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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의 활성화를 위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행하고 <씨네21>이 만드는 새로운 예술영화전문잡지 <넥스트 플러스>가 4월12일부터 5월7일까지 창간 기념 이벤트를 열었다. <씨네21>, 맥스무비, 싸이월드 등을 통해 개최했고, "한국영화 DVD 타이틀 세트, 아트플러스 영화관 초대권 및 도서를 비롯 씨네 21 정기 구독권, 맥스무비 영화예매권, 싸이월드 미니홈피 디지털 아이템(스킨)"등의 경품을 추첨을 통해 증정했다. 이벤트 기간 동안에는 총 3만 3천여명이 참여하는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씨네21>의 웹사이트에서 진행한 창간축하 댓글달기 이벤트에도 1천7백여명이 참여했다. 영진위는 "온라인 영화예매사이트 맥스무비와 제휴하여 예술영화상영관에서 상영되는 예술영화를 예매시에 예매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월21일 창간한 <넥스트 플러스>는 전국 아트 플러스 체인 극장에서 무료로 구입하여
넥스트 플러스 창간기념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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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환(53)씨를 모르면 간첩이다. 국내에서 일한 적 있는 영화제 스탭 혹은 자원봉사자라면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르고서 영사기를 돌리는 그를 한번쯤 봤을 것이다. 부산영화제 기술위원이기도 한 그는 2004년부터 전주국제영화제 야외상영 영사도 맡고 있다. “영화제들이 자꾸 생기면서 나를 찾아주니까 지금까지 왔지. 수중에 갖고 있는 영사기 렌즈만 해도 120개쯤 될 거야.” 부산에 씨네랜드를 차려 영사장비 대여도 하는 그는 “웬만한 국내영화제에 내 손 거친 장비 하나쯤은 배치되어 있을 것”이라고 쑥스럽게 웃는다. 돌고 도는 영사기와 함께 뛴 지 34년. 이젠 국내에서 손꼽히는 베테랑 기사지만, 그는 오전부터 이동영사차를 끌고 나와 야외상영을 준비한다. “상영 중에 언제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른다고. 아침부터 준비를 해둬야 그런 일이 안 일어나지.” 5, 6벌의 프린트만으로 상영을 하던 과거처럼 너덜너덜해진 필름이 뚝 끊겨 관객으로부터 야유 섞인 휘파람을 들을 일은 이제 없지만, 긴장을 늦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영사기사 김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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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탈리아의 우디네극동아시아영화제 관객상은 박광현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유럽 프리미어로 상영된 <웰컴 투 동막골>에 돌아갔다. 영화는 상영 중에는 마을 사람들과 군인들에게 마법처럼 내린 팝콘비 장면에서 즉흥적으로 박수가 터져나왔으며, 또한 폐막제에 참석한 1300명이나 되는 관객에게 기립박수를 받았다. 영화제의 5만명 관객의 투표하에 뽑힌 차점작은 두편의 일본영화, 야마자키 다카시의 <올웨이즈 3초메의 석양>(Always Sunset on Third Street)과 배두나가 출연한 야마시타 노부히로의 <린다 린다 린다>였다. 두 감독 모두 행사에 참가했다. 영화제에서 가장 강렬했던 영화는 한국, 일본 그리고 놀랍게도, 수준있는 상업영화의 컴백을 알리는 새로운 작품으로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를 이끈 타이영화였다.
이 영화제는 매해 특정 아시아 국가에서 온 영화들을 확보하는 데 각기 다른 도전을 경험하게 된다. 지난해에 타이 영화업계는 국제적으로 알리
[외신기자클럽] 영화제 프로그래밍 이대로 좋은가 (+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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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문 가판대는 10초 뒤에 자동폭파됩니다.” 미국 내 <미션 임파서블3>의 변칙 마케팅과 관련해서 벌어진 해프닝을 보도하면서 온라인 뉴스 사이트 ‘MSNBC.COM’이 뽑은 머리기사 제목이다. 사건의 진상은 이렇다. LA 근교 샌타클라리타 지역에 사는 한 시민은 <LA타임스> 유료 가판대를 여는 순간 전선으로 연결된 붉은색 플라스틱 박스가 신문 더미 위에 놓여져 있는 것을 발견,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20분 만에 경찰이 출동하여 해체 작업을 벌였으나, 결국 문제의 박스는 뚜껑을 열면 <미션 임파서블3>의 테마송이 흘러나오는 디지털 뮤직플레이어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날 이 사건 외에도 몇건의 신고 접수가 더 있었다고 증언했다.
공모자인 <LA타임스>의 핵심 관계자들은 “이런 결과가 있을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하면서도, 아마 “제작사 파라마운트사는 이런 일에 대해 꽤나 흡족해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LA
[What's Up] 폭발물로 착각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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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오프사이드>는 이란과 바레인의 월드컵 예선전이 벌어지는 동안, 금녀(禁女)의 장소인 축구경기장에 들어가려는 소녀들의 고군분투를 그렸다. 그들은 경기가 진행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울타리 안에 갇혀서 자신들을 감시하는 군인들과 티격태격하면서 맞선다. 그러나 작은 버스에 실려 어디론가 향하던 소녀들과 이들을 호송하던 군인들은 결국, 이란이 바레인을 이겼다는 소식에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 속에 한마음으로 축제를 즐긴다.
<오프사이드>를 연출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키아로스타미의 연출부 출신이다. 순진무구한 어린이의 모습을 담은 그의 데뷔작 <하얀 풍선>에는 대선배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이후 그는 사회의 모순을 정직하게 바라보거나(<순환> <붉은 황금>)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거울>)을 선보이면서 자신의 영화가 단순히 선배의 전략을 답습한 것이 아님을 쉼없이 증명
<오프사이드>로 전주영화제 찾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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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사생결단> 촬영지 부산에 놀러갔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다는 바닷가 폐공장은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사나운 바닷바람이 부서진 벽 사이로 들이쳤고 숨을 쉴 때마다 먼지가 뿌옇게 끓어올랐다. 매서운 밤공기를 겨우 텐트가 막아주고 있었고, 최호 감독은 조용히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찍는 게 <사생결단>이 아니라 <후아유> 같은 세련되고 조용한 멜로인 것 같았다. 류승범이 간간이 정적을 깨는 농담과 활기찬 걸음소리를 들려줬을 뿐이다. 최호 감독의 취재일지에서 아주 심한 발냄새가 난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얼마나 구두 밑창이 해졌는지 훔쳐볼걸 그랬다. 평단과 관객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데도 그는 담담했다. 월드컵 때마다 간헐적으로 겨우 세 작품을 만든 것에 대해 스스로를 가리켜 월드컵 감독이라고 농담을 했다. 그때 윙윙거리며 살을 파고들던 겨울바람보다 최호 감독의 속이 더 독하고 강했던 것 같다. 거기 모니터 앞에 앉아 있던 머리 세고, 수줍게 인
<사생결단> 감독 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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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의 군침 소리에 나까지 군침이~
MBC 토요일 오전 10시55분
화면에 비슷한 듯하지만 엄연히 다르다는 숯불구이와 바비큐가 등장한다. 숯불구이가 다리가 없는 실내용이며 부위별로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바비큐는 다리가 있고 야외 불판에서 통으로 구워먹는 것이라는 간단한 설명이 끝나면 각각의 맛집이 소개된다. 리포터인 김한석과 박선영이 크게 한입 베어 물면, 스튜디오는 난리가 난다. MC 이재용과 정선희를 비롯한 패널들은 “오~”, “어머~” 등의 감탄사를 내뱉느라 정신이 없고, 카메라는 그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느라 바쁘다. 넋을 놓고 군침 흘리는 정선희는 자신의 표정이 무방비로 카메라에 잡혀 잠시 얼굴을 붉히지만, 이내 화면으로 시선을 돌린다.
지난 4월21일 홍익대 앞 작업실에서 만난 정창권 PD가 묘사하는 <찾아라 맛있는 TV>의 녹화 현장이다. 이어 그는 “여기에 우리 프로그램의 장수비결이 모두 숨겨져 있다. 출연진의 감탄사나, 음식을 보고 군침을 흘리
요리 프로그램 전성시대 [4] - <찾아라 맛있는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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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문 뒤의 생생한 현실
올리브 네트워크 금 밤 10시
잭 보딘(브래들리 쿠퍼)은 타고난 재능 덕에 힘들이지 않고 유명 레스토랑의 주방장이 된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쉽게 얻은 부와 명예는 술과 마약과 여자의 달콤함만 알려줬다. 인생의 진리를 알기에는 아직 어린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스스로 인생을 망치는 것뿐. 이제 잭은 동네 한구석에 있는 어린이 전용 레스토랑에서 지난날을 후회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에게 새로운 삶이 펼쳐진 것은, 뉴욕의 최고급 레스토랑 노리타에 주방장으로 취직되면서다. <키친 컨피덴셜>은 노리타에 취직하면서 달라진 잭에 관한 이야기다.
미국의 저명 요리사 앤서니 보뎅의 동명 자서전이 원작인 이 시트콤은 <섹스&시티>의 프로듀서 대런 스타와 패션 잡지사를 배경으로 한 <NBC>의 인기 시리즈 <저스트 슛 미>의 데이브 헤잉슨이 손잡고 만든 작품이다. 원작자 앤서니 보뎅은 프랑스계 미국인으로 미국의 유명
요리 프로그램 전성시대 [3] - <키친 컨피덴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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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도전이 아름답다
SBS 목 오후 7시5분
창덕궁 옆에 자리한 궁중요리연구원에 <청년성공시대-내일은 요리왕> 출연진 6명이 모여들었다. 오늘의 과제는 조선시대 편찬된 한국 최고(最古)의 식이요법서 <식료찬요>(食療纂要)의 지시에 따라 음식을 만드는 것. 그에 앞서 <식료찬요>를 한자로 써보는 테스트가 벌어진다. 진땀을 흘리는 출연자들. 카메라가 완벽한 답을 쓰지 못해 쩔쩔매는 그들의 답안지를 훑는다. 이어지는 요리연구가 김하진의 설명과 질문. 어느새 대답하는 것도 경쟁이 됐다. 오늘이 바로 세 번째 탈락자가 나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청년성공시대-내일은 요리왕> 녹화가 있던 4월20일의 풍경이다.
2005년 12월에 시작한 <청년성공시대>는 ‘비교분석 청년신화!’, ‘청년도전 내일은 요리왕’, ‘청년 열정시대’ 등의 코너로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다. 평일 저녁 시간대 시청자가 타깃인 만큼 약간의 교훈과 재미를 가진 &l
요리 프로그램 전성시대 [2] - <청년성공시대-내일은 요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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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소개부터 시트콤까지 각양각색 요리 프로그램
불치병+출생의 비밀 종합세트인 드라마나 시시콜콜한 짝짓기 혹은 신변잡기 수다세트인 오락 프로그램에 지쳤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다큐멘터리도 싫고, 우울한 뉴스들도 싫다. 위성·케이블 채널들은 <제이미’s 키친> <키친 컨피덴셜> <아이언 쉐프> 등 특이한 프로그램을 편성하며 시청자를 부른다. 이에 질 리 없는 지상파 채널은 <청년성공시대-내일은 요리왕> <노벨의 식탁>을 신설했다. 국내 최장수 요리 프로그램 <찾아라 맛있는 TV>는 얼마 전 200회를 맞았다. <VJ특공대>의 한 작가는 요리가 아이템인 날은 시청률이 껑충 뛰어오른다고 전한다. 요리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은 무조건 망한다는 방송가의 징크스는 깨진 지 오래다. 바야흐로 요리 프로그램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톡톡튀는 재담으로 딱딱함 벗어던진 <제이미’s 키친>
요리법 대신 제이미만
요리 프로그램 전성시대 [1] - <제이미’s 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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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은 와인 고수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칸자키 시즈쿠는 국제적인 와인 평론가 칸자키 유타카의 하나뿐인 아들. 그는 와인 고수가 되도록 키워진 인물이지만 단 한번도 와인을 마셔본 적은 없다. 그가 받은 교육은 뜰에 있는 허브에 산딸기에 산사나무, 아카시아 같은 꽃 냄새, 연필과 허리띠, 모닥불 냄새를 맡는 것이었다. 와인을 마시고 양조장의 이름을 외우는 훈련을 제외한 와인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영재교육처럼 받은 것.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은 칸자키는 아버지 집으로 가는데, 아버지의 유언이 특이하다. 아버지가 소장한 20억엔 상당의 와인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아버지가 사망 1주일 전 양자로 입적한 유명한 와인 평론가인 토미네 잇세와 대결을 펼쳐, 아버지가 고른 12병의 위대한 와인과 그 정점에 있는 ‘신의 물방울’이라는 1병의 와인이 묘사된 말만으로 정확히 몇년에 만든 어떤 와인인지 알아맞혀야 하기 때문이다.
<신의 물방울>은 칸자키가 와인
술술 넘어가는 와인 이야기, <신의 물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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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만큼 쓰임새가 많은 직업도 없는 것 같다. 좋은 책(대본)을 늘 가까이, 그것도 통째로 외우니 독서량이 풍부하며, 좋은 목소리로 말하는 법을 아니 대화가 되며, 끼가 있으니 술자리가 즐거우며, 의상과 분장까지 직접 해결하니 재주가 있다. 여기에 글재주까지 있다면 그건 참 불공평하다. 벌써 게임 끝이다. 오지혜 얘기다. <한겨레21>에 그미(그녀의 멋스런 표현)의 인터뷰가 나올 때마다 허겁지겁 읽던 기억이 난다.
좋은 인터뷰에는 이런 전제가 따라야 할 것 같다. 사람의 목적지는 사람이라는. 그래서 인터뷰는 까다롭다. 글만 잘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준비를 철저히 해서 간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통찰력도 있어야 하고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포용력, 자리를 끌고 가는 재치, 무엇보다 그 사람의 역사를 채취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마지막 게 안 돼 인터뷰어는 늘 긴장과 복통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그러니 배우 인터뷰에 관해서라면, 배우의 역사를 두루 꿰고 있는 오지혜와
검색으로도 알 수 없는 딴따라 이야기, <딴따라라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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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 있어줘>는 괴물 같은 영화다. 그처럼 고요하게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사람의 감정을 뒤흔들어놓을 수 있다니.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면서 요란떨거나 약삭빠르지 않은 이야기 방식으로 이렇게 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니 하며 했던 경탄의 백배 정도를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다.
사실 초반을 보면서는 의심했고, 시큰둥했다. 까칠한 서민의 일상과 대사없음, 이를 통해 보여주는 고독과 소외 등등은 이미 동아시아계 작가 선생님들께서 여러 번 보여주신 바 아닌가. 게다가 ‘진정한 사랑이 진짜 존재할까, 물론, 마음만 따뜻하다면’이라니, 귀여니와 제인 오스틴, 그리고 캐리 브래드쇼를 섞어놓은 듯한 타자기의 문장은 웬 말씀?
그런데 세명의 관계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엮이고 문제의 테레사 첸이 점점 스크린의 중심으로 걸어오면서 영화의 분위기는 여느 ‘소외된 인간’ 시리즈와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헬렌 켈러가 훌륭하게 ‘장애’를 극복했다는 것만
[투덜군 투덜양] 울려면 DVD를 사라고? <내 곁에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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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야기가 좋다. 휘황한 스펙터클을 보는 것도 좋지만, 이야기의 매혹에 당하지는 못한다. <나니아 연대기>의 옷장 안으로 들어가면 순간 눈으로 덮인 이세계가 나오는 것처럼, 잘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는 그 이야기 속에 완전히 파묻혀버린다. 주인공이 되는 터무니없는 꿈이 아니라, 이야기의 모든 순간을 정말 옆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다나카 요시키의 말처럼 ‘지어낸 이야기도 좋아하고, 쓸모없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정열을 쏟아넣는 따위의 사람도 좋아’한다. 이야기에 뭔가 의미심장한 함의나 거대한 진리 같은 건 없어도 좋다. 허무맹랑하거나 신변잡기에 불과해도 뭔가 잘된 이야기이기만 하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쓸모없다고 생각해도 좋다. 그런 보잘것없는 것들도 어디엔가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하다못해 현실에서 잠시 도망치는 데에라도. 아님 말고.
역시 핵심은 ‘잘된’ 이야기다. 온다 리쿠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서 “잘된 이야기에 대한 감동은
[B딱하게 보기] ‘잘된’ 이야기란 이런 것, 소설 <삼월은 붉은 구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