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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코리아> 8편
KBS1
무언가 불타고 폭발하는 장면이 빠지지 않는 <모던코리아> 시리즈. 일본과의 긴장을 통해 ‘한국인’을 성찰하던 흐름을 되짚어보는 8편 ‘포스트모던 코리아’에선 옛 조선총독부 건물이 해체된다. 문민정부의 ‘민족정기’ 바로 세우기가 대중문화 영역에서는 어떻게 표출되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극일에서 반일을 지나, K팝 열풍, 코로나19 방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 머쓱한 시기에 놓인 것 또한 절묘하다.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
넷플릭스
6편 ‘휴거, 그들이 사라진 날’은 그들이 안 사라진, 92년 시한부 종말론 사태를 다룬다. 80년대 말, 음지의 베스트셀러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라>의 저자 이장림과 함께 전국을 돌며 종말론 간증을 하던 전양금 목사가 그 당시를 회고한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와 함께 보면 신앙 공동체 집단 체험의 유사성을 발견할
[HOME CINEMA] LINK - '모던코리아' 8편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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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방영 예정인 JTBC 드라마 <설강화>의 초기 시놉시스가 돌면서 명문대 운동권 학생으로 알고 여대 기숙사에 숨겨준 남자가 실은 남파 간첩이었다는 설정이 과거 간첩으로 조작되어 고문당한 실제 피해자들과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왜곡한다는 우려가 불거졌다. 방송사가 논란을 부정하며 내놓은 입장문에는 “<설강화>는 80년대 군사정권을 배경으로 남북 대치 상황에서의 대선 정국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라는 구절이 있다. 어떤 드라마가 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저 무렵을 다룬 내가 아는 최고의 블랙코미디는 KBS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에 있다.
지난해 KBS1 공사창립기념일 특집이었던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편은 전두환이 방송계 인사들을 불러 운동권 학생들과 북한을 엮는 언질을 주면 냉큼 프로그램을 제작해 내보내던 방송이 누구에게 ‘정성을 다’했는지 밝히며 스스로 풍자의 도마에 오른다.
<모던코리아>는 내레이션 없이 쇼, 교양
[HOME CINEMA] '모던코리아', 5공 말기의 블랙코미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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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나도 모르게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김윤아가 불렀던 영화 <봄날은 간다>의 O.S.T다. 유난히 일찍 만개한 꽃들이 온 세상을 화사하게 밝히는 요즘, 십수년 전 어느 봄날 양재천에서 촬영했던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한 장면을 꺼내 보았다. 벚꽃 잎들이 바람에 간간이 날렸던, 눈부시게 화사했던 그날이 떠오른다. 너무 아름다워 머물 수 없었는지 이제는 우리 곁을 떠나간 배우 김주혁이 아련히 보고 싶어지는 어느 봄날이다.
[ARCHIVE] 아련한 어느 봄날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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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영화인을 꿈꾸는 독자들을 위해 ‘커리어’ 지면을 신설했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스탭들이 한국영화계의 다양한 직무를 직접 소개하는 지면이다. 첫 번째 영화인은 류성희 미술감독이다. 한국영화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변곡점에는 늘 그가 있었다. 미술감독의 또 다른 명칭인 ‘프로덕션 디자이너’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시절부터 충무로 현장을 지킨 그는 한국영화 미술 시스템이 전문화되어온 역사와 함께한 장본인이다.
-미술감독 그리고 미술팀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인가.
=영화의 무드를 만들어서 어떤 주제를 전달한다. 컬러, 텍스처, 콘트라스트, 볼륨뿐만 아니라 시간적인 요소까지 포함한 분위기를 만든다. 엔딩 크레딧에는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지만 각자 역할이 다르다. 먼저 미술감독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아트 디렉터가 있다. 내 경우 <암살> <아가씨> <외계인>(가제)을 최지혜 아트 디렉터와 함께했다. 아트 디렉터는 세트나 가구 등 제
류성희 미술감독이 말하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 영화의 무드로 주제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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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는 흑산도로 유배 간 정약전(설경구)이 물고기에 해박한 청년 창대(변요한)를 만나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맺고 <자산어보>를 집필하는 과정을 담은 흑백의 시대극이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에 흑백영화, 게다가 섬에서의 촬영이 주를 이룬 <자산어보>의 제작 과정은 영화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얘깃거리로 흘러넘친다.
<님은 먼 곳에> <즐거운 인생> <박열> <변산>의 프로듀서로 이준익 감독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김성철 프로듀서, <동주> <박열> <변산>과 <자산어보>까지 연이어 이준익 감독의 영화미술을 담당하게 된 이재성 미술감독, 그리고 <변산>의 촬영감독이었던 이의태 촬영감독까지. 이들이 어떤 고민을 하며 <자산어보>를 만들었는지 제작 과정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자산어보>가 탄생한 곳, 가
김성철 프로듀서, 이의태 촬영감독, 이재성 미술감독이 말하는 '자산어보'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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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공부한 걸 얼마나 더 쉽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번에도 어렵게 공부해 쉽게 쓰려 했다.” 이준익 감독의 말처럼 <자산어보>는 쉽게 즐기고자 하면 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고, 지적으로 즐기고자 하면 한없이 지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 영화다. 이 인터뷰는 후자의 관객에게 좀더 유용한 글이 될 것 같다.
-<자산어보>의 시작이 궁금하다. 천주교 박해라는 거대한 시대적 배경, 정약용과 정약전 형제의 이야기, 아니면 <자산어보>라는 책 자체. 어떤 것에 마음이 기울어 <자산어보>를 시작하게 됐나.
=개인주의 시대인 현재에서 조선의 근대를 찾아보자는 동기로 시작했다. 그러려면 거대 사건이 아니라 개인의 근대성에서 찾아내는 게 합당하지 않겠는가. 그게 시작이었다. 그 개인이 한데 모인 게 동학이더라. 그런데 대체 왜 이름을 동학이라 지었을까. 의문을 따라가보니 앞에 서학이 있어서 동학이라 지었더라. 그러면 왜 또 서학이라 지었을까. 그
'자산어보' 이준익 감독 - 인간의 본질은 선택과 행동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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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의 열네 번째 영화 <자산어보>는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설경구)과 흑산도의 어부 창대(변요한)가 서로의 지식과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다. 이 우정의 서사에 성리학, 서학, 실학의 가치가 섞이고 흑백영화의 멋이 더해진다. 영화의 여백을 음미하며 쓴 <자산어보> 리뷰와 영화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이준익 감독과의 인터뷰를 전한다.
영화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돛배에 외로이 앉아 있는 정약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유배지 흑산도에 가는 길. 고독하고 불안한 표류의 심상 너머 정약전이 마주하는 것은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다. 그곳에서 그는 새로운 길을 찾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 중에는 창대라는 청년이 있다. 흑산도에서 나고 자라 바다 생물에 대해선 모르는 게 없는 어부 창대는 사실 물고기보다 글공부에 더 관심이 많다. 실제 정약전이 1814년 흑산도에서 쓴 어류학서 <자산어보>에는 창대라는
이주현 기자의 리뷰 - 이준익 감독의 열네 번째 영화 '자산어보'가 정약전과 창대를 그린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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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의 아내>는 오롯이 구로사와 기요시의 영화지만 곳곳에서 다른 영화와의 연결고리들이 발견된다. 여기 <스파이의 아내>의 동지라 부르기에 손색없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주제, 스타일, 캐릭터 등 여러 측면에서 함께 보면 좋을 영화들을 통해 한층 입체적인 감상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스파이 브릿지 2015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톰 행크스, 마크 라일런스
1957년 냉전시대, 변호사 제임스 도노반(톰 행크스)은 모든 사람은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신념으로 소련 스파이 루돌프 아벨(마크 라일런스)의 변호를 맡는다. 미국과 소련의 스파이 교환을 위한 첩보 작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냉전의 초상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스필버그의 클래식한 연출 미학이 빛을 발하는 영화로 신념과 고뇌를 드라마적으로 활용하는 대신 사건으로부터 거리를 둔 채 상황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데 집중한다. 함부로 판단하기 전에 다리의 이쪽과 저쪽, 영화와 현실의 거리를 고민하는 카메라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첫 번째 시대극 '스파이의 아내'와 함께 보면 좋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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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따르면서 동시에 매우 현대적인, 보기 드문 영화.” 2020년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맡았던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은 그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스파이의 아내>를 두고 이런 평가를 남겼다. “히치콕 분위기가 뚜렷한 시대물”(<스크린 데일리>), “2차 세계대전을 다룬 특이하고 흡인력 있는 웰메이드 스릴러”(<할리우드 리포터>) 등 <스파이의 아내>에 대한 상찬은 일관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이것이 매우 잘 만들어진 장르영화라는 점이다.
하지만 구로사와 기요시는 장르를 자신의 중력 안으로 끌어들여 탈바꿈시키는 종류의 창작자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첫 번째 시대극인 <스파이의 아내>도 마찬가지다. <아사코>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각본에 참여하는 등(구로사와 기요시, 하마구치 류스케, 노하라 다다시 공동각본) 전작들과 달라진 면모가 눈에 띄지만 결국 이것은 구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첫 번째 시대극이자 밀도 높은 실내극 '스파이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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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가 너무 갑갑한 마음에 몇번이나 한숨을 쉬다가 고개를 돌려 그 상황을 외면했다. 부끄러웠다.
고통을 마주하는 고통
<아이카>에 대한 리뷰에서 오진우 평론가는 “아이카를 짓누르는 여러 가지 조건들은 관객에게 피로감을 선사한다. 이때의 피로감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이는 영화가 끝에서 던지는 질문과 결부된 감각이다”라고 썼다. 오진우의 이 문장은 과장이 아니다.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보려 발버둥치는 주인공 아이카(사말 예슬랴모바)를 짓누르는 육중한 삶의 무게 앞에서 탈진할 것만 같은 감각에 사로잡히는 것은 <아이카>에 대한 윤리적 반응이다. 세르게이 드보르체보이 감독은 그 감각이야말로 고통받는 한 여인의 삶을 바라보는 관객이 응당 감당해야 할 의무라고 믿는다. 바라보는 행위만으로도 우리는 그 무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니, 벗어나려 해서는 안된다.
강제된 선택을 거부하는 선택
이제 막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한 여인이 화장실 창문으로 도망친다.
'아이카' 보는 자의 윤리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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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생애 최초의 극장 경험. 또는 내가 영화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순간.
=7살 때 처음 극장을 갔고 그때 본 영화가 애니메이션 <헤라클레스>였다. 그 순간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영화관이라는 공간 자체에 처음 가보기도 했고, 또 <헤라클레스>가 너무 재밌었다. (웃음)
2 영화가 나를 구원한 순간은 언제인가.
=나는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중학생 때부터 그랬다. 그때 CA 특별활동이 ‘영화산책부’였는데 그 CA 시간을 항상 기다렸다. 고등학생 때도 혼자 영화 보러 가는 게 취미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영화가 나를 구원한 순간은, 영화를 알게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이지 않을까 싶다.
3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명대사와 명장면.
=영화 <라비앙 로즈>에서 에디트 피아프가 한 대사를 좋아한다. “여성에게 하고 싶은 말은 뭔가요?” “사랑.”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뭔가요?” “사랑.” “어린이들에게는요?” “사랑.” <퐁네프의
[영화는 계속된다] 배우 이솜 - 설렘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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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생애 최초의 극장 경험. 또는 내가 영화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순간.
=극장에 관한 최초의 기억은, 예전 용산역 인근에 철우회관이라는 극장이 있었다. 거기서 어머니와 함께 정창화 감독의 <돌무지>라는 영화를 봤는데 그때 내 나이가 8살이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 이미지로 콱 박혀 있다. 영화와 사랑에 빠진 건 한참 뒤의 일이다. 영화를 사랑해서 영화를 시작한 게 아니라 나는 먹고살기 위해 영화를 시작했다. 1985년 명보극장에 극장 간판 그리는 일을 하려고 갔는데, 간판 작업소가 극장 안에 있어서 없는 돈에 티켓을 끊어 극장에 들어갔다. 그때 명보극장 간판에 하명중 감독의 <땡볕>이 그려져 있었던 것도 기억난다. 가서 “극장 간판 그리는 일을 하러 왔습니다” 했더니 “이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에요. 나가요” 하더라. 그렇게 쫓겨났지만, 돈 주고 티켓은 끊었으니 영화는 보고 나오자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났고, 그게 본격적으로 영화와
[영화는 계속된다] 이준익 감독 - 영화, 거절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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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생애 최초의 극장 경험. 또는 내가 영화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순간.
=7~8살 때쯤이었다. 옆집 친구 엄마가 어렸을 때 만주에서 살다와서 중국영화를 굉장히 좋아했다. 그 가족이 영화를 보러 소사(지금의 부천) 극장에 갈 때 꼽사리 끼어서 갔던 게 첫 영화 경험이다. 처음으로 영화예술 혹은 영화 매체가 강력한 인장을 남긴 작품은 중2 때 시험 끝나고 단체 관람으로 봤던 <빠삐용>이다. 그리고 대학 다닐 때 프랑스 문화원에서 150여편의 프랑스 고전영화를 보면서 영화와 사랑에 빠졌다.
2 영화가 나를 구원한 순간은 언제인가.
=어렸을 땐 영화를 수동적으로 즐겼다면 날 능동적인 관객으로 만들어준 건 프랑스 작가영화들이었다.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 같은 문학 작가, 위대한 고전음악이나 미술에 뒤지지 않는 만큼 영화가 인생을 성찰하게 하는 심도 깊은 예술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파리에서 영화 공부를 할 때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는 계속된다] 임순례 감독 - 즐겁고도 심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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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생애 최초의 극장 경험. 또는 내가 영화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순간.
=어린 시절에는 무조건 극장에 가야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대학생 언니의 손을 잡고 나 또한 대학교 새내기인 양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였던 <겨울여자>(감독 김호선, 1977)를 보러 간 적 있다. 그게 첫 극장 경험이었던 것 같다. 이후 <인디아나 존스-최후의 성전>(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1989)은 너무 새롭고 재미있었고, 명동 미도파 백화점 지하에 있던 코리아 극장에서 <더티 댄싱>(감독 에밀 아돌리노, 1987)을 봤던 기억도 생생하다. <더티 댄싱>에서 여자주인공인 제니퍼 그레이가 잘생긴 남자 패트릭 스웨이지 위로 날아오르는 장면은 명장면이었다.
2 영화가 나를 구원한 순간은 언제인가.
=강우석 감독의 1991년작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로 배우 데뷔했다. 그다음 해 영화 <숲속의 방>(감독 오병철, 1992)을 찍
[영화는 계속된다] 배우 김성령 - 영원히 사랑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