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죽거리 잔혹사>, 시인 유하에서 감독 유하로
“시는 변방으로 귀양가버린 노래, 그리고 그 변방 중의 변방에 있는/ 나의 말을 나는 사랑한다.” 가장 최근 시집에 피력된 시인 유하의 뼈저린 자기 긍정이다. 그러던 그가, 변방 중의 변방인 한국 시로부터 중심 중의 중심을 욕망하는 한국영화로 한눈을 팔았다. 그것도 남의 소설을 밑천으로 모든 기혼자를 미치광이 삼으며. 나름대로 성공한 재기작이었던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하지만 90년대 문학을 쇄신한 그의 시에 비하면 범작이었다. 그는 10년 만에 돌아온 영화계의 탕아가 아니라, 잠시 변방에서 외도한 가출 시인이었다. 한데 가속도 붙은 차기작 <말죽거리 잔혹사>는 가출이 출가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전한다. “온갖 현란한 이미지들 밖에서 서성이는 시가/ 언젠가는 다시 카니발의 아침을 열리라” 장담하던 시인 자신이 이미지의 카니발을 열려 한다. 유하는 제2의 이창동이 되려는 걸까? 이건 영화팬에겐
이소룡 세대의 교실이데아, <말죽거리 잔혹사>
-
1980년대 이후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통해 일본영화의 한켠을 채워오고 있는 최양일 감독의 회고전이 2월3일부터 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고등학교 시절 조명부 아르바이트를 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최양일은 쇼치쿠 누벨바그의 기수 오시마 나기사의 <감각의 제국>에서 조감독으로 활동했으며, 1983년작 로 데뷔하면서 최양일식 하드보일드의 신호탄을 터뜨렸다. 그후 최양일은 <언젠가 누군가 살해된다> <친구여 조용히 잠들라> <꽃의 아스카 조직> <막스의 산> 등에서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이어갔고,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헤이세이 무책임 일가, 도쿄 디럭스> <개 달리다> <형무소 안에서> 등에서는 블랙코미디를 덧붙여갔다. 하드보일드와 블랙코미디에 같은 무게의 관심을 보이면서(동시에 핑크영화의 맥락을 희미하게 유지해가면서), 최양일은 ‘기타노 다케시가 정적이라면, 최양일은
데뷔 20주년 재일교포 영화감독 최양일 회고전
-
'반지의 제왕' 제3탄 '왕의 귀환(Return of The King)'이 제76회 아카데미영화상 최우수작품ㆍ감독상 등 모두 11개부문 수상 후보로 선정됐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27일 오전(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베버리힐스에서 웅장한 전투장면과 강렬한 감성, 환상적인 컴퓨터 그래픽 영상의 백미로 손꼽히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 완결편 '왕의 귀환'과 함께 '마스터 앤 커맨더(Master and Commander:The Far Side of the World)',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 '미스틱 리버(Mystic River), 경마 드라마 '시비스킷(Seabiscuit)'을 최우수 작품상후보로 발표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아카데미상 11개부문 후보
-
미국은 지금, 흑인영웅 전성시대블랙스플로이테이션 잇따라 흥행성공, 할리우드 구할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라존 싱글턴 감독의 <샤프트>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이 할리우드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흑인영웅을 등장시킨 이 싸구려 액션영화들이 연달아 대박을 터뜨리자,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이 침체에 빠진 할리우드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부풀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1972년 10월4일치 <버라이어티>는 최근 미국의 박스오피스가 회복되는 데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흥행이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1972년 10월23일치 <뉴스위크>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붐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흑인 액션영화의 붐이 할리우드가 침체를 벗어나는 데 일조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1972년, <샤프트> <스위트 스위트백의 뱃애스 송>의 성공에 이어 <슈퍼플라이>가 잭팟을 터뜨렸다. 흑인 마약
영화사 신문 제30호 (1970∼1972년)
-
-
국가정보원은 북파 공작원의 비극적인 삶을 소재로 한 영화 <실미도>가 7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몰아가면서 일부 허구적인 내용 때문에 국정원의 이미지가 추락하지나 않을 까 고심하고 있다. 영화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지난 68년 1.21 사태에 따른 대북 보복책으로 창설된 684 부대가 국내외 정세의 변화로 대북 타격 작전이 폐기되면서 쓸모가 없게 되자 부대원들을 살해하도록 정보기관이 지시했다는 대목.국정원 관계자는 27일 "영화가 아무리 허구에 기반한 예술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북파 공작원을 살해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은 사실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면서 "참여정부 출범 이후 혁신을 통한 조직 개편과 이미지 변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 <실미도>의 대중적인 인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당시 북파 공작원을 양성하다 정세 변화로 공작원 육성을 중단하면서 이들에 대한 처우가 나빠져 난동 사태가 발생한 것이지, 이들 공작원을
국정원, 영화 <실미도>로 이미지 추락에 고심
-
인기그룹 god의 멤버 윤계상이 변영주 감독의 신작 <발레교습소>(제작 좋은영화, 투자 아이픽처스)로 스크린에 데뷔한다.
<낮은 목소리>, <밀애> 등을 연출한 변영주 감독의 차기작 <발레교습소>는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고3 수험생들이 겨울방학 석 달 동안 우연히 한 발레교습소에 모여 발레를 배워가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성장드라마.
윤계상이 맡은 역은 짝사랑하는 여고생에게 고백도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는 남자 주인공 강민재. 상대역 수진으로는 <버스, 정류장>의 김민정이 캐스팅됐다.
이밖에 연기 생활 14년만에 처음으로 영화 연기에 도전하는 도지원이 발레 강사역을 맡았으며 이정섭, 조한희 등이 조연급으로 출연한다. <발레…>는 다음달 중순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윤계상 <발레교습소>로 스크린 노크
-
영화 <쉬리>(사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필름(대표 최진화)과 <공동경비구역 JSA>, <바람난 가족>의 ㈜명필름(대표 심재명)이 국내 최대의 수공구 제조업체인 ㈜세신버팔로(대표 김문학)와 기업결합을 선언했다. 강제규필름과 명필름은 26일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인 세신버팔로와 계약을 맺고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오는 4월 주식교환이 완료되면 세신버팔로는 명필름과 강제규필름의 영문 이니셜을 딴 ‘MK버팔로’라는 이름으로 바뀌는 동시에 기존의 제조업과 신규 영화사업을 아우르는 문화콘텐츠 기업으로 변신하게 된다.
강제규필름의 대주주인 강제규 감독, 명필름의 대주주인 이은 감독과 심재명 대표는 MK버팔로의 지분 가운데 각각 10.8%, 9.94%, 6.54%를 보유하게 되며 강제규필름과 명필름은 MK버팔로의 100% 자회사가 된다.
세신버팔로는 신주를 발행해 강제규필름 주주들에게 주당 1.8567주, 명
세신버팔로, 강제규필름ㆍ명필름과 기업결합
-
다시 또 고향을 찾는 시간이다. 마치 습관처럼 찾아오는 시간, 아니 습관처럼 찾아가는 공간, 거기에 우리는 ‘고향’이라는 정겨운 이름을 붙인다. 귀향, 선물을 싣고, 선물보다 먼저 가는 마음을 싣고 고향으로 향하는 거대한 흐름들. 그러나 정작 고향으로 향하는 자동차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고향가는 길이 정겹다기보다는 ‘끔찍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도 고향에 가야 한다. 그건 일종의 의무와도 같은 것이다.철학자 하이데거는 평생을 ‘상실된 고향’을 화두로 삼아서 사유했다. 그렇지만 자본주의가 사람들에게서 고향을 빼앗아버렸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굳이 하이데거를 빌릴 필요는 없다. 일자리의 유혹, 돈의 유혹, 화려한 불빛의 유혹, 혹은 문명이란 이름의 도시적 삶의 유혹 등등. 이로 인해 어디고 할 것 없이 자본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가게 만들었다. 사람들의 삶과 고향 사이에 거대한 거리를 만들어버렸다.그러나 그저 유혹 때문이라고만은 말할 수
고향 없는 귀향에 부침
-
수십년 전에,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고 허리띠 졸라매던 시절에, 때가 오면, 우리도 잘 먹고 잘사는 그때가 오면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백년 살고 싶어’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최고 인기가수 남진의 최대 히트곡 <님과 함께>에서 노래하던 그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에 대한 그 꿈은 영원히 유효하다. 누군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님과 한백년 살기를 꿈꾸지 않으리. 풍요와 평화의 약속의 땅과 같은 푸르른 초원 위에 굳건히 자리한 행복의 성을 짓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개척의 시간들을 지나왔던가. 그 옛날, 거칠고 거친 서부의 숲속에서 통나무 집을 짓고 살던 로라 잉걸스네 가족들처럼 말이다. 그렇다, 아메리카 서부개척 시대의 감동적인 가족사가 <초원의 집>이라는 미니시리즈로 우리네 집집마다 일요일 낮 12시에 배달될 때, 우리도 꿈과 용기를 얻었다. 곰과 독사와 인디언의 흉포한
[김형태의 생각도감] 집8 - [초원의 집]
-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를 가리킬 때는 흔히 ‘포디즘’이라는 말을 쓴다. 포드주의는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과 결합하여 대량생산 시대의 대표적인 시스템으로 자리잡는다. 과학적 관리법의 핵심 내용은 노동자의 동작을 표준화하고 기준점에 근거하여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는 것이다. 생산현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을 단순한 단위로 쪼개고, 노동자는 그것을 몸으로 행하기만 하면 되며, 얼마나 많이 했느냐에 따라 잘했다 못했다를 따지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생각은 경영자가 하고 노동자는 몸만 쓰게 만든다. 포드주의적 생산방식이 성공하려면 일관 작업에 적합한 노동자 유형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이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그람시의 <옥중수고>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새로운 형태의 문명과 새로운 형태의 생산, 새로운 형태의 작업에 적합한 사람들을 선별, 혹은 ‘교육’하는 일은 믿을 수 없도록 잔인한 방식을 통하여 이루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허약하거나 순응하지 않는 자들은 부랑계급들의 감
회사원
-
아가씨, <러브 액츄얼리>의 로맨스에 열광한 이유우울증에 빠진 아가씨, “<러브 액츄얼리> 보면 기분 좋아지는데”라는 누군가의 메일을 받고도, 반신반의했다. 자못 진중한 척, 로맨틱코미디의 달짝지근함을 애써 뿌리쳐온 아가씨. 영화 시작하고 고작 10분 뒤 잔뜩 망가진 몰골로 아줌마 박수까지 쳐가며, “진작 볼걸, 진작 볼걸!” 화통 삶아먹은 내 목소리는 관객에게 영화 밖 웃음거리를 제공했다. “‘진작 볼걸’이래, 큭큭.” 웃다 지쳐 숨넘어가며 버둥대다 옆사람 발까지 몇번이나 밟아버린 미안함에, 얼굴을 가린 채 극장을 나왔다. ‘까무러치게 재밌는디. 근디, 워쩌란 말이여.’<러브 액츄얼리>는 어디에나 넘쳐나는 사랑을 다루지만, 어디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꾐없는 긍정의 어법으로, 사랑을 말한다. 너나없이 자학적이거나 독설적이거나 신경증적인 멜로드라마들. <러브 액츄얼리>에도 물론 불치병이 있고 배신 때리는 남편이 있고 책임 때문에 사랑을 포기
사랑을 가질 순 없지만 누릴 순 있다, <러브 액츄얼리>
-
어떤 사람들에게 피는 물보다 ‘징’하다. KBS2 수·목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는 징한 콩가루 집안 이야기다. 이 집안의 내력은 아버지 김두칠(주현)이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타박하는 대사에 요약돼 있다. “집안꼴 잘돼 간다… 큰 딸년은 이혼하고, 둘째 딸년은 천하에 저밖에 모르게 키우고, 아들놈은 주먹질이나 해서 감방 들락거리고…. 애미가 돼가지고 밥만 잘하면 뭐해….” 참, 이토록 당당한 아버지는 젊은 여자하고 바람나서 딴살림을 살고 있는 중이다. 피가 물보다 ‘징’하지 않을 수 없는 내력이다.이 콩가루 집안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지켜온 것은 억척스러운 큰딸과 바보 같은 어머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바보 같은 여자’들에게 바치는 꽃다발이다. 어머니 이영자(고두심)는 가족들에게 ‘바보 같은 사랑’을 베푼다. 남편이 가정을 버려도, 자식들이 속을 썩여도 베풀고 또 베푼다. 어머니에게는 오직 그 사랑만이 ‘내가 사는 이유’다. 큰딸 미옥(배종옥)은 ‘우리가 정말 사
피는 물보다 ‘징’하다
-
인도영화의 춤과 노래 대신 할리우드영화 <그리스>에 반했던 인도 소년 라무(지미 미스트리)는 존 트래볼타를 모방한 댄스 강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배우가 되겠다며 미국 뉴욕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배우 지망생이 널린 그곳에서 밑천도 없고 심지어 백인종도 아닌 라무가 성공하기란 요원하다. 멋모르고 오디션을 봤다가 포르노영화를 찍게 된 라무는 이 업계의 프로배우 샤로나(헤더 그레이엄)에게 “남들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섹스를 즐기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마음가짐을 중시하는 이 ‘섹스 철학’은 뉴욕의 상류계층 사람들에게 종교로 오인되고, 이를 어설프게 발설했던 라무는 졸지에 ‘섹스 전도사’로 대접받는다. 인도의 댄스교습소 안에서 가죽바지를 입고 췄던 마카레나가 뉴욕의 고급 펜트하우스 안에서 신성한 종교인 복장을 하고도 똑같이 반복되면서 라무는 굉장한 신뢰를 얻는다.
뉴욕에 심겨진 이방인, 동양 문화에 대한 서양인의 무지함 등을 깔고 있긴 해도 <구루>는 크로스컬처
소박한 만화적 상상력, <구루>
-
난도질과 강철 액션, 슬래셔 수준의 피튀김과 하드보일드 뱀파이어 헌터, 선과 악의 경계가 어떻게든 헷갈리는 플롯, B급 생동력, 죤 카펜터가 <슬레이어>로 꽃피운 뱀파이어영화의 기본 공식이다. 거기다 펑크록 템포로 움직이는 <버피>식 여전사에, 반은 흡혈귀고 반은 인간인 <블레이드>식 설정까지 모자라 뱀파이어라는 단일 품목까지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고 보면 뱀파이어영화도 액션, 호러라는 양축만으로는 부족해 끊임없이 수혈을 받고 있는 지경인 듯 하다.
<블러디 말로리>는 어느 쪽이냐 하면 위의 모두 다에다가 ‘플러스 알파’를 보탠, 설정으로만 따지자면(!) 엄청난 야심작이다. 결혼식 당일에 마각을 드러낸 요괴 남편을 도끼로 쳐죽이고 그 헤어날 수 없는 상처를 통해 종합요괴헌터로 거듭난 말로리. 나름대로는 그날 몸에 섞여 들어간 남편의 사악한 피 때문에 고통받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그녀의 미션은 콘돔 사용마저 죄악이라고 부르짖으며
프랑스산 할리우드 아류작, <블러디 말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