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한편씩, 길어야 2년 간격으로 신작을 만드는 프랑수아 오종은 프랑스에서 가장 부지런한 감독 중 하나다. 초창기의 익살과 도발, 전성기의 관능과 미스터리를 거쳐 날이 갈수록 우아해지는 오종 영화의 결은 <썸머 85>에서 소년들의 러브 스토리라는 부드러운 소품 형태를 취하며 틈새를 열어보인다. 언제나 두개의 정체성이 중요했던 그의 영화처럼, 오종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의 또 다른 자아와 핑퐁을 하듯 이중의 작품 세계를 운용해온 감독이다.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2014) 뒤에는 <프란츠>(2016)가, <두 개의 사랑>(2017) 뒤에는 <신의 은총으로>(2019)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에이든 체임버스의 원작 소설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를 읽던 자신의 소년 시절로 돌아가, 세상의 모든 10대들에게 말을 걸기로 한다. 그에게 1985년 여름은 “부모님 없이 완벽한 자유를 만끽한 첫 번째 여름휴가”였으며
그해 여름, 사랑과 죽음을 만났다... 프랑수아 오종의 '썸머 85'에 관하여
-
● 배우 이민지
“목소리가 워낙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자기 장점으로 너무 잘 만든다. 그게 자신의 매력이라는 걸 잘 아는 배우다. 자기만의 코드를 잘 알기 때문에 연출을 할 때도 연기를 할 때도 그게 관객에게 잘 먹힌다. 특히 꾸며지지 않은 것 같은 연기를 할 때 마치 연기가 아닌 것처럼 자연스럽게 보이는데, 그런 모습을 만들기까지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한다. 함께 작품했을 때 그렇게 느꼈다. 제로에 가까운 상태에서 연기하는 캐릭터로 가기까지 정말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는 것 같아 같은 배우로서 참 부럽다. 자기만의 강점을 잘 아는 배우다.”
● 김종도 나무엑터스 대표
“예전에 봉준호 감독이 연극을 보고 캐스팅한 송새벽이 영화 데뷔를 하고 스타가 되지 않았나. 그렇게 사람들은 새로움에 열광한다. 구교환의 연기 역시 정석은 아니다. 그런데 대중이나 감독들은 이런 그의 모습을 새로움으로 보고 있다. 연상호, 류승완 감독은 그보다 앞서 구교환과 같은 배우가 관객에게 신선
[스페셜] 함께 작업했던 이들이 말하는 ‘배우 구교환’
-
-<반도>의 몇몇 대목은 서 대위의 전사를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만든다. “내가 민정씨 걱정 많이 했다”든지 “반도를 뜨면 내가 여기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대사가 그렇다. 그리고 별다른 힘이 없어 보이는 서 대위가 여전히 631부대의 대장 자리에 있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관객도 있다. 영화가 주는 단서를 기반으로 서 대위의 히스토리를 유추하는 캐릭터 팬도 많고.
=어느 정도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지만 그것보다는 장면 장면에 충실하려고 했다. 서대위는 정말 마음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웃음) 나 역시 계속 그가 궁금했기 때문에 인터뷰하듯이 자문자답하며 인물을 찾아갔다. 그런 궁금증이 관객에게도 전달되고 관객 역시 그의 전사를 궁금해하게 된 거 아닐까.
-배우들 중에는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할 때마다 그의 성장 과정을 직접 자서전처럼 써본다든지 준비과정을 꼼꼼히 거치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프리퀄을 상상하게 할 정도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캐릭터라 그의 인생
[스페셜] 느닷없음, 어이없음, 알수없음…배우 구교환을 말하다②
-
구교환은 느닷없이 돌출한다. 우리가 극에서 예상하는 상식과 논리를 비켜가는 행동으로 보는 이를 당혹시킨다. 이를테면 <Welcome to my home>에서 스킨과 로션을 과장되게 바르는 손짓, 허리 디스크 있는 할머니를 옆에 태운 것처럼 조심히 운전하라는 장면 뒤에 진짜 할머니 모습으로 돌아오던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애인을 죽였다고 착각하는 여자의 상상 속에 등장해 “보갱아~ 아이. 두부처럼 하얗게 살아야이~”라고 사투리로 말할 때의 능청스러움(<4학년 보경이>) 같은 것이 ‘구교환스러운’ 순간이다. 자신의 연출작은 물론 예술적 동지 이옥섭 감독과의 공동 작업물에서, 혹은 다른 창작자의 세계에 떨어졌을 때도 그의 인장은 늘 선명했다.
그리고 그의 뻔뻔한 돌연성은 불편한 브레이크가 아닌, 캐릭터와 작품을 이해하는 단서였다. <우리 손자 베스트>에서 어머니와 외간 남자의 섹스를 원치 않게 목격한 교환은 그다음 신에서 태연한 듯 혼이
[스페셜] 느닷없음, 어이없음, 알수없음…배우 구교환을 말하다①
-
-
스티브 트레보
크리스 파인
전편에서 데미스키라의 해변에 불시착해 아마조네스가 구해준 미국인 파일럿. 다이애나와 작전을 수행하던 중에 사랑에 빠지지만 위험에 처한 다이애나를 구하고 자신을 희생한다. 그렇기에 <원더 우먼 1984>에서 스티브 트레보가 살아 돌아왔을 때 그의 부활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지 코믹스 팬들과 영화 팬들은 다양한 추측과 이론을 내놓았다. 영화가 공개될 때까지 추측은 계속되겠지만 가장 인기 있는 이론은 <원더우먼>과 <원더 우먼 1984>가 별개라는 주장이다. 세계관을 공유할 뿐 전편과 속편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캐릭터의 죽음이 연결될 필요가 없다는 이론인데, 패티 젠킨스 감독이 공식적으로 이에 대해 말을 더한 적은 없다.
스티브를 연기한 크리스 파인은 <원더우먼>의 촬영이 끝날 즈음 젠킨스 감독이 불러 “스티브를 되살릴 멋진 아이디어가 있다”라며 속편에 대해 암시했다고 말했다. 이 말로 미루어볼 때 스티브의
[인터뷰] '원더 우먼 1984' 갤 가돗, 크리스틴 위그, 크리스 파인, 페드로 파스칼을 만나다
-
1984년
1차 세계대전과 유럽이 <원더우먼>의 시공간이었다면, <원더 우먼 1984>는 전편으로부터 66년이 지난 1984년의 미국이 무대다. 음악이면 음악, 패션이면 패션, 어느 것 하나 부족할 것 없이 강렬했던 1980년대 미국에 정착하기까지 다이애나 프린스/원더우먼(갤 가돗)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직접적으로 제시되지는 않지만 나지막한 독백에서 관객은 짐작할 수 있다.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떠나보내며 괴로워했듯이 늙지 않는 다이애나는 외롭고 쓸쓸한 시간을 보내왔다.
“1980년대는 현재를 거론하지 않으면서 현재를 이야기하기 좋은 시대”라고 젠킨스 감독은 1984년으로 돌아간 이유를 설명했다. 감독은 미국과 구소련의 대립이 이어지던 냉전 시대를 서구 중심주의가 극에 달했던, 그리고 그 자만심만큼이나 위대한 업적을 이룬 시대로 기억했다. “아메리칸드림에 젖어 있었다. 우리는 위대한 일들을 해냈고, 사람들은 즐거움에 차 있었다.
'원더 우먼 1984' 6가지 키워드로 살펴보는 위대한 히어로의 가치
-
“<원더우먼>(2017)이 실패할 거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성감독이 만드는 여성 히어로 단독 주연작에 드리워졌던 세상의 편견을 전세계적으로 8억달러를 벌어들이며 통쾌하게 부숴버린 패티 젠킨스 감독을 만나 <원더 우먼 1984>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때가 2020년 1월이었다.
당시 6월로 개봉을 예정하고는 “드디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라며 즐거워하던 젠킨스 감독의 흥분된 모습과 “우리가 학교에서 만났다면 모두 친구가 됐을 것”이라던 배우 갤 가돗, 크리스틴 위그, 크리스 파인, 페드로 파스칼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인터뷰 녹음 파일을 10개월 만에 다시 들었다. 2021년으로 해를 넘기지 않고 12월 23일(미국은 12월 25일) 한국 개봉하기로 한 소식에 우선 반가웠다. 묵혀두었던 인터뷰를 바탕으로 <원더 우먼 1984>에 대한 기대와 추측을 6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스페셜] 패티 젠킨스 감독이 직접 말하는 '원더 우먼 1984'
-
스티븐 킹은 셜리 잭슨의 <힐 하우스의 유령> 첫 문단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영어로 쓰인 것 중에서 이 글보다 조금이라도 더 정교한 서술문은 거의 없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단어의 한계를 초월한 단어들, 부분들의 총합보다 훨씬 더 거대한 전체를 이루는 단어들.”(스티븐 킹, <죽음의 무도>, 황금가지, 2010)
또한 그는 <힐 하우스의 유령>이 지난 100년간 등장한 초자연적 소설들 중 가장 훌륭한 작품 두편 중 하나라고 말한다(나머지 한편은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이다). 나는 영어 서술문의 구조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첫 문단이 훌륭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무엇이든 저택 안을 걸어갈 때는 항상 혼자이다.”
이 마지막 문장에 담긴 깊은 공포는, 스티븐 킹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언어를 초월해서’ 내게 도달했고, 그 기분은 책을 읽는 내내 계속됐다.
이 서술문은 드라마 <힐 하우스의 유령&
[강화길의 영화-다른 이야기] 혼자 걷는다는 것
-
짝사랑에 설레는 마음 대신 살아야 한다는 절박한 본능이다.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정신병동 보호사를 짝사랑하는 간호사, <녹두꽃>에서 조선시대 개화주의자를 남몰래 마음에 품은 양반집 아씨를 연기했던 배우 박규영에게 <스위트홈>은 여러모로 새로운 도전이다. 그가 연기하는 지수는 현수(송강)의 집 위층에 사는 베이시스트로, 괴물이 나타나자 악기 대신 야구방망이를 드는 인물.
“전작에서는 귀엽고 청순하면서도 여린 역할만 맡았다. 사실 내 안에는 털털하고 강한 모습도 있다. 그런 걸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스위트홈>은 도전이자 기회였다.” 2015년 연세대학교 재학생 신분으로 <대학내일> 표지를 장식한 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면서 2018년 <씨네21>이 꼽은 라이징 스타로 명명됐던 그를 <스위트홈>으로 다시 만났다.
-각본을 봤을 때 느낌이 어땠나.
=일단 원작 웹툰을 너무 재밌게 봤다. 원
[인터뷰] '스위트홈' 박규영 - "지수의 욕망이 변하면 '눈물괴물'이 될 것"
-
옥상에서 우아하게 발레를 하던 은유는 토슈즈에 껌이 늘어붙자 곧바로 욕설을 내뱉으며 담배를 꺼내 문다. 첫 등장부터 겁 없고 거침없던 은유는 <스위트홈>의 브레인 은혁(이도현)의 동생으로 행동파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인물이다. <마녀> <좋아하면 울리는>에서도 까랑까랑한 10대의 얼굴을 내비쳤던 배우 고민시는 <스위트홈>에서 삐딱하지만 발레에 대한 애정만큼은 진심인 고등학생 은유를 연기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휘몰아치는 은유의 감정선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5년차답게 노련하면서도 은연중 앳된 발랄함을 내비치는 배우. 그 특징을 잡아낸 이응복 감독은 “너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스위트홈>의 은유를, 뒤이어 자신의 차기작 <지리산>의 다원을 고민시 배우에게 제안했다.
-은유 역으로 <스위트홈>에 합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 오디션을 볼 때 은유 역할만 정해놓고 본 건 아니었다. 윤지수, 박
[인터뷰] '스위트홈' 고민시 - "성별에 국한되지 않는 역할 맡고 싶다"
-
다양한 인물이 그물망처럼 얽혀 서로의 욕망을 견제하고 각자의 생존을 갈구하는 <스위트홈>에서, 은혁은 중립적인 내레이션을 맡았다. 피할 수 없는 멸망이 다가왔을 때 인간은 또 다른 진화, 즉 괴물화를 받아들일지 혹은 인간다움을 지킬지 덤덤하게 묻는 이도현의 목소리는 그린 홈 1층에 있는 생존자 집단의 리더로서 “모여 있는 게 생존 가능성이 높다”라며 주민들을 냉철하게 설득하는 캐릭터로도 이어진다.
원작 웹툰의 팬이었던 이도현은 “젊은 배우 누구나 현수(송강)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 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현수 캐릭터를 열심히 분석한 뒤 오디션에 갔지만, 감독의 눈에 띈 모습은 10분 남짓 준비하고 새롭게 읽은 대본이었다. 이응복 감독은 “이도현이 첫 마디를 뱉자마자 은혁 역에 캐스팅했다”라며 차갑지만 현실적인 캐릭터와 배우의 교집합에 주목했다.
-원작과 캐릭터 설정이 달라졌다. 웹툰의 은혁은 서글서글한 면도 있고 무엇보다 ‘오타쿠’ 설정이 강하지 않았나. 드라마의
[인터뷰] '스위트홈' 이도현 - 진짜 연기를 알아가는 중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의 선오로 ‘만찢남’의 계보를 이었던 송강은 뒤이어 <스위트홈>까지 찍으며 넷플릭스의 남자로 떠올랐다. <좋아하면 울리는>의 선오와 <스위트홈>의 현수 사이엔 태평양만큼의 거리감이 있지만 놀라운 속도로 성장 중인 송강은 이질감 없이 사뿐히 극과 극의 캐릭터에 안착한다. 내면의 욕망에 사로잡혀 사람들이 점점 괴물로 변해가는 <스위트홈>의 세계에서 송강은 괴물화가 진행 중인 고등학생 현수를 연기한다. 송강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선 <스위트홈>을 찍으며 했던 깊은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 송강과 나눈 긴 이야기를 최대한 살려 전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이 공개된 뒤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팬도 많이 늘었다. 인기를 실감하나.
=잘 모르겠다. 체감하는 변화는 SNS 팔로워 수 정도? 팔로워 수가 늘면서 ‘아, <좋아하면 울리는>이 잘
[인터뷰] '스위트홈' 송강 - "이젠 넷플릭스 로고만 봐도 반갑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이 12월 18일 공개된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의 이응복 감독이 연출을 맡은 10부작 드라마 <스위트홈>은 사람들이 서서히 괴물로 변해가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 아포칼립스 장르물이다. 김칸비·황영찬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으로, 웹툰 속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철거 직전의 아파트 그린홈으로 소환되었다.
주인공인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는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로맨스물에 최적화된 비주얼을 뽐냈던 송강이 맡았고, 이성적 판단으로 생존 전략을 세워 그린홈 주민들을 이끄는 은혁은 <18 어게인>의 루키 이도현이 연기한다. 은혁의 동생이자 매사에 삐딱한 발레 소녀 은유는 <마녀> <좋아하면 울리는>에 출연했던 고민시가, 베이스 기타 대신 야구방망이를 들고 괴물과 맞서는 지수는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눈도장을 찍은
[인터뷰] '스위트홈' 송강·이도현·고민시·박규영 - 우리가 미래다
-
서울에 산다는 감각을 가장 생생히 느끼게 하는 곳을 꼽아보라면 용산 아닐까. 남산을 끼고 둘러선 이 지역은 동네의 줄기인 산의 모양이 용과 같다 하여 이름도 용산(龍山)이 되었다. 흔히 서울의 얼굴 하면 종로를 떠올리지만, 궁과 광장으로 대표되는 그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도시인의 일상이 이곳 용산에는 남산의 능선을 따라 촘촘히 박혀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역 뒤 ‘푸른 언덕 마을’ 청파동은 서울살이의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곳이다. 식민지 시대의 적산 가옥과 낡은 한옥 그리고 다세대주택이 좁다란 골목을 따라 공존하는 동네. 용산의 많은 곳이 유흥가로 개발된 것과 달리 청파동은 서민의 주거지로 여전한 모습을 갖고 있다.
《청파소나타》는 청파동에 사는 뮤지션 정밀아가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서울에서의 삶을 노래로 빚어낸 음반이다. 세밀한 관찰과 관조하는 시선을 오가며 담아낸 서울의 모습은 소리만으로도 상당히 회화적이다. 청파동의 거리 소음으로 시작하는 첫 트랙을 따라 자연스럽
[Music] 청파동살이, 들어볼래요? - 정밀아 《청파소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