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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에 놓인 커다란 돌덩이가 대뜸 눈에 들어온다. ‘마파도 촬영지 동백마을.’ 굽이굽이 꺾인 흙길이며, 저 멀리 서해바다, 들어가서 살 수 있도록 지어진 할매들의 집이며, 그 밑으로 보이는 배추밭까지,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지난 10월17일. 전남 영광 동백마을에 마련된 오픈세트, 회장댁 앞마당에 둘러앉은 다섯 할매와 두 남정네까지 마주하니, 2년 반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아니, 좀 달라지긴 했다. 다 함께 김치를 담그다가 술자리로 이어지는 장면을 촬영 중인 여수댁(김을동), 마산댁(김형자) 등은 갓 삶은 돼지고기로 푸짐한 보쌈을 만들어 모든 스탭들의 입에 넣어주기 바쁘다. 군복무 중인 이정진 대신 ‘삼순이 전 남친’ 이규한이, 욕쟁이 할매 진안댁(김수미)이 특별출연하는 대신 그 사촌언니 영광댁(김지영)이 합류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멤버가 다시 모인 자리는 전편의 시끌벅적함을 다섯 단계쯤 업그레이드한 느낌이다.
이들이 재회한 사연은 이렇다. 재벌회장의 첫사랑 꽃님이를
오지게 빡센 폭소 한 마당, <마파도2: 동백아가씨>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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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은 곧 부산국제영화제다. 필자는 다시 해운대의 같은 호텔, 거의 같은 방에 묵고 있으며, 엘리베이터도 변함없이 느리다. 그런데 무언가가 변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성장한 것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 베테랑 동료 중 한 사람이 와서 눈썹을 치켜올리며 “부산은 더이상 우리만의 비밀이 아닌 거 알지?”라며 말하던 것이 생각난다. 같은 열혈 집단이 남포동 식당에 몰려 앉아 있거나 코모도호텔의 바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새로운 한국영화의 발견에 대한 소식을 서구로 다시 가져가던 때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남한영화의 국제적 위상은 이제 영원히 바뀌었으며 부산국제영화제도 그렇다.
그러나 부산영화제가 십대에 들어서는 성숙함과 더불어 새로운 책임들이 생겨난다. 그중 언론에 대한 대우가 적지 않은 책임이다. 부산영화제는 여러 전선에서 서구영화제 아이디어들을 모방하고 재빠르게 부산의 구조에 그것들을 흡수시켰다. 예를 들어 PPP, 파빌롱, 탤런트 캠퍼스, 그리고 이제 마켓까지 있
[외신기자클럽] 영화를 자유롭게, 마음껏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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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트 어웨이>의 속편이 만들어지려나.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다 극적으로 구조된 멕시코 어부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조건으로 380만달러를 받게 됐다. 고진감래 백만장자 스토리의 주인공은 살바도르 오르도네스, 헤수스 비다나, 루시오 렌돈이라는 3명의 20대 멕시코 청년들이다. 지난해 10월28일 태평양 연안의 작은 멕시코 어촌 ‘산 블라스’에서 3주간의 계획으로 상어잡이에 나섰던 그들은 섬유유리로 만든 8m 길이의 소형 고기잡이배가 고장나면서 기나긴 표류를 시작했다. 세 사람이 발견된 것은 출항으로부터 무려 9개월이 지난 2006년 8월. 날생선과 바닷새를 잡아먹고 빗물과 소변으로 목을 축이며 연명해온 그들은 출항지에서 8800km나 떨어진 남태평양 마셜군도 부근에서 대만의 참치선단에 발견되어 마침내 표류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멕시코의 고향마을로 귀환한 그들은 곧 국제적인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한때는 마약 운반책이라는 미디어의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
[왓츠업] <캐스트 어웨이> 속편 만들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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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도시들이 그러하듯, 몬트리올에서도 수많은 영화제가 시작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중 이름마저 새로운 누보시네마영화제는 동시대의 영화를 날카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 영화제는 늘 조용히 시작했다가 문을 닫아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올해는 특별한 이벤트로 모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영화서적에서만 보았던 그 이름, 비 내리는 비디오 화면 혹은 영화과 수업을 도강해서야 볼 수 있다는 필름(들)의 감독을 만나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름마저 실험적인, 실험영화계의 정신적 지주이자 이 시대의 게이 아이콘인 케네스 앵거가 그를 모델로 한 다큐멘터리의 상영일자에 맞추어 콩코디아대학에서 강연을 가질 예정이라 한다. 퀘벡/캐나다 섹션에서 상영될 엘리오 젤미니 감독의 다큐멘터리 <Anger Me>를 통해 전설로 남게 된 그를 기리고 현재의 그를 만나 다시 영화를 얘기한다는 누보영화제의 취지. 다른 어떤 화려한 영화제에 초대된 스타
[몬트리올] 케네스 앵거를 만나는 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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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연습게임이었다? 지난 8월 미국에서 개봉한 이래 전세계에서 1억2500만달러를 벌어들인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올리버 스톤 감독과 파라마운트가 지난 10월16일,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다룬 <조브레이커>(Jawbreaker: 발음하기 힘든 말 혹은 턱이 깨질 정도로 딱딱한 사탕이라는 의미)를 준비 중임을 발표했다. 영화의 원작은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CIA와 특수부대 사이를 조율한 게리 번스타인의 최근 회고록으로 당시 아프가니스탄 동부 토라보라 지역을 공격했던 미국 정부의 과오를 파헤쳤다. 번스타인은 책에서 군대가 800명 이상의 충원 요청을 받아들였다면 빈 라덴을 생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정세를 뒤바꿔놓은 2001년 9월11의 참사를 순진무구한 영웅담으로 완성한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베트남전이나 케네디 암살을 둘러싼 정치적인 배경과 음모를
올리버 스톤, 논쟁보다 드라마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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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검열·관리하려는 중국 정부의 눈매가 매섭다. 이번 가위질의 희생자는 마이클 만 감독의 <마이애미 바이스>. 다혈질 형사 소니와 마약조직 보스의 여자 이사벨라의 강렬한 애정 행각이 담긴 20분가량이 잘릴 위기에 처했다. 소니 역의 미국 배우 콜린 파렐과 몸을 섞는 이사벨라 역의 공리가 중국 태생이라는 점이 정부 당국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해석이다. 세계 각지에서 7월27일부터 10월 사이 관객을 찾은 <마이애미 바이스>의 중국 내 개봉은 자국영화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외화상영 금지기간으로 인해 11월1일로 미뤄졌다. 제작사인 유니버설픽처스는 8월 말 개봉을 지레짐작한 반면 현지 언론들은 입을 모아 장이모 감독의 뮤즈였던 공리의 섹스신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공리의 불운은 처음이 아니다. 공리가 질투어린 게이샤 하츠마마를 연기한 <게이샤의 추억>은 아예 중국 내 개봉을 금지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극중 게이샤들이 종군위안부를
공리와 콜린 파렐의 섹스신,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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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27일부터 11월2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인디다큐페스티발 2006이 열린다. 지금, 이 땅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몇 가지 화두, 그러나 그 어디서고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한-미 FTA 4차 협상일로부터 4일 뒤 시작하는 올해 영화제는 NO FTA 특별전을 마련하여 <146-73=스크린쿼터+한미FTA>(이훈규)를 포함한 국내외 10편의 다큐멘터리를 소개한다. 개막 전날인 10월26일 오후 7시에는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NO FTA 문화행동’ 행사도 열린다. 이번 행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지역상영운동 활동가와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직접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오픈 마켓 행사. <월마트: 싼 가격을 위한 비싼 댓가>를 포함한 두편의 해외장편 상영과 독립다큐멘터리의 국내외 배급사례를 통해 배급전략을 논의하는 세미나가 진행된다. 한해 동안 만들어진 화제의 다큐를 소개하는 국내신작전이
다큐의, 다큐를 위한, 다큐에 의한 영화 축제, 인디다큐페스티발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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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처럼 펼쳐진 아름드리 노송들 사이로 크레인에 달린 조명이 반짝거린다. 강릉시 운정동에 위치한 전통한옥 선교장. 300년의 세월과 99칸의 위용을 자랑하는 이곳은 영화 <식객>의 촬영현장. 안채로 들어서면 한복을 입은 보조출연자들이 잰걸음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요민속자료 5호인 문화재에서 진행되는 촬영이라 담배꽁초 하나 보이지 않는다. 이날 촬영은 운암정에서 대령숙수의 자리를 두고 성찬(김강우)과 봉주(임원희)가 황복 요리로 경쟁하는 장면. 이 요리 때문에 성찬은 운암정을 떠나 채소장수가 된다. 메가폰을 들고 카메라 근처에서 배우와 스탭을 다독이던 전윤수 감독은 “허영만 선생님의 원작이 일상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우리 영화는 드라마를 극대화하는 대결 구도가 강하다”라고 말한다. 음식상이 차려진 안채 주옥은 유일하게 보수의 흔적이 없는 나뭇결이나 러시아 공사관이 선물했다는 청동으로 만든 테라스가 인상적이다. 드라마 <황진이> <궁2>가 촬영된 장소이기도
맛있는 대결이 시작됐다, <식객>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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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분석이 드디어 현장 영화인들과 만났다. 지난 10월10일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 세미나실에서 ‘영화제작 스탭의 합리적 구성 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꼬박 반나절 동안 진행된 이 자리에서는 직무분석에 대한 현장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안정숙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현재 단체협상을 진행 중인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교섭단 차승재 대표와 최진욱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나란히 축사를 전하며 공청회는 시작됐다. 연구원들은 발제를 맡고, 분야별로 나눠진 주제별 토론은 모두 현장 영화인들이 담당했다. 두 차례 기획리포트로 연재된 직무분석의 마지막 편이 될 이 기사는 공청회의 핵심 쟁점들을 다룬다. 전문 조감독 도입을 중심으로 한 연출·제작의 전문화, B카메라팀의 적극적 활용을 통한 촬영·조명의 탄력적인 인적 구성과 촬영기간 단축, 그리고 현장편집을 둘러싼 논의가 그것이다.
전문 조감독 도입, 얼마나 현실성 있는가?
공청회 사회를 맡은 영화
스탭의 전문화, 아직은 논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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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카지노 로얄>은 다소 독특한 위치에 있다. 최초로 내세운 금발 제임스 본드인 대니얼 크레이그는 세련된 피어스 브로스넌과 달리 선이 굵은 남자다. 영화 역시 크레이그의 외모를 물려받은 모양새다. 미끈한 액션을 선호했던 전작과 선을 긋고자 근육질 본드를 기용한 데서 읽을 수 있듯 액션 역시 다소 거칠어질 전망. 시리즈 중 21번째 작품이지만 이언 플레밍이 집필한 동명 소설에서 첫 번째 것을 연료로 삼은 <007 카지노 로얄>은 007 시리즈의 출발점을 향해 역주행한다. 분위기를 고조하며 심박동 수를 증가시키는 007표 음악처럼 시리즈의 클리셰로 굳어진 부분도 있다. 미녀 스파이와 벌이는 사랑 놀음, 대규모 폭발신, 눈요기가 될 만한 값비싼 호텔이나 이국적인 풍광, 최신 첩보 무기들이 그것이다.
살인면허 더블오(OO)를 획득하기 위해 두 차례의 저격 임무를 수행한 제임스 본드. 첩보기관 M16의 상관 M은 신입요원인 본드에게 마다가스타에서 테러리스트 몰라
근육질 본드의 거칠어진 액션과 도박 한판, <007 카지노 로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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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화대리의 산 중턱에는 개성있게 생긴 집 한채가 서 있다. 고딕풍 그림체의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도 하고 팀 버튼의 영화 속에서 본 듯도 하고, 그저 평범한 나무집 같기도 하다. 주위 산들 턱에 설치된 조명들이 아늑한 달빛을 뿌린다. 데뷔작을 찍는 임진평 감독은 집안 화롯가에 모여 앉은 이영아(설아), 김시후(수웅), 김태현(우철), 이은우(미루) 등 네명의 주연배우들과 다정한 대화를 주고받는다. 어린 배우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핸드헬드 카메라가 꽤 섬세하게 흔들린다. 현장 모니터에 잡히는 화면 또한 따뜻하고 서정적이다. 영화 <귀신이야기>는 무시무시한 호러물이 아니다. 곰보해병 귀신, 양복귀신, 꼬마귀신, 고교생 물귀신 등 별별 종류의 귀신들이 사연을 풀어놓는다. 제목 그대로 ‘귀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의 영화다.
설아 일행은 대학교 사진동아리 멤버들. 또 다른 맴버 구태(박효준)가 시달리는 귀신 악몽의 원인을 찾아 ‘독각리’라는 외딴 마을에 왔다
귀신과의 따뜻한 여름 밤, <귀신 이야기>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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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와 디즈니가 손을 잡았다. 10월18일, 소니픽쳐스릴리징인터내셔널과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은 “두 회사의 영화와 한국에서 자체 제작된 영화를 공동으로 배급하는 합작투자회사를 11월30일에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소니쪽과 함께 이번 결정을 공식발표한 월트 디즈니 모션 픽처스 그룹 마크 조라디 사장은 “우리는 양사의 영화들이 한국에서의 새로운 박스오피스 기록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신설되는 합작사 대표는 소니픽쳐스릴리징코리아 권혁조 대표가 유력한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다. 두 회사는 이미 멕시코, 브라질,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합작사를 설립한 바 있다. 올해는 스위스, 인도, 대만에서의 협력을 약속했고 향후 유럽에서도 공동배급을 협의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한국 영화시장에서 브에나비스타는 7편으로 226만1273명, 소니픽쳐스는 11편으로 215만56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두 회사의 물량을 합치면 전체 영화배급 시장의 12.7%이며, 현재 배급순위 3위 시네
소니-디즈니 손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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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영화가 프랑스에서 개봉한다. 지난 10월18일 <한 여학생의 일기>라는 북한영화가 프리티픽처스와 프랑스 배급판권 계약을 맺었다고 <스크린> <버라이어티>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제임스 벨레즈 프리티픽처스 대표는 지난 9월 평양국제영화제 기간 중에 영화를 보고 배급판권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학생의 일기>는 장인학 연출, 안준보 각본의 성장물. 작은 시골을 벗어나 도시의 고층아파트에서의 삶을 꿈꾸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 8월6일 북한에서 개봉해 8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벨레즈 대표는 이 영화가 “북한의 일상생활을 정직하게 묘사”했다면서 “더 나은 삶을 바라는 보통 여학생의 모습을 잘 그려낸 웰메이드영화”라고 설명했다. 벨레즈 대표는 또 “프로파간다적이지 않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고 덧붙이면서 외신을 통해 “칸영화제쪽이 이미 이 영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내년 칸영화제
[충무로는 통화중] 북한영화 프랑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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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봉된 독립 장편영화 <동백꽃>, <다섯은 너무 많아>와 단편애니메이션 컬렉션이 DVD로 발매됐다. 최진성, 소준문, 이송희일 감독이 만든 <동백꽃>은 퀴어 옴니버스영화. <동백꽃>은 최진성 감독의 <김추자>, <소준문 감독의 <떠다니는, 섬>, 이송희일 감독의 <동백아가씨>로 구성되어 있다. <다섯은 너무 많아>는 대안가족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드라마로 현직 고등학교 교사 안슬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화제가 된 작품. 단편애니메이션 컬렉션에는 히로시마애니메이션영화제 히로시마상 수상작 장형윤 감독의 <아빠가 필요해>를 비롯해 10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이 수록됐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케이디미디어와 인디스토리가 공동 제작한 세 장의 DVD는 인디스토리 홈페이지 를 통해 온라인으로만 구입가능하다.
<동백꽃> 등 독립장편 DVD 발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