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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징후로 살펴본 <사생결단>
<사생결단>은 그 시작과 함께 ‘IMF 직후’를 배경으로 한 허구적 창작물임을 자막으로 제시한다. 이를 징후적으로 읽는다면 두 측면에서 접근 가능한데, 하나는 IMF 전후로 본격화된 현재의 한국영화의 특징과 관련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전자와 관련하여) 장르영화의 힘이 IMF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한국사회의 공기를 담아내는 방식에 대해서이다.
이를 거론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 1987년 무렵 발생한 ‘코리안 뉴웨이브’는 광주항쟁에 의해 촉발된 시대정신을 ‘리얼리즘’의 형식 속에 새기려는 시도였다. 물론 이들 영화에 내재된 한계와 그에 따른 가치판단의 분지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대중오락에 머물던 한국영화를 시대정신과 맞닿게 하려는 야심찬 시도였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IMF를 전후로 리얼리즘적 양식은 장르적 상상력을 앞세운 영화들로 본격적으로 대체되기 시작한다.
<사생결단> 3인3색 [3] - 안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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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적 똥폼을 깨버리다
배우의 이미지와 연기를 중심으로 본 <사생결단>
모든 것들은 <첩혈쌍웅>에서 시작되었다. 이전에 남성 중심의 버디영화나 안티-버디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한국 관객이나 감독들의 머릿속에 고정되어 있는 ‘버디영화’의 이미지는 대부분 <첩혈쌍웅>에서 나온 것이다. 궁금하면 최근에 나온 곽경택의 <태풍>을 보라. 이정재의 ‘어머니, 만약 다음 세상에서 또 그를 만난다면’ 어쩌고 하는 들쩍지근한 대사가 어디에서 왔겠는가.
<첩혈쌍웅>은 하나의 장르를 완성하는 훌륭한 영화였지만 그 영화가 끼친 부작용은 간과하기 어렵다. 과대포장된 남성 가치, 거의 보는 사람의 위장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느끼한 감상주의, 구제불능의 나르시시즘 같은 뻔한 단점들은 아무런 필터를 통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서 모방됐다. <태풍>은 그 뻔한 예들 중 가장 다루기 쉬운 영화일 뿐이다.
<사생결단&g
<사생결단> 3인3색 [2] - 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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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 준> <후아유>의 최호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사생결단>은 여러 가지 면에서 보기 드문 힘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마약반 형사 도진광(황정민)과 마약판매상 이상도(류승범)가 서로를 이용하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사생결단>은 친근한 도시 부산을 누아르영화의 낯선 공간으로 옮겨놓았고, 그 비열한 거리에서 살아남으려는 두 남자의 싸움을 집요하게 담아냈다. 이 지독한 이야기를 보고 난 세명의 영화평론가는 자신의 개성과 관심이 드러나는, 세 가지 관점의 평론을 보내왔다. 김봉석은 후카사쿠 긴지를 모범으로 자처한 <사생결단>이 어떤 점에서 후카사쿠 긴지의 <의리없는 전쟁>과 비슷하고 다른지 분석했고, 안시환은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사생결단>의 모태가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듀나는 자기 세대를 대표한다고 할 만한 두 배우 황정민과 류승범의 연기와 캐릭터를 중심으로 <사
<사생결단> 3인3색 [1] - 김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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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더와 스컬리의 목소리로 유명한 성우 이규화와 서혜정이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에 목소리 출연한다. <아치와 씨팍>은 조범진 감독의 데뷔작으로, 모든 자원이 고갈돼 똥만이 유일한 에너지원인 도시의 삶을 담는다. 이규화와 서혜정은 각각 정보국 국장과 부국장을 연기할 예정이다. <아치와 씨팍>은 이미 아치 역의 류승범, 씨팍 역의 임창정, 그리고 이쁜이 역의 현영을 목소리 캐스팅한 상태다.
의 두 성우, <아치와 씨팍> 목소리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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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률 감독의 영화 <망종>이 바르셀로나 아시아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망종>은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두번째 장편영화로 중국 변방에서 살아가는 조선족 여인의 삶을 담았다. 영화제 심사위원들은 “<망종>의 시각적인 구성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하며 만장일치로 대상 수상을 결정했다. <망종>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돼 뉴커런츠상을 수상한 바 있다.
<망종> 바르셀로나 아시아영화제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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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이 직접 주연까지 맡은 <짝패>가 5월8일 첫 시사를 가졌다. 류승완 감독의 다섯번째 장편영화 <짝패>는 주연급 조연 연기를 한 이범수를 제외하면 스타급 연기자 없이 연출자와 무술감독이 몸소 거친 액션 연기를 펼친다는 점만으로도 화제를 모아왔다. <짝패>의 배경은 충남 온성이라는 가상의 도시. 이 영화에서 이 공간은 매우 중요하다. 영문 제목 ‘City Of Violence’에서 떠오르는 바처럼 이곳에 사는 이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타락했으며, 이 세계는 법과 질서보다는 폭력이 지배하고 있다. 이야기는 친구 왕재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태수(정두홍)가 온성으로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서울에서 형사로 활약하는 태수는 왕재의 죽음 뒤에 무언가 검은 음모가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뒤를 캔다. 그는 어릴 적부터 함께 지내온 동생 석환(류승완)과 함께 어두운 그림자 속을 헤치며 위험한 수사를 진행하고, 그 배후에 고교 시절부터 함
류승완, 정두홍의 <짝패> 첫 선 (+전문가 100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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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피해가면 죽음이 스스로 찾아온다. 이것이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의 공식이다.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에서도 공식은 마찬가지다. 비행기 사고와 교통사고로 막을 올렸던 전편에 이어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이 제시하는 게임의 출발선은 궤도를 이탈하고 떨어져내리는 롤러코스터다. 웬디(엘리자베스 윈스테드)는 졸업 파티가 열리는 놀이동산으로 간다. 롤러코스터에 올랐다가 불길한 예감에 친구들과 함께 내린 웬디. 그들을 두고 출발한 롤러코스터는 산산조각이 나서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그리고 살아남은 주인공들은 롤러코스터에 앉았던 순서대로 끔찍한 사고사를 당해 죽어가기 시작한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은 시리즈 중 가장 극의 짜임새가 허술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건성이고 캐릭터의 개성은 부족하며 죽음의 방법을 미리 암시하는 디지털 사진이 새롭게 등장하긴 하지만 별달리 활용되지도 않은 채 마무리된다. 하지만 <파이널 데스티네
끊임없이 관객을 내리치는 죽음의 기술,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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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에게 듣는 가장 가혹한 명령은 자신 말고 다른 이를 사랑하라는 말일 것이다. 비록 그것이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된 연기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마음속에 다른 이를 품은 채 눈앞의 타인을 몸으로 안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안소니 짐머>의 오프닝을 여는 매혹적인 다리의 소유자인 키아라(소피 마르소)가 고대하던 애인의 얼굴 대신 받게 된 메시지는 바로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미행당하고 있으니 “다른 남자를 찾아 동행하라”는 그의 메시지는 아름다운 키아라의 얼굴에 처연한 빛까지 감돌게 만들어 열차에 오른 그녀에게 모든 남자들의 시선이 쏟아지도록 만든다. 그녀의 동행으로 선택당한 행운의 사나이 프랑수아(이반 아탈)는 그 이후부터 ‘안소니 짐머’로 오인되어 알 수 없는 추격전에 휩쓸리게 된다.
키아라의 사랑을 소유한 ‘안소니 짐머’는 검은돈 세탁의 일인자이지만 수차례의 성형수술로 얼굴도 목소리도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단서를 하나도 잡지 못한 경찰
완벽한 범죄자, 매혹적인 스파이, <안소니 짐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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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동메달리스트, 공필두는 강력반 형사에 특채된다. 그러나 그의 찬란한 인생은 거기까지다. 이 무능력, 사고뭉치, 실수투성이 노총각 형사는 현재 지방을 전전하는 한심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공필두는 아들을 결혼시키기 위해 홀아버지(변희봉)가 꾸민 연극에 속아 조직폭력배 태곤(김수로)과 어쩔 수 없는 거래를 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거래가 아닌, 태곤이 파놓은 함정이었음을 너무도 뒤늦게 깨달은 공필두. 이제 형사 공필두는 그 자신이 형사들에게 쫓기는 처지가 된다.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태곤을 찾으러 다니지만, 이 불운한 소시민이 가는 길에는 방해물만 가득하다.
이문식의 첫 주연작이자 김수로, 변희봉, 김수미, 김갑수, 김뢰하 등 개성 강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공필두>는 일단, 잡다하다. 서로 조율되지 않은 배우들의 연기도 문제지만, 이야기의 구성 또한 들쑥날쑥하다. 이미 너무 많이 본 장면들과 이야기들이 <공필두>만의 필터
<마파도>와 <범죄의 재구성> 속 캐릭터들의 비빔밥, <공필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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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해효를 쏙 빼닮은 주인공 알리(사이드 타그마위)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해 런던에 온 이집트 청년이다. 식당 웨이터, 주방 보조, 밸리댄스 강사 등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생활은 늘 빠듯하다. 비자 만기일을 코앞에 둔 가난한 청년은 영국 여성과의 위장 결혼을 위해 돈을 모은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마릴린 먼로를 닮은 쇼걸, 린다(줄리엣 루이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시간은 정처없이 흐르고 시나리오의 성공, 행복한 결혼생활은 저 멀리에 있다.
이집트 출신인 칼레드 알 하가르의 <룸 투 렌트>는 감독 자신의 유학 시절 경험이 담긴 영화다. 그런 만큼 영화의 중심은 열정 하나만 믿고 낯선 땅에 스스로를 내던진 가난한 이방인의 악전고투에 놓인다. 친구들 집을 전전하고 경찰한테 오해받고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지만 그에게는 훌륭한 시나리오를 쓰겠다는 야심이 있다. 그런데 참으로 비극적인 건,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그의 습작들은 그다지 가능성이
영국에 사는 가난한 유색인 남성의 판타지, <룸 투 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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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안(대니 데 콕)과 다이애나(엘렌 반 데르 코흐) 부부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다른 한쌍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이번 주말, 다이애나 부모가 비운 별장에서 스와핑을 시도하려는 참이다. 부모가 여행 간 주말을 틈타 첫 경험을 모의하는 10대들처럼. 티모(욥 셀틴스)와 알렉스(닝크 브링크하이스) 부부가 도착하고 기념할 만한 주말은 무르익는다. 남편의 제안으로 게임에 가담한 다이애나는 머뭇거리지만, 경험 많은 알렉스는 유유자적하다. 율리안은 새 장난감을 받은 소년처럼 흥분하고 티모는 무덤덤한 척 군다. 알렉스가 대담함을 과시할수록 다이애나는 위축된다. 그러나 남자들이 술을 사러간 사이 알렉스에게 이끌려 풀장에 뛰어든 다이애나는, 자기를 억제하던 규범의 띠를 풀어버린다.
마침내 두쌍의 남녀는 침대에 오르지만 <스윙어스>에서 섹스는 절정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배우자와 다른 남자/여자가 육체적 접촉에서 비롯된 친밀감을 나누는 광경을 접한 남녀는 감춰둔 표정을 드러낸다.
네 남녀의 심리적 권력관계, <스윙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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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스티븐 소더버그의 신작 ‘HD영화’인 <버블>이 공개됐을 때 미국에서는 한바탕 논쟁이 있었다. 이는 작품에 대한 갑론을박이 아닌 이 작품의 공개 방식이 영화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극장 개봉과 함께 케이블TV 방송과 DVD 발매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버블>의 배급 방식은 한편으로는 기존의 영화산업 질서를 협박하는 위험천만한 일처럼 보이기도 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보편화된 디지털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영화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이런 개봉 방식에 대한 최종 평가는 소더버그 감독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HD넷 필름스’가 계획하고 있는 6편의 작품들(<버블>은 그중 첫 번째 작품으로 나머지 작품들도 동일한 방식으로 공개될 예정이다)이 일궈낼 성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디지털 문화의 일상화 속에서 영화산업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는 시기에 서 있음을 부정할 수는
소더버그가 바라보는 미국의 현주소, <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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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개봉되지 않은 펜엑 라타나루앙의 세 번째 장편영화 <몬락 트랜지스터>에서 주인공은 가수가 되고 싶어 무작정 방콕으로 흘러들어온 시골 청년이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그의 여정은 금방 끝날 듯하다 다시 이어지면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이야기의 운명인 것처럼 연장된다. 상영시간은 짧은데도 몸은 그렇게 느낀다. 그 때문에 영화는 플롯의 긴장이란 걸 모르고 만든 촌스러운 아마추어의 작품처럼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그 여정 어딘가에 이미 신기한 끌림이 있었다. 네 번째 장편영화이자 첫 번째 한국 개봉작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그러나 이 제목보다는 원제가 더 절묘하다. 원제는 <우주에서의 마지막 삶>)는 마치 다른 감독이 만들었다고 착각할 만큼 영화적 세련미를 갖추고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이 영화의 백미는 소파에 앉아 잠든 두 주인공 남녀 주변의 공중을 사물들이 유영하듯 날아다니는 ‘무중력 판타지’가 펼쳐질 때다. 이 순간의 무중력 풍경은 다름 아니
콘크리트 사이에서 피어난 괴식물의 영화, <보이지 않는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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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9개월 만에 처음으로 50% 아래로 내려앉았다. CGV 4월 영화시장 분석자료에 따르면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은 서울 기준 46.7%를 기록해 2005년 7월 이후 전체 시장의 절반 이하로 비중이 줄었다.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은 1월 77.6%를 정점으로 3개월째 하락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 그나마 전국 기준 점유율은 51.6%을 기록했다. 206만9천명을 동원하며 4월 흥행선두를 차지한 <달콤, 살벌한 연인>과 206만6천명을 기록한 <청춘만화>를 제외하면 4월에는 뚜렷한 한국영화 흥행작이 없었다. 반대로 미국영화는 50.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면 오랜만에 기세를 올렸다. 애니메이션 <빨간 모자의 진실>과 <아이스 에이지2>가 흥행호조를 보였고, 꾸준히 관객을 불러모은 <오만과 편견> <뻔뻔한 딕&제인>이 선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영화 약세가 미국영화 강세로 직결되는 국내 영화시장의 특성을
[충무로는 통화중] 미국영화 흥행호조… 혹시 FTA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