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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프랑스영화제 6월25일부터 29일까지 총 18편 상영90년대 후반 이후 극장가에서 두드러진 현상을 꼽는다면 프랑스영화를 보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분명 포함될 것이다. 요즘들어선 예술전용관 성격의 극장이 아니라면 뤽 베송이 감독하지 않은, 또는 장 르노가 나오지 않은, ‘프랑스영화 같은 프랑스영화’는 좀처럼만나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오는 6월25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센트럴6시네마에서 열리는 ‘제1회 서울 프랑스영화제’는 프랑스영화에대한 오랜 갈증을 풀 수 있는 장이 될 것 같다. 한때 콩나물 시루 같은 극장에서 앞사람의 뒤통수를 피해가며 <퐁네프의 연인들>이나<베티블루> 같은 영화를 감상했던 이들이나 할리우드의 전형성에 싫증을 느끼는 이들에겐 좋은 기회가 될 이번 영화제에는 지난해와올해 사이 제작된 최신작들이 선보일 예정이다.다양한 표정의 영화들 한자리에제1회 프랑스영화제에는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던 세드릭 칸 감독의 <로베르
1회 서울 프랑스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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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감독은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 스스로 내뱉은 말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영화를 가두는 함정이 될까봐 아주 조금씩 조심스레 이야기를꺼낸다. 하긴 어떤 감독이든 미완의 작품에 대해 자세히 말로 설명하고 싶어하진 않지만 허진호 감독이 다른 점은 그것이 영화를 만드는 태도와직결된다는 점이다. 를 본 사람이면 느끼겠지만 그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잡으려는 사람 같다. 죽음을앞둔 남자에게 찾아온 예쁜 사랑이 어린 시절 뛰놀던 초등학교 운동장의 풍경과 겹쳐진 에는 ‘안타까움’이나‘그리움’이라는 짧은 단어로 압축할 수 없는 어떤 느낌이 들어 있다. 인터뷰 내내 뭔가 더 많은 말을 할 듯하면서 멈추는 그의 모습을 보면어떤 감정이나 정서를 특정한 어휘나 문장으로 표현했을 때 주는 불편함과 모자람을 카메라로 메우겠다는, 무언의 암시가 있는 듯 느껴진다.지난 6월5일 <봄날은 간다> 3개국 투자조인식 직후에 그를 만나 이번 영화의 단면을 슬쩍 들춰봤다.두 번째 영화 촬영에 들어가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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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사전기획 단계부터 일본, 홍콩의 자본을 유치해 제작하는 공동투자 작품이다. 공동투자(co-finance)는 영화의 제작에까지 관여하는 공동제작과 달리, 제작은 한국의 제작사가 전면적으로 책임지고 해외업체는 자본투자만을 하는 시스템. <봄날은 간다>에는 제작을 맡은 한국의 싸이더스(대표 김형순)가 제작비의 45%를 투자하고 일본의 쇼치쿠 영화사(대표 오타니 노부요시, 大谷 信義)가 40%, 홍콩의 어플로즈 픽처스(공동대표 앨런 펑)가 15%를 투자하게 된다.이번 공동투자는 한국과 일본, 한국과 홍콩이 각각 계약하는 방식을 취했다. 대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일본의 쇼치쿠는 일본 및 아시아 이외 지역의 배급을 맡으며, 홍콩의 어플로즈는 홍콩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배급권을 갖는다는 것. 또 한국과 일본은 양국 및 기타 지역의 흥행수익을 합쳐 비용을 제한 뒤 각각의 투자비율에 맞춰 공동 배분한다는 내용 등이다.지난 5일 웨스틴조선호텔에
<봄날은 간다> 한국·홍콩·일본 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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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라는 오래된 노래가 있다. “꽃이 피면 같이 피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라는 가사가 있는. 누구나에게 인생의 봄날이 있다. 홍콩에선 <화양연화>라고 부르는 시기지만 굳이 영화로 비교하자면 허진호의 <봄날은 간다>는 왕가위의 <화양연화>보다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에 가깝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서로 겹쳐지는 가족 구성원의 모습을 통해 드러나며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은연중 배어나오는 것이다. 98년 데뷔작 에서 보여줬듯 허진호 감독은 오즈 야스지로의 태도와 허우샤오시엔의 미학에 젖줄을 댄 자기 스타일을 갖추고 있는데 <봄날은 간다>에서 그것은 어느 맑고 순수한 젊은이의 연애담으로 모아진다. 이 젊은이의 이름은 상우(유지태)이고 일찍 아내를 여읜 그의 아버지(박인환)와 치매에 걸린 할머니(백성희)가 상우의 현재와 오버랩된다.시나리오상 이야기의 큰 축은 사운드
<봄날은 간다>는 어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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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호 감독의 신작 <봄날은 간다> 제작 이야기7일 밤 9시 서울 상봉터미널 버스승강장 앞. 채 식지 않은 버스 엔진과 한껏 밝힌 조명기가 뿜어내는 열기가 만들어낸후텁지근한 밤공기 속에서 50여명의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허진호 감독의 두 번째 영화 <봄날은 간다> 후반부 촬영이이뤄지는 이곳 풍경은 여느 촬영장의 그것과는 자못 다르다. 아무리 촬영 준비가 끝났다고는 하지만 이곳에서는 감독의 고성이나 스탭들의 웅성거림,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볼 수 없다. 대신 나지막한 목소리들이 들릴 듯 말 듯 귀를 스쳐갔고 조심스런 발자국 소리만 엷은 정적 속을 맴돌았다.‘촬영장 분위기는 감독을 닮는다’는 속설에 비춰보면 감독의 성격을 어림 짐작할 수 있었다.감독과 배우가 함께 ‘소곤소곤’이날 찍을 장면은 강릉 집으로 내려가려는 은수(이영애)가 배웅나온 상우(유지태)에게 짧다면 짧았던 사랑의 감정을 접고,‘그저 친구로 지내는 게 어떠냐’고 이야기하는 부분. 자신이 원하
베일벗는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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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23일 토요일오늘 슬레이트가 들어온다. 바로 내가 할 일! 슬레이트치는 사람이 현장에서 가장 많은 욕을 먹는다고 한다. 슬레이트를 칠 때 “씬 원에 하나,하나”가 좋을까? 아니면 “일 다시 일, 일”이 좋을까? “하나 다시 하나 다시 하나”?, 그것도 아니면 “하나 다시 하나, 하나”라고 해야하나?대한민국, 서울, 강남, 삼성동, 세련된 증권사의 미로 같은 복도. 바닥 가득히 꼬이고 얽혀 있는 라인들을 피해 조심스럽게발을 내딛는다. 미술팀과 촬영팀의 분주한 발놀림이 지나간 자리에, 눈부신 조명을 받으며 배우가 서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촘촘히 모니터 앞으로모여들면 “슛 갈게요” 하는 조감독의 사전통고가 이어진다. “액션”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신과 테이크를 알리는 슬레이트판을 카메라 렌즈 앞으로들이미는 한 청년은 육중한 35mm카메라가 운동을 시작하자 프레임 바깥으로 잽싸게 몸을 숙인다. 그리고 애매하게 고정된 자세를 유지한 채 다리가후들거려도 움직이지 않는다. 어
영화야, 사무엘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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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를 부탁해> 연출부 이사무엘의 고군분투 영화만들기어느 게시판에 올라 있는 말대로라면 실질적인 충무로 연출부의 조건은 ‘1. 엑셀과 워드를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2. 운전면허증을 소지한다. 3. 체력이 좋아야 한다’이다. <고양이를 부탁해>로 첫 연출부 생활을 시작한 스물여덟살 청년, 이 사무엘은 그 어떤 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테크노포비아로 워드는 쳐도 엑셀은 잘 다루지 못하고, 운전면허시험은 2번이나 떨어졌으며, 깡다구와 끈기는 자신있지만 보기에 그닥 체력이 좋아보이는 건 아니다. 영화학교를 다닌 적도 없고 필름작업도 처음이다. 그러나 이제 막 영화라는 거대한 존재로 한 발짝 다가선 청년의 무기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새끼고양이 ‘전구’가 묵직한 어미고양이로 자라나는 동안, 성북동 사무실의 반쪽짜리 책상에서 사무엘이 써내려간 2권의 일기장에는 현장의 스탭으로 유연하지 못한 자책과, 영화를 향한 끝없는 외사랑, 존재에 대한 의문들이 포도넝쿨마냥 얽혀져
충무로 연출부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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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로 가는 길? ‘3번 버스나 지하철 3, 4호선을 타라’ 같은 명쾌한 답이 어디 있으면 좋으련만, 수많은 감독지망생에게 그곳을 향한 길은, 시작도 끝도 안 보이는 미로처럼 복잡하고 뚜렷한 정답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무턱대고 영화이론서만 잡고 있다고 될 일도 아니고,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니라서 영화판에 아는 사람도 없고, 훌쩍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게 방법일까? 즐비한 학원을 다니는 게 길일까? 아니면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단편을 찍을까? 이도저도 아니면 영화사에 찾아가서 ‘무슨 일이든 시켜주십쇼’ 하는 게 방법일까?물론 최근엔 각종 단편영화제를 통해 이름을 알리거나 외국유학 이후 데뷔하는 감독의 숫자가 전보다 늘어가는 추세다. 흥행신기록을 달성한 <친구>의 곽경택 감독은 뉴욕대(NYU)를 졸업하고 제2회 서울단편영화제에서 <영창이야기>로 우수작품상을 타면서 연출부 생활 없이 데뷔작 <억수탕>을 찍었고, 임순례 감독 역시 제1회 서울단편영화제로
충무로 입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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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TheFalls), 1980근 미래, 지구에는 VUE(Violent UnknownEvent)라는 신종 전염병이 돌고 있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신종 언어를 구사하게 되고 이상하게도새와 연관된 것에 집착한다. 또한 이들은 모두 이름 안에 fall이라는철자를 가지고 있다. 92명의 VUE환자에 대한 의사 다큐멘터리인 <몰락>은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나스>처럼 기이한 SF영화이다.환자들은 도저히 해독할 수 없는 이야기를 웅얼거리고 화면에는 끊임없이 무의미한 철자들이 굴러다닌다. 이미지와 사운드는 불화하고 화면에 등장하지않는 내레이터의 목소리, 극도로 차가운 도시의 외관이나 시골풍경, 자주 등장하는 새와 연관된 이미지들은 전작인 <H를통한 산책>이나 <수직영화 속편> 등을 연상케 한다. 일설에 의하면 전위예술가 존 케인즈의 영향을 받아 만들었다는 <몰락>은전 영국에 그의 이름을 새겨넣으며 영국영화로는 30년
피터 그리너웨이 영화제 | 미리보는 상영작 1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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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그리너웨이 영화제, 6월16일부터 7월13일까지 하이퍼텍 나다에서우리나라에는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로 먼저 알려지기 시작하여 화려한 색감으로 치장한컬트감독처럼 인식되어버린 피터 그리너웨이는 실상 50편 이상의 영화를 만든 다작감독이자 온갖 영화형식을 모의해보았던 실험정신이 투철한 감독이기도했다.<`H를 통과한 산책`>부터 시작하여 <몰락> <필로우 북>에 이르기까지, 그는 글자를 하나의 시각적 장치나미장센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여, 거대한 상징과 기호학의 커튼 속에 끼워넣음으로써 필름을 하나의 책처럼 만든다. 또한 자신의 정신적 지주의 한축을이루었던 구조주의와 기호학이 세계 지성계에서 쇠퇴하자 80년대 후반부터 아날로그와 결별하고 소니사의 지원을 받아 HD-TV 기술로 영화를 찍어내기도했다. 실상 88년의 그의 모든 영화제목이 <센 강에서의 죽음> <익사에 대한 공포> <차례로 익
지성과 실험의 신세계, 피터 그리너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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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의 전략적 신작, 액션어드벤처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을 찾은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사는 도시, 로스엔젤레스. 그곳에서 여행객이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없는 택시기사나 호텔 레스토랑의 점원, 교민들이 ‘별다방’이라 부르는 ‘스타벅스’의 캐셔들 중 백인은 거의 없다. 한낮, 테마파크인 유니버셜스튜디오는 더욱 그랬다. 백인의 블론디 헤어부터 동양인의 인공적인 금발 머리, 인도인의 굽이치는 검은 머리, 어둠을 다 흡수하고 있는 듯한흑인의 까만 머리까지, 뜨거운 햇빛 속에는 또 하나의 빛의 스펙트럼이 있다. 찬란하기보다는 어딘가 부유하는 빛깔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인지,아님 며칠 몇주 여행하는 외국인인지, 그건 아주 작은 표정의 차이일 뿐이다. 모두가 이방인이었거나 이방인인 나라. ‘아메리카’가 이 시대의‘제국’이라는 소문 속에서, 여전히 사람들은 충족되지 않는 아메리칸 드림을 지닌 듯 보인다. 아틀란티스를 찾아 떠났다가 길을 잃어버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 LA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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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감독커크 와이즈 & 게리 트라우스데일 인터뷰“연기로감정을 표현해야 했다”둘 다 칼아츠에서 공부했고 오래 작업을 함께했다. 둘의 관계는?너무나 잘 아는 사이라 일하기 쉬웠다. 하지만 우리는 데이트하는 사이는 아니다(웃음). 역할분담은 스토리와 프로덕션, 편집은 같이하고, 애니메이터관리와 클린업은 커크가, 레이아웃과 특수효과는 나 게리가 나눠 한다.뮤지컬이 아니다. 스토리텔링 방식도 많이 다른데.그것은 도전이었다. 뮤지컬에서는 노래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지만 여기서는 연기가 등장인물들의 꿈과 욕망을 표현한다. 그 때문에 하나의 이야기를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더 긴 시간에 걸쳐 더 여러 장면을 요했다.마이클 제이 폭스가 마일로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어떻게 캐스팅했나.캐릭터의 성격이 목소리 연기자 선정의 기준이었다. 캐릭터 그림만 보고 연기자들의 얼굴은 안 본 채 목소리를 듣고 결정했다. 마일로 그림에는마이클 제이 폭스 목소리가 가장 잘 어울렸다.2D와 3D의 접목은 어떻게 했나.
아틀란티스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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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시사회에서 공개된 게임원작영화 <툼 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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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툼레이더] 정보 ▶ [툼레이더]공식
홈 ▶ 예고편
LA 근교에는 왁스 뮤지엄이 있다, 고 한다. 가본 적은 없다. 그 존재를 안 것은 움베르토 에코가 쓴 글 속에서였다. 유명인사들의 모습을
밀랍으로 재현한 그 박물관을 움베르토 에코는 미국인의 ‘사실’에 대한 집착으로 해석했다. 백인의 역사가 없는 신대륙에서, 풍요로운 ‘물질’로
모든 것을 충족시키고 있는 미국, 그들은 강박적으로 ‘사실’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이집트에서 파리, 심지어 뉴욕까지 전세계의 풍경을 재현한
라스베이거스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 그 분석의 정합성은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니고, 어쨌거나 미국사회가 ‘사실성’에 집착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건 미국인의 정신건강을 주로 책임지는 할리우드도 마찬가지다. LA에 몇번씩이나 들렀지만, 왁스 뮤지엄에 들를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건
이미 할리우드영화에서 수없이 확인했기 때문이 아
<툼 레이더> 월드 프리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