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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 이 셋을 손에 넣은 뒤 저주의 주술 ‘방법’(謗法)을 쓰면 누구든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그 막강한 능력을 가진 고등학생 소진(정지소)이 사회부 기자 진희(엄지원)와 힘을 합쳐 악의 무리에 맞서는 12부작 드라마 <방법>의 다음 대결이 영화에서 펼쳐진다.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쓰고, 김용완 감독이 연출하는 <방법> 유니버스 두 번째 이야기이자 첫번째 영화 <방법: 재차의>(가제)는 ‘되살아난 시체’를 뜻하는 ‘재차의’를 그 중심에 둔다.
정의에서 얼핏 좀비를 떠올리게 되는데, 김용완 감독에 따르면 재차의는 좀비와 시각적으로나 능력적으로 여러 가지 차이점을 가진다고. “좀비와 다른 재차의만의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그 비주얼과 움직임에 공을 많이 들였다. 드라마가 한국적 오컬트를 보여주려 했다면 영화에서는 보다 확장된, 동아시아적 이미지를 구현해보고 싶었다.” 이를 위해 드라마 촬영 때와 마찬가지로 영화 <곡성&
'방법: 재차의'(가제) 김용완 감독 - 살아난 시체를 방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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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림 감독의 신작 <비상선언>은 전작 <더 킹>(2016)과 거의 정반대 방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더 킹>이 평범한 인간에서 권력자가 되기까지 한 인물의 일대기를 거리를 두고 그린 정치 풍자극이었다면, <비상선언>은 재난 상황을 맞닥뜨린 비행기 승객의 감정을 가능한 한 유사하게 체험하도록 유도하는 영화다.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톱 배우들의 캐스팅은 영화에 대한 관객의 몰입감을 높이는 데 더없는 호재다. 우주필름 사무실에서 만난 한재림 감독은 “그저께(2020년 12월 28일) 새벽 4시까지 가편집본은 다 끝냈다. 애초 의도대로 정리가 된 것 같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더 킹>은 많은 공간에서 촬영을 진행한 반면, <비상선언>은 비행기와 지상으로 공간이 제한되어 있다. 극과 극을 체험하는 기분이겠다. 어느 쪽이 적성에 더 맞던가.
=프로덕션 운영은 <비상선언>이 훨씬 더 편했다
'비상선언' 한재림 감독 - 재난 상황 속 인간의 진심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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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의 귀환. <혜화, 동>(2010)의 민용근 감독이 중국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슬픈 우정 이야기를 리메이크해 <소울메이트>로 탄생시켰다. 유년 시절을 함께한 88년생 두 여성,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관계의 굴곡을 그리는 드라마다. 둘만의 안온한 세계는 10대 후반 무렵에 하은이 동급생 진우(변우석)와 첫사랑을 시작하면서 미세한 균열을 겪는다. 자유분방한 미소는 도시로 떠나 모험적인 삶을 좇고, 하은은 고향에 남아 안정된 생활을 꾸리면서 둘은 그렇게 점차 멀어진다. 지방과 대도시의 물리적 거리감이 부각되는 중국 원작의 설정은 <소울메이트>에서 제주 섬을 배경으로 새롭게 구현됐다.
<혜화, 동> 이후 지난 10년간, 민용근 감독은 옴니버스 인권영화인 <어떤 시선>(2012)을 비롯해 단편영화를 여럿 만드는 한편, 책을 쓰고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소울메이트' 민용근 감독 - “조용하고 힘이 센 여성들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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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과 액션을 강화했다. <해적: 도깨비 깃발>(이하 <해적>)은 전편의 코믹 요소를 살리면서도 모험과 액션에 더욱 힘을 실었다. <해적>은 몰락한 고려 황실의 보물이 숨겨진 ‘번개섬’을 찾아가는 조선의 해적단이 주인공인 영화다. 2014년 866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흥행작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속편으로, 전작과 KBS 사극 <추노>를 쓴 천성일 작가가 각본을 집필했다. 메가폰은 <탐정: 더 비기닝> <쩨쩨한 로맨스>의 김정훈 감독이 잡았다.
바다에서 살아온 여성 해적단주와 뭍에서 온 남성 도적단주가 바다에서 만나 힘을 합친다는 전작의 설정은 그대로다. 주인공 해랑(한효주)은 ‘바다의 물결’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바다에서 나고 자란 인물이다. 중검과 단검을 귀신같이 휘두르는 해랑은, 전작에서 길고 잘 휘어지는 연검을 썼던 여월(손예진)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한효주 외에 다
'해적: 도깨비 깃발' 김정훈 감독 - 경쾌하고 빠르게 바다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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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여러 할리우드 기대작들의 개봉이 2021년으로 미뤄졌다. 그중에는 전작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되는 속편 영화들도 대거 포진됐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이미 두터운 팬층을 형성한 작품들이 그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많은 속편 영화들 중 1편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되는 2편, 오랜 세월을 딛고 제작되는 작품 등 키워드를 나누어 2021년 개봉 예정인 속편 기대작들을 모아봤다. 리부트, 프리퀄, 스핀오프 등과 <블랙 위도우> 같은 첫 솔로무비는 제외했다.
1편의 명성 이을 수 있을까?
<콰이어트 플레이스 2> 4월23일 북미 개봉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 8월21일 북미 개봉
<콰이어트 플레이스 2>와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는 1편의 흥행에 힘입어 2편으로 관객을 찾아오는 작품들이다. '소리'를 통해 인간들을 공격하는 외계 괴물을 소재로 '팝콘을 씹을 수 없는 영화'라고 입
이 라인업, 실화? 믿고 보는 2021년 할리우드 속편 기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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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감독이 지난 10년 동안 꾸준하게 많은 열성 팬들로부터 사랑받은 뮤지컬 <영웅>을 영화로, 그것도 뮤지컬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또 고생길을 자처하나 싶었다. 쓰나미(<해운대>), 1950~80년대 한국 현대사(<국제시장>) 등 매작품 난이도가 높은 시각특수효과(VFX)와 씨름하며 흥행에 성공했던 그가 한국에서 거의 시도된 적 없는 뮤지컬 장르에 도전한 건 다소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것도 <라라랜드>나 <레미제라블> 같은 할리우드 뮤지컬 명작처럼 라이브 녹음을 선택했다니.
그러나 여러모로 맨땅에 헤딩하는 상황임에도 그가 뮤지컬영화에 뛰어든 건 “안중근 열사의 호연지기에 매료”돼서다. 윤제균 감독은 “전작 <국제시장>이 아버지를 다룬 영화라면 <영웅>은 어머니를 그려낸 이야기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처음으로 연출한 작품이기도 하다”라며 “안중근과 그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나문희)의 관계를 주
'영웅' 윤제균 감독 - 안중근과 조마리아 여사, 모자 관계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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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새해가 밝았지만 극장가는 여전히 암흑 속에 있다. 정초부터 역대 최저 하루 관객수가 경신됐다. 지난 1월 5일 하루 동안 극장을 찾은 총관객수가 1만4518명을 기록하며 종전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해 4월 7일의 1만5429명의 기록을 넘어섰다. 위기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한국영화 촬영 현장은 새해부터 소처럼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 <씨네21>은 2021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15편을 엄선해 소개한다. 다만,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 변성현 감독의 <킹메이커>, 정지연 감독의 <앵커>, 조은지 감독의 <입술은 안돼요>(가제) 등 지난해 소개한 작품들은 제외했다.
올해는 스타감독들이 일제히 귀환한다. 김용화 감독은 설경구와 도경수, 강력한 원투펀치를 앞세워 우주를 배경으로 한 <더 문>을 준비 중이고, 윤제균 감독은 안중근 열사를 소재로 한 뮤지컬
[2021 Ready, Action!] 2021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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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지면에 담지 못했던 내용을 탈탈 털어 독자들에게 공유하는 ‘비하인드 씨네리’ 두 번째 배우는 <씨네21> 1289호 커버를 장식한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기억 읽는 카운터, 배우 김세정이다. 엘리베이터 액션 신 비하인드부터 함께 연기한 동료들에 대한 ‘폭풍 칭찬’까지,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전한다.
1. 보기와 달리 향희(옥자연)에게 하이힐로 맞는 건 전혀 아프지 않았다.
“가장 먼저 찍은 액션 신은 지청신(이홍내)에게 철중(성지루)이 죽는 장면이었다. 야외다 보니 외부 환경이 큰 변수가 됐다. 기울어진 땅에서 발차기를 하려니 잘 안 되고 생각지도 못한 데서 근육통이 오고. 그래서 액션하기 전에 10분이라도 꼭 스트레칭을 하고 지형을 잘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 이를 잘 접목시킨 게 두 번째로 찍은 엘리베이터 액션 신이다. 그 때가 선배님들 만난 지 한달 정도 됐을 때였고, (옥자연) 언니와는 처음으로 연
[비하인드 씨네리] ‘경이로운 소문’ 김세정에겐 계획이 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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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2021년 9월에 열리는 78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는다. 1월 15일, 베니스국제영화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영화제측은 베니스영화제 알베르토 바베라 예술감독이 봉준호 감독을 올해 위원장으로 추천했고 베니스 비엔날레 이사회가 오늘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알렸다.
봉준호 감독은 공식 성명을 통해서 “오랜 역사를 지닌 베니스영화제라는, 이 아름다운 영화적 전통에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다. 심사위원장으로서 그리고 그보다는 영원한 시네필로서 나는 베니스가 선택한 모든 위대한 영화에 감탄하고 박수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진정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차 있다.”고 위촉 소감을 밝혔다.
알베르토 바베라 베니스영화제 예술감독에 따르면, 봉준호 감독이 이 소식을 듣고 “열렬히 동의했다”고 전하면서 “이 위대한 한국의 영화감독은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진실되고 독창적인 목소리를 내는 감독 중 한 명이다. 우리는
봉준호 감독,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 위촉... 한국 감독으로는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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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퍼스 배우는 <싱글맨>을 통해 이미 퀴어 커플의 관계에 대해 탐구한 바 있다. <슈퍼노바>는 어떻게 달랐나.
콜린 퍼스 <싱글맨>은 50대 초반에 찍었고, <슈퍼노바>는 50대 말에 찍었다. 내 삶은 어느 순간 정말 높은 수준에 다다랐다. 성공에 취해 불행과 슬픔에 대해 전혀 생각지 않은 적도 많다. 그러나 불행과 슬픔은 언제든 소환될 수 있는 것 같다. <싱글맨>과 <슈퍼노바> 모두 어떤 감정으로 인해 시야가 좁아진 상태의 인간을 그리고 있다. <싱글맨>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서 느끼는 슬픔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 조지(콜린 퍼스)가 모든 걸 내려놨을 때 삶이 그를 다시 부른다. <슈퍼노바>의 샘 역시 터스커의 병으로 인해 사각지대에 처해 있다. 샘과 터스커의 미래는 일순간에 폭발한 것처럼 보인다.
-극중 캐릭터와 같이 먼 미래에 치매에 걸리게 된다면 어떨 것 같나.
스탠리
콜린 퍼스, 스탠리 투치 인터뷰 -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함께한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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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보편적인 이야기다. 20년을 함께한 중년의 동성 커플 샘(콜린 퍼스)과 터스커(스탠리 투치)의 삶에 균열이 생긴다. 터스커가 치매에 걸린 것. 한번 시작된 관계의 균열은 점점 더 쪼개져 벌어질 일만 남았다.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터스커는 샘에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여행을 제안한다. 작은 밴을 몰고 잉글랜드 북부를 여행하는 두 사람은 보통의 연인처럼 서로의 가족을 만나고 파티에 참석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터스커는 생기가 넘치고 치매에 걸렸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우주의 별이 폭발하기 직전에 가장 밝은 빛을 낸다는 ‘슈퍼노바’ 현상처럼.
그러나 병증은 점점 심해지고 두 사람은 어떤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2021년 봄, 국내 개봉을 준비 중인 <슈퍼노바>는 배우 출신의 해리 매퀸 감독과 극중 인물처럼 20년 지기라는 콜린 퍼스, 스탠리 투치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세사람을 화상으로 만나 영화의 시작에 대해, 샘과 터스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터스커
콜린 퍼스와 스탠리 투치 주연의 '슈퍼노바', 20년을 함께한 동성 커플과 치매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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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정은 부질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와 같은 굵직한 사건을 언급하며 김용진 감독은 ‘그때 신문사가 정도를 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족벌 두 신문 이야기>는 전직 KBS 기자이자 <뉴스타파> 대표인 김용진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탐사보도 매체인 <뉴스타파>의 다큐멘터리영화답게, 적확한 증거를 찾을 때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김용진 감독은 “관객이 이 영화를 통해 한국 언론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언론 개혁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나는 숟가락만 얹었다”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도, 기자의 질문에 영화의 작은 요소까지 꼼꼼히 짚어주며 답한 김용진 감독과의 대화를 전한다.
-처음에 어떻게 영화를 기획하게 됐나.
=현재 한국 언론 생태계에 대한 고민이 계속 있었다. 마침 지난해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창간 100주년이었고
'족벌 두 신문 이야기' 김용진 감독 - “한국 언론은 본래의 역할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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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한복판에 우뚝 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건물. 언론사 사옥이 도심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을 만큼 두 언론사의 역사는 오래됐고 영향력도 막강하다. 이 두 언론사의 화려한 외관을 클로즈업하는 것으로 시작해 정경계로 영역을 넓혀 미디어 재벌로 거듭난 두 신문사의 기원을 파고드는 영화가 개봉했다. <족벌 두 신문 이야기>는 ‘일등신문’, ‘민족정론지’를 자칭하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100년 역사를 추적한 다큐멘터리다. <자백> <공범자들> <김복동> <월성> 등 다큐멘터리 영화를 꾸준히 제작해온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다. 방대한 양의 신문 기사, 영상과 당시 기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영화는 두 신문의 과거와 현재를 세세하게 파헤친다.
“언론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스스로 권력이 될 수 있습니다. 언론은 날이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100년 역사 다룬 다큐멘터리 '족벌 두 신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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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이나 피부과에서 꼼짝없이 누워 장시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 복병은 음악이다. 비틀스의 <Yesterday>를 가야금으로 연주한 버전이나,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가슴 아파도>를 피아노 솔로로 편곡한 음악을 반복해서 듣다보면 좋은 의도- 익숙한 팝이나 가요를 어렵게 느껴지던 고전 악기로 편곡하여 두 장르의 화합을 도모하고 확장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하겠다- 가 아름다운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재차 깨닫곤 한다.
애초에 대중음악은 클래식과 박자의 강세부터 다를뿐더러 가창곡의 경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감정이나 리듬감에 의해 음의 길이나 음악적 뉘앙스가 크게 바뀌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미묘하면서도 결정적인 요소가 편곡과 연주를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기보 단계에서 제거되기 십상이다. 마치 영어 가사를 한글로 받아 적어 읽을 때 유실되는 발음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악기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인데, 피아노로
[Music] 《브리저튼》(Bridgerton) OST 세련된 편곡의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