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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굿키즈 온 더 블록>의 파이널 시즌이 10월4일 공개됐다. 시즌3의 결말은 LA 지역 갱들의 대모인 쿠치요스의 죽음을 숨김으로써 위기가 일단락되는듯 했으나 공동의 문제가 사라지자 오히려 몬세, 세사르, 자말, 루비, 자스민 사이에는 거리가 생겼다. 형 오스카는 갱단을 떠나 새로운 삶을 준비하지만 동생 세사르는 갱에 남았다. 지난 6월 28일, <굿키즈 온 더 블록>의 여섯 주인공을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지난 5년 동안 각자의 캐릭터로 살아온 디에고 티노쿠(세사르 역), 시에라 카프리(몬세 역), 제이슨 헤나오(루비 역), 브렛 그레이(자말 역), 제시카 마리 가르시아(자스민 역), 훌리오 매씨아스(오스카 역)와의 문답을 전한다.
이제 마지막 시즌이다. 기분이 어떤가. (질문이 끝나자 일동 한숨을 내쉬고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제시카 마리 가르시아 시원섭섭하다. 우리는 ‘가족’이 됐기에 작품이 끝나더라도 서로의 삶은 연
파이널 시즌 맞은 넷플릭스 시리즈 <굿키즈 온 더 블록> 출연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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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성과가 낮은 직원을 계속 고용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여기 와서 나름 열심히 했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열심히 해도 성과가 나지 않는 직원에게 계속 기회를 주는 것은 불공정합니다.”
회사측 대리인이 열변을 토한다. 얄밉다. 사람을 앞에 두고 저렇게까지 말할 일인가 싶다. 얄밉다고 말할 수는 없어 반대편으로 살짝 고개를 기울인다. 딱히 쓸모도 없는 소심한 항의다. 속으로는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어차피 법리적으로만 보면 당신들이 이길 사건이잖아요? 꼭 이래야 해요?’라고 생각한다.
질 사건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전문가로서 승패를 가늠하지 못하고 희망찬 가정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는 일이 되지 않는다. 현실적인 가능성을 따져보고, 안될 일은 안될 일이라는 판단을 정확하게 하고,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출구 전략도 궁리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법리적, 현실적, 전략적.
허용, 인과관계, 취지, 예비적, 여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말의 어려움, 어려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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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YOU
“제가 낯을 많이 가리거든요.” 차분하게 스튜디오에 들어선 장률은 드라마 <마이 네임>의 도강재를 보며 상상해본 모습과 전혀 달랐다. 해사하게 웃는 그가 얼굴의 흉터를 매만지며 복수의 칼을 가는 강재가 되기까지, 얼마나 깊이 인물을 탐구했을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계원예술고등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프라이드> <킬롤로지> 등 수많은 연극 무대에 올랐던 장률은, <마이 네임>에서 그의 “어머니도 무서워할 정도로” 날카로운 킬러 도강재가 되어 질주한다. 차기작인 연극 <마우스피스>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그를 만나 작품 안팎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장률 배우의 인터뷰 영상은 <씨네21>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감과 확신 사실 오디션 때는 감독님에게 확신을 못 드렸던 것 같다. 그 뒤로 공연 무대에 올라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오늘 왠지 감독님이 오실 것 같다는 예
'마이 네임' 장률, 장률이 보여줄 놀라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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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건 누아르인데 어쩜 이렇게 멜로적이니?” 현(류승룡)과 이혼 후, 그의 친구이자 출판사 사장인 순모(김희원)와 사랑에 빠진 미애(오나라)는 말한다. 느닷없이 순모의 거친 얼굴에 선크림을 쓱싹 발라주고, 순모가 짜온 살인적인 데이트 스케줄을 꿋꿋이 따르면서. 그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골칫거리인 전 배우자와 사춘기 아들도 잊는다. 전남편 친구와의 연애, 친구의 전 부인과의 연애에 놓인 두 사람 사이의 ‘멜로적’ 순간을 사랑스럽게 연기해낸 배우 오나라와 김희원은 “아마 이런 커플이 한둘이 아닐 것”이라며 우리를 설득한다. 영화를 찍으며 서로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촬영장 밖에서도 술 한잔 없이 깊은 대화를 나누곤 했다는 두 사람은 영락없는 남매 케미를 선보이며 <장르만 로맨스>였던 여름날을 회상했다.
귀엽고 유쾌한 영화다. 처음 시나리오는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하다.
김희원 프랑스 예술영화 같았달까? 시나리오에 철학적인 구석도 있고, 사회적인 메시지도 있었다.
'장르만 로맨스' 오나라, 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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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과 성유빈은 <장르만 로맨스>에서 각기 다른 도전을 했다. <최종병기 활> <명량> <고지전> 등 장르영화에서 선 굵은 캐릭터를 연기한 류승룡은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 ‘현’으로 생활 연기에 도전했고, <살아남은 아이> <봉오동 전투> 등에서 삶의 무게를 짊어진 10대를 연기했던 성유빈은 “처음 받아본 코미디영화 대본” 속 고3 수험생 ‘성경’으로 변신했다. 극중 두 사람의 관계는 부자. 현의 이혼으로 따로 살고 있으나 두 배우가 함께한 첫 촬영이 부자의 말싸움 신일 정도로 왕래가 잦은 친밀한 사이다. 첫 촬영을 두고 류승룡은 “아들이 둘이라 생활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회고했고, 성유빈은 선배와의 첫 촬영을 “생각을 많이 안 하려고 했다. 생각을 하면 더 굳는다”라고 떠올렸다. “생각 많이 한 배우와 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가 만났을 때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공기” (류
'장르만 로맨스' 류승룡, 성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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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장르는 없었다. 이것은 로맨스인가, 콩가루 집안의 이야기인가. 베스트셀러 소설가 현(류승룡)이 슬럼프에 빠진 사이 전 부인 미애(오나라)는 현의 친구 순모(김희원)와 비밀연애 중이고, 아들 성경(성유빈)은 이웃사촌 정원(이유영)에게 빠져 학교를 빼먹기 일쑤다. 무작정 현을 쫓아다니는 대학생 제자 유진(무진성)은 소설을 한 자도 쓰지 못해 괴로운 현 앞에 번뜩이는 습작을 들고 나타나 현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조은지 감독의 <장르만 로맨스>는 멀리서 보면 각자의 로맨스, 자세히 보면 관계의 복합성에 대해 말하는 코미디영화다. 한국판 <미스 리틀 선샤인> 같다면 이해하기 쉬우려나. 어쨌든 이곳에 모질고 모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그렇다고 인물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 간단하지만은 않다. 창작력이 시든 소설가, 전남편을 배려하기 위해 비밀연애 중인 전 부인, 괜히 이혼한 부모 탓을 하고 싶은 고3 수험생 등 누구 한명 인생을 쉽게 살아가는 이
'장르만 로맨스' 류승룡, 오나라, 김희원, 성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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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훈 촬영감독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인 영화 <웡카>(감독 폴 킹)를 촬영한다. 워너브러더스가 제작하는 <웡카>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초콜릿 공장이 열리기 전, 어린 시절의 윌리 웡카와 그의 모험을 펼쳐내는 영화다. 티모시 샬라메가 젊은 시절의 윌리 웡카를 맡으면서 화제가 됐다. 로완 앳킨슨, 샐리 호킨스, 올리비아 콜먼 등이 출연한다.
정 촬영감독은 미국 LA에서 디즈니+의 새 <스타워즈> 시리즈인 <오비완 케노비>(감독 데버라 차우)의 촬영을 마치자마자 <웡카>를 촬영하기 위해 런던으로 갔다. 한국 촬영감독이 <스타워즈> 시리즈에 합류한 건 처음이다.
정정훈 촬영감독은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박쥐>(2009) <스토커>(2012) <아가씨>(2016) 등
[단독] 정정훈 촬영감독, ‘찰리와 초콜릿 공장’ 프리퀄 참여한다… 주연은 티모시 샬라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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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8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7살에 오토 프레민저 감독의 <성 잔 다르크>(1957)에 캐스팅돼 화려하게 데뷔한 뒤,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1960)로 누벨바그의 아이콘이 된 배우 진 시버그. 영화 <세버그>는 죽음까지 미스터리했던 진 시버그의 극적인 삶 중에서도 FBI의 감시 대상이 되어 고초를 겪어야 했던 1960년대 후반에 집중한다.
1968년 5월, 남편 로맹 가리(이반 아탈)와 함께 파리에 거주 중인 진(크리스틴 스튜어트)은 영화 촬영차 68혁명의 기운으로 들썩이는 파리를 뒤로하고 인종차별 문제로 갈등이 극에 달한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행 비행기에서 진은 FBI가 요주의 인물로 감시 중인 흑인 인권운동가 하킴 자말(앤서니 매키)을 만나는데, 둘의 만남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는다. FBI는 흑표당을 비롯해 흑인 단체를 지원하는 진 또한 표적으로 삼아 도청하기 시작하고, 이후 진은 깊은 불안증에 시달린다. 그녀를 도청하는
[리뷰]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완전한 몰입, '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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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비카 케레케스)는 다비드(미클로시 바냐이)와 1년 반 전에 헤어졌다. 그를 잊지 못하는 도라는 눈물로 밤을 지새운다. 지난 사랑을 잊기 위해 도라는 일에 더 집중한다. 제빵사인 도라는 케이크를 파는 카페를 운영 중인데, 파산 직전이다. 도라는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한다. 가족 사업만 지원할 수 있다는 말에 발길을 돌리던 도라는 그곳에서 다비드와 그의 부인을 마주친다. 얼떨결에 도라는 자신도 가족이 있다고 말하게 된다. 도라는 이를 수습하기 위해 가짜 가족을 만들기 시작한다.
<크림>은 우연히 마주친 옛 연인 앞에서 결혼했다고 거짓말을 하게 된 한 여성의 좌충우돌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영화는 도라의 거짓말이 언제 들통날 것인지 지켜보는 불안감에서 재미를 선사한다.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도라가 통제할 수 없는 가짜 가족 구성원들이다. 로맨티시스트 치과의사 마르시(라즐로 마트라이)를 남편으로, 이웃집 꼬마 라
[리뷰] '크림' 거짓말로 시작된 좌충우돌 로맨틱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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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한곡으로 정부의 적이 된 여자가 있다. 그가 주인공인 전기영화의 원제는 ‘미국 대 빌리 홀리데이’.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1940년대 미국, 당대의 스타이자 전설적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앤드라 데이)는 1939년에 발표한 <Strange Fruit>로 FBI에 눈엣가시가 된다. 흑인들의 고통을 은유한 가사가 소수자들을 선동할 수 있다는 억지 때문. 빌리가 노래를 포기하지 않은 대가는 가혹하다. 약에 취해 무대 밖 현실을 견뎌온 빌리는 주로 연방 마약국의 표적이 되어 옥살이는 물론 숱한 감시와 단속에 시달린다.
빌리 홀리데이가 1959년 44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질곡을 묘사한 이 영화는 에디트 피아프의 <라비앙 로즈>, 주디 갈런드의 <주디>를 연상시킨다.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험난한 시절을 견뎌야 했던 여성 뮤지션의 일대기로도, 진실한 사랑과 우정을 꿈꾼 한 인간의 고백록으로도 절절하게 다가온다. 빌리 홀리데이의 대표곡들, 무대의상 등을
[리뷰] 노래 한곡으로 정부의 적이 된 여자의 질곡 '빌리 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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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2019)에서의 설레는 첫 만남과 <애프터: 그 후>(2020)에서의 티격태격 로맨스를 거쳐 마침내 3편 <애프터: 관계의 함정>에 도달한 테사(조세핀 랭퍼드)와 하딘(히어로 파인스 티핀). 두 사람의 사랑은 어느 때보다 깊고 진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많은 커플들이 그러하듯 골치 아픈 문제들이 이들 앞에 산재한 상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두 사람이 영국 런던과 미국 시애틀에서의 장거리 연애를 앞두고 있다는 것. 한시라도 떨어지고 싶지 않은 두 사람은 내심 상대가 자신을 따라와주기를 바라지만 꿈과 사랑 사이에서 결단은 쉽지 않다. 이 와중에 각자의 복잡한 가족사까지 엮이며 테사와 하딘은 혼란에 빠진다.
전세계 40여개국에서 출간되며 인기를 얻은 애나 토드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애프터> 시리즈의 3편 <애프터: 관계의 함정>은 학생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 테사와 하딘이
[리뷰] 꿈과 사랑 사이 한 연인의 선택은? '애프터: 관계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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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자오 감독의 <이터널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26번째 영화이자 페이즈4의 <어벤져스>라 할 만한 히어로들의 서사시다. 불멸의 이터널스 무리는 7천년 전 우주선 도모를 타고 지구에 온 순간부터 지구를 사랑한 히어로들이다. 이들의 임무는 기괴한 크리처 ‘데비안츠’에게서 인간을 지키는 것. 임무를 부여한 이는 그들을 탄생시킨 천상의 존재 ‘셀레스티얼’이다. 이터널스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기에, 공간을 기준 삼아 연대기를 구성하는 뱀파이어처럼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물질을 변화시키는 세르시(제마 챈)는 런던에서 박물관 학자가 됐고, 손가락에 우주의 기운을 모아 총처럼 쏘는 킹고(쿠마일 난지아니)는 발리우드 배우로 살며, 타인을 조종하는 드루이그(배리 키오건)는 아마존에 소국을 만들었다. 괴력의 소유자 길가메시(마동석)는 호주 사막에서 정신 건강이 위험해진 테나(안젤리나 졸리)를 돌보며 살고 있다. 세르시는 데비안츠
[리뷰] 지구를 사랑한 히어로들의 서사시 '이터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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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카우>를 만든 켈리 라이카트 감독은 미니멀리스트이자 리얼리스트이고, 여성주의적이며 자연주의적인 시선으로 영화를 만들어 온 미국 독립영화계의 자랑스러운 이름이다. 1994년 선댄스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초원의 강>으로 데뷔, 이후 <올드 조이>(2006), <웬디와 루시>(2008), <믹의 지름길>(2010), <어둠 속에서>(2013), <어떤 여자들>(2016)을 만들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영화 세계를 다져왔다. 주로 영화제를 통해 만날 수 있었던 감독이기에, 국내에선 그녀의 경력과 명성이 무색하게 이름이 덜 알려진 감독이기도 하다. <퍼스트 카우>엔 그런 켈리 라이카트의 영화적 관심사와 정수가 녹아 있다.
“새에게는 둥지, 거미에게는 거미줄, 인간에게는 우정”이라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지옥의 격언> 속 한 문장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정확한 묘사이
[리뷰] '퍼스트 카우' 이 땅의 주인은 차라리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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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하려면 어떤 형태의 절대적 진실이나 거짓에 신경을 써야 한다. 거짓은 진실의 반대항에 존재하니까. 그런데 “점점 진실이나 거짓 어느 쪽으로도 크게 신경 쓰지않는 사람들이 정치판을 장악해가고 있다. 이들이 신경 쓰는 것은 담론이다.” 가짜뉴스의 시대를 다룬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는 ‘개소리’를 이렇게 설명한다.그냥 자기주장을 말할 뿐 진실에 신경 쓰지 않는다. 개소리꾼은 거짓말쟁이와 달리 진실의 권위를 거부하지도, 이에 맞서지도 않는다. 신경 쓰지 않을 뿐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발언을 한다는 것이 개소리 제1법칙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의 원제는 탈진실을 뜻하는 ‘Post-Truth’다. 제임스 볼은 이 책을 2017년에 썼다. 이 시기는 2016년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어 가짜뉴스의 최고 수혜자가 된 직후다. 미국에서는 에이미 추아의 <정치적부족주의>를 비롯해 이 상황에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무관심이 낳은 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