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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동무>는 <조폭마누라>를 만든 조진규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조폭코미디라는 변종장르가 정착하는 데 적지 않은 공을 세웠던 그는 <어깨동무>에도 비슷한 성공요인을 끌어들였다. 깡패와 보통 사람이 만나면서 빚어지는 오해와 충돌, 은어를 사용한 말장난, 부모를 잃고 힘들게 살아온 형제간의 애정,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폭력, 여자라는 약점 대신 근본없는 삼류깡패라는 단점을 지닌 주인공이 그것들이다. 그러나 서로 상관없는 덩어리를 뚝뚝 떨어뜨린다는 느낌이 강했던 <조폭마누라>와 달리 <어깨동무>는 복잡하고 산만한 스토리를 힘겹게나마 하나로 모아간다.
중년의 깡패 태식(유동근)은 부하 쌍칼(최령)과 꼴통(이문식)을 거느리고 형사를 습격해 재벌 정 회장의 비리가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빼앗는다. 그날 밤 태식은 애인이 운영하는 비디오가게에 들렀다가 그 테이프를 잃어버린다. 에로비디오를 빌리러 왔던 동네 백수 동무(이성진)가 실수로
기본 전제에서 나아가지 못하는 조폭코미디, <어깨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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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텔> Vatel
21세기를 맞이하며 자신의 첫 영화로 롤랑 조페가 선택한 이야기는 17세기 프랑스의 집사 바텔을 다룬 또 한편의 시대극이다. 그런데 이 집사가 하는 일을 가만히 지켜보자니 누군가를 많이 닮았다. 처음엔 음식준비만 하는 줄 알았는데 공연이 포함된 화려한 야외연회까지 완벽히 연출하고 예술을 운운하더니 급기야 왕이 점찍은 몽트지에 부인과 정사를 나누는 게 아닌가? 장승업의 입을 통하여 임권택 감독이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 하였듯, 롤랑 조페도 실존인물인 바텔의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자신을 대변케 한다. 왕의 취향을 맞추려는 바텔의 노력은 상업적 영화감독들의 모습을 연상케 하지만 “왕을 기쁘게 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는 몽트지에 부인의 말은 롤랑 조페의 영화관이 분명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마무리가 허전한 감이 있지만 호화 배역진들의 연기와 화려한 색감으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바텔> DVD는 103분의 국내 개봉 버전과 1
롤랑 조페의 영화관을 보라, <바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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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 Once upon a time in Mexico2003년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 상영시간 102분 화면포맷 1.78:1 아나모픽 사운드 DD 5.1 영어 자막 한글, 영어 제작사 콜럼비아화질 ★★★★★ / 음질 ★★★★★ / 부록 ★★★★☆초저예산으로 거칠게 찍었던 센세이셔널한 데뷔작을 리메이크하듯이 만든 속편이 엄청난 흥행 성공을 거둔 지 8년 만에 거물급 배우들을 기용해 만든 엘 마리아치 연작의 세 번째 작품은 세르지오 레오네의 걸작을 의식한 듯, 24P/1080p 사양의 소니 HD카메라로 촬영한 1.78:1 비율의 디지털 원본의 아래위를 가려 2.35:1의 시네마스코프 사이즈로 만들어 극장에서 상영하였다. DVD는 HD 원본의 해상도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극장 상영본과는 달리 원본의 1.78:1을 그대로 살려 수록해 극장에서와는 상당히 다른 인상을 주는데, 특이한 사실은 극장 상영본보다 아래위가 더 많이 추가됨에도 불구하
HD 오리지널의 위력,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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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1월30일 북아일랜드 데리에서 열세명의 아일랜드 민간인이 영국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평소보다 규모가 큰 시위를 조직했을 뿐인 아일랜드인들은 열일곱살 소년 재키 더디의 죽음으로 시작된 그 날의 학살을 ‘블러디 선데이’라고 불렀고, 20년 뒤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청문회가 열릴 때까지도 잊지 못했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죽음의 날.2002년 제작된 <블러디 선데이>는 30년 전 그 하루를 네명의 시선에서 재구성한 영화다. 아일랜드 민권운동가이자 하원의원인 아이반 쿠퍼는 대규모 시위를 눈앞에 두고 불안해한다. 가톨릭 신자로 막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아일랜드 소년 제리, 제8사단을 지휘하면서 유혈사태만은 피하고자 했던 매클란 준장, 통신을 맡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목격자가 된 젊은 공수부대 대원은 쿠퍼와는 또 다른 시선으로 피의 일요일을 기억하게 된다.감독 폴 그린그래스는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의 묵은 원한이나 발포명령의 배후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는 다만 바라
다시 재현된 피의 일요일, 해외신작 <블러디 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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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용 감독이 만드는 멜로영화의 주인공들은 오늘도 비를 맞는다. 3월2일 대학로 카페 앞길을 막고 마지막 촬영을 시작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때마침 습격한 꽃샘추위 속에서도 도로가 찰랑찰랑해지도록 비를 뿌려댔다. 티셔츠 한장만 입고 빗속을 뛰어다닌 장혁은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할 만큼 파랗게 얼어 있었을 정도. 그럼에도 경찰관 제복을 입은 전지현과 그보단 훨씬 춥게 입은 장혁은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조그만 분홍색 칵테일용 종이우산을 들고 도로를 뛰어다니며 풋풋한 봄빛깔 사랑을 나누었다.아이필름과 홍콩 제작사 에드코필름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불의 앞에서 물불 못 가리는 여순경 경진과 반듯하고 천진한 여고 물리교사 명우가 사랑을 엮어가는 로맨틱코미디. 목욕탕에 가던 경진이 명우를 소매치기로 착각해 목욕타월로 꽁꽁 묶어 파출소로 호송한 뒤부터, 가는 곳마다 묘하게 마주치다가, 마침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다. <엽기적인 그
비 맞고 새록새록 돋아나는 사랑∼!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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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독이 몸부림칠 때>(제작 마술피리)가 19일 개봉을 앞두고 기자 시사회를 통해 8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고독이 몸부림칠 때>는 경남 남해의 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익살스러운 노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삼자외면', '갈매기' 등 연극연출가 출신 이수인 감독의 데뷔작으로 주현, 송재호, 양택조, 박영규, 김무생, 선우용녀 등 중견연기자와 진희경 등이 한자리에 모이며 제작 발표 때부터 화제를 낳은 바 있다.영화에서 주현은 타조 농장을 운영하는 호방한 할아버지 '중달'로, 양택조는 스쿠터 면허 시험에 매번 떨어지는 '찬경' 역으로 각각 출연하며 박영규는 나이 마흔 아홉에 노총각 신세를 면하지 못한 '중달'의 동생 '중범' 역을 맡았다.시사회가 끝난 뒤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감독은 "꼭 필요한 영화라는 확신으로 영화를 연출하게 됐다"며 "'초짜' 감독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열심히 아이디어를 내주신 출연배우들에게 고맙다"고 감사의
[인터뷰] <고독이 몸부림칠때> 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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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서 누가복음 10장 33절. 강도 당한 자를 제사장도 피해가고 레위인도 피해갔으나, 한 사마리아인이 그를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그의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매 준 다음 자기 나귀에 태워 여관으로 데리고 와서 돌보았다. 예수께서 가로되 네 의견에는 이 셋 중 누가 네 이웃이냐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김기덕의 열 번째 영화 〈사마리아〉가 그의 최고걸작은 아니긴 하지만 그의 가장 성숙한 영화일 것이다. 물론 영화적으로 엉성하기 짝이 없으며 유치한 형이상학적 대사들이 넘쳐나지만(저 닭살 돋는 대사들이라니!), 김기덕은 자신의 테마를 심사숙고하고 있다. ‘원조교제’를 다루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김기덕은 현명하게 성 매매 현장을 찍지 않았으며, 유치하게 십대 소녀의 섹스 장면을 찍는 실수도 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실상 ‘원조교제’는 이 영화에서 다루려는 테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고생 재영과 여진이 성 매매를 하는 이야기는 영화가 시작한 지 절반이 좀 넘으면 곧
[비평 릴레이] <사마리아> 정성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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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작은 마을의 보안관 매트(덴젤 워싱턴)는 부인과 이혼하기로 한 사이다. 또 그에겐 연애중인 다른 유부녀 앤(산나 라단)이 있다. 부인과 이혼하기로 하기 전부터 만났는지, 그 뒤에 만났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여하튼 매트와 앤의 사이는 진실한 것처럼 보인다. 그 앤이 불치병에 걸려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앤과 매트의 관계는 더 애틋해진다. 앤은 전에 들어놓은 생명보험의 수혜자를 매트로 바꿔놓고, 매트는 앤이 외국에서 비싼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경찰서에 보관중인 마약거래 범죄자금을 불법으로 들고 나온다.
반전의 묘미를 중시하는 영화여서 자세히 말하긴 뭣하지만, <아웃 오브 타임>이 ‘팜 파탈(요부)’을 내세운다는 것만으로도 큰 힌트가 된다. 매트가 불법을 저지른 뒤 앤의 집을 찾아갔을 때, 앤의 집에 화제가 나고 두 남녀의 시체가 발견된다. 마침 매트는 앤의 집 앞에서 이웃집 사람에게 목격되기까지 하면서 피하기 힘든 곤궁에 빠진다. 이 즈음의 반전과,
[새영화] <아웃 오브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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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민식 주연의 <꽃 피는 봄이 오면>이 지난 5일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꽃 피는 봄이 오면>은 강원도 탄광촌 중학교에 임시 음악교사로 부임하게 된 트럼펫 연 주자(최민식)의 가슴 시린 사랑을 그린 멜로 영화. <마리 이야기>의 제작사 씨즈엔터테인먼트가 만들고 허진호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신인 류장하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올해 추석 연휴에 개봉할 예정이다.
▶ , <학생부군신위>의 박철수 감독이 6월 5일 개막하는 상하이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상하이국제영화제는 국제 경쟁 부문, 국제영화 파노라마, 국제영화포럼(세미나 및 회고전), 국제 영화와 TV 마켓 등 4개 부문으로 나뉘어 열리는 영화제로 한국 영화로는 <동승>(주경중)이 2002년에 시나리오상을 수상한 바 있다.(서울=연합뉴스)
[영화가 단신] <꽃 피는 봄이 오면> 크랭크 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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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일 스페인에서 막을 올리는 제5회 라스팔마스 국제영화제의 국제경쟁 부문에 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 진출했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 부문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았다. 올해 명예상 수상자에는 할리우드의 노장 남녀배우 오마 샤리프와 미아 페로가 선정됐다.(서울=연합뉴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라스팔마스 영화제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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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기요시 영화 보는 4가지 방법1. 구로사와 기요시 세계의 출입문<큐어> - 아직 구로사와 기요시를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큐어>에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가 왜 ‘공포’에 집착하는지,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악이란 무엇인지, 세계의 황량함은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모든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 세기말의 도시에서 발생하는 연쇄살인사건.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흉기를 휘두르는 잔학함, 그러나 그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범인들. 다카베 형사는 의대생이었던 마미야의 최면이 그들의 내면에서 무엇인가를 끌어냈음을 알게 된다. <큐어>는 장르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자신만의 롱숏과 원신 원컷을 적절하게 구사하며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보통의 영화에서는 죽어 있는 시간이, 어떻게 생생하게 살아나며 관객의 마음을 덮치는지 확인할 수 있다.<카리스마> - 이미 구로사와 기요시를 알고 있는, 애호가를 위하여최근 신작을
[구로사와 기요시 회고전] - [2] 구로사와 기요시 영화 보는 4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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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기요시의 데뷔작 <간다가와 음란전쟁>에서 최근작 <밝은 미래>와 <도플갱어>까지 총 21편 상영
이미 전주영화제에서 회고전을 한 적이 있고, 지난해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도플갱어>가 선정되었고, 개봉도 한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하지만 그것뿐이다. 이미 <큐어> <카이로> <밝은 미래> 등이 수입된 지 오래지만,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개봉 대기 중이다. 하지만 구로사와 기요시는 일본의 감독 중에서도, 누구 못지않게 장르에 정통한 감독이다. 소개는 많이 되었지만, 아직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던, 구로사와 기요시의 영화세계를 전면적으로 훑어볼 수 있는 기회가 온다. 3월9일부터 19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영화 21편이 상영된다. <스위트 홈>과 <카이로>가 빠진 게 아쉽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직 일본에서 DVD로 출시되지 않은 작품들까지
[구로사와 기요시 회고전] 9일부터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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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 시티>가 지난 2월22일 6년간의 여정을 끝마쳤다. 뉴욕시 전역에서는 골수팬들이 모여 시리즈의 마지막 편을 함께 시청하는 산발적인 쫑파티도 벌어졌다. 이날 <섹스 & 시티>의 피날레를 지켜본 시청자는 1060만명. 이는 지금까지의 최고 시청률인 770만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오르가슴에 대한 농담 따먹기로 시작됐던 이 시리즈는 6년이 지난 지금 수많은 여성들의 생활의 일부가 돼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요일 밤 9시면 어김없이 TV 앞을 지켜오던 여성들에게 <섹스 & 시티>의 종영 소식은 가슴 아프게(?) 다가온 것이 사실. 그러나 <섹스 & 시티>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 사만다(킴 캐트럴), 미란다(신시아 닉슨), 샬롯(크리스틴 데이비스)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말을 안겨주었다(스포일러 경고!).
세계적인 미술가 알렉스와 사귀던 캐리는 자신의 섹스 칼럼과 친구
<섹스 & 시티> 화끈한 언니들의 성숙한 쫑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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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영화산업계는 해마다 작은 금속 조각상을 나눠 갖는다. 프랑스영화의 미디어 생활에 대해 가장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기자와 환담을 나누면서 시상식 자료집을 훑어보았다. 후보에 오른 배우들이 나오는 장을 넘기면서 그는 “이 인간들 얼굴 보기가 얼마나 지긋지긋한지 모를 거야”라며 밀크티가 담긴 찻잔을 내려놓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 말에 한대 맞은 듯 나는 오후 내내 그 얘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왜 나도 그 얼굴들을 보는 데 질렸나? 왜 이 시상식이 시대에 뒤져 보이는가? 나는 “프랑스 스타”, “한국 스타”, “멕시코 스타”의 역할이 사라질 운명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인기 스타는 우주를 떠받드는 거인들이다. 장 가뱅은 프랑스의 가장 큰 스타였다. 서민, 변호사, 사병, 깡패… 그의 눈빛 속에는 온 국민이 반영되었다. 그는 사회의 온갖 진흙탕을 구현해냈고 끝까지 믿을 만했으며 싫증나게 하는 법이 없었다. 들롱도 벨몽도도 드파르디외도
[외신기자클럽] 스타의 쇠퇴 (+불어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