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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전주가 다시 축제의 설렘으로 가득찼다. 모처럼 밝게 웃으며 레드 카펫을 걷는 배우들과 함께 2021년도 '영화는 계속된다'.
"전주 최씨 최수영 전주왔습니다." 2019년 <걸캅스> GV차 전주에 들른 후 자신의 SNS에 위와 같은 맨션을 남겼던 최수영 배우. 올해는 한국단편경쟁의 심사위원으로 선정돼 전주를 찾았다. 최수영은 <걸캅스> 이후 영화 <새해전야>에서 원예사 '오월' 을, 드라마 <런 온> 에서 서명그룹 대표 '서단아'를 연기했다.
배종옥에게 한계란 없다. 영화 <결백>에선 치매에 걸린 엄마로, 최근 드라마 <철인왕후>에선 순원왕후로 분했던 배우 배종옥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국제경쟁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레드카펫을 밟고 선 여유로운 웃음. 그가 고를 영화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문성근 배우가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식 행사에 참여해 축제의 열기를 더했다. 마스크를
[화보] 전주에서 영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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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과 20살. 고작 1년의 차이에 불과하지만, 함께한 추억의 무게가 가벼이 여겨질 만큼 길고 깊은 시간이기도 하다. <성적표의 김민영>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각자 다른 길을 가게 되면서 관계의 변화를 겪는 세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적인 갈등 대신 무심한 말, 디저트 하나에 서운함을 느끼게 되는 미묘한 감정들을 세밀하게 담았다. 그 시절을 통과한 이들이라면 정희(김주아)와 민영(윤서영)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성적표의 김민영>을 공동 연출한 이재은, 임지선 감독은 2017년 한겨레 영화워크숍에서 수업을 들으며 함께 감독으로서의 꿈을 키워왔다. “표현은 거칠지만, 따뜻한 이야기를 품은 소노시온 감독을 좋아하고(이재은)” “이창동 감독 영화의 예측 불가성을 좋아하는(임지선)” 두 감독의 취향이 <성적표의 김민영>에도 잘 녹아들어있다.
-<성적표의 김민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재은 극 중 민영과
[인터뷰] '성적표의 김민영' 이재은, 임지선 감독 -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그려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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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마녀들> The Witches of the Orient
쥘리앵 파로 / 프랑스 / 100분 / 2021년 / 월드시네마 / 온라인
137개 세계 대회 전승, 당대 최강이었던 구소련팀을 누르고 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따낸 방직공장의 직원들. 이 소년 만화 같은 서사는 니치보 방직공장 여자 배구팀의 실화다. 지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존 매켄로, 완벽의 제국>을 선보였던 쥘리앵 파로 감독의 신작 <동양의 마녀들>은 세계를 무대로 활약한 일본 여자 배구팀의 역사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제는 노인이 된 팀원들의 인터뷰와 자료 영상을 바탕으로 1950~60년대 배구팀의 여정을 따라간다. 승리의 행렬에는 아침 6시부터 새벽까지 공장 업무와 배구 연습을 병행한 강행군이 뒷받침되었으며, 이로 인해 당시 일본에서 배구 소재의 만화가 인기였다는 사회적 배경까지 흥미롭게 묘사했다. 1964년 일본에서 개최된 올림픽에서 자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치른 결승
[2021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쥘리앵 파로 감독, '동양의 마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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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식당> Awoke
정재익, 서태수 / 한국 / 97분 / 2020년 / 한국경쟁 / 온라인
재기는 교통사고를 당해 더는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휠체어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 혼자서 거동하기 불편한 몸 상태다. 누가 봐도 중증 장애인이 분명한데 첫 장애 등급 심사에서 재기는 경증에 해당하는 5급 판정을 받는다. 5급은 새 출발을 바라는 그의 발목을 붙잡는다. 5급이라 장애인 고용 대상에 해당하여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다가 짐 나르기조차 할 수 없어 보이는 자신의 몸 때문에 채용을 거절당하기 일쑤다. 장애 등급 심사를 다시 받고 싶지만, 현실은 그의 마음처럼 쉽지 않다. 그때 장애인 병호가 재기 앞에 나타나 도와주겠다고 한다.
<복지식당>은 장애인이 된 재기가 일상에 복귀하려고 노력하지만, 모순적인 장애인 지원 제도 때문에 번번히 벽에 가로 막혀 좌절하는 과정들을 그려내는 극영화다. 장애 등급 판정, 장애인 취업 지원, 장애인 대출
[2021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정재익, 서태수 감독 - '복지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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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는 간호사 사회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인 태움을 소재로 한 영화다.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이다.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교육하는 명목으로 가해지는 괴롭힘을 의미한다. 신종 바이러스가 퍼진 어느 작은 마을의 한 병원, 3개월 차 간호사 다솔은 병원에서 태움을 당하고 있다. 바이러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다솔은 신입 간호사 은비를 교육하게 된다. 자신도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해 아는 게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은비만큼은 잘 대하려고 노력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이 영화는 간호사 세계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폭력의 대물림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황준하 감독은 “영화제에 초청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뻤지만 예매가 열리자마자 2시간 만에 매진돼 긴장도 많이 되고 부담감도 크다"며 첫 장편 영화를 연출한 소감을 밝혔다.
-신종 바이러스가 작은 시골 마을에 전파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인데 언제 쓴 시나리오인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
[인터뷰] '인플루엔자' 황준하 감독 - “태움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계급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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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가는 길> Coming to You
변규리 / 한국 / 93분 / 2021년 / 한국경쟁
‘아이 러브 마이 게이 선’(I LOVE MY GAY SON) 굵은 펜으로 손수 적은 문구를 들고, 엄마 비비안은 아들 예준과 캐나다의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걷는다. 그들은 무지개 빛깔의 사람들 안에서 벅찬 맘으로 환호한다. 한편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선 아주 다른 그림이 펼쳐진다. ‘동성애 반대’라는 글자가 인쇄된 종이를 흔드는 이들은 비비안을 향해 “집에 가”라는 구호를 연호한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FTM 트랜스젠더 한결의 엄마 나비는 말한다. “그런 혐오의 시선을 대하면 무서워서 다시는 애들 그런 데 나가지 말라고 할 것 같은데 사람은 그게 아니에요. 그걸 보고 나면 진짜 그때부터는 또 투사가 되더라고.”
<종로의 기적> <두 개의 문> 등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의 열 번째 작품 <너에게 가는 길>
[2021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변규리 감독, '너에게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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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도다소높음> The Rain Comes Soon
고봉수 / 한국 / 77분 / 2020년 / 코리안시네마
낭만 극장에서 영화 <젊은 그대>의 시사회가 열린다. 극장의 유일한 아르바이트생 찰스(김충길)는 관객 맞이에 분주하다. 관객의 시비와 말도 안되는 상황들이 연속해서 벌어진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핑계로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 낭만 극장. 습기가 가득 찬 그곳에서 한편의 영화가 시작된다.
<습도다소높음>은 극장에서 펼쳐지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담은 코미디영화다. 감독은 자기 자신을 희화화하여 영화에 녹여낸다. 메타영화로도 읽히는 이 영화는 웃음과 짠함, 두 가지 요소를 잘 섞어낸다. 특히 감독으로 등장하는 이희준 배우와 영화평론가로 등장하는 전찬일의 연기가 일품이다. <습도다소높음>은 <델타 보이즈>(2016), <튼튼이의 모험>(2017) 등을 연출한 고봉수 감독의 신작이다.
상영정보
5월4일 오
[2021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고봉수 감독, '습도다소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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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파> Aftermath
김진혁 / 한국 / 174분 / 2021년 / 코리안시네마 / 온라인
영화는 김진혁 감독이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다시 카메라에 담기로 하면서 시작된다. 10년 전 EBS PD 시절 김 감독은 <다큐프라임-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를 제작하다가 돌연 다른 부서로 발령받는다. 그로 인해 반민특위 프로젝트는 중단된다. 반민특위는 해방 직후 친일 반민족 행위자를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이승만 정부의 지속적인 방해 때문에 조사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의 대표적인 와해 공작이 국회 프락치 사건이었다. 반민특위에 소속된 국회의원 13명을 ‘빨갱이’로 몬 사건으로, 정부는 국회의원들을 형무소에 가둔 채 고문했다. 1949년 6월 6일 친일 경찰들이 반민특위 청사를 습격하면서 반민특위는 사실상 와해되고 만다.
이 사건은 반민특위 후손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반민특위의 주
[2021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김진혁 감독,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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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들> Aloners
홍성은 / 한국 / 91분 / 2021년 / 한국경쟁
<혼자 사는 사람들>은 단순히 1인 가구를 지칭하지 않는다. 노동현장, 주거공간, 가족관계에 있어 타인의 개입을 꺼리고 오직 단독적 개인을 유지하는 데에 몰두한 자들. 영화는 그들 각자의 이유로 홀로 된 모두를 <혼자 사는 사람들>로 바라보며 카드사 콜센터 직원인 주인공 진아(공승연)를 따라간다. 아버지와의 대화도 이웃과의 인사도 껄끄럽기만 한 진아에게 불편한 이별과 만남이 차례로 찾아온다. 그렇게 스친 사람들을 통해 진아는 고독과 고립의 경계에 선 자신을 발견하고 봉인되었던 감정을 두드려본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미덕은 세태를 조명하기 위해 인물을 도구로 쓰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대신 이 영화는 시종 건조하던 진아의 일상에 작은 물방울이 맺히기까지의 시간을 따라가 변화의 가능성을 설득해낸다.
상영정보
4월 30일 오후12시 CGV전
[2021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홍성은 감독, '혼자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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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아이> First Child
허정재 / 한국 / 93분 / 2021년 / 한국경쟁
최근 드라마 <며느라기> <산후조리원>, 영화 <고백> 등을 거치며 인상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배우 박하선이 또 한번 분투하는 여성 캐릭터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그가 <첫번째 아이>에서 연기하는 정아(박하선)는 출산 후 복직한 지 얼마 안된 30대 여성.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그의 앞에 매일같이 산 넘어 산이 펼쳐진다. 언덕을 넘는 정아에게 조선족 보모, 비혼주의자 후배, 야근을 일삼는 남편은 불안과 신경과민을 선사한다.
정아에게 집중하던 카메라가 다른 인물을 비출 때 일어나는 찰나의 소통과 어긋남은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여러 층위를 더한다. 서늘한 분위기 속에서 인물의 심경을 묘사하는 이 영화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안을 섣불리 내놓기보다 그럴 수 없는 맥락을 신중히 서술해가며 현실을 스캔한다.
상영정보
4월 30일
[2021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허정재 감독, '첫번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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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한 차례 영화제를 치룬 전진수·문석·문성경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지난해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며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영화 제작 환경의 어려움을 짚으면서도 세 프로그래머는 "그렇기에 더더욱, 작은 영화들과 관객이 만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며 영화제의 의미를 되새겼다. 올해 지원작들의 경향부터 <스페셜 포커스: 코로나, 뉴노멀>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 등의 신설된 부문까지, 4월 29일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만난 세 프로그래머와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지난해 코로나 펜데믹으로 변동이 많은 상황 속에서 영화제를 치렀다. 프로그래머로서 제21회 영화제를 평가한다면.
문석 국내 큰 규모의 영화제로서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경우였다. 무관객, 비공개 영화제로 개최하는 등 변동이 커서 스텝들이 고생이 많았다. 그래도 온라인 상영과 같은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자평한다.
전진수 한국 감독들
[인터뷰] 전진수·문석·문성경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 작고 별난 영화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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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수> The Train Passed by
감정원 / 한국 / 75분 / 2021년 / 한국경쟁
귤 하나를 코트 주머니에 넣은 채 기차에 오른 희수(공민정)의 종착지는 강원도 도경리역이다. 그러나 바로 다음 장면에서 영화는 희수가 대구에 위치한 공장으로 출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공장엔 희수의 애인 학선(강길우)이 있는데, 둘은 계획했던 여행을 연기해야 하는 일로 대화를 나눈다. 그들은 원래 강원도로 떠날 예정이었다. 그렇다면 영화 초반 희수의 여행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대사 없이 느리고 담백하게 진행되는 <희수>는 희수와 학선이 따로 또 같이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연을 조심스럽게 보여주는 영화다. 쉽게 짜맞춰지지 않는 영화의 장면 장면들이 색다른 감상을 자아낸다. 홍상수 감독의 최근작 몇편과 여러 독립영화에서 인상을 남긴 공민정 배우가 희수를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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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오후1시30분 CGV전주고사 6관
5월 1일 오후1시30
[2021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감정원 감독, '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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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도라스> Corydoras
류형석 / 한국 / 87분 / 2021년 / 한국경쟁 / 온라인
메깃과 열대 관상어이자 청소용 물고기로 유명한 코리도라스. 그 물고기를 쳐다보고 있는 박동수가 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지체장애인이며 어릴 적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은 그는 종종 시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이를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다. 악플에 답글을 다는 것까지도 그의 취미다. 그런 그의 고민은 요즘 시가 잘 써지지 않는 것인데, 동수는 이에 대한 돌파구로 그가 과거에 머물던 장애인 시설을 찾는다. 동수는 코리도라스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코리도라스>는 물고기가 되고 싶어 하는 한명의 장애인보다는, 그저 아름다운 무언가를 보며 시상(詩想)을 떠올리는 한 사람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영화다. 그렇게 마침내 한편의 시가 완성되고, 다음 시상을 찾아 길을 나서는 동수를 영화는 끝까지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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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오후2시 CGV전주
[2021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류형석 감독, '코리도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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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아웃> NOT OUT
이정곤 / 한국 / 108분 / 2021년 / 한국경쟁 / 온라인
고교 유망주인 광호는 프로야구 드래프트 선발전에서 탈락하면서 프로 선수로서의 꿈이 좌절된다. 야구를 계속하고 싶은 간절함이 광호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계획에 없던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면서 광호는 지망 대학이 같은 동료들과 갈등을 빚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 민철이 있는 가짜 휘발유 판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된다.
<낫아웃>이 묘사하는 광호의 세계는 오직 야구로 가득하다. 그런 광호의 폭주하는 에너지를 담는 데에 집중하면서도, 영화는 제목과 같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그를 다독인다. 광호 외에도 20살을 기점으로 갈라지는 고교야구팀원들의 미래와 고를 선택지조차 부재한 청춘들의 삶까지 세밀하게 담아냈다. 단편 <조문> <윤리거리규칙>으로 서울독립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됐던 이정곤 감독의 연출작이다.
[2021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이정곤 감독, '낫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