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의 미술 관객은 작품의 형태며 색상, 전시 공간에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과거 교회나 사원, 유적지 등의 미술 작품은 감상용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고, 종교적인 차원에서 믿음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조각상으로 가득한 인도 사원을 보려고 현지인도 거북해하는 불편한 길을 달리거나,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미켈란젤로와 그를 좇는 근사한 경쟁자 라파엘로의 작품들을 보러 시스티나성당으로 가는 일은 완전히 다른 목적을 품고 일종의 타임머신을 타는 행위다. 공간 이동인 동시에 수백, 수천년을 가로지르는 시간 이동. 그런데 이 여행을 통해 관객 스스로 작품에 집중하면서 변화하기 때문에 더 의미 있다고 저자 마틴 게이퍼드는 단언한다. <예술과 풍경>은 호크니와의 대담집으로 이름을 알린 미술비평가인 저자가 세계를 오가며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와 대담을 나눈 경험을 담은 책이다.
화가 고(故) 질리언 에어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빌어먹은 그림은 벽에 걸 때마다 달라
씨네21 추천도서 <예술과 풍경>
-
새해를 맞을 때마다 달력의 공휴일을 먼저 확인하는 이들에게 2021년은 가혹한 해다. 거의 모든 공휴일이 주말이라서, 설 연휴가 끝나고는 도리 없이 까만 숫자로 표기된 공부와 노동의 시간을 맞이해야 할 판. 이럴 때일수록 놀기 위해서, 공부하기 위해서 책을 가까이 두고 평정심을 찾으면 어떨까. 어느 쪽이든 유쾌한 2월의 책들.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2월의 책
-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미드’나 ‘영드’와 달리 ‘프드’라는 단어는 아직 어색하다. 거센소리에 같은 모음이 중복되어 발음하기 매끄럽지 않다는 일차적인 이유가 아니라 프랑스 드라마가 국외 팬들에게 그만큼 영향력이 없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일 테다. 실제로 프랑스인들도 자국 드라마나 시리즈물에 그다지 높은 기대를 하지 않고, 감독과 제작사, 배우들도 드라마/텔레비전에 대해서는 장편/극장보다 ‘쉬운 차선책’, 좀더 막말로 하자면 ‘변절’과 연관지어왔다. 단적인 예로 2015년 넷플릭스가 제작한 첫 프랑스 드라마 <마르세유>(출연 제라르 드파르디외)는 찬반이 엇갈린 애매한 시청자들의 반응과 달리 “산업 재난”(<르몽드>), “경이롭기까지 한 놀라운 실패작”(<텔레라마>) 등 평단의 일관적인 비판을 받고 결국 시즌3 방영이 취소되었다.
그리고 넷플릭스가 제작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2017년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을 당시 이 영화를 극장
[파리] 프랑스 영화인들 대거 참여한 넷플릭스 시리즈 '뤼팽' 시즌2 제작
-
24개국에서 출간된 독일 동화를 원작으로 한 <리틀드래곤 코코넛2: 정글대탐험>은 드래곤들의 방학캠프를 통해 포용과 화합의 여정을 따라간다. 주인공은 날개를 달고 불을 뿜을 수 있는 드래곤 코코넛과 그의 친구들. 코코넛은 드래곤들의 캠프에 참여할 수 없는 고슴도치 친구 마틸다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마틸다를 상자에 몰래 숨겨서 동행할 정도로 따뜻한 마음씨를 지녔다.
그런 코코넛이 탄 배가 침몰하면서 모험이 시작된다. 이때 영화는 주인공들과 생김새가 다른 종족인 자이언트 드래곤, 워터 드래곤 등을 차별받고 오해받는 캐릭터로 묘사함으로써 뜻밖의 만남과 갈등을 그려낸다.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나와 다른 존재를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영화 '리틀드래곤 코코넛2: 정글대탐험'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드래곤과 친구들의 모험
-
-
오늘날 뒤늦은 명성을 얻은 화가인 헬렌 쉐르벡의 삶과 사랑을 그렸다. 전쟁과 가난이 담긴 역사적 풍경에서 자화상으로 차츰 관심을 옮겨온 화가 헬렌 쉐르벡은 그의 그림만큼이나 고요하고 내면적인 삶을 살았다. 영화 <헬렌: 내 영혼의 자화상>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삶에 숨은 격정과 동요를 살핀다. 1862년에 태어난 화가의 일생 중 1915~23년 무렵을 중심으로 다루며, 이 시기에 만난 아마추어 화가 아이나르 로이터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고독과 소외, 전통의 억압 속에서 헬렌은 사랑을 통해 예술적 영감을 회복한다.
전기영화로서 시선의 치밀함은 부족하지만 멜로드라마적 정서를 강조해 몰입도와 매력을 높였다. 1900년대 초반 핀란드의 화실 풍경에 자연광을 강조해 회화적인 아름다움을 부각했다. 뮤직비디오 감독으로도 잘 알려진 안티 요키넨의 신작이다.
영화 '헬렌: 내 영혼의 자화상' 화가 헬렌 쉐르벡의 삶과 사랑
-
10년을 뒷바라지한 애인에게 뒤통수를 맞고, 철부지 연하 남자 친구가 속을 썩이고, 공감 능력 제로인 남친 때문에 매 순간이 답답하고…. 고등학교 동창인 서연(이새별), 희주(조한나), 가희(이다해)와 보영(강나리)은 삐걱대는 연애 탓에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아홉수는 정말 존재할까.” 서른을 앞둔 네 사람은 차라리 얼른 해를 넘겨 이 고달픈 순간이 지나가길 바란다.
<아홉수 로맨스>는 각기 다른 네 커플이 빚는 갈등, 사랑의 시작과 끝까지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데 집중한다. 그 지지부진함에 새로울 건 없다. 다만 끝이 보이는 듯한 그 기시감이, 인물들 편에서 화내고 응원하는 원동력이 된다. 지나치리만치 솔직한 네 인물의 입담에도 공감하며 귀 기울이게 된다. 매끄럽진 않아도 무난하게 흘러가는 로맨스영화다.
영화 '아홉수 로맨스' 각기 다른 네 커플이 빚는 갈등, 사랑의 시작과 끝까지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데 집중한 로맨스영화
-
1998년 더블린. 돔(루이스 탈페)은 국제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 출전한다. 그는 페이스메이커로서 20년간 팀을 승리로 이끌어왔다. 하지만 경기 전 돔은 출전 기회를 박탈당한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마저 죽자 돔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돔은 운 좋게 다시 출전 기회를 얻는다.
<더 레이서>는 투르 드 프랑스에 출전한 사이클 선수 돔의 고군분투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대규모 사이클 대회를 재현하고 리드미컬한 편집을 통해 경주를 속도감 있게 그려낸다. 그렇다고 속도감에만 매몰된 연출을 선보이진 않는다. 속도를 낼 수 없는 돔의 상황과 고민을 담는다. 이를 통해 영화는 레이싱을 삶에 대한 은유로 읽어내려 하지만 성급한 결말이 이를 막아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 '더 레이서' 투르 드 프랑스에 출전한 사이클 선수 돔의 고군분투를 그린 작품
-
<마리오네트>는 미래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하는 9살 소년의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다. 뉴욕의 심리치료사 메리언(테클라 뢰턴)은 끔찍한 사고로 남편을 잃은 후 스코틀랜드에 새 터전을 마련한다. 그곳에서 만난 소년 매니(엘리야 울프)는 메리언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이 현실이 된다고 털어놓는다.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매니가 그린 그림이 하나둘 실현되는 걸 목격한 메리언은 혼란에 휩싸인다.
엘버트 반 스트리엔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동명의 25분짜리 단편을 장편으로 리메이크했다. 참신한 소재와 상상력으로 관객의 흥미를 끄는 데 성공하지만 헐거운 구성으로 서스펜스를 오래 붙잡아두진 못한다. 장르적 재미 외에도 ‘마리오네트’라는 제목처럼 운명과 존재에 대한 질문까지 이어지는 점은 흥미롭지만 반전의 강박을 벗지 못한 결말이 다소 아쉽다.
영화 '마리오네트' 미래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하는 9살 소년의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
라이브 클럽 ‘그레이하운드’는 함께할 뮤지션을 찾기 위한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많은 뮤지션이 무대를 오르내린다. 밴드 ‘머저리 클럽’의 드러머 섭(갈치)과 베이시스트 철(이재호)도 오디션 참가를 원한다. 그러나 밴드 리더 임재가 종적을 감춘다. 섭과 철은 은정(공민정)과 함께 하염없이 임재를 기다린다. 한편 블루스를 하고 싶지만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던 흑인 뮤지션 덕규(크리스 라이언) 또한 오디션 현장을 찾는다.
황욱 감독은 자신의 단편 <라이브 클럽 그레이하운드>(2016)를 확장시켜 장편영화 <라이브 하드>를 만들었다. 흑백 화면 속 젊은 뮤지션들의 곤궁한 일상 풍경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무대의 앞과 뒤를 유연하게 오가는 담백한 연출이 여운을 남긴다.
영화 '라이브 하드' 황욱 감독의 단편 <라이브 클럽 그레이하운드>를 확장시켜 만든 장편영화
-
말라(로저먼드 파이크)는 은퇴한 노인들의 법정후견인이 되어 그들의 건강과 재산을 관리해주는 케어 업체를 운영 중이다. 심신이 온전치 못한 고객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우지만 실은 노인들을 요양원에 가둬 자유를 빼앗은 뒤, 그들의 재산을 처분해 이익을 챙기는 것이 주목적이다. 말라의 검은 속내를 눈치챈 이들이 법정에서 그와 다퉈보지만, 철저한 계획과 해박한 법률 지식으로 무장한 말라를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한다.
손발이 척척 맞는 완벽한 파트너 프랜(에이사 곤살레스)과 함께 다음 타깃을 물색하던 말라는 제니퍼(다이앤 위스트)를 상대로 작전을 펼친다.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중 제니퍼가 평범한 노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고, 말라는 일생일대의 위기에 직면한다.
J 블레이크슨 감독의 블랙코미디 스릴러 <퍼펙트 케어>는 크게 두 가지 힘으로 달려가는 영화다. 하나는 극을 이끄는 주연배우 로저먼드 파이크가 지닌 아우라와 매력이다. 악역 말라가 보여주는 간교하고 담대한
영화 '퍼펙트 케어' J 블레이크슨 감독의 블랙코미디 스릴러
-
흥신소 사장 우수한(김영광)은 돈만 되면 어떤 의뢰든 받는다. 어느 날 국정원 요원 신기루(김태훈)가 흥신소를 찾아와 사무실을 빌리기로 약속한 뒤 불의의 사고로 입원을 한다. 한편 중국의 비밀 요원 유다희(이선빈)는 총기 밀매 루트를 쫓아 한국으로 온다. 중국측에선 수습요원을 투입해 책임을 떠넘길 생각으로 신참을 파견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다희는 아무것도 모른 채 국정원 요원과 접선을 약속한 흥신소로 향한다. 우수한을 신기루로 착각한 유다희는 천만원을 제시하며 수사 공조를 요청하고, 우수한은 눈앞의 돈에 넘어가 위험한 임무에 뛰어든다.
<미션 파서블>은 전형적인 킬링타임용 액션 코미디다. ‘킬링타임’은 이영화의 지상 과제이자 최대의 칭찬이다. 우연히 파트너가 된 신참 요원과 흥신소 직원이 거대 밀매 조직과 벌이는 대결은 부담 없이 웃음을 터트리기 위한 과장된 장치들로 가득하다. 완전 다른 두 인물이 파트너가 되어가는 과정, 각자의 아픈 사연, 느닷없이 펼쳐지는 액션은 보
영화 '미션 파서블'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눈을 즐겁게 하는 킬링타임용 액션 코미디
-
두 청춘이 있다. 대학생 현지(배주현)는 아나운서 지망생이다. 기자였던 아버지처럼 언젠가 멋진 보도를 하는 언론인이 되고 싶지만, 혼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야 하는 현지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람(신승호)은 씨름 선수다. 천하장사 성민과 친형제 못지 않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날 성민이 씨름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이에 충격을 받은 우람은 씨름을 그만둔다. 이후 이태원 트랜스바에서 일을 시작한 우람은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그곳에서 일하는 현지를 마주한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현지와 운동을 그만두고 바에서 험난한 심부름일을 하는 우람, 두 남녀는 각자의 위치에서 아등바등하다가 우연한 만남을 거듭하면서 점점 가까워진다.
<더블패티>는 현지와 우람, 두 사람의 사연이 교차로 전개되는 청춘 드라마다. 두 남녀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전형적인 로맨스물이라기 보다 현실에 치여 살아가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받는 건전한 관계를 그려
영화 '더블패티' 아나운서 지망생과 전직 씨름선수의 성장통을 다룬 작품
-
<러브레터> 개봉 이후 22년 만에 이와이 슌지 감독이 보내는 한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하나와 앨리스> <4월 이야기> 등을 연출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신작 <라스트 레터>는 편지를 통해 과거 자신의 첫사랑을, 그리고 그 첫사랑의 현재를 마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나는 이와이 슌지만큼 로맨틱한 작가를 알지 못한다”는 찬사를 보낼 만큼 첫사랑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리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장기가 여실히 발휘된 작품이다.
조금 일찍 세상을 떠난 언니 미사키의 장례식장을 묵묵히 지키는 동생 유리(마쓰 다카코). 그곳에서 유리는 미사키 앞으로 온 동창회 초대장을 전달받는다. 언니의 소식을 알리기 위해 참석한 동창회에서 유리는 미사키로 오해를 받는다. 그러던 중, 동창회에서 자신의 첫사랑인 쿄시로 선배(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재회한다. 이후 두 사람은 연락처를 주고받고, 유리를 미사키로 착각한 쿄시로는 “잘 지내고
영화 '라스트 레터' <하나와 앨리스> <4월 이야기> 등을 연출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신작
-
JTBC 드라마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의 첫 방송을 기다리는 동안, 제목으로 삼은 대사를 입 밖으로 내도 괜찮을 상황을 생각해보았다. 후배의 화장품 파우치에서 립스틱을 빌리는 선배가 하필 사용 기한이 한참 지난 채로 굴러다니던 립스틱을 집었을 때 정도? 물론 저런 내용이라면 제목으로 뽑히지 못했을 것이다. 제목의 도발은 어떤 이들에겐 짜릿한 상상의 재료가 될 것이고, 나 같은 이들에겐 짜증 섞인 관심을 끌기 적당하다.
화장품 회사 마케터 윤송아(원진아)를 따르는 후배 채현승(로운)은 송아가 같은 팀 상사 이재신(이현욱)과 비밀리에 사내연애 중임을 알게 된다. 선배가 행복해 보이니 짝사랑을 접을 찰나, 재신이 다른 여자와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것을 목격한 현승은 이를 송아에게 고해바친다. 제목이자 첫회의 엔딩 대사는 저따위 남자를 만난다고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고쳐 바를 필요 없다는 뜻. 매회 엔딩마다 로맨스 장르에서 골백번 반복된 대사가 감미로운 중저음으로 나
드라마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연애가 전부는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