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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계속된다’는 선언과 함께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가 4월 29일 막을 올렸다. 5월 8일까지 열흘간 진행되는 이번 영화제는 전주시 내 네 개의 오프라인 상영관과 OTT 플랫폼 웨이브(wavve)를 통해 48개국 194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이중 142편을 온라인 상영관에서 만날 수 있다.
팬데믹 속에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영화제의 활로를 뚫고 있는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라는 눈길에 제일 앞서가며 발자국을 만들어내는 재미가 있다”며 전주국제영화제만의 방향성과 노하우를 풀어놓았다. 개막을 앞둔 그를 만나 영화제 준비 과정과 각오를 들었다.
-최근 전국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700명대를 넘어섰다. 영화제 준비는 잘 되고 있나.
=영화제를 크게 프로그래밍, 행사 진행, 방역으로 나눴을 때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게 방역이다. 전국 확진자 수보다도 영화제가 열리는 전북 상황이 관건이다. 전주는 하루에 5명 이하로 확진자 수가 나오는 상태다. 며칠 사이 추이가 안
[인터뷰] 이준동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 비장하고도 경쾌하게, 영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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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길> FATHER
스르단 고루보비치 / 세르비아, 프랑스, 독일,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 120분 / 2020년 / 개막작 / 온라인
무엇이 부모를 부모답게 하는가. 스르단 고루보비치 감독이 “현대의 시지프스 같은 인물”이라 소개하는 주인공 니콜라는 이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갖고 있다. 실직 후 밀린 월급도, 퇴직 수당도 받지 못한 채 일용직 노동을 전전하는 그는 오직 아이들을 향한 사랑으로 가족을 지키는 중이다. 그러나 빠듯한 생활에 지친 아내는 분신자살을 시도한다. 아내는 다행히 목숨을 건지지만 사회복지센터는 아동 긴급 보호조치를 취한다.
이후 니콜라는 위탁가정에 맡겨진 남매를 되찾으려하나 센터장은 니콜라의 불안정한 수입 등을 이유로 아이들을 돌려줄 수 없다고 한다. 이를 야속해하고 있을 수만은 없던 니콜라는 세르비아 중앙정부가 있는 베오그라드까지 가서 직접 장관을 만나기로 한다. 300km를 걷고 또 걸어 진심을 보여
[2021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스르단 고루보비치 감독, '아버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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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전주영화제는 지난해부터 지속된 코로나19로 변화하는 세계의 단면들을 되짚으며 특별전을 기획했다. 11편의 작품을 담은 ‘스페셜 포커스: 코로나, 뉴노멀’ 기획전이 그것이다. 갑작스레 도래한 팬데믹 사태에서도 여전히 적지 않은 작품들이 제자리에 꼿꼿이 버티고 서서 인류가 새로이 맞닥뜨린 세계를 치열하게 탐색했다.
많은 영화들이 코로나19가 가져온 필연적인 단절에 대해 이야기했고,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자들을 찾아 그들을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다. 또 시대의 우울을 체화한 사건 앞에서 가족, 이웃들과 연대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라진 시스템에 분노하며, 새로이 삶의 의미를 되짚기도 했다. 무수한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카메라를 들고 촬영한 영상들이 하나의 영화로 탄생하기도 했다.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재앙 앞에서 현실을 목도하고 이면을 들여다보며, 동시대를 포착하려는 부지런한 시도들이 영화로 완성되어 전주를, 그리고 우리를 찾아왔다.
영화 <방주>가 시
[SPECIAL FOCUS] 변화하는 세계, 변화하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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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주영화제는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 섹션을 통해 쓰이지 않은 방식의 영화사적 계보 그리기를 시도한다. 7명의 감독, 15편의 여성감독의 다큐멘터리, 픽션, 실험을 아우르는 기획전으로 기록에 관해 기록하고, 기록하기를 사유하는 작품을 모았다. <워터멜론 우먼>(1996)과 <금발머리 부부>(2003)를 제외하면 대부분 60, 70년대 제작된 작품이다. 그러므로 왜 이 두 영화가 (비교적) ‘최근’을 대표하는 자리에 놓여 있는가 하는 질문이 제기된다. 두 영화는 다큐멘터리(<금발머리 부부>) 혹은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를 가진 극영화(<워터멜론 우먼>)로 잊히거나 존재하지 않는 과거를 찾는 과정이 담긴다.
<금발머리 부부>에서 감독 알베르티나 카리는 어린 시절 실종된 자신의 부모가 누구이고,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찾으려 한다. <워터멜론 우먼>의 감독 셰릴 두녜이는 한 인물에 관한 허구적 상을 조각한다.
[SPECIAL FOCUS] 카메라를 통해서만 가능한 여성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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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가족>(2003)으로 1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윤여정을 <씨네21>도 그해에 만났다. 그날 이후 열여덟해, 50대에 정점을 갱신한 그 시점부터 70대에 접어든 지금까지, 지침도 망설임도 없이 천변만화했던 그녀의 시간들을 모았다.
01_2003년 391호 기획
윤여정 스토리
김기영 감독의 미개봉 유작 <천사여 악녀가 되라> 이후 영화계를 떠났던 윤여정. <씨네21>은 <바람난 가족>과 함께 16년 만에 돌아온 그를 영화 개봉 한 계절 전에 미리 만나 그간의 소회를 물었다. 기사는 13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두 아이와 김포공항에 도착한 서른여덟의 윤여정을 묘사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이후 이야기는 그의 데뷔 때로 거슬러 올라가고, 미국행과 귀국 후 드라마 컴백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렇게 작성된 배우이자 인간 윤여정에 대한 심층 리포트에는 오랜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이의 기분 좋은 떨림이 은은히 깔려 있다. “한번
<씨네21> 사진으로 보는 윤여정의 영원한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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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화녀>를 찍기 전부터 <미나리>로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소감을 남기기까지, 50여년의 윤여정 배우의 말들을 모았다. 솔직하고 거침없지만, 진정 어른으로서의 미덕을 갖추고 적절한 위트도 잊지 않는다. 그의 말들이 오래 기억되는 건 그런 연유일 것이다.
“저는 결코 미인이 아니죠, 김기영 선생님도 저를 퍼니페이스(funnyface)라고 하셨는데 저 역시 동감입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역은 근본적인 여성의 매력, 순종이나 미적인 감각을 벗어난, 웬만해선 타협이 잘 안되는 그런 성격을 가진 역할입니다.”
1971. 3. 11. <화녀>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 후 <조선일보>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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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저보고 그랬대요. ‘한국의 누벨바그’라고.(웃음) 제가 1966년 대학 1학년 때 탤런트 시험을 봤는데, 수험생 대부분은 잘생겼거나 예쁜 사람들이었어요. 그런 와중에도 제가 뽑힐 수 있었던 건 굉장히
1970년부터 2021년까지 윤여정의 어록, 데뷔작 '화녀'를 찍기 전부터 '미나리'로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소감을 남기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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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비디오게임을 가져다 적당히 영상으로 각색해 팔아먹어보고자 했던 영화계의 시도는 마치 게임 오버를 반복하는 초보 게이머처럼 비슷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며 지금껏 이어져왔다. 저 끔찍한 우베 볼의 영화들은 논외로 친다 하더라도 우리는 무수한 실패 사례를 손쉽게 떠올릴 수 있다.
가장 게으르고 끔찍한 방식은 대전격투 게임을 영상으로 만들어보려는 시도였던 것 같다. 대개는 이름 모를 섬이나 깊은 산속 신전 같은 곳에 게임 캐릭터 분장을 한 배우들을 모아놓고 싸움 붙이는, <용쟁호투>를 적당히 베낀 듯한 구성이다. 어차피 쌈박질 구경이 목적이니 줄거리는 아무렴 어떠냐는 식. <모탈 컴뱃>이나 <데드 오어 얼라이브> 같은 영화가 그랬다. 더 앞선 시대의 작품인 <스트리트 파이터>는 별의별 버전이 다 있었던 것 같다.
반면, 내가 가장 괴상하다고 생각했던 기획은 <배틀쉽>인데, 왜냐하면 이 영화의 원작은 보드게임이기 때문이다. 그것
[이경희의 SF를 좋아해] 세상에서 가장 실감나는 SF 액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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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이라는 것을 한 지 몇년이 되었을까. 내 인생의 첫돈을 받고 하는 마감은 번역이었다. 20대 초반, 어찌어찌 일본에서 2년을 살고, 중반에 어찌저찌 돌아와서 복학을 하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돈이 필요했다. 할 줄 아는 것이 일본어라서 관련 번역과 통역 일이 들어오면 전부 맡았다. 패션지 번역을 하면서 그놈의 모-드라는 말은 대체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고민하였고(지금도 그 말의 대체어를 모르겠다), 건축 관련 서류를 번역할 땐 한국말로도 처음 보는 용어가 많아서 이러다 죽겠다 싶었다(잘 살아 있지만). 하나만 더 말하자면 당시에는 지금처럼 한자를 그리면 무슨 뜻인지 찾아주는 포털사이트나 앱이 없었는데, 그 말은 허공에 한자를 그려 획수를 알아낸 후 옥편의 얇디얇은 종이를 팔랑팔랑 넘기며 뜻을 찾아야 했다는 뜻이고…. 휴, 저의 라떼 스토리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 욕심은 없었다. 번역과 통역으로 이름을 떨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단지 프리랜서의 세계에서 ‘거절’은 상당히
[오지은의 마음이 하는 일] 마감이 힘들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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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태창흥업주식회사 / 감독 이성구 / 상영시간 101분 / 제작연도 1968년
1950년대 후반까지의 한국영화가 고전 할리우드영화의 장르와 문법을 소화하는 데 몰두하고 나름의 길을 찾는 데 성공했다면 1960년대 초부터는 서구의 누벨바그를 의식해 기성영화계에 도전하는 신인감독들이 등장했고 그들은 충무로 상업영화 시스템 속에서도 영민하게 모던 시네마의 길을 개척해갔다. 그 최전선에 있던 감독이 바로 이성구다. 그는 한국영화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겠다고 야심차게 선언한 신예프로덕션의 첫 번째 작품 <젊은 표정>(1960)으로 데뷔한 후, 역시 신예프로덕션이 제작한 <정열 없는 살인>(1960)을 두 번째 작품으로 연출했다.
전자는 닛카쓰 태양족 영화의 영향이 감지되는 청춘 영화이고, 후자는 제임스 해들리 체이스의 범죄소설을 이성구가 직접 각색한 스릴러다. 두 작품 모두 일본영화계를 경험한 재일 교포 출신의 전홍식이 프로듀서였고, 김지헌이 각본을 맡았다.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 플래시백의 고전 '장군의 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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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가 한국 배우 최초로 윤여정 배우에게 여우조연상 프로피를 안겼다. 26일 오전 9시, 미국 LA 돌비 극장과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열린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 배우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배우 브래드 피트의 시상으로 연단에 오른 윤여정 배우는 “이 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네요. 저에게 투표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이어서 “원더풀 미나리 패밀리에게 감사합니다. 스티븐 연, 아이작 정, 예리, 조엘과 앨런. 우린 가족이 됐습니다. 아이작 정 없이는 오늘밤 이 순간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캡틴이자 감독이었습니다.” 라며 <미나리> 패밀리에게 특별한 마음을 표했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도 이미 화제가 됐던 윤여정 배우만의 재치 있는 소감도 이어졌다. “저는 경쟁을 믿지 않습니다. 누가 오스카 위너인 글렌 클로즈를 이길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다른 영화에서 다른 연기를 했습니다. 그러므로 저희는 경쟁을
“엄마가 열심히 일해서 받았다.” 윤여정,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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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점이 ‘페미니스트가 아니한 자’를 찾는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 이 공고는 삭제되었지만, 이와 같은 차별은 끝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애써 분노하고, 잘못을 지적하고, 민원을 넣고,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다”는 뒤끝 나쁜 결과를 본다. 차별은 잘못이 아니라 ‘논란’으로 남고, 이 일을 잊기도 전에 다음 차별 사건이 또 발생한다. 또 분노하고 잘못을 지적하고, 이도 저도 아닌 결과를 본다.
이래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펼치고 찬바람을 맞다 몸싸움에 밀려났던 게 2017년이었던가? 2016년이었던가? 2007년이었을지도 모른다. 인권조례에서 성소수자 인권이라는 말을 지키기 위해 자리를 깔고, 콘센트가 있는 기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던 것은 2018년이었나? 2019년이었나? 소위 보수개신교 언론의 카메라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유엔의 권고사항이라는 토론회를 열었던 건 언제였더라? ‘차별금지법 반대세력’에 막혀 건물에서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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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 번째 장편영화다.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들>(2016), <아직 안 끝났어>(2018)가 각각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반면 유준상 감독의 신작 <스프링 송>은 4월 21일 극장 개봉했다. 이 작품은 준상(유준상)과 같은 밴드 멤버 준화(이준화)가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 일본 후지산에 가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린 음악영화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 관한 이야기”라는 감독의 말대로 배우이자 감독인 유준상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보이는 동시에 영화 만들기를 다룬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유준상 감독은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어 좋으면서도 어떻게 봐주실까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스프링 송> 또한 음악이 먼저 나왔다. <스프링 송>은 봄의 생동감과 희망이 잘 드러나면서도 쓸쓸한 느낌의 멜로디가 인상적인데, 어떤 계기로 써내려간 곡인가.
=늘 그렇듯이
'스프링 송' 유준상 감독 - 즉흥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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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상 후보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숀 밥빗, <맹크> 에릭 메서슈밋, <뉴스 오브 더 월드> 다리우시 볼스키, <노매드랜드> 조슈아 제임스 리차즈,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페돈 파파미하일
<씨네21>의 선택 <맹크> 에릭 메서슈밋
<맹크>의 에릭 메서슈밋이 받아야 한다. 데이비드 핀처의 <맹크>는 올해 오스카에서 최다인 10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지만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에서 호명될 확률은 낮아 보인다. 그래도 촬영상은 기대해볼 만하다.
촬영감독조합상을 <노매드랜드>가 아닌 <맹크>가 받은 것도 희소식이다. 전통적으로 오스카 촬영상은 아름다운 프레임이나 조명보다 도전적 시도에 관대한 편이다. 오손 웰스의 <시민 케인>에서 촬영감독 그레그 톨런드가 그러했던 것처럼 딥 포커스를 활용해 인물과 공간을 표현한다거나, 고전
[촬영상] <씨네21> 기자들의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8개 부문 결과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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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상 후보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윌 버슨·샤카 킹, <미나리> 정이삭, <프라미싱 영 우먼> 에머럴드 피넬, <사운드 오브 메탈> 다리우스 마더·에이브러햄 마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아론 소킨
<씨네21>의 선택 <프라미싱 영 우먼> 에머럴드 피넬
<프라미싱 영 우먼>의 에머럴드 피넬이 받아야 한다. 에머럴드 피넬은 직접 쓴 각본으로 성공적 연출 데뷔를 이뤘다. 드라마 <킬링이브> 시즌2의 작가이자 프로듀서였고, 또 배우로 활동했던 피넬의 다재다능함은 <프라미싱 영 우먼>에서 꽃을 피운다.
밤마다 클럽에서 만취한 척 연기를 하고, 그렇게 자신에게 접근해 마치 합의된 것처럼 성관계를 시도하는 남자들을 혼쭐내는 캐시(케리 멀리건)의 이야기는 사랑하는 친구를 위한 복수극으로 거침없이 뻗어나간다. 미투 시대의 강간 복수극으로서 어설프게 타협하지 않는
[각본상] <씨네21> 기자들의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8개 부문 결과 예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