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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속수무책이었던 2020년은 예측이 무의미한 해였다. 2021년은 어떨까. 그야 겪어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다. 그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미 어떤 변화는 선명히 눈에 보인다. 가령 영상 콘텐츠의 소비 패턴 같은 것들. 이에 <씨네21>은 영화·드라마 제작사, 투자·배급사, OTT, 매니지먼트사 등 한국의 영상 콘텐츠 산업을 이끌고 있는 55인의 전문가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2020년 가장 인상 깊게 본 영상 콘텐츠부터 2021년의 키워드와 트렌드, 주목해야 하는 인물과 콘텐츠 등 11가지 항목을 통해 2021년의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전망해보았다. 결과를 정리하고 보니, 업계의 화두와 관심의 추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눈에 보였다. 이 결과표는 2021년을 맞이하는데 유용한 보고서가 될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분들의 성함과 직함은 게재되며, 응답자의 문항별 답변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2021년 누가 뜰까, 어디에 주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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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을 생각하면 입을 여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어어부 프로젝트로 활동하던 시절 부조리한 이야기로 전개되던 가사를 포효하던 패기가 그렇고, 여러 솔로 작업에서도 감각적인 언어와 탁월한 음율로 부르던 노랫말이 그의 입에서 두드러졌다. 할 말이 많은 아티스트라고 생각했고, 그가 고른 낱말과 문장과 이야기들은 갈수록 깊이를 더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입을 닫았다. 11년의 공백을 깨고 2019년에 발표한 《가볍고 수많은》에선 사람들이 기대하던 가볍고도 수많은 백현진표 감정을 담은 가사로 출렁거렸는데, 이번엔 의미를 알 수 없는 청각적 기호들만으로 채운 음반을 냈다. 열세개의 트랙은 A1번부터 A7번까지, B1번부터 B6번까지 건조하디건조한 제목으로 나열돼 있고 크라임 신(Crime Scene)이 찍힌 야간 CCTV 같은 아트워크만이 이야기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유일한 단서다. 모든 곡은 전자음으로만 구성되었고 B 트랙에서야 귀를 기울이면 알아챌 수 있는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Music] 낯설지만 압도적인 - 백현진 《Csimplex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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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서 더이상 잃을 게 없다.” <차인표>로 재도약의 출사표를 내민 배우 차인표의 심정은 이러했다. <타워>(2012), <감기>(2013) 이후 잠잠했던 그에게 <차인표>는 “지난 6년간 유일하게 들어온 영화 시나리오”다. 그사이 차인표는 대한민국에서 아는 사람은 너무 잘 알고,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배우가 됐다. 밀레니얼 세대를 기점으로 확연히 갈라지는 그의 인지도는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1994)에서 검지를 흔들고 색소폰을 불던 백마 탄 왕자와, ‘분노의 양치질’ 밈 시리즈(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에서 악역 연기에 도전한 차인표의 분노 연기가 SNS에서 개그 코드로 활용됐다)의 주인공이 표상하는 이미지만큼이나 격차가 크다.
재기를 위해 고심하던 배우 차인표가 급작스러운 붕괴 사고로 여자고등학교의 샤워실에 갇히는 이야기인 <차인표>에서 그는 나체 상태로 어둠 속에 누워서도
차인표의 '차인표', “오랜 부자유 속에서 나를 꺼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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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은, 정이용 작가는 함께 만화를 창작한다. 두 작가는 2013년 <환절기>를 시작으로 장편 <당신의 부탁>(2015), <니나 내나>(2016), <요요>(2019), 그리고 단편 <캠프>(<토요일의 세계>에 수록)를 작업했고 이동은 작가는 감독으로 명필름 영화학교에서 <환절기>(2018)를 영화로 만든 것을 시작으로, 영화 <당신의 부탁>(2018), 영화 <니나 내나>(2019)를 찍었다.
이동은 작가의 영화용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정인용 작가의 만화 작업이 이루어지고, 만화를 바탕으로 이동은 작가는 감독으로 영화를 찍는 것이다. 현실적인 인물들이 범상한 사연을 보여주는 이동은·정이용 작가의 만화는 언제나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작품마다의 개성은 분명하다. 글·그림 작업이 선명히 나뉜다기보다는 상대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자신의 세계에 받아들여 하나의 작품
만화 <진, 진> 펴낸 이동은·정이용 - 감정을 절제하고 덜 보여주는 것이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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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라니. 기이한 바이러스가 온 나라를 뒤덮고, 사람이 끊임없이 병들어 죽어나가는데도 ‘새해’가 올 수 있구나. 이래서 ‘세월’을 가리켜 참 ‘속절없고’, ‘가차 없다’고들 하는구나.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 문자를 보내려 했을 때 꽤 망설였다. 뭐라고 해야 할까.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메일 끝에 종종 “무탈하게 지내세요” 라고 적긴 했지만 왜인지 입이 썼다. 일단 ‘감염’은 ‘무탈하게 지내고 싶은’ 내 의지와 소망을 전혀 개의치 않는 사태이며, 무엇보다 일신의 무탈을 비는 내 소망이 조금은 ‘보신주의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미 ‘탈’이 났고, ‘탈’이 날 확률이 높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안위를 돌보고 개선하지 않는 이상 ‘무탈’은 그저 요행일 뿐이지 않은가.
‘건강하세요’라는 말도 버석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애초에 형용사를 명령형으로 사용하는 것부터가 입에 붙지 않을뿐더러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건강’이 곧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신체’라는 뜻의 ‘유용성’과 ‘정상성
[오혜진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모두에게 복된 새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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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고> <신과 함께> 시리즈의 김용화 감독이 연출하는 <더 문>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다. 우연한 사고로 우주에 홀로 남겨진 한 남자와 지구에서 그를 무사히 귀환시키려는 또 다른 남자의 필사적이고 아름다운 SF 휴먼 스토리고, 설경구와 도경수가 출연하기로 했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영화에 관한 어떤 정보도 철저히 베일에 싸인 상태다. 한줄 줄거리를 보면 많은 궁금증이 뒤따른다. 그들은 왜 지구 밖으로 나갔을까, 우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김용화 감독이 스크린에 펼쳐낼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등등. <씨네21> 1289호에 실린 김용화 감독의 인터뷰는 <더 문>에 관한 첫 인터뷰다. 김용화 감독은 인터뷰 내내 말을 아끼면서도 <더 문>이 어떤 작품인지 짐작할 수 있는 단서 몇 가지를 알려주었다. <씨네21> 1289호에서는 <더 문>에 대한 더 많은 정보 뿐만 아니라 <영웅&
설경구, 도경수 주연의 SF 영화 <더 문> 최초로 공개하는 3가지 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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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북미 박스오피스가 집계됐다. 2020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매표 수입은 23억달러로, 2019년 연간 박스오피스 114억달러와 비교하면 80% 하락했다. 이는 스트리밍 등 VOD를 통한 수입은 집계하지 않은 수치로 최근 50년간 집계된 박스오피스 중 최저다. 이처럼 큰 낙폭은 코로나19로 미 전역의 영화관이 8개월가량 강제 휴업하며 이미 예상된 결과였으며, 해외 지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9년 글로벌 박스오피스는 425억달러였는데, 2020년은 전년 대비 72% 하락한 115억달러 수준이 될 전망이다.
2020년 미국에서 극장 개봉이 제대로 이뤄진 건 1월과 2월, 단 두달에 불과하다. 2020년 최고의 극장 수입을 올린 영화는 이 기간에 개봉한 <나쁜 녀석들: 포에버>다. 2020년 1월 개봉한 <나쁜 녀석들: 포에버>의 극장 수입은 2억440만달러로,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가 17년 만에 재결합해 만든 속편의 뒷심이
[LA] 중국에 글로벌 박스오피스 1위 내준 2020 북미 극장가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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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에서 인공지능(AI)의 오류는 종종 로맨틱한 계시로 쓰였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목적지에서 벗어난 곳을 안내해 운명의 상대 앞으로 이끌거나, AI 스피커가 엉뚱한 대답을 하며 앞으로 일어날 만남과 사건을 예언하기도 했다. 한데 MBC every1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의 냉장고 AI ‘장고’는 맛이 간 인간을 귀신같이 골라낸다. 펠리컨 전자 ‘음성인식 스마트 가전 유비쿼터스 혁신개발팀’ 과장 대행 서지성(송하윤)은 말한다. “음식물이 어떤지를 말해 달랬더니 인간이 어떤 상태인지 감별하고 있는 미친 냉장고”라고.
사용자가 전날 무엇을 먹었는지 알려주면 보관 중인 식재료를 바탕으로 다음날 메뉴를 추천해주는 간단한 기능도 자꾸 실패해 지성의 애를 먹이던 장고는 기판 합선 이후, 허용되지 않은 데이터를 긁어와 인간을 판별하기 시작한다. 개개인의 카드사용 내역과 은행 잔고, 사적인 메신저, SNS 기록, CCTV 영상까지 뚫고 분석한다. 장고는 지성과 결혼을 앞
드라마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 A.I. 가라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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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요요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큐멘터리영화 <요요현상>은 한국에서 요요 잘하기로 손꼽히던 현웅, 동건, 종기, 대열, 동훈을 7년간 좇은 작품이다. 요요는 PC통신,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인기를 누리던 20세기 스포츠로, 198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다섯명의 주인공은 2010년대가 되자 사회로 나갈 나이가 된다. 마지막으로 멋진 공연을 한 뒤 요요 인생을 마무리 지으려는 이들은 준비한 것보다 더 성공적으로 공연을 해낸다. 마지막 공연이 끝난 뒤 더 큰 미련이 남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다큐멘터리스트 고두현 감독은 그 이후의 시간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요요현상>은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제작지원작 <옥상 위에 버마>(2016)를 공동연출한 고두현 감독이 내놓은 두 번째 장편다큐멘터리다. <요요현상>을 가지고 서울독립영화제와 평창국제평화영화제를 통해 영화제 관객을 만났고, 이제는 일반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친 고
'요요현상' 고두현 감독 - 누구나 인생에 요요같은 것 하나쯤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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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용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와 이언희 감독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신임 위원으로 임명됐다. 두 사람의 임명은 오석근 전 영진위원장과 모지은 영진위원의 임기 만료에 따른 선임이다. 박기용 교수는 <모텔선인장>(1997) <낙타들>(2001) <가리봉>(2013) 등을 연출한 감독으로,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 집행위원장을 거쳐 한국영화아카데미 원장을 차례로 역임한 바 있다.
이언희 감독은 <…ing>(2003) <미씽: 사라진 여자>(2016) <탐정: 리턴즈>(2018) 등을 연출했다. 문체부는 “영화 관련 단체 추천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영화 분야에서의 전문성과 경험을 고려해 두 사람을 임명”했다. 두 신임 위원들의 임기는 3년이다. 공석이 된 영진위 위원장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호선으로 결정된다. 한 문체부 관계자는 “영진위가 1월 중순에 별도 회의를 개최해 차기 위
박기용 단국대 교수와 이언희 감독, 영화진흥위원회 신임 위원으로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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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악귀 잡는 ‘카운터’로 활약 중인 조병규, 유준상, 김세정, 염혜란 네 배우에게 물었다. ‘카운터’처럼 특별한 힘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능력이 탐나는지, 악귀 잡으러 출동할 때 입는 빨간색 트레이닝복을 본인이 직접 디자인한다면 어떻게 바꾸고 싶은지, 극중 캐릭터와 실제 모습이 가장 닮은 사람과 가장 다른 사람은 누구인지.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는 네 배우의 생각은 과연 일치할까?
1. 카운터처럼 특별한 힘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싶나?
조병규(소문 역): 처음에는 치유였는데 지금은 마음 속 기억 읽기. 누군가의 기억을 읽게 되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 약점 혹은 추억들을 모두 알 수 있으니까 한 인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도하나의 캐치 능력!
유준상(가모탁 역): 치유가 가장 좋겠지만 내가 맡은 역할이 역할이니 만큼 가모탁의 괴력으로 하겠다. 가모탁도 자신의 힘을 엉뚱한 데 쓰는 게 아니라
'경이로운 소문' 캐릭터와 싱크로율 100%인 배우는? 조병규, 유준상, 김세정, 염혜란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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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나치 독일이 소련을 선제공격한다. 정예화된 독일군의 침공에 소련군은 속수무책으로 후퇴를 거듭하고 전선은 점점 소련의 수도 모스크바에 가까워진다. 전쟁의 화마는 이제 사랑과 생동감이 넘치는 청춘 마저 집어삼키려 한다. 늠름함보다 명랑함이 돋보이는 라브로프(아르티욤 구빈)와 매사에 강직한 셰마킨(이고르 유딘)은 포돌스크 군사학교 생도다. 라브로프와 셰마킨이 의무병 마샤(루보프 콘스탄티노바)를 마음에 품고 사랑 다툼을 벌이는 동안 독일군이 파죽지세로 밀려온다. 소련군은 후방의 태세를 정비할 시간을 벌고자 군사학교 생도들을 최전방 일린스크에 투입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급작스레 징집된 포돌스크 군사학교 생도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라스트 프론티어>는 덜컥 전장으로 내몰린 생도들의 긴장과 결의를 조역들의 서브 플롯에 녹여낸다. 각자의 사정을 품고 출전하는 생도들과 그들을 떠나보내는 친지들의 사연은 결말에 이르러 다시금 포개어진다. 다채로운 촬영 기법도 <
'라스트 프론티어' 제2차 세계대전 중 갑자기 최전방에 투입된 소련 군사학교 생도들의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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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청소년 대상 코딩 교육 영업소를 운영 중인 소심하고 지질한 이혼남 기성(신민재). 그의 유일한 꿈은 하루빨리 방이 4개인 큰 평수의 아파트에서 예전의 가족이 다시 모여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에겐 동창과 재혼한 전 부인(황정윤), 엄마와 함께 사는 맹랑한 고등학생 딸(홍하나임), 사고만 치는 아버지(박현상)가 있다. 가족을 되찾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기성이 귀엽다고 호감을 보이는 은행 직원 일영(이진리)이 나타나면서 기성의 마음이 흔들린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는 사채업자를 피해 행방을 감추고, 기성은 빚 독촉을 받는다. 과연 기성은 그의 소원대로 가족과 함께 무사히 방 네개짜리 넓은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을까?
<귀여운 남자>는 광각렌즈를 부착한 2대의 아이폰7+로 촬영된 작품으로 단편영화 <8월의 일요일들>(2003), <비만가족>(2007)을 연출한 김정욱 감독의 장편영화다. <극한직업>(2018)의 이병헌
'귀여운 남자' 방 네개짜리 아파트에 입주를 꿈꾸는 남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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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 릴리(수잔 서랜던)와 폴(샘 닐)의 도심 외곽 저택으로 손님들이 찾아온다. 큰딸 제니퍼(케이트 윈슬럿)의 가족들, 작은딸 애나(미아 바시코프스카)와 연인 크리스(벡스 테일러 클라우스), 대학 때부터 부부와 친했던 리즈(린제이 덩컨)가 차례로 도착한다. 이들은 모두 함께 ‘때이른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한다. 하지만 그들이 모인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근육 마비 증세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릴리가, 이틀 후에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의 선택에 모든 이가 동의하진 않는다. 그렇게 다가오는 작별의 순간을 기다리는 동안, 가족들 내부에 숨겨져 있던 크고 작은 문제가 하나씩 불거져나온다.
덴마크영화 <사일런트 하트>(2014)를 리메이크한 할리우드영화 <완벽한 가족>의 가장 큰 장점은 배우들의 조합이다. 연출자 로저 미첼은 시간 순서대로 촬영을 진행했는데, 그 덕분인지 수잔 서랜던을 비롯한 여성배우들의 감정이 스크린에 자연스럽고 조
'완벽한 가족' 수잔 서랜든, 케이트 윈슬렛 등 배우들의 호연이 인상적인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