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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세드릭 칸/프랑스/2003년/105분
세드릭 칸 감독은 대가의 서스펜스가 주는 긴장을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오면서도, 연약한 내면을 난폭하게 술주정으로 감추려는 중년 남자를, 신경질적으로 추적하면서 스릴러 이상의 영화로 만들어낸다.
<레드 라이트>는 메그레 경감 시리즈로 유명한 추리작가 조르주 심농의 1950년대 소설을 각색한 영화다. 보험회사에 다니는 중년남자 앙트완은 아내 엘렌과 함께 여름캠프에 간 아이들을 데리러 보르도로 떠나야 한다. 그는 밤새 운전을 해야하지만, 약속시간에 늦은 엘렌을 기다리다가, 맥주를 마시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술을 마시면서 취해가는 앙트완. 화가난 엘렌은 혼자 기차를 타고가겠다는 메모만 남긴채 사라진다. 앙트완은 엘렌이 내리는 기차역까지 자동차로 쫓아가지만 어느 곳에서도 엘렌을 찾을 수가 없다. 아름답고 유능한 아내, 만만치 않은 세상. 피해의식에 시달리는 앙트완은 하루밤과 하루낮 사이 부당하다고 느껴온 고난을 응축해서 겪게될
<레드 라이트> Red L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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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여자> <킬러들의 수다>의 장진 감독이 <다섯 개의 시선> GV를 위해 4일 전주에 온다. <다섯 개의 시선>은 류승완, 김동원, 장진 감독 등이 연출한 옴니버스 인권영화. 장진 감독은 고문기술자와 대학생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권문제를 지적하는 <고마운 사람>을 연출했다. 장진 감독과의 GV는 오후 8시 메가박스 1관에서 열린다.
오늘 장진 감독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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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위조범의 최후는 비참했다. 5월3일, 기자 명함을 위조해 프레스 아이디를 발급받으려던 박아무개씨가 주최측에 의해 '검거'되었다. 박씨가 교묘하게 위조한 <한겨레> 기자 명함과 사진을 제출했던 것은 이날 오후 5시께. 그가 제출한 명함이 실제 한겨레 명함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본 주최측은 한겨레 본사의 신원조회를 거쳐 각 부스에 경고를 내렸다.
앞으로의 운명을 예감하지 못한채 영화의 거리를 걷던 박씨가 이정진 홍보팀장에게 발각된 것이 그로부터 2시간여가 지난 오후 6시50분. 황급히 도망치려던 박씨는 이정진 홍보팀장의 완력과 지나가던 시민들의 도움으로 검거되어 경찰서로 이송되었다. 알고보니 이는 “영화를 보고 싶어서 서울에서 내려온” 백수영화광의 범죄였던 것. 이정진 홍보팀장은 “미안하다는 말만 했어도...”라고 끝을 흐리며 즉결심판으로 넘어간 박씨의 운명을 전했다.
기자사칭범 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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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전주국제영화제가 5월3일 2시 <꽃피는 봄이 오면> 상영을 시작으로 ‘마스터 클래스’를 시작했다. 2004년 신설된 ‘마스터 클래스’는 촬영감독과 음악감독 등 영화의 각부문을 책임지는 거장이 자신의 작품을 상영하고 강의와 워크숍, 사전제작실습을 진행하는 프로그램. 지난해 촬영감독에 이어 올해는 <봄날은 간다>의 조성우 음악감독과 <공각기동대> <아발론>의 가와이 겐지가 음악감독 지망생들과 함께 하게 된다.
'마스터 클래스'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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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소통의 매개체로 작용하는 건 스크린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5월3일 오후 5시 메가박스 8층에서 정확히 2시간 동안 진행된 ‘마그렙 영화와 아랍 문화의 이해’ 세미나는 영화를 구실삼아 편견과 오해를 벗어내는 생생한 현장이었다. 사회를 맡은 임안자 부집행위원장은 <사막의 방랑자들>의 나세르 케미르 감독(튀니지)과 모하메드 바크림 모로코 영화원 부원장을 초빙해 한동안 침체를 면치못하던 튀니지와 모로코의 영화들이 최근 급격히 부흥하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혹시 그 배경에 프랑스로 대표되는 유럽영화자본(과 관객)의 지원을 얻기 위한 ‘뉴 오리엔탈리즘’의 혐의는 없는지 곧바로 따져묻기 시작했다.
이에 케미르 감독은 “튀니지 영화는 정부의 아주 적은 지원에 비해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국가와의 합작으로 만들어지는 게 대부분이나 감독 각자를 하나의 학파로 볼 수 있을만큼 개성이 강하다는 게 특징”이라면서 “영화는 일단 만들어져야하기 때문에 제작자본의 취향을 고려할 수
튀니지와 모로코에 여성감독이 많은 진짜 이유(+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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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 제만(1910~1989)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은 경이로운 경험이다. 그가 만들어낸 영상은 화면에서 끄집어내어 소유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만큼 아름답고, 카툰과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인형 애니메이션, 매트 페인팅 기법에 라이브 액션까지 혼재된 기법들이 완벽하게 직조된 미장센 속에 녹아있다. ‘체코 학파’라 불릴만큼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체코 애니메이션계에서도 카렐 제만이라는 이름이 ‘대가’의 의미를 지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의 애니메이션은 관객의 정서적 반응에만 기대이지 않는다. 기술적, 미학적으로도 카렐 제만의 작품들은 불멸의 가치를 품고있다.
1910년 체코 모라비아 지방에서 태어난 카렐 제만은 프라하와 파리에서 산업미술을 공부한 뒤 포스터 아티스트로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의 세계에 뛰어든 것은 40년대 중반. 그의 얼터에고인 말(馬) 캐릭터 ‘프로콕’을 만들어 내면서부터 카렐 제만의 재능은 조심스럽게 열렸다. 그는 곧 본격적인 애니
애니메이션계의 전설, 카렐 제만의 미학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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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타 히데오의 <링>은 역사상 가장 무서운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이제는 장르의 고전이 된 작품이다. 이는 비단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호러팬들이 공통으로 인정하는 사실인데, 특히 TV 속에서 사다코가 기어 나오는 장면(끊임없이 패러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섭다)을 비롯해 보는 내내 불길함을 느끼게 하는 영상과 음악은 다른 공포영화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필자가 생각하는 베스트 컷은 바로 ‘도모코’의 죽음을 확인하는 장면. 짧게 스쳐지나가는 컷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봤을 당시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던 장면이다.
정확히 일주일 전 저주받은 비디오를 본 도모코는 자신도 죽을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결국 그녀는 알 수 없는 저주에 희생되어 벽장 속에서 발견되는데, 그녀 어머니의 회상 씬에서 처참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내내 조용했던 가운데 귀를 찢는 효과음과 함께 갑작스럽게 등장한 장면이어서 충격은 더욱 크다. 또한 단발마를
<링> 도모코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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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추리극을 표방한 김대승 감독의 <혈의 누>가 5월 4일 개봉되었습니다. 조선시대라는 배경과 사체 부검, 과학적 수사라는 현대적인 요소를 섞어놓은 점이 흥미롭죠. 영화를 보신 후 궁금하게 여기실 만한 점들을 모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했습니다. 인터뷰, 리뷰, 제작일지 등 다양한 기사와 전문가 별점, 영화 속에 등장하는 생소한 단어 해설, 연쇄살인과 관련된 다른 영화 목록까지, 영화와 관련된 A to Z를 즐겨보세요.
리뷰 등 관련 기사 모음
씨네21 리뷰
많은 층의 미스터리 구조를 잘 짜올린 추리물 (박혜명 기자)
제작일지
8개월간의 ‘피도 눈물도 없는’ 제작 과정 포토 코멘터리 (이영진 기자)
김대승 감독 인터뷰
“염치없는 자들의 지옥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반전이 숨겨져 있을까 하는 흥미만 주고 싶지 않았고, 사람들이 무참히 죽어나가는 상황을 장르적으로만 접근하고 싶지 않았다." 2년 가깝게 <혈의 누>와 씨름했던
[특집] <혈의 누>의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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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은 한국영화 관객점유율이 50%를 넘어선 기록의 해였다. 2000년의 35.1%에 비하면 약 15% 성장한 괄목할 만한 수준이었다. 한국영화 관객 수도 4481만명으로 전년도 2271만명에 비해 두배 정도 늘어났다. <친구>와 <엽기적인 그녀>의 흥행 대박에 큰 힘을 얻었고, 흥행 5걸 안에 들어 있는 조폭영화들의 선전도 한몫을 했다. 한국영화의 상승폭이 두드러진 만큼 직배영화의 하락폭이 뚜렷했다. 직배영화의 관객점유율은 전년도 64.9%에 비해 15% 떨어진 49.9%였고, 관객 수도 2천만명 이상 하락했다. 한국영화 관객점유율 상승세의 원인은 우선 우후죽순처럼 문을 연 멀티플렉스들의 영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CGV가 12월19일 기준 1300만명의 관객을 돌파한 것으로도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급작스런 지형변화가 몰고올 흥행 양극화와 독과점 현상, 제작비와 마케팅비 상승 등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도 많았다.
한국영화 10년, <씨네21> 10년 [8] -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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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에 디지털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사용이 적극적으로 도입된 한해였다.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마련한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에 각각 충무로와 실험영화를 대표하는 박광수, 김윤태 감독이 중국영화 감독 장위안과 함께 참여했다. 영화제용 디지털영화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박철수 감독은 <봉자>로, 임상수 감독은 <눈물>로 디지털 영화제작의 상업적 일반화를 시도했다. 남기웅 감독의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는 디지털 제작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또 다른 저예산 프로젝트의 예였다. 한편, (주)씨네포엠이 주최한 인터넷 단편영화 상영 프로젝트에는 세명의 젊은 감독이 참여했다. 8월7일 <커밍아웃>(김지운), 9월20일 <극단적 하루>(장진), 12월12일 <다찌마와 Lee>(류승완)로 이어졌고, <다찌마와 Lee>의 경우 조회 수 18만번에 이르렀다.
한국영화 10년, <씨네21> 10년 [7] -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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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최대의 블록버스터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스타 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 OST의 시연회가 5월 3일 오후 2시 서울 명동에 위치한 코리아 에이비에서 열렸다. 이번 시연회는 이례적으로 음반 출시사에서 주관하는 DVD 행사로, <스타 워즈>라는 작품의 화제성을 짐작할 수 있는 기회였다.
AV 평론가 김태진씨가 진행한 시연회에서는 팬들로부터 오히려 앨범의 메인인 OST CD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보너스 DVD <스타 워즈: 음악적 여정(Star Wars : A Musical Journey)>이 발매에 앞서 국내 최초로 공개되었다.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스타 워즈> 시리즈의 테마곡들과 어우러진 본편 영상이 약 70분가량 삽입된 <스타 워즈: 음악적 여정>은 극중 팰퍼틴 황제를 연기한 배우 이언 맥디어미드가 직접 진행을 맡았다.
특히 사운드는 이 타이틀을 위해 특별히 리마스터링된 PCM과 돌비 디지털 5.
<스타 워즈 에피소드 3> OST 시연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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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게 뭐야?” 1월14일, 전국의 50여개 극장에는 권총 든 한석규의 전신 사진이 실린 <쉬리>의 대형 스탠디가 배치됐다. 영화홍보용 입간판을 말하는 스탠디는 그때까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유물이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50분의 1도 안 되는 제작비로 만들어진 한국영화가 극장에 거금을 들여 스탠디를 세운다는 건 상상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쉬리>는 똑같이 했다. 얼마 뒤, ‘1999년 1급 프로젝트’라는 <쉬리>의 홍보 문구는 거짓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좀처럼 깨지지 않을 것 같던 <타이타닉>의 흥행 기록을 <쉬리>가 뛰어넘으면서 다윗이 골리앗을 넘어뜨릴 수 있음을 영화인들은 목격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기이한 범주는 그렇게 탄생했다. 1998년은 강제규 감독의 말처럼 “10억원을 들여 30억원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 “30억원을 들여 5억원을 벌어야 하는” 시기였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홍콩영화의 퇴조는 아
한국영화 10년, <씨네21> 10년 [6] -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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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한국영화는 스크린쿼터 축소 위협으로 풍전등화 위기에 처했다. 국민의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탈출을 위해 미국과의 경제협상에 안간힘을 썼고, 스크린쿼터 축소는 대미협상 타결을 위한 미끼로 매번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7월에는 한-미투자협정을 진두지휘하던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쪽 입장을 대변하다 영화인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얻어맞았다. 미국은 3월31일 한-미 통상협의체회의에서 한국영화를 일정기간 의무상영하도록 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의 내국민대우 규정에 위반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을 시작으로, 쿼터를 줄여주면 한국의 극장업계에 5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하는 등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던져댔다.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스크린쿼터 현행유지에는 변함없다”는 말을 여러 번 되뇌었지만 영화인들에게 신뢰를 안겨주지 못했다. 여기에 서울시극장협회가 8월18일 스크린쿼터를 현행 146일에서 86일로 줄여달라는 공문을 문화관광부에 보냄에 따라 영화계 안에서도 스크린쿼터를 둘러싼 갈등이
한국영화 10년, <씨네21> 10년 [5] -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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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사전심의는 위헌이라고 일러줬지만, 가위든 자들은 귀머거리였다. 왕가위의 <해피 투게더>가 “동성애를 주제로 한 영화”라는 이유로 수입되지 못했고,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는 “아이 아버지 이름은 김영삼”이라는 대사를 자진 삭제한 다음에야 개봉이 가능했다. <나쁜 영화>도 지루한 싸움 끝에 두 장면을 직접 걷어내고 극장에 걸렸고, <억수탕>은 곳곳에 ‘보카시’ 처리를 해야 했다. 새 영화진흥법이 발효되고 공륜을 대체한 공진협이 10월부터 심의 업무를 떠맡았지만 수십년 버릇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았다. 11월5일, 서준식씨는 제주 4·3항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레드 헌트>를 상영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혐의를 받아 체포됐다. 알아서 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삼성이 주최한 제2회 다큐멘터리영상제에선 중국과의 무역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주최쪽의 판단에 따라 개막작 <태평천국의 문> 상영을 취소했고
한국영화 10년, <씨네21> 10년 [4] - 199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