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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과 <미드소마>. 단 두편의 영화로 호러의 새 거장이라 불리며, 지금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튜디오 A24의 달링이 된 남자. 아리 애스터가 긴 장마 소식과 함께 서울에 도착했다. 방만한 디테일과 더불어 한층 사적인 뉘앙스마저 풍기는 이번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두고 창작자의 복잡한 내면 세계를 향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짙어졌지만, 그는 이번 영화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고자 했다. 아리 애스터와의 대화는 그럼에도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수다스러운 배경만큼이나 빼곡하게 채워졌다. 장르와 스타일에 관한 한 그는 자신의 위치성을 고찰하는 시네필리아이고, 무엇보다 약 15년 전 시작된 단편영화 제작 시절부터 실험해온 프로덕션의 기술과 장악력이 정점으로 향하는 중인 미국영화연구소(AFI) 출신의 성실한 필름 메이커다. 가엾은 중년 남성의 3시간짜리 정신적 오디세이인 <보 이즈 어프레이드>에서 못다 이룬 생애는 어두컴컴한 물
[인터뷰] ‘유대감 탈피의 불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 아리 에스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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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만달러의 예산으로 A24의 11년 역사상 가장 비싼 장편영화라는 기록을 세운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부모와 남매로 구성된 네 가족이 산산이 파열되는 오컬트 호러 <유전>, 불건강한 연애와 가족 트라우마가 이끈 컬트 집단 입성기 <미드소마>를 만든 미국 감독 아리 애스터의 세 번째 영화다. 2023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됨과 동시에 7월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엄마 문제’(mommy issue)를 극복하지 못한 남자의 장대한 3시간짜리 블랙코미디를 보고 난 관객의 반응은 아리 애스터 감독의 표현대로 “극도로 분열”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 여정을 꽤 웃으며 즐겼던 기자의 오디세이 동행담을 우선 띄워보려 한다. 처음 한국을 방문한 아리 애스터 감독과 1:1로 나눈 긴 인터뷰도 전한다. 온라인을 떠도는 그의 오래된 단편들과 앞선 두편의 장편까지 종합해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체험해보는 토끼굴로 삼아주시길 바란다.
[기획] ‘악몽 코미디’의 마력, ‘보 이즈 어프레이드’ 리뷰와 아리에스터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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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야, 나한테 기대.” 인터뷰 전, 배우 김혜나가 함께 사진 촬영하던 정이서에게 건넨 말에 울컥한 까닭은 그 한마디가 <그녀의 취미생활> 내내 혜정(김혜나)이 정인(정이서)에게 눈으로 하던 말과 같았기 때문이다. 하명미 감독의 장편 데뷔작 <그녀의 취미생활>은 이혼 뒤 심신이 무너진 채 고향 마을로 돌아온 여자 정인과 그곳으로 이사 온 눈에 띄는 여자 혜정의 절박한 이야기다. 정인은 혜정의 조용한 뒷받침 아래 자기 삶에 함부로 침입하는 전 남편 광재(우지현)와 마을 사람들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파리 느낌이 나는 카페의 테라스에서 커피 마시는 게 취미”인 정이서와 취미로 “탱고, 서핑,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김혜나와 마주 앉아 그들이 말하는 ‘내겐 너무나 애틋한 영화’에 대해 들었다.
- 동명의 원작 소설이 있다. 원작을 읽어봤다면, 소설과 시나리오는 어떻게 다르던가.
정이서 당연히 읽어 봤다. 영화화 과정에서 정인이 적극적인 캐릭터로 바뀌었고,
BIFAN #7호 [인터뷰] ‘그녀의 취미생활’ 배우 정이서·김혜나,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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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뼈>엔 ‘Mimi’라는 증강 현실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한다. 이용자가 특정 위치 좌표에 본인의 모습을 영상으로 저장하면 다른 이용자들이 해당 위치에서 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영상 속의 인물은 마치 현실에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주인공 마미야는 어느 날 Mimi의 인기 이용자인 아스카를 실제로 만나게 되고, Mimi 속 그녀의 흔적을 쫓는다. <고래의 뼈>의 중핵은 ‘가상과 실재의 차이란 무엇인가?’란 오래된 미답의 논제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오에 타카마사 감독은 ‘세계는 평면이다’라는 생각을 영화 만들기에 적용하여 ‘평면적인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 <간니발> 등의 각본가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그의 머릿속은 현실과 영화에 대한 진중한 고민으로 빼곡히 차 있었다.
- <고래의 뼈>의 초반부는 살인 사건에 관한 미스터리 스릴러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작품의 톤 앤드 매너를
BIFAN #7호 [인터뷰] ‘고래의 뼈’ 오에 타카마사 감독, “영화는 평면의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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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촬영을 위해 홀로 사막을 찾은 남자(스콧 헤이즈)의 눈에 보호자 없는 소년이 포착된다. 소년을 도와주다 한밤중에 지쳐 버린 그는 작은 집으로 내려가 집주인 여자(케이트 린 쉐일)의 호의를 받는다. 다음 날 아침, 남자는 자신이 암벽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있다는 걸 깨닫고 탈출을 시도하지만 거듭 실패한다. 곧 자신이 함정에 빠졌음을 직감한다. <더 씨딩>은 데이빗 보위의 뮤직비디오 등 뮤직비디오 연출자로 명성을 쌓아온 바나비 클레이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고립된 인간이 대자연과 불가사의한 소년들에게서 느끼는 겹겹의 공포를 느리게 파고드는 호러영화다. 5분짜리 세계에서 보여준 전위적인 표현법을 내려놓고 정공법으로 영화 만들기에 도전한 바나비 클레이 감독을 화상으로 만났다.
- 첫 장편 연출작의 씨앗은 어떻게 품게 됐나.
= 소규모의 장편영화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좋아하는 아베 코보의 소설 <모래의 여자>(1962) 같은 영화를 생각했다. <
BIFAN #7호 [인터뷰] ‘더 씨딩’ 바나비 클레이 감독, “대자연과 공동체에 늘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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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란 말이 시험에서 빵점 맞은 초등학생 진구(김정아)의 마음을 흔든다. 그곳에는 시험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유토피아가 소설 속 세상이란 걸 알면서도 가고 싶은 마음을 멈출 수 없었던 어느 날, 하늘에 뜬 초승달 모양의 섬을 본 진구는 꿈꾸던 그곳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는다. 곧바로 22세기 고양이형 로봇 도라에몽(윤아영)에게 도움을 청하고 세 친구 퉁퉁이(최낙윤)와 비실이(이현주), 이슬이(조현정)와 함께 모험을 떠난다.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와 하늘의 유토피아>는 타임머신 비행선을 이동 수단으로 설정해 어드벤처 장르물에서 기대하는 재미를 충분히 안긴다. 17세기 유럽, 20세기 아프리카 등 풍부한 색감으로 구현된 각양각색의 과거를 유영하고, 기발한 시각적 상상력으로 건설된 웅장한 초승달 섬 ‘파라다피아’를 둘러보는 시간으로 전반부를 채운다. 후반부는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는데, 완벽한 모범생이 아닌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는
[리뷰]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와 하늘의 유토피아', 신나게 놀아주고 힘차게 격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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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전기>는 군산의 풍경을 이방인들이 남긴 흔적의 집합체로서 바라본다. 일제강점기에 쌀 수탈을 위한 목적으로 개항한 군산은 작은 어촌에 모인 500여명의 한국인 노동자들이 생애를 바쳐 일군 계획 도시다. 영화는 이주의 혼란과 슬픔 속에서도 일상에 뿌리내린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에 집중한다.
도시 다큐멘터리를 무용영화로 풀어낸 점이 독특하다. 스위스에서 온 환경 무용가 안나 안데렉이 군산의 기억을 몸의 움직임으로 형상화했다. 환경 무용가라는 명칭이 다소 낯설게 다가오지만, 안데렉의 작업은 자신이 속한 환경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빚어진 인간의 감정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감정적이고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한국 재즈 1세대 그룹인 야누스의 임인건 작곡가의 음악과 더불어 꾸밈없이 소탈한 인터뷰이들의 구술과 군산 풍경의 조응이 잔잔한 감상을 자아내는 다큐멘터리다. <8월의 크리스마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등에서 영화적 장소로 풀이되거나, 부상하는 관광지로
[리뷰] ‘군산전기’, 이국의 무용가가 체득한 군산 이주민의 쓸쓸한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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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편집증을 앓는 보(호아킨 피닉스)는 집착적인 성향의 어머니 (패티 루폰)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어머니의 생일을 맞이해 공항으로 떠나려던 그는 이상 징후같이 밀려드는 이상한 사건에 자꾸만 휘말린다. 지나치게 예민한 이웃, 잘못된 알약 복용, 좀비 떼처럼 몰려다니는 사람들과 교통사고, 그리고 어머니의 사망 소식까지. 디스토피아 혹은 망상장애의 한축으로 비치는 보의 세상은 제동장치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갈지자로 방향 없이 질주한다.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된 영화는 온화해 보이는 겉모습 속에 염증처럼 부풀어오른 상처와 자기 연민, 과잉된 의존성을 은유적으로 비춘다. 대척점에 있지만 교묘한 교집합을 지닌 두 모자는 다소 기괴한 방식으로 현실을 드러내면서도 여느 가족에서 발생할 법한 보편적 갈등과 균열을 그려 낸다. 어머니의 둥지로부터 벗어나 누구보다 자립하고 싶은 보는 한평생 자신을 떠난 적 없는 오랜 트라우마를 마침내 정면으로 응시하고 다시금 패배한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공포와
[리뷰] ‘보 이즈 어프레이드’, 둥지, 울타리, 그늘. 넘어서지 못한 생애주기적 경계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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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를 꿈꾸는 청년 승진(이지훈)은 일생일대의 오디션을 코앞에 두고 있다. 주야장천 연습만이 살 길인 승진은 밤새 소리를 질러도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저렴하고 비좁은 자취방을 구한다. 하지만 승진의 방은 옆 건물의 방과 벽 하나를 맞대고 지어져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다. 그곳에 사는 피규어 디자이너 라니(한승연)는 언제나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자신의 작업에 방해를 주는 옆 건물의 세입자를 내쫓는데 승진은 이에 굴하지 않는다. 합의하에 서로의 소음을 견디며 살아가는 두 남녀는 어느새 벽 너머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고, 벽 사이엔 미묘한 애정 기류가 넘나든다.
영화는 음악과 로맨스의 친숙한 결합으로 출발해, 두 남녀가 각자의 한계와 고민을 직면한 후 끝내 사랑까지 쟁취하는 이야기로 나아간다. 대부분의 관객에게 익숙할 법한 이야기는 무난히 흘러가다 몇 차례 안타깝게 고꾸라진다. 서로에게 스며드는 승진과 라니의 멜로가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유기적으로 쌓이지 못하는 탓이
[리뷰] ‘빈틈없는 사이’, 두 집 사이만큼 보수가 필요한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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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재환(오대환)이 잔혹한 연쇄살인범 무리를 쫓는다. 이 무리는 사체를 절단하는 극악의 범죄를 이어오고 있으며 피해자는 십수명에 달한다. 그러던 중 재환은 살인 집단의 우두머리 격인 진혁(장동윤)과의 산속 추격전을 겪고, 둘은 함께 절벽으로 떨어진다. 그렇게 실종된 재환과 진혁은 장장 한달 만에 경찰서로 돌아온다. 진혁은 즉각 체포되어 병원에 감금된다. 그런데 진혁은 후배 형사에게 비밀스러운 주장을 건넨다. 자신이 진짜 재환이며, 재환의 모습을 한 이가 살인범 진혁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자신이 실종됐던 한달간의 기억이 소실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서로의 몸이 바뀌었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동료들은 쉬이 믿어주지 않는다. 결국 진혁의 모습을 한재환은 재판 후 구속되고, 급기야 몸이 바뀐 살인마 진혁에게 가족의 안위를 협박받는다. 이에 재환은 본인의 정체를 증명하고 다른 살인 공범들을 잡기 위해 감옥에서 탈출한다.
보디체인지라는 영화계 단골 소재를 범죄 액션 스릴러물에 접목했다.
[리뷰] ‘악마들’, 잔인하다고 해서 다 악마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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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일본에 함락당한 1940년대에 경찰이 된 두 남자가 있다. 처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성장한 남강(양조위)과 평등을 바라던 건실한 청년 뇌락(곽부성)이다. 둘은 수복 후 홍콩이 다시 영국 정부의 통치를 받기 시작한 50년대 들어서부터 살 길을 찾고자 부패 경찰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그 시작에 삼합회 14K의 소탕 작전과 국민당 시위대 진압 사건이 있다. 그 과정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남강과 뇌락은 경찰 조직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되고, 이를 통해 홍콩 뒷골목의 검은돈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몸집을 키워나간다. 그러나 이들의 호시절은 오래가지 못한다. 협력 관계였던 둘은 각자의 세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조금씩 부딪히기 시작한다. 동시에 홍콩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우려는 목적으로 시작된 정부의 반부패 수사가 본격화됨에 따라 둘의 갈등은 피할 수 없게 된다.
<풍재기시>는 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기항지>
[리뷰] ‘풍재기시’,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하는,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홍콩의 과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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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에서의 예기치 못한 사고로 교사 도경(전석호)과 중학생 지용(김정철)이 목숨을 잃는다. 남겨진 자들은 떠나간 이를 애도하기는 커녕 자신들을 짓누르는 슬픔과 고통을 견뎌낼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눈물 자국을 제대로 닦지도 못했지만 하루하루 무심하게도 시간은 흘러가고, 일상의 풍경 속으로 죽은 자들의 환상이 불쑥불쑥 틈입한다. 그러던 중 도경의 아내 명지(박하선)는 폴란드 바르샤바에 사는 사촌 언니의 빈집에서 얼마간 머무르기로 하는데, 그곳에서 대학 동창 현석(김남희)과 조우한다. 도경이 죽었단 사실을 모르는 현석에게 명지는 굳이 그의 죽음을 언급하지 않고 묘한 기류가 흐르는 두 사람은 이국의 거리를 거닌다. 한편 부모 없이 동생과 의지하며 살아가던 지용의 누나 지은(정민주)은 지용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몸에 마비가 와 병원에 입원한다. 친구 지용을 잊지 못하던 해수(문우진)는 그런 지은 곁을 맴돈다.
<설행_눈길을 걷다> <프랑스여자> 등 인물
[리뷰]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마음, 감사하고 궁금해하며 살겠다는 의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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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가정도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중년 남성 히사(구사나기 쓰요시)는 오랫동안 문학 작가를 꿈꿨으나 대필 작가로 활동 중이다. 먹고살기 위해 남의 이야기를 써온 그에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영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던 중 그의 눈에 평범한 고등어 통조림 하나가 들어오고, 번득 어떤 얼굴 하나가 떠오른다. ‘내게는 고등어 통조림을 보면 떠오르는 한 아이가 있다. 아무리 나이가 든다 해도 그 여름을 잊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게 히사는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자신만의 글을 써나가기 시작한다. 때는 1986년 여름, 초등학생 히사(반카 이치로)와 타케(하라다 고노스케)는 같은 반이다.
타케는 매일 같은 옷만 입고 다니는 것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도 책상 위에 물고기 그림을 그리는 등 꿋꿋이 자기만의 세계를 유지하는, 조금은 독특한 아이다. 여름방학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집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히사에게 느닷없이 타케가 찾아와 돌고래
[리뷰]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마음 한 구석 시큰하게 일렁이는 그 여름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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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메트로놈이 째깍거린다. 연필을 쥔 엔니오 모리코네가 총보 위에 사각사각 기보해나간다. 평생 음악과 일체된 삶을 살았던 그에게 일상은 이토록 단순한 규칙들로 이뤄져 있다. 박자를 듣고, 소리를 상상하고, 악보를 매만지기. <시네마 천국> <말레나>의 감독이자 엔니오 모리코네와 오랫동안 협업한 동료이기도 한 주세페 토르 나토레는 생전의 모리코네와 나눈 대화와 그의 주변인을 인터뷰한 영상을 모아 모리코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군악대 트럼펫 주자였던 아버지를 이어 음악원에서 트럼펫을 배웠던 어린 시절, 스승 고프레도 페트라시를 사사했지만 또래에 비하면 작곡 실력이 부진했던 청년 시기, 친구들과 ‘일 그루포’를 결성해 음향 음악에 가까운 실험적 작업에 몰두하던 때까지, 영화는 수많은 푸티지와 다양한 인물들의 진술을 통해 엔니오 모리코네의 과거를 쉼 없이 열거한다. 모리코네는 스파게티 웨스턴 스타일을 확립하는 데 일조하면서 이탈리아 대중가요의 호황을
[리뷰]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영화사와 음악사를 종횡무진하며 익숙한 선율로 관객을 끌어당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