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도 1등 한번 해보겠다는데 딴죽을 거는 사람들은 처죽여도 시원치 않다는 아름다운 공동체 정신은 의외로 세계 곳곳에 남아 있다. <크리스마스 건너뛰기>라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크리스마스 납량특집 영화를 보고서 알게 된 사실이다.
<크리스마스 건너뛰기>는 의외로 전복적인 영화다. 어떤 싸움이 나고 긴장이 펼쳐져도 결국 따스함과 달콤함의 범주 안에 들어가 있는 크리스마스 영화들과 비교해 이 영화에서 주인공 부부가 겪는 고충은 거의 호러영화 수준까지 끔찍해진다. 집 앞에서 캐럴을 불러대는 사람들을 피해 있던 부부가 바로 앞 창문에 바짝 붙어 노래를 하는 합창단원과 눈이 마주치는 장면에서는 비명이 나올 지경이고 지하실로 내려간 부부를 내려다보는 눈사람은 공포영화가 전형적으로 귀신을 잡는 앵글로 비쳐지며 모골송연한 표정을 짓는다.
또한 영화는 크리스마스를 건너뛰기 위한 부부의 안간힘을 그린 전반부와 부부가 마을 사람들의 기적적인 도움으로 화려한 크리스마스 파
[투덜군 투덜양] 중산층의 대가, <크리스마스 건너뛰기>
-
‘포커페이스’라는 말이 있다. 카드를 할 때 좋은 패가 들어오든 나쁜 패가 들어오든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에서 유래한 말이라는데, 흔히 무표정한 사람을 일컫는다. 영화배우 가운데 포커페이스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찰리 채플린과 쌍벽을 이뤘던 코미디 감독 겸 배우 버스터 키튼일 것이다. 키튼은 얼굴에서 표정을 지운 대신 몸의 액션코미디를 만들어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포커페이스 하면 또 떠오르는 인물로 기타노 다케시가 있다. 기타노의 <소나티네>나 <하나비> 같은 영화는 기타노의 무표정과 잔혹한 상황 또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의 충돌로 이뤄져 있다. 기타노의 이런 스타일은 때로 공포와 충격을, 때로 폭소와 희열을 몇배로 증폭시킨다. <브로큰 플라워>의 빌 머레이 또한 포커페이스의 또 다른 경지다. 중년의 피로가 쌓인 그의 얼굴은 우리 인생의 당황스러운 국면을 의인화시킨 결과 같다. <브로큰 플라워>의 빌 머레이를 문장으로 옮기면 이렇게
[편집장이 독자에게] 포커페이스의 비애, <브로큰 플라워>
-
이 글은 20세기의 앞 반절에 일본이 점령하고,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기점으로 미국에 의해 이용당하고, 1980년대 후반 민주화의 과정이 있기 전까진 독재 지배하에서 전후사 대부분을 보냈던 나라의 영화에 관한 것이다. 묘사로 한국 같기도 하겠지만,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나라는 대만이다.
대만 영화사는 한국영화와는 매우 다른 기로에 서 있다. 2005년에 대만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가는 비율은 50명 중 한명꼴도 안 됐다. 올해 극장에 걸린 24편의 대만영화는 타이베이에서 영화당 평균 5만달러의 이익을 냈으니, 영화산업은 바닥을 치고 있어야 할 때다. 그러나 대만 영화산업은 어느 때보다도 낙관적이다. 신세대 영화감독들과 새로운 제작사, 그리고 새로운 자금원이 있다. 일부분은 국제시장에서 한국영화의 비싼 값에 대한 반응 속에서, 대만영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해외 구매자들에게서도 더 놓은 가격을 받고 있다.
대만에는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 같은 기구가 없다. 독재정권의 유물로 3
[외신기자클럽] 작가는 있지만 대중 감독은 없다 (+영어 원문)
-
<PD수첩>이 쫑났다. 중단 결정 전 방송분은 자연다큐 <공생과 기생>이 대신했다. 조·중·동은 물론이고 동종업자인 KBS가 하는 짓을 보니 거듭 이 제목이 의미심장하다(YTN 보도를 받아쓰면서 ‘뉴스특보’까지 내다니). <미디어오늘>을 보면, <PD수첩> PD는 미국에 있는 연구원에게 “논문이 가짜로 판명날 것”, “황 교수가 구속될 것”이라는 말은 했지만, “황우석 죽이러 왔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너는 언제 그랬냐고 물으면 할 말 없지만). 취재 도중 스스로를 ‘업’시키지 않으면 날밤 새워 다니기 힘들다. 담당 PD는 성급히 논문이 가짜라 믿고 결과를 예단한 거, 취재원 보호·존중보다 취재 욕심이 ‘현저히’ 앞선 거 등 취재윤리를 어긴 것은 틀림없으나, 조·중·동이 대서특필한 마지막 멘트처럼 악감정으로 나서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그 어떤 비판과 성찰조차 국익 혹은 차세대 성장엔진이라는 이름의 ‘1등주의’와 ‘돈’이라는
[이슈] 공생과 기생
-
-
[헌즈다이어리] <킹콩> 너무 쓸쓸해 보이던 킹콩의 등
[헌즈다이어리] <킹콩> 너무 쓸쓸해 보이던 킹콩의 등
-
유명 공포 영화 감독들이 참여하여 화제가 된 미국의 공포 앤솔로지 <마스터즈 오브 호러>가 DVD로 출시된다.
지난 10월부터 미국에서 방영을 시작한 이 시리즈는 존 카펜터, 미이케 다카시, 믹 개리스, 조 단테, 토비 후퍼, 래리 코헨 등 감독들의 지명도에 힘입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이미 두 번째 시즌의 제작이 결정된 상태. 그 열기가 DVD로도 이어질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DVD는 앵커 베이 엔터테인먼트에서 출시할 예정. 1차로 존 카펜터 감독의 <Cigarette Burns>와 스튜어트 고든 감독의 <Dreams in the Witch House>가 각각 단품(16달러 95센트)과 세트(29달러 95센트)로 선보이게 된다. 출시일은 2006년 3월 28일로 잡혀 있다.
공포 영화 거장들이 모인 <마스터즈 오브 호러> DVD로
-
지난 가을 극장 공개되어 호평을 받았던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 제작의 클레이메이션 영화 <월래스와 그로밋: 거대 토끼의 저주>가 내년 2월 7일 미국에서 DVD로 출시된다.
<월래스와 그로밋>은 이미 3편의 단편을 통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던 아드만 스튜디오의 간판 캐릭터 월래스와 그로밋의 새로운 모험을 다룬 이 작품. 그들이 등장한 첫 번째 장편 극영화이기도 하다.
돌비 디지털 5.1 및 2.0 사운드가 지원되며 부록의 구성은 현재 미정. 와이드스크린 버전과 풀스크린 버전의 2종류로 나올 예정. 유니버설 홈 비디오에서 정가 29달러 99센트에 발매된다.
<월래스와 그로밋> 내년 2월 DVD 출시
-
이병헌/
이병헌의 팬들은 이제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영화만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됐다. 바이오헤저드, 레지던트 이블, 스트리트 파이터 등 유명 게임 소프트웨어를 선보인 바 있는 일본 게임회사 캡콤이 출시하는 새 게임의 모델이 됐기 때문이다. 한국배우가 게임의 모델이 된 것도 처음이지만, 대우도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뭐, 실물만큼은 아니겠지만, 게임 속에서 만나는 이병헌이라 새롭지 않을까?
제니퍼 로페즈, 마크 앤서니/
제니퍼 로페즈와 남편인 가수 마크 앤서니가 스크린 금실자랑에 나섰다. 두 사람은 푸에르토리코 출신 살사(Salsa)음악가인 ‘헥토르 라보에’의 생애를 다룬 <엘 칸탄테>(‘가수’라는 의미의 스페인어)에 출연할 예정이다. 물론 앤서니가 라보에, 로페즈는 아내인 푸치 역이다. 제니퍼 로페즈가 제작자 자리도 꿰찬 <엘 칸탄테>는 내년 여름 개봉을 계획하고 있다.
제이미 폭스/
제이미 폭스가 전쟁영웅으로 돌아온다. 제이미 폭스는 차기
[캐스팅 소식] 게임 속에서 만나는 이병헌 外
-
크리스마스 이틀 전에 개봉하는 <파랑주의보>는 바닷가 마을에 사는 두 고등학생의 순수한 첫사랑 이야기다. 차태현은 “거제도의 풍광이 아름답게 담긴, 자극적인 양념을 많이 안 친 영화”라고 설명한다. <파랑주의보>는 멜로영화로서 소재나 드라마의 개성이 딱히 뚜렷하지는 않다. 일본 소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관객은 맘만 먹으면 결말도 알 수 있다. 차태현의 수호는 순수하고 귀엽고 심성 착한 아이라는 점에서 배우의 이전 모습들과 닮아 있다. 송혜교의 수은은 남자에게 좀더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아이라는 점에서 역시 배우의 이전 모습과 닮아 있다. 이미지를 바꾸어가는 커다란 작업에서 두 사람은 물 흐르듯 하고 싶어한다.
차태현/ 요새는 인터뷰하면 그거 물어보더라. 만날 코미디하다가 <새드무비> <파랑주의보>로 멜로 두편 연달아 찍으니까 멜로영화 많이 찍는다고. 예전에 코미디 찍을 때는 계속
<파랑주의보>의 차태현 & 송혜교 [2]
-
거제도 촬영현장에 갔을 때 이미 알아봤다. CF나 드라마를 같이 한 적 없는 차태현과 송혜교가 영화에서 만나 알콩달콩 오누이 같은 사이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배우들끼리 사이가 좋으면 금세 티가 난다. 서먹하거나 불편한 사이와 달리 좋은 사이는 숨길 이유가 없으니까. 표지 촬영장에서 두 사람 사이의 장난과 웃음은 끊일라치면 터져나왔고 그 분위기는 현장 구석구석으로 퍼졌다. ‘여자가 귓속말을 하면 남자는 진지하게 들어준다’는 컨셉이 전달되자 송혜교가 재빨리 선 뚜렷한 옆모습을 드러내고 지시를 따른다. 차태현이 턱을 한손으로 진지하게 괴더니 중얼거린다. “뭐? 돈 없어. 뭐? 주식은 안 돼. 아냐, 땅으로 줄게.” 털털하다 못해 가끔씩은 아줌마스럽기도 한 송혜교는 불편한 옷차림과 자세로 촬영하느라 꼿꼿이 세운 몸이 피곤했는지 촬영이 끝나자마자 허리를 두들기며 감탄사를 내뱉는다. “어이구야∼.”
<파랑주의보> 현장이 꼭 그랬다고 한다. 거제도에 두달을 ‘유배당해’ 있
<파랑주의보>의 차태현 & 송혜교 [1]
-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의 최신 가정용 게임기 X박스 360에 차세대 DVD 규격인 HD DVD 채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미국, 일본 등지에 판매 중인 X박스360는 현행 DVD만을 볼 수 있지만, HD DVD 방식을 추진 중인 도시바사와의 협력해 내년 이후 발매되는 기종에는 HD DVD도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이 같은 방침은 내년 봄에 선보이게 되는 경쟁 기기 플레이스테이션3가 대용량의 블루레이 디스크 규격을 채용한 것에 따른 MS, 도시바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X박스360은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물량이 달릴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나, 일본에서는 기대치를 밑도는 판매수치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MS, X박스360에 HD DVD 채용 검토
-
EBS 12월18일(일) 오후 2시
장 르누아르는 영화비평에 있어 난공불락의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는 특정한 영화사조에 속하지 않았으며 자신만의 영화 스타일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리고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간명하게 요약할 무엇인가를 관객에게 제시하지도 않는다. 요컨대 장 르누아르의 영화는 하나의 소우주에 비견할 만하다. <게임의 규칙>(1939)을 만든 장 르누아르에게 <장 르누아르의 강>(이하 <강>)은 인도에서 제작한 컬러영화라는 점에서 이채롭다.
<강>은 인도 갠지스 강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성장과 발견, 첫사랑을 그리고 있다. 강가에 영국인 가족이 살고 있다. 장녀 해리엇은 열네살로 어른이 되면 작가가 되고 싶어한다. 해리엇에게는 두 친구가 있다. 열여덟살의 발레리와 멜라니다. 미국 청년 캡틴 존이 인도를 방문하는데 그는 사촌을 만나러 온 길이며 인생의 믿음과 목표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중이다. 해리엇 등의
자연에 가장 가까운 영화, <장 르누아르의 강>
-
연말인지 구슬이 서말인지 놀이에 TV라고 빠질 리 없다. 바로 시상식. 지나간 학창 시절 성적표의 추억 혹은 “우리 TV에 출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는 “그 영화 좋던데요?(관객 동원력이!) 이젠 우리 TV에 출연해주시죠?” TV가 연예인들에게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는 시간이다(제발 잠깐만이라도 나와 줘. 이 드라마 어때?). 옳다구나 나온 배우들은 곧 개봉할 영화들을 홍보하는 시간. 그런데 던지는 추파가 어째 쿰쿰한 쪽파 냄새가 나냐?
<9시 뉴스데스크>를 보는 줄 알았다. 영화상 시상식이 아니라. 왜 있지 않나? 늙수그레한 아저씨 옆에 아직 솜털이 뽀송뽀송한 언니가 앉아서 늙다리 아저씨 말에 간간이 맞장구를 치거나 미모 서비스를 날리거나, 그럭저럭 생긴 늙다리 아저씨가 입 아프면 땜빵으로 말하는 그 프로. 나 참. 카피해도 그런 걸 카피하다니(카피야말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척 봐도 진중함이 흐르는 안성기 MC가 말했다. 물론 영양가 있는 말이다. 그러면 기다렸
시상식장의 여성은 꽃일뿐인가, 제4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
로맨틱코미디 붐이 식을 줄 모른다. 올해 상반기 최고의 드라마로 꼽히는 <내 이름은 김삼순> 이외에도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영재의 전성시대>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등 사랑과 웃음을 맛깔스럽게 버무린 작품들이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또 한편의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마이 걸>이 12월14일부터 시청자를 찾아간다.
<마이 걸>은 귀여운 거짓말쟁이 유린(이다해)과 냉철하지만 싸가지 없는 로얄호텔 상속자 공찬(이동욱)이 ‘계약남매’로 지내며 벌이는 에피소드를 그리는 작품이다. 유린은 사기꾼 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아온 터라 일찍부터 처세술에 능하다. 그의 경쟁력은 바로 ‘구라술’. 언제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허풍을 떠는 ‘무면허’ 관광가이드다. 어느 날 그는 관광지에서 만난 공찬으로부터 사촌동생이 되어달라는 황당한 제안을 받는다. 공찬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손녀를 찾아달라는 할아버지 설웅(변희
계약남매가 펼치는 연애의 목적, <마이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