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외롭다. 더이상은 혼자 있는 게 진력이 나고, 애인만 있으면 모든 일이 다 잘될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다가 누군가에게 반한다. 아주 사소한 계기만 있으면 된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작, 머리카락을 배배 꼬는 버릇, 무심코 등을 긁는 모습에 홀딱 넘어가 버린다. 그녀, 혹은 그도 동시에 나한테 반해버리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보다 안 그런 경우가 더 많다. 주변 인맥을 총동원해서, 아니면 그냥 철판 깔고 돌진해서 만날 계기를 만들면 일단은 성공이다. 하지만 정작 어려운 건 이제부터다.영화는 로맨틱코미디면 무난할까? 식사는 역시 화려한 조명과 깔끔한 제복의 웨이터가 있는 곳이 좋은 걸까? 정장을 입으면 딱딱해 보일 테고, 청바지에 니트를 걸치고 나가면 성의없어 보일 텐데. 모르는 이야기를 하면 적당히 아는 척할까, 아니면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하는 게 나을까. 눈을 크게 열고 귀를 쫑긋 세우고 뭘 좋아하는지, 어떤 말을 해야 기뻐할지 가능하면 짧은 시간 동안 알아내야 한
연애의 기초
-
‘어제 벌어졌던 참사로 인한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해, 워너브러더스는 10월5일로 개봉이 예정되어 있던 경찰 액션스릴러 <콜레터럴 데미지>의 개봉을 연기합니다. 이 영화의 새로운 개봉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워너브러더스는 즉각적으로 옥외광고들을 철거하고 웹사이트와 극장을 통해 배포되었던 예고편과 포스터를 포함한 모든 광고물들을 회수하였습니다.’ 지난 9월12일, 개봉을 약 4주 정도 남겨놓고 한창 홍보전에 열을 올리던 워너브러더스 영화 <콜레터럴 데미지>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위와 같은 문구의 공고가 나붙었다. 테러리스트의 폭탄으로 인해 아내와 아들을 잃은 한 소방관이 복수를 감행한다는 영화 내용이, 9·11 테러를 연상시킨다는 판단 때문이었다.9월12일 그런 식으로 개봉을 연기한 영화는 또 한편 있었다. 배리 소넨필드가 감독하고 팀 알렌과 르네 루소가 주연한 코미디 <빅 트러블>이 그 주인공. 그 주말에 예정되어 있던 프레스 정킷을 즉시 취
테러 트러블, 테러 데미지
-
“과거에는, 이 정도의 공해와 폭력, 부패함이 팽배한 도시였다면 아무도 살 수 없었을 것이다(살아남지 못했을 거란 말이 더 옳겠다).” <아모레스 페로스> 홈페이지의 About Movie 코너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인터뷰의 한 대목이다. 시종일관 붉은색과 검은색이 인상적인 <아모레스 페로스> 홈페이지는 About Movie 코너와 Introduction 코너를 통해 숨가쁜 영화의 호흡을 조금 늦추면서 멕시코의 낯선 영화와 낯선 감독 그리고 낯선 배우들을 소개하고 있다.유명한 멕시코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영화음악은 홈페이지 내에서도 중요한 부분. 코너의 분위기에 따라 바뀌는 배경음악에 귀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O.S.T 코너에서 다양한 멕시코 아티스트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느껴보자. 14곡의 사운드트랙을 들을 수 있으며 다운도 가능한 알짜 코너다.하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조각난 이미지와 내용뿐.
<아모레스 페로스> 홈페이지
-
광고계와 패션계는 형제처럼 닮은 구석이 많다. 어느 분야보다 더 발빠르게 유행을 포착하고 반영하며 선도한다는 점도 비슷하고, 사소하게는 영어와 친하다는 점도 유사하다. 광고계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은 크리에이티브, 임팩트 등 영어투성이다. 패션과 관련한 질문을 받으면 영어에 도통 자신없는 사람도 내추럴이니, 심플이니, 블랙 앤 화이트니 하고 술술 혀를 잘 구부린다. 이는 우리말로 적확하게 대체하기가 쉽지 않은 전문용어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중에는 영어를 사용해야 제맛이 난다는 분야 특유의 ‘버터’ 속성에서 비롯한 것도 있다.무엇보다 광고계와 패션계가 닮은 점은 왠지 멋져보인다는 것이다. 무엇이 그리 멋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쉽지 않다. 그러나 상업예술이든 대중예술이든 예술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이들 분야에는 ‘멋있다’라는 감탄사를 자아낼 만한 미적인 동경의 요소가 상대적으로 많이 자리잡고 있을 것 같다.패션브랜드 광고는 광고와 패션이 만난 것이니 아무래도 어떤 제품의 CF보다
마음껏 놀아봐!
-
-
<섹스&시티>(Sex and the City)는 적나라한 제목만큼 적나라한 드라마이다. 뉴욕에서 먹을 것, 입을 것 부족함 없이 사는 네 여자의 연애담을 걸판지게 풀어놓는다. 말이야 잘하지만 연애에는 한 사람에게 목매고 살 수밖에 없는 캐리, 언제나 남자 ‘따먹는’ 게 취미인 사만다, 매사에 냉소적이지만 결국 뒤통수는 다 맞고 사는 미란다, 순진한 척하려 하지만 결국 발랑 까진 삶을 사는 샬롯, 그 넷 중 한명인 칼럼니스트 캐리가 쓰는 칼럼 자체가 ‘성과 도시’, 즉 ‘섹스 앤드 시티’이다. 그러나 여자들만 등장하는 이야기 혹은 여자주인공을 중심으로 애정사를 그려가는 이야기는 그리 희귀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이 25분짜리 드라마 <섹스&시티>가 에미상과 골든글로브를 휩쓸며 튀는 것일까? 단지 제목 때문만은 아닐 텐데.이 드라마가 유달리 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려면, 바로 배급을 담당하는 HBO라는 채널에 대해 약간의 사전지식이 있어
걸쭉한 연애담, 담백한 우정
-
르네 클레망 감독이 연출한 <태양은 가득히>(1960)를 리메이크한 작품. 리플리는 선박부호 그린리프의 부탁을 받는다. 이탈리아에서 아들 디키를 찾아오라는 것. 대학 동창이라며 디키에게 접근한 리플리는 점차 그에게 매력을 느낀다. 디키의 연인과도 친해진 리플리는 디키와 싸움이 붙자 그를 살해하게 된다. 그리고 디키인 척 행세를 하고 다닌다. 오리지널에 비해 스토리는 일관성이 부족하지만, 어둠의 그늘에 잠긴 리플리라는 캐릭터는 주목할 만하다.
TV영화... <리플리>
-
<리치몬드 연애소동>과 <마이키 이야기>를 만든 에이미 해커링 감독의 청춘물. 소비시대를 살아가는 청춘 군상의 연애담과 그들의 성장기를 깔끔하게 연출했다. 셰어와 디온은 고등학교에서 최고로 인기를 누리는 여학생들이다. 셰어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결책은 쇼핑이며 그녀는 주변친구들에게 적당한 짝을 찾아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다. 외적으로 모든 것을 충족한 듯 보이는 셰어의 삶은 그녀가 사랑을 느끼는 순간, 변화한다.
TV영화... <클루리스>
-
<대부> 마지막 시리즈로 전작들에게 비해 평가는 좋지 못했던 편. 그럼에도 영화의 비장미와 장중한 스타일이 주는 쾌감은 여전하다. 마이클은 후손들에게 합법적인 사업을 물려주려고 애쓴다. 자식들이 피로 물든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게끔 하기 위해서다. 그는 빈센트를 후계자로 삼고 국제적인 사업을 추진한다. 하지만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콜레오네 가문의 암살자들이 적들을 처치한다. 하지만 마이클의 딸 역시 희생된다.
TV영화... <대부3>
-
한 여성의 죽음을 둘러싸고, 심리적으로 갈등을 겪는 여성들 이야기. 베리만적 주제인 죽음의 문제를 다루면서, 특히 몽환적 이미지 안에 여성에 대한 뛰어난 직관을 담고 있다. 저택에 네명의 여성들이 살고 있다. 카렌과 마리아, 아그네스와 안나가 그들. 큰언니 카렌은 도덕적 가치관과 종교 규율에 순응하지만 자신의 삶에 대해 회의를 품는다. 마리아는 아그네스가 병에 걸려 있음에도 가족 주치의와의 관계에 더 몰두한다.
TV영화... <외침과 속삭임>
-
Les Grandes Manoeuvres 1955년, 감독 르네 클레르 출연 제라르 필립 <EBS> 11월18일(일) 낮 2시“난 프랑스영화가 르누아르가 아니라 카르네와 클레르에게 깊이 뿌리박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에릭 로메르 감독은 이런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영화 후배격인 ‘누벨바그’ 세대로부터 정당한 지위를 강등당한 감도 있지만 프랑스영화사에서 르네 클레르 감독이 차지하는 지위는 특별하다. 유성영화 초기에 사운드를 독창적으로 활용했으며 사회풍자적인 코미디를 만들었다는 점 외에 르네 클레르 감독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개발해낸 연출자다. 감독의 <우리에게 자유를>(1931)이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에 영향을 주었음은 유명한 일화. 영화학자들은 1930년대 르네 클레르 영화에서 이후 프랑스 코미디의 전범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후 클레르의 작업은 하강곡선을 그렸다. 1955년작 <위대한 전략>은 클레르의 대표작으로
유혹, 또는 `위험한 관계`
-
Selena 1997년, 감독 그레고리 나바 출연 제니퍼 로페즈<HBO> 11월17일(토) 오후 5시30분스타의 존재는 언제나 각별하다. 그들은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꿈을 주고, 때론 생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가수 셀레나의 일생 역시 다르지 않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활동을 시작했으며 20대 초반에 남미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원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셀레나는 직접 무대의상을 디자인하기도 했는데 몸의 윤곽을 그대로 드러내는 그녀의 의상은 성공에 작은 보탬이 되었다. 영화 <셀레나>는 젊은 나이에 스타반열에 오르고,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생활하는 어느 여가수의 삶을 다룬 전기영화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섹시한 몸매’를 자랑하는 제니퍼 로페즈가 주연을 맡고 있으며 <마이 패밀리> 등 주로 미국 내의 인종갈등을 영화화한 그레고리 나바가 연출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이미 숨진 여가수의 실제 모습을 영화에 담고 있다는 것, 그녀의 열
케이블영화 <셀레나>
-
Bagdad Cafe 1990년, 감독 퍼시 애들론 출연 잭 팔란스, 마리안 제게브레히트, CCH 파운 자막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화면포맷 와이드스크린 오디오 돌비 디지털 2.0
독일 출신 여성감독 퍼시 애들론의 동화처럼 아름다운 작품. 사막 한가운데 자리잡은 작고 누추한 바그다드 카페를 중심으로 흑인여성 렌다와 독일여성 야스민의 우정을 독특한 색채로 담아냈다. 잔잔한 감동과 독창적인 인물 설정은 아직도 열혈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을 정도. 국내 모 업체의 CM 음악으로 사용된 를 디지털 사운드로 만날 수 있어 반갑다. 극장용 예고편과 포토 갤러리, 출연진 소개 등을 서플로 담았다.
바그다드 까페
-
From Here to Eternity 1953년, 감독 프레드 진네만 출연 샘버트 랭카스터, 데보라 카, 도나 리드, 프랭크 시나트라 자막 영어, 한국어, 중국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타이어, 프랑스어 화면포맷 4:3 오디오 돌비 디지털 2.0 모노
진주만 공습 직전, 하와이 주둔 미군 기지를 배경으로 평범한 군인들의 갈등과 사랑, 좌절 등을 다룬 작품. 모래사장에서의 키스장면은 영화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이다. 아쉬운 점은 일반 TV 화면이라는 것이지만 오래된 제작연도에 비해 화질과 사운드면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서플로 감독의 아들 팀 진네만과 배우인 앨빈 사전트의 육성해설, 짧은 제작 다큐멘터리, 극장용 예고편 등을 담았다.
지상에서 영원으로
-
남자고등학교, 노는 아이들. 학교 옥상 난간에 매달려 손뼉을 치면서 더 오랫동안 손을 떼고 있는 사람이 짱이 되는 것이 이 학교의 ‘노는 아이들’ 사이의 전통이다. 이들은 땡땡이를 쳐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같은 제목의 단편만화를 각색한 <우울한 청춘>은 일본판 <친구>라는 소문이 먼저 돌았다. 학교, 우정, 폭력 같은 요소가 <친구>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력보다 혼란스럽고 방황하는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소년 구보와 아오키의 우정과 갈등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관객과의 대화시간에는 학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먼저 나왔다. “학교는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는 곳”이라는 것이 감독의 생각. 32살인 도요다 도시아키 감독은 출연배우들의 싱싱한 의견을 참조했다고. 한 관객이 “영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다소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지만, 감독은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도요다 감독은 17살까지는 일본 프로장기선수였
[포럼] <우울한 청춘> 감독 도요다 도시아키 관객과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