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이 가상 세계에 온전히 살아 있다면 사람들은 그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까. 감정의 진폭이 크지 않은 재현은 믿기 어려운 사실 앞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굳건히 견지해내는 인물이다. 바람결에 쉽게 흔들리는 가지보다 궂은 날씨에도 굳건한 나무뿌리 같은 사람. 그게 재현이다. 그리고 그건 신하균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제는 작품 수를 세어보는 게 무색할 만큼 그는 장르, 인물의 성격과 배경 설정, 주조연을 막론하고 자기 자리를 만들어 확장해나간다. <욘더>의 재현은 신하균으로부터 어떤 모습을 빌려왔을까.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 사이 어디쯤에 서 있는 그를 만났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욘더>를 먼저 선보였다. 오픈 토크와 관객과의 대화(GV)를 통해 관객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 영화제에 OTT 시리즈로 초청받은 것도 기쁘지만 관객과 함께 작품을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 삶과 죽음, 인간의 이기심 등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인터뷰] ‘욘더’ 신하균, “감정의 온도”
-
재현(신하균)은 세상을 떠난 아내 이후(한지민)에게서 메일을 받는다. 자신을 만나고 싶으면 기억으로 설계된 세계 ‘욘더’로 오라는 초대장이다. 사진이나 영상이 아니라 기억까지 보존할 수 있는 2032년, 욘더를 창조한 뇌과학자 닥터K는 삶처럼 죽음도 멋지게 디자인하라고 말한다. 사이버 공간에 저장한 아내의 기억으로 죽음 이후에도 함께할 수 있다는 세계관은 2011년 출간된 원작 소설 <굿바이, 욘더>를 바탕으로 한다. 이준익 감독은 가상 세계에 관한 견고한 상상력과 죽음에 관한 통찰을 보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10월14일 공개)로 구현해냈다. 20년 만에 부부로 재회한 신하균과 한지민, 남해와 강원도 등 국내 곳곳에서 촬영된 아름다운 풍광, 진화한 디바이스로 둘러싸인 2032년의 근미래 모습까지 여러 가지 매력으로 손짓하는 욘더의 초대장이 당신에게 전달됐다.
*이어지는 기사에 신하균, 한지민 배우, 이준익 감독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억으로 조립된 세계, 욘더로의 초대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의 신하균, 한지민 그리고 이준익 감독
-
영화 <복수는 나의 것> 개봉 즈음에 스튜디오에서 만난 배우 신하균의 사진을 찾아보았다. 한껏 멋을 낸 헤어스타일, 깃 세운 청재킷과 청바지, 그리고 맨발이라니….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멋진 모습이다. 게다가 자연스러운 미소까지. <복수는 나의 것>에서 초록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무표정한 류와 너무 달라 더 신선했던 기억이 난다.
[ARCHIVE] 하균신의 20년 전
-
<샨타람>은 할리우드의 전폭적인 관심을 받았던 그레고리 데이비드 로버츠의 소설이다. 2003년 출간되자마자 워너브러더스가 2억달러에 영화화 판권을 샀고 조니 뎁이 주연과 제작에 참여할 만큼 기대를 모았지만 여러 부침을 겪으며 20년이 흘러서야 Apple TV+의 오리지널 시리즈로 완성되어 마침내 10월14일 공개된다. <샨타람>은 헤로인중독으로 은행 강도범이 됐다가 살인을 저지르고 19년형을 선고받은 남자가 백주에 교도소를 탈출한 뒤의 이야기다. 매력적이면서도 혼돈스러운 두 얼굴의 인도를 배경으로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샨타람>을 소개한다.
‘평화의 남자’라는 의미의 인도어 ‘샨타람’은 이야기의 주인공 린 포드(찰리 허냄)에게 붙여진 이름이지만, 린 포드조차 그의 진짜 이름은 아니다. 인도 봄베이의 빈민촌에서 무료 진료소를 운영하는 벽안의 서양 남자. 그의 본명은 데일 콘티다. 명문대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긴급의료원으로 일하던 데일이 린 포드라는 이
Apple TV+ '샨타람’ LA 현지보고, “불가능을 모르는 남자”
-
-
-김금순이라는 이름은 본명인가.
=그렇다. ‘이제 금’에 ‘순할 순’을 쓴다. 옛날 어른들이 오래 살라고 이름을 막 짓지 않나. 우리 아버지도 그런 맥락에서 내 이름을 지으셨다. 10~20대에는 진짜 장난 아니었다. 학교에서 김금순이 대체 누구냐며, 우리 장모님 이름이다부터 시작해서 고모, 이모 다 나왔다. 병원에서 간호사가 ‘김금순씨’ 하고 호명하면 할머니들이랑 같이 일어나고. 예전엔 삐삐가 오면 커피숍에서 전화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었는데 “김금순씨, 전화받으세요~” 하면 옆에서 다 웃었다. 그때마다 ‘이것들이 미쳤나. 전화하지 말라니까’ 하면서 속으로 화를 냈다.
-그런 정도면 배우로 활동할 땐 가명을 쓰고 싶었을 법도 한데.
=<집으로 가는 길>과 <변호인> <카트>를 촬영할 때 잠시 김선주라는 가명을 썼다. <카트>를 촬영할 당시 극중 계산원들의 이름표에 전부 배우 본명을 적었다. 그때 감독님이 물어보시더라. 선주라는 이
[기획] 중년 여성 배우⑦ '정순' 김금순 배우가 생각하는 10년 전의 나, 현재의 나, 10년 후의 나
-
“감정 전달이 잘 됐을 때 희열을 느낀다. 감독님이 모니터를 보고 ‘오케이, 너무 좋아요!’ 하실 때, 연극 무대에서 나를 따라오는 관객의 시선과 호흡이 느껴질 때 가장 즐겁다.” 중학생 때 참여한 연극 <작은 아씨들>을 계기로 김금순 배우는 고향 경남 진주에서, 그리고 서울에서 수많은 연극을 올렸다. 가정을 꾸리고 잠시 공백기를 가진 뒤엔 매체로 자리를 옮겨 연기 생활을 이어갔다. 10년이란 경력 단절의 시간이 무색하게 그는 현재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트> <변호인> <달이 지는 밤> 등을 거쳐 만난 첫 장편 주연작 <정순>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김금순 배우가 연기한 정순은 남자 친구 영수(조현우)가 유출한 동영상이 직장에 퍼지면서 삶이 완전히 어그러지는 인물이다. 김금순 배우는 정순이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을 천천히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럴 수 있
[기획] 중년 여성 배우⑥ ‘정순’ 김금순, “나를 정신 차리게 해준 영화”
-
-다양한 엄마 역을 해왔지만, 당신이 연기하는 엄마는 헌신적일 때나 세속적일 때나 특유의 고집스러운 인상이 있다. <경아의 딸>에서도 딸을 걱정하는 모습 한쪽에는 고집스러움에서 빚어지는 외롭고 고독한 얼굴이 있다. 배우 자신에게 그런 면이 있는 걸까.
=생각해보면 계속 같은 직업을 고수해온 것, 아이들을 대안학교에 보내고 중도 하차 없이 졸업시킨 것, 극단도 한번 연을 맺고 나서는 다른 데로 옮기지 않았던 것도 고집이라면 고집이겠다. 연기에서 그렇게 보였다면 그래도 내 것이 연기에 드러나는 모양이다. 아무리 과장되게 하라고 해도 내가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으면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림에 딱딱 맞춰주는 TV 연기가 필요할 때도 있고 독특한 카리스마가 필요하기도 한데 그게 잘 안되더라.
-이야기한 ‘내 연기’를 할 때는 어떤 점을 중요시하나.
=극단 한강에서 연기를 많이 배웠다. 극단 대표님이 배우가 작품 분석도 하고 시나리오도 쓸 줄 알아야 한다고 워크숍을
[기획] 중년 여성 배우⑤ '경아의 딸' 김정영 배우가 꼽은 내 인생의 캐릭터
-
1995년 극단 한강의 배우로 무대 연기를 시작한 김정영은 김기덕 감독의 <실제상황>(2000)으로 스크린에 데뷔했고, 이듬해 <나쁜 남자>(2001)의 포주 은혜로 관객에게 조명됐다. 스포트라이트를 누리기도 잠시, 육아로 인한 공백기가 이어졌다. 마흔 무렵 그녀에게 볕이 드는 무대를 내준 건 TV드라마였다. <풍문으로 들었소>(2015), <시그널>(2016), <브람스를 좋아하세요?>(2020) 등 두고두고 회자되는 수명 긴 드라마 속에서 그는 과장되지 않은 현실감을 부여한 연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쌓았다.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로 자주 호명되면서도 매번 다른 낯빛으로 친밀감을 드러내온 그는 <경아의 딸> 홍보로 바쁜 요즘에도 <안나> <피타는 연애> <더 글로리> 등 곧 공개될 드라마 속에서 쉼 없이 새 식구를 꾸리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도 좋은 시나리오라면 ‘시간이 비는 한 가리지
[기획] 중년 여성 배우④ ‘경아의 딸’ 김정영, “엄마도 장르”
-
-단편영화 작업은 대체로 갓 대학을 졸업한 감독들이 하는 경우가 많고 감독, 스탭, 배우 대다수가 20대다. 그들과 어울려 수십편을 쉬지 않고 작업하는 마음이 어떤 것일지 궁금했다.
=세상에는 의외로 어른들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나는 그들을 존중하고, 함께하고 싶다.
-중년이 되어서야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권리를 스스로 재건하는 과정이 있었겠다.
=중졸로 살아왔으니 배움에 대한 갈증이 심했는데 결혼해서 아이 키우고 연극을 하면서 공부까지 하는 게 참 쉽지는 않더라. 검정고시를 패스한 것이 30대 중반 즈음이었다. 이후 곧장 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에 들어가서 역사, 세계사, 철학, 예술사, 인류학 등을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 그전까지 내 안의 우물만 파다가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중년이 되어 눈을 뜬 거다.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집 근처 학교를 알아보다가 2010년에 숭실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에도 들어갔다.
-전주국제영화제 배우상 수상자로
[기획] 중년 여성 배우③ 오민애 배우가 꼽은 '윤시내가 사라졌다' 속 빛나는 순간
-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연기부문에 호명된 단편영화 <나의 새라씨>(2019) 이후 전주국제영화제 배우상을 수상한 <윤시내가 사라졌다>(2022)까지, 배우 오민애는 28편의 작품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고 대부분이 주연이었다. 공개된 작품만 계산한 기자의 서투른 셈법에 오민애는 “다 합하면 50편도 훨씬 넘을걸요. 지난해에만 24편을 찍어서…”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1965년생 배우 오민애는 언제부턴가 영화제 단편 섹션을 찾으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배우였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만 보아도 <윤시내가 사라졌다>와 단편 <그렇고 그런 사이> <심장의 벌레> <오 즐거운 나의 집> <현수막>까지 5편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그중 6월8일 개봉한 <윤시내가 사라졌다>는 23년 만에 처음 주연한 장편영화다. 도대체 무엇이 이 낯선 배우를 마지막 배수진을 치고 일하는 사람처럼 절박하고 열렬하게 만든 것일까.
[기획] 중년 여성 배우② ‘윤시내가 사라졌다’ 오민애, “힘들 때에도 배우의 눈으로”
-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선 중년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가수 윤시내를 동경하며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로 활동하는 <윤시내가 사라졌다>의 순이(오민애), 딸 연수의 유출된 영상을 보고 충격에 빠진 <경아의 딸>의 경아(김정영), 애인 영수가 유포한 내밀한 영상으로 인해 집 안으로 숨어버린 <정순>의 정순(김금순)은 고난에 바스라지는 대신 각자의 속도대로 마주한 역경을 천천히 돌파한다. 여성감독, 여성배우, 여성 캐릭터의 약진은 비단 올해에만 읽히는 경향은 아니다. 그러나 중년 여성 캐릭터의 서사가 좀더 세밀해지고, 디지털 성폭력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직접적으로 끌고 들어왔다는 점에서 새롭게 주목할 만하다. 중년 여성들의 활약은 수상이라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정순>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대상의 영예를 안은 데 이어 <경아의 딸>은 CGV아트하우스-배급지원상, 왓챠가 주목한 장편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
[기획] 중년 여성 배우① 오민애, 김정영, 김금순 배우를 만나다
-
한동안 SNS에서 나폴리탄 괴담이 유행했다. 나폴리탄 괴담은 사건의 전말을 정확히 해설하지 않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만 묘사하는, 기승전결 중 기승 구간이 강조되고 전결은 생략된 형태의 짧은 괴담이다. 한국에서는 나폴리탄 괴담이 매뉴얼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에 실린 ‘궁녀 규칙 조례’의 항목 역시 그렇다.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이런 식이다. “궁궐 내에 설치된 우물은 어떠한 것이라도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만약 사용 중인 우물을 발견했다면 그 안을 들여다보지 마십시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경위가 어찌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오싹하다. 그런 이야기와 괴담이 잔뜩 실린 책이 바로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이다.
때는 태종 6년(1406), 아직 고려의 사람들이 살아 있는 조선 초가 배경이다. 경복궁 내명부에서 일하는 궁녀들에게만 전해 내려오는 규칙이 있는데, 실제로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모은 금기
씨네21 추천도서 -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
<소설 보다: 가을 2022>에선 세편의 단편소설을 만난다. 위수정의 <오후만 있던 일요일>은 노년의 삶이 생동감을 느끼는 지점을 짚어낸다. 2020년대 대중문화를 말하는 동시에 나이 드는 몸을 돌아보게 한다. 열정이 마음만큼이나 몸의 일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60대인 원희는 친구를 따라 간 연주회에서 만난 젊은 피아니스트 고주완에게 끌림을 느낀다. 원희는 오랜 시간 잊고 지낸 감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한다. 심지어 고주완이 즐겨 연주하는 버르토크나 프로코피예프 같은 20세기 작곡가는 원희가 좋아하지 않는 불협화음이다. 그리고 고주완을 경유해 삶의 불협화음을 끌어안는 방향으로 생각이 흐른다. 이서수의 <발 없는 새 떨어뜨리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인간관계를 다룬다. 모임을 가진 뒤 한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리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2020년대의 응급실 풍경부터 결혼식 참석을 거부할 빌미로서의 코로나19, 그리고 도시에서의 가난을 두루 훑어간다
씨네21 추천도서 - <소설 보다: 가을 2022>
-
<지구별 인간>의 주인공 나쓰키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두살 터울인 언니가 있는데, 가족으로부터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나쓰키는 자신이 마법소녀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있고, 사촌인 유우와는 연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유우는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생각한다. 설정만 보면 기묘하지만, 읽어가면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나쓰키가 마법소녀가 된 뒤 익힌 마법으로는 ‘사라지기’라는 것이 있다. 진짜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숨을 죽이고 기척을 숨긴다는 뜻이다. ‘사라지기’를 쓰면 부모와 언니는 단란한 3인 가족이 되어 시간을 보낸다는 식이다. 유일하게 말이 통한다고 생각하는 나쓰키와 유우는 몰래 부부가 되기로 한다. 둘이 만든 규칙 중에는 이런 조항이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을 것.” 하지만 그 생존이라는 것이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학교에서 나쓰키를 특별히 잘 돌봐주는 이가사키 선생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지만, 나쓰키를 대상으로 한 성추행의 강도를
씨네21 추천도서 - <지구별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