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르주아 vs 보헤미안
이재용 감독은 “사람이 왜 이런데?” 하는 질문을 받으면 “충청도 중산층 출신이라서 그래”라고 농담처럼 대꾸하곤 한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영화에는 구질구질한 인생이 좀체 등장하지 않는다. 한결같이 넉넉한 부르주아들이다. <정사>와 <스캔들…>의 등장인물들은 시대만 달랐지 서로 조응할 만한 상류층이다. <순애보>에서 우인은 비록 동사무소의 말단 직원이지만 아버지 재산 덕에 적어도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다. 그들은 모두 부르주아이지만 동시에 보헤미안이다. 비극적으로 뒤얽힌 사랑 때문이건 남루한 일상이 지겨워서건 그들은 한곳에 머물러 있기를 거부한다. <스캔들…>의 조원이 문무에 능하나 출세에 뜻이 없고 유희를 찾아 즐기는 것도 이런 별스런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부르주아를 중심에 세우지만 프롤레타리아를 차별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순애보>에서 삼류 댄서로 살면서 미혼모가 되는 리에나 불법체류자 아랍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 감독 이재용의 스타일 분석 [2]
-
천기(天氣) 거스르는 영기(映氣)로, 영화는 이렇게 단련된다. 전국 19곳 로케이션, 악천후와 싸우며 막바지 촬영 중인 <태극기 휘날리며> 살인적 강행군의 현장을 가다
<태극기 휘날리며>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강제규 감독이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으며, 장동건과 원빈이 한국전쟁이라는 파국의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형제로 출연하며, 순제작비 140억원 규모의 초대형 전쟁영화라는 것. 이게 전부다. 지난 2월 크랭크인한 뒤 7개월이 지났다. 일본인들의 촬영장 방문 이벤트에 한 차례 문을 연 것을 빼곤 아직까지 촬영현장을 공개한 적이 없다. 그런데 태풍 매미로 9월 말에 공개할 예정이었던 평양 시가지 세트의 상당 부분이 파손됐고, 촬영현장을 둘러볼 수 있는 시점도 10월 중으로 또 미뤄졌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찾듯, <씨네21>은 제작사가 원치 않는 방문을 강행했고 가까스로 그동안의 고생담을 듣고 촬영현장을 엿볼 수 있었다. “아직도 안 갔어?
<태극기 휘날리며> 현장 급습 [1]
-
전국 19곳 로케이션, 유랑하듯 촬영한다
“순제작비 140억원. 촬영기간 9개월. 촬영횟수 136회. 군복 1만9천벌, 군화 1천 켤레 제작. 1950년대 의상 4천여벌, 물품 6천여점 제작. 200여구의 시체 제작. 1천여점의 총기, 실제 크기의 탱크 , 장갑차, 증기기관차 제작. 엑스트라 동원 수 2만3천명. 주요 배우 80여명. 전체 스탭 규모 150여명.”(<태극기 휘날리며> 보도자료에서)
제작진의 자평이 아니더라도, <태극기 휘날리며>의 프로덕션 진행은 규모에 비하면 매끄러운 듯 보인다. 대규모 장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날 합천 현장에 상주하는 배우, 스탭만 어림잡아 400명. 많은 날은 촬영장에 800명의 인원이 오간다. 제작부가 17명, 연출부가 9명 등인 것만 봐도 여타 영화의 3배는 족히 됨직한 크기다. 제작진에 따르면, 인건비만 전체 제작비의 1/3 수준인 5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엄청난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규모 군단이 예
<태극기 휘날리며> 현장 급습 [2]
-
어둠으로 몸을 가린 황매산. 해발 1100m 고지라 칼바람의 연속이다. 이방인은 얼굴을 싸매느라 정신없지만 200여명의 제작진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현장 분위기 처지지 않게끔 하려고” 항상 원색의 트레이닝복을 챙겨입고 촬영에 임한다는 강제규 감독. 폭파장면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 배우들과 스탭들을 독려하며 꼼꼼히 리허설을 준비하던 그에게 불쑥 몇 가지를 물었다.
-태풍 때문에 피해가 크겠다.
=예산이 오버되고 일정에 다소 차질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처음에는 갑갑했지만 2시간 만에 맘 고쳐먹고 어떻게 하면 빨리 수습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걱정한다고 무너진 세트가 벌떡 일어나는 건 아니잖나. (웃음) 이번 일로 대세에 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벌써 110회를 넘겼는데 이 정도로 뭘. 예산 걱정들 하는데 우린 최대한 줄여서 시작했고, 지금도 돈 쓰는 건 긴장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
-순천 촬영 때 종일 비맞다 실신한 보조출연자들도 발생했는데 미동도 하지 않고 촬영
<태극기 휘날리며> 현장 급습 [3] - 강제규 감독 인터뷰
-
-
복수다. 내 아내를 죽인‥경찰배지조차 팽개치고 마약조직 두목을 부숴라미국 마약단속반 소속 경찰 션(빈 디젤)은 7년 동안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우두머리 루체포를 추적해오다 힘겹게 체포에 성공한다. 체포현장에서 루체포는 션을 노려보며 “네가 지금 무슨 일을 한 건지 알게 해주마”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투옥된다. 얼마 뒤 션의 집에 총 든 괴한들이 쳐들어오고, 총격전 끝에 션은 살았지만 부인이 죽었다. 복수의 일념에 가득찬 션은 수감중인 루체포를 찾아간다. 루체포는 “너를 죽이려고 했다면 넌 벌써 죽었어”라며 자신이 지시한 일이 아니라고 투로 말한다. 마침 루체포가 체포된 뒤 마약 카르텔 조직은, 새로 우두머리 자리를 노리는 ‘디아블로’라는 인물의 등장으로 전쟁상태에 돌입한다. 션은 아내를 죽인 범인으로 디아블로를 지목한다.<디아블로>는 실감나는 총격전이 수시로 벌어지는 형사액션물이다. 흑백 버디형사물처럼 최근 이 장르의 영화들이 유머를 섞어가며 뒤끝 없는 권선징악으로 마무리하
빈 디젤의 <디아블로>
-
관객 1만명 돌파 "꿈만 같다"100만명도, 10만명도 아니다. 하지만 영화계에서 그것은 하나의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다큐멘터리 <영매>가 지난 30일 관객 1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연작 이후엔 정식으로 관객과 극장에서 만날 기회가 없었던 한국 다큐로선 역대 ‘최대흥행작’이다. 서울 대학로의 하이퍼텍 나다에서 상영을 시작한 이 작품은 서울의 메가박스 코엑스점, 부산의 DMC에서도 지난주말부터 상영을 시작했다. 멀티플렉스에 간판을 건 첫 한국 다큐멘터리도 된 셈이다.“꿈만 같아요.”박기복 감독의 그 말은 진정으로 느껴졌다. 개봉을 앞두고 박 감독은 <씨네21>에 ‘시일야영매흥행방성대원’이라는 장문의 편지를 써서 실은 적이 있다. 거기서 “1만이면 초흥행, 2만이면 대박, 3만이면 초대박”이라며 관객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길 바라던 감독의 간절한 기원이 이뤄진 것이다.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촬영기간만 1년6개월, 촬영을 시작한 지 3년
한국다큐 최대흥행장 <영매> 박기복 감독
-
"역사와 한번 코믹하게 놀아보고 싶었다"오는 17일 개봉하는 역사코미디 영화 <황산벌>(제작 씨네월드)이 지난달 31일 시사회를 갖고 처음 공개됐다. <황산벌>은 고구려ㆍ백제ㆍ신라가 지금처럼 사투리를 썼다는 가정 아래 신라와 백제의 결전인 황산벌 전투를 코믹하게 그린 영화. "밥도 묵었고 슬슬 전쟁 혀야제?"(계백) "계백아, 니가 거시기 허야겄다"(의자왕) 등 재치있는 대사와 당시에도 사투리를 썼다는 발상의 신선함으로 시나리오 완성 단계부터 일찌감치 영화팬 사이에 많은 기대를 모아왔다.연출을 맡은 이중익 감독은 <간첩 리철진>, <아나키스트>, <달마야 놀자> 등을 제작했고 <택시>와 <투게더> 등을 수입ㆍ배급했던 영화사 씨네월드의 대표. 직접 메가폰을 잡은 것은 10년 전 데뷔작이었던 <키드캅>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시사회가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난 이 감독은 영화에 대해 씨네월드의 대표적인 히트
[인터뷰] 영화 <황산벌> 이준익 감독
-
오늘의 행사(2일)
14:00 <도플갱어> 기자시사 및 기자회견/ 시네마테크부산
19:00 개막식, 개막작 상영/ 야외상영관
22:00 PIFF 개막파티/ 파라다이스호텔 그랜드 볼룸
내일의 행사(3일)
10:00 하우젠 영화 라디엔티어링/ 해운대 수영만 요트 경기장
14:00 영화와 기호학: 부산영화제를 읽는다 세미나1/ 메가박스 10관
15:00 뉴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 파라다이스 16층 파노라마룸
17:00 오픈토크- 안성기, 야쿠쇼 고지를 만나다/ 파라다이스 페스티벌 카페
19:30 이바디 공연/ 야외상영관
20:00 영평상 시상식/ 매리어트호텔
22:00 German Night 파라다이스호텔 신관 가든
24:00 TTU 파티/ 해운대 포장마차촌
10월 2일 상영작 및 행사 정보
-
해운대 먹거리● 해운대 소문난 삼계탕 삼계탕, 각종 한식 탕/ 741-4545 / 메리어트 호텔에서 신시가지 방면/ 09:00~22:00/ 12년 역사의 이 곳에선 구기자, 당귀 등 13종류의 약재로 끓여 만든 진국 삼계탕을 맛볼 수 있다.● 원조할매국밥 국밥류/ 746-0387/ 리베라 호텔 후문/ 24시간/ 39년 전통으로 저렴한 가격과 맛으로 유명하다. 쇠고기 국밥, 선지국밥, 따로국밥이 메뉴의 전부다.● 새아침 식당 한식, 한정식/ 742-4053/ 미포 선착장 뒷골목/ 7:30~21:00/ 작고 허름해보이지만 계란말이, 생선구이 등 집에서 먹는 듯 푸짐하고 정감있는 밑반찬이 비결이다.● 미나미 일식 주점/ 731-5373(1호점), 746-5645(2호점)/ 그랜드 호텔 뒷골목/ 17:00~07:00/ 일식 오뎅 전문점. 큰 오뎅솥 가장자리에서 정종을 기울이는 맛이 일품이다. 글로리콘도 쪽의 2호점도 오픈했다.● 미포 포장마차 지구 포장마차/ -/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해변을
부산 먹거리, 볼거리 가이드
-
<내 고향> 등 북한영화 7편, 당국에서 ‘이적성’ 심의 중북한영화가 해운대에 온전히 착륙할 수 있을까. 올해 부산영화제가 심혈을 기울여 반입해 온 북한영화 7편이 이적성 시비를 넘어 일반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지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제 측에서는 개막을 며칠 앞두고 극적으로 금강산에서 공수해온 북한영화 7편의 비디오테이프 등 관련 자료를 통일부, 국가정보원 등에 보내놓고 상영 여부에 대한 답변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중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개막 이후인 10월 3일께나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영화제 관계자들은 “낙관할 수 없는” 상태로 보고 있다. 반입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 국정원 등 관련 기관이 “몇몇 작품의 경우 상영 불가 또는 제한상영이 불가피하다”면서 “7편 모두 일반 상영은 곤란하다”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 이용관 부위원장은 “비정치적인 소재의 영화를 골랐는데도 그런 의견을 들었다”면서 “혹여 다수의 작품에 제한상영
북한영화 상륙작전, 성공할까?
-
영화로 만나는 아시아 국가들의 역사와 현실아시아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만나는 영화들 중에는 이렇게 싸우는 아시아를 다루는 영화들이 선을 보인다. 이들 영화는 아시아 각국의 역사와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에 더 치열하고 뜨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들의 역사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우리는 이들 영화의 절반도 채 이해하지 못한 채 쓸쓸히 스크린 앞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파키스탄, 스리랑카, 서파푸아, 그리고 중국의 광산 실태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이들 영화에 한발자욱 더 다가가보자. <침묵의 물><침묵의 물>의 주인공 아예사의 비밀은 1947년에 배태됐다.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한 해인 이 때 파키스탄 또한 자치의 권리를 얻었고, 9년 뒤인 1956년 영국 치하의 자치상태를 끝내며 진정한 독립을 쟁취했다. 하지만 이 때 파키스탄은 큰 홍역을 겪었다. 이슬람교의 나라인 파키스탄은 힌두교도는 물론이고 이슬람과 힌두교의 절충이라 할
국가라는 이름의 폭력
-
<도플갱어> <해파리>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얼마 전 광주영화제에 초청된 일본의 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는 현재 일본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할 감독으로 구로사와 기요시(1955~)를 꼽았다. 이미 거장으로 인정받은 기타노 다케시를 제외하고, 구로사와 기요시는 <오디션>의 미이케 다카시와 함께 국제영화제가 가장 선호하는 일본 감독이다. 이미 거장의 영역에 도달해 있음을 증명한 97년작 <큐어> 이후 구로사와 기요시는 <카리스마><카이로><강령><해파리> 등의 도전적인 작품들을 양산하며 자신의 재능을 과시하고 있다. 또한 구로사와 기요시는 기타노 다케시처럼 돌출적인 인물이며 재능이 아니라, 일본영화계의 역사적 성과가 고스란히 이력에 담겨 있는 산 증인이기도 하다.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작품들구로사와 기요시는 릿코대학 시절 자주제작영화를 만들며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다. 하스미 시게히코의 강의를 들었고,
공포의 거장, 일상의 종말을 고하다(+ English)
-
“단편다운 단편 늘었다”홍효숙(35) 프로그래머의 휴대전화는 쉴틈이 없다. 한숨 돌리라치면 이번에는 누군가 손을 잡아끈다. 와이드 앵글 부문에 한국 단편과 다큐멘터리 등을 소개하는 것이 그의 본 임무. 하지만 지난 7년 동안 영화제와 함께 해 온 노련한 이 일꾼에겐 김동호 위원장의 일정 체크 등 기타 업무까지도 주어진다. 물론, 불만은 없다. 언제나 그랬듯이. 와이드 앵글은 장편 극영화 이외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는 부문이다.올해 상영작 일별을 위해 그가 챙겨 본 단편과 다큐멘터리는 대략 250여편. 홍 프로그래머는 “실험이 돋보이는 단편들이 많았다”고 전한다. 매끈한 웰-메이드 영화나 스토리에 집착하는 경향이 옅어지고, 대신 “단편다운 단편”이 두드러졌다는 설명이다. 다큐멘터리의 경우, 시선이 깊어지고 구체적이다는게 그의 전언. 한해 독립, 단편 영화제를 돌며 발품을 팔아야 하는 그이다 보니 자연스레 창작자들을 둘러싼 열악한 국내 환경에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다.이번 영화제에서
와이드 앵글 한국영화 담당 프로그래머 홍효숙
-
“한국 장르영화의 뿌리를 찾아서"“작년엔 차려놓은 밥상을 나른 것 뿐이죠” 조영정(36)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는 지난해 김수용 감독 회고전에서 자신이 한일이라곤 “책자를 만드는게 전부”였다고 말한다. 도중 합류했던 그때에 비하면 올해 그의 어깨는 무겁다. 처음부터 직접 식단을 짜야 했기 때문이다.고민 끝에 그가 내놓은 상찬(上饌)은 ‘한국 액션영화의 개척자’라 불리는 정창화 감독 회고전. 처음에는 “회고전을 하기에는 덜 알려진 감독이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유현목, 김기영, 신상옥, 김수용 등 그동안 영화제가 ‘모셔온’ 작가 감독들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편견을 넘어서 적극적인 발굴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밀어붙였다. 한국 장르영화의 뿌리에 대한 무관심의 분위기도 그를 자극했다. 올해 회고전에서 소개되는 작품은 <황혼의 검객> <죽음의 다섯 손가락> 등 1960,70년대 한국과 홍콩을 오가며 만들었던 액션영화 9편.그는 “다양한
한국영화 회고전 코디네이터 조영정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