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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의 어느 아침, 베를린의 하이엇 호텔 앞에서 빌 머레이를 봤다.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커피를 든 채 빙그레 웃음을 짓고 내 앞을 지나갔다. 하지만 언론에 따르면 그는 베를린영화제에 오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다. 내 착시일까. 그러나 185cm의 키에 크고 주름 많은 얼굴과 벗겨진 이마와 센 머리를 착각하기가 그리 쉬울까. 일단, 진위를 떠나 황홀했다. 그러나 말을 걸어 그를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에이전트나 홍보담당자 없이 지내는 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싶었고,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기를 바랐다. 지금 돌이켜보니, 웨스 앤더슨이 베를린영화제에 출품한 <스티브 지쏘우의 해저생활>은 베를린 최고의 작품이었다.
함께 <브로큰 플라워>를 본 동료는 잭 니콜슨의 <어바웃 슈미트>가 떠오른다고 했다. 나도 동의했다. 늙은 아버지 역할로 주연을 맡을 수 있다는 건 매우 희귀한 경우다. 지금 그런 주연을 맡을
나이 들수록 멋있어지는 자유인, <브로큰 플라워>의 빌 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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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기대작 <킹콩>이 예상대로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억700만달러라는 엄청난 제작비에 비해 첫주 흥행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작 배급사 유니버설이 12월18일 집계한 바에 따르면, <킹콩>은 개봉 첫날인 14일(수요일)부터 18일(일요일)까지 5일간 6620만달러를 거뒀고 주말 3일동안은 5010만달러를 거뒀다.
유니버설쪽은 "3시간 7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성적"이라고 밝혔지만 영화전문가들의 반응은 다르다. 업계의 예상 성적은 9000만달러 정도였던 것. 영화흥행 전문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의 대표 브랜든 그레이는 "개봉 전부터 영화계와 언론이 열광적으로 호응했던 것에 비해 흥행 결과는 다소 실망스럽다. 아무래도 매력적인 인간 캐릭터가 없다는 점이 관객동원에 실패한 요인인 것 같다." 고 분석했다. 특히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3부작 중 첫번째인 <반지의
<킹콩>, 미국서 주말수입 5010만달러로 흥행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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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얼 서스펙트>에 참여한 존 오트먼은 뛰어난 작곡가이자 편집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주로 브라이언 싱어 감독과 함께 작업해 온 그는 등으로 메가폰을 잡기도 하는 등 ‘다재다능’이라는 말의 의미를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인재.
DVD에 실린 음성해설 역시 작곡가이자 편집자라는 독특한 위치에서 제작 과정을 분석하였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영화를 바라볼 수 있어 흥미롭다. 그가 지적하는 작업 과정의 대표적인 고민거리는 저예산이기 때문에 충분한 양의 촬영분을 얻을 수 없었다는 것. 더욱이 버벌 킨트(케빈 스페이시)의 취조 장면과 같은 경우엔 촬영 시의 실수로 필름이 오염되어 일부 커트를 확대하여 붙여 넣어야 했다.
또한 <스타 트렉 2>에서 한정된 세트로 우주선 전체를 보여준 효과를 상기하여 클라이맥스의 배 시퀀스나 주인공 일행의 강탈 장면에서는 하나의 장면을 여러 개로 분해한 뒤 적절히 활용하여 원래보다 훨씬 다양한 화면과 확장된 공간감을 얻을 수 있
<유주얼 서스펙트> 편집과 음악을 한 번에 - 존 오트먼의 다재다능한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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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4일, 피터 잭슨 감독의 신작 <킹콩>이 한국의 극장가를 찾았다. 잭슨이 어린 시절 오리지널 작품을 본 뒤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는 일화답게 <킹콩>은 1933년 세상에 나온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켜 왔고, 그들 가운데 영화라는 길을 걷게 된 사람들 역시 셀 수 없을 정도다.
아울러 70여년에 이르는 킹콩의 기나긴 역사는 다양한 속편과 관련작, 아류작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그 자체가 시각 효과와 장르 영화의 발전사와도 일맥상통한다. 2005년 새롭게 탄생한 <킹콩>을 보러 가기 전에 이 거대한 고릴라가 만들어 온 연대기를 한 번 되짚어 보는 것도 한층 흥미로운 관람을 위한 좋은 준비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혹시 아는가, 오늘 옆 자리에서 같이 영화를 본 그 사람이 훗날 유명한 감독이 되어 있을 지?
DVD 토픽에서는 지금까지 제작된 킹콩 관련 작품들에 관한 정보와 함께 해당 작품들의 DVD에 관한 간략한 소개를 추가했다
킹콩, 위대한 고릴라 제왕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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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인기 그룹 ‘스마프’의 멤버이자 연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나가키 고로가 내년 3월 개봉되는 애니메이션 <원피스 - 카라쿠리 성의 메카거병>으로 첫 성우 데뷔를 한다.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7번째 극장 애니메이션에서 그가 맡을 역할은 천재 발명가 닥터 라쳇의 목소리. 해적왕의 보물을 찾아 여행하는 주인공 일행을 기계 장치로 방해하는 악당 캐릭터다.
평소 <기동전사 건담> 같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었다는 이나가키 고로는 원작의 팬이기도 한 다른 스마프의 멤버들의 추천으로 출연제의를 승낙했다고. 그는 “<원피스> 팬들이 납득할 만한 멋진 악역을 연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나가키 고로 외에 다른 스마프 멤버들은 모두 성우로 활약한 경험이 있는데, 특히 TV 애니메이션 <빨간망토 차차>에서부터 잔뼈가 굵은 카토리 신고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당당히 주역을 맡았던 기무라 타쿠야는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도
'스마프'의 이나가키 고로, 애니메이션 성우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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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애착을 가진 팬이라면 이번 40주년 특별판 DVD에 수록된 ‘리즐에서 그레틀까지: 40주년 기념 재회’라는 부록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당시 21살에 큰딸 리즐 역을 맡았던 차미안 카(현재 63세)에서부터 5살 막내 그레틀 역을 맡았던 킴 커레스(현재 47)까지, 7명의 폰 트랩 가 아역 배우들이 중년의 모습으로 한 자리에 모인 것을 담은 부가영상이다. 과거를 회상하며 웃고 떠드는 모습들이 처음에는 낯설게 보여도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의 얼굴에서 어린시절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어 반갑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촬영 당시의 에피소드들을 들을 수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자신들이 실수를 저질렀던 영화 속 옥에 티 장면을 밝히는 내용이 흥미롭다. 마리아 선생 역의 줄리 앤드류스와 함께 열심히 호흡을 맞췄던 ‘도레미송’ 장면에 주로 실수가 많았는데, 당사자들은 지난 40년 동안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속으로 끙끙 앓았다고 한다. 큰아들 프레드릭 역을
<사운드 오브 뮤직 40주년 특별판> 40년 만에 밝히는 옥에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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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괴수의 빅 매치
<킹콩 대 고지라> キングコング口ゴジラ(1962)
거대 괴수의 제왕 킹콩과 일본을 대표하는 괴수 고지라의 대결을 그려 큰 화제를 모았던 오락대작. 일본에서만 120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 <고지라> 시리즈 사상 최대의 흥행기록을 세웠으며 세계적으로도 <고지라> 시리즈의 대표작으로서 높은 지명도를 가진 작품이다. 시각효과 면에서는 오리지널 <킹콩>의 스톱모션 대신 일본 특유의 수트메이션과 미니어처 특촬을 활용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러나 못생긴 얼굴로 대표되는 킹콩 수트의 조악한 조형과 극중 킹콩이 고압전류를 씹어 대전체질로 변한다는 묘사, 신장 50m의 고지라에 맞추기 위해 터무니없이 거대화된 킹콩의 설정 등은 골수 킹콩 팬들로부터 혹평을 받기도 했다.
킹콩 역사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 영화의 기원은 다름 아닌 윌리스 오브라이언. 슬럼프에 빠져 있던 그가 재기를 준비하면서 기획했던 작
<킹콩> 연대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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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4일, 피터 잭슨 감독의 신작 <킹콩>이 한국의 극장가를 찾는다. 잭슨이 어린 시절 오리지널 작품을 본 뒤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는 일화답게 <킹콩>은 1933년 세상에 나온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켜왔고, 그들 가운데 영화라는 길을 걷게 된 사람들 역시 셀 수 없을 정도다. 아울러 70여년에 이르는 킹콩의 기나긴 역사는 다양한 속편과 관련작, 아류작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그 자체가 시각효과와 장르영화의 발전사와도 일맥상통한다. 2005년 새롭게 탄생한 <킹콩>을 보러 가기 전에 이 거대한 고릴라가 만들어온 연대기를 한번 되짚어보는 것도 한층 흥미로운 관람을 위한 좋은 준비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혹시 아는가, 오늘 옆자리에서 같이 영화를 본 그 사람이 훗날 유명한 감독이 되어 있을지?
거대 괴수영화의 시작을 알린 ‘천상의 피조물’
<킹콩> King Kong(1933)
<킹콩>은 탐험가 기질을 타고
<킹콩> 연대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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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극장가에서는 초대형 영화 2편이 맞붙는다. 국내 영화 가운데 역대 최고의 제작비인 150억원을 들인 대작 <태풍>과 2억700만 달러(한화 약 2,100억원)짜리 할리우드산 대작 <킹콩>이 12월 14일에 나란히 개봉된 것이다. 여기에 개봉 3주차에도 건재한 <해리 포터와 불의 잔>도 있다.
전국 540개 스크린에서 개봉된 <태풍>은 개봉 첫날 전국 28만명을 동원하며 2005년 개봉작 중에서 최고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다. 420개 스크린에서 개봉된 <킹콩>은 아직 정확한 집계가 나와있지 않은 상태. 현재 주요 사이트의 예매율은 대체적으로 <태풍>이 43~45%, <킹콩>이 25~30%, <해리포터와 불의 잔>이 17~22% 사이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이번 주 초반 <태풍>이 55%의 정도의 예매율로 <킹콩>의 예매율을 2배 이상 앞섰던 것이 비해서는 그 격차
[주말극장가] <태풍>과 <킹콩> 어떤 영화를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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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연대기> 등 영화 원작소설 여러 편
<타임> 선정 _ 1923년 이후 영문소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창간해인 1923년부터 현재까지 출간된 영문소설 베스트 100선을 선정했다. 두명의 <타임> 도서평론가 레브 그로스먼과 리처드 라카요가 뽑은 리스트는 일견 <랜덤하우스>가 선정한 ‘20세기 영문소설 100권’과 절반 이상이 겹치는 정석 리스트로 보인다. 독서광의 서재에서 발견될 만한 대부분의 20세기 문학의 주연들, 조지 오웰, 토머스 핀천, 그레이엄 그린, 존 스타인벡, 버지니아 울프, J. D. 샐린저가 골고루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순수문학 추종자들이 코끝을 찡그릴 만한 작품들이 종종 눈에 띄는 것도 흥미롭다. <사자와 마녀와 옷장(나니아 연대기)>과 <반지의 제왕>은 판타지 팬들을,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첩보물 팬들을 안심시켜줄 선택이고,
외국 잡지들이 뽑은 연말 베스트 리스트 [2] - 소설·아니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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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도 <순풍 산부인과>를 만나면 나의 케이블 TV 채널 순회는 중단된다. 순풍의 매력이란 세월이 지나도 거부할 수 없는 것이어서 이를 능가하는 시트콤을 만든다는 게 힘들긴 하겠다 싶다. 무섭고 웃겼던 프란체스카도 시즌을 달리하면서 바뀐 등장인물들이 예전 같지 않아 시들해질 즈음, 캐릭터들에 생기가 돋고 제법 그럴듯한 시추에이션이 만들어지고 있는 시트콤을 발견했다.
<사랑도 리필이 되나요>(이하 리필)라는 제목의, refill인지 refeel인지 사람 헷갈리게 만드는 게 홍보 전략의 전부인 드라마다. 시트콤이란 다른 건 몰라도, 누구나 한 두가지 쯤은 갖고 있을 법한 독특한 캐릭터들의 너무 요란스럽지 않은 표출이요, 누구나 만날 수 있는 시추에이션에서 누구나 그럴 수 있는 액션들을 독특하게 엮어내는 데 그 묘미가 있을게다. 평범함 속에서도 빛나는 독특함과 독특함 속에서도 풍기는 사람 냄새를 드러내는 것이 관건이겠단 말이다. 그런 점에서 리필의 이소라는
[드라마 칼럼] 공감가는 시트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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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오면 전세계 많은 잡지들이 베스트 리스트를 만드느라 분주해진다. 특히 지난 몇년간은 ‘20세기 결산’까지 겹쳐 1부터 100까지의 숫자만으로도 잡지의 지면을 능히 채울 정도였다. 하나 객관적이고 효과적인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 얼마만큼 가능한 일일까. 먼저 수천명의 후보들 중에서 추린 수백명의 후보를 다시 추려서 정확하게 50 혹은 100의 숫자에 맞추어야 하고, 머리를 싸매고 그것들의 순위를 조정하며 독자에 대한 책임감과 누락된 후보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려야 한다. 이러니 차라리 독자들의 투표에 맡겨 집계와 짧은 코멘트 붙이기로 끝내는 것이 여러모로 손쉬운 일이 될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대담무쌍하게 ‘우리의 독단적인 베스트 리스트 선정’이라는 미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버라이어티>의 ‘세기의 아이콘 100’,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가장 위대한 러브송 50’, <타임>의 ‘올타임 100 소설들’이 그 정신나
외국 잡지들이 뽑은 연말 베스트 리스트 [1] - 아이콘·러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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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 로이드는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과 함께 1920년대 희극영화의 주역이었다. 그의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시계에 매달린 남자를 기억할 텐데, 바로 그 <마침내 안전!>은 <킹콩>보다 10년 먼저 고층건물의 높이와 도시 풍경의 심도로 인한 스릴을 선보인 작품이다. 하지만 로이드의 이름은 채플린과 키튼 뒤에 불린다. 채플린과 키튼의 세상이 꿈꾸는 어떤 곳이라면 로이드의 영화는 현실에 바탕을 둔다. 부랑자도 큰바위 얼굴도 아닌 평범한 모습의 안경 낀 남자는 시인이나 곡예사가 되기엔 너무나 영악하고 현실적이었다. 사랑보다 부를 약속하는 직장인(<마침내 안전!>), 부유한 여인과 작가의 명성을 동시에 얻는 재단사(<수줍은 처녀>), 최고 인기 학생의 꿈을 이루는 대학생(<신입생>), 아들과 남자로서 자신감을 얻는 막내아들(<꼬마 형제>), 미들급 챔피언이 된 우유배달원(<밀키 웨이>) 등 그는 항상 의지
[해외 타이틀] <해롤드 로이드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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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란 엘리슨은 미국의 독자적 예술로 재즈, 뮤지컬 등과 함께 ‘만화’를 꼽았다. 지금은 만화 역시 예술의 당당한 일부이자 소통의 매체로 인정받지만, 그러한 인식이 통용되기 시작한 것은 반세기가 채 못 된다. 많은 사람들이 만화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배트맨> 시리즈의 제작지휘자인 마이클 유슬런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인디애나대학에 최초로 만화 관련 강좌를 개설한 인물로, 그 이전까지 예술은커녕 ‘웃긴 책’, ‘싸구려 장르’ 정도의 취급만 받았던 만화를 진지하게 다루고자 했다. <배트맨> 1편의 메이킹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먼저 부각되는 사람도 유슬런인데 그가 만화 강좌를 개설하기 위해 학장을 설득하던 과정이 정말 ‘걸작’이다. 그는 학장에게 ‘박해를 뚫고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시켰던’ 성경의 모세 이야기를 말해달라고 한 뒤, 학장이 즐겨 읽는다는 슈퍼맨의 탄생 과정을 상기시킨다. 학장은 줄거리를 다 말하기도 전에 “강좌 개설을 허가하네”라고 설득당했
[서플먼트] 제작자의 만화사랑, <배트맨 앤솔로지 박스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