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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우리가 잘 아는 추자현
- 오랜 중국 활동 이후 한국에서의 활동 재개를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으로 시작했고 큰 인기를 얻었다.
= 처음 중국 진출을 결심하게 된 건 좀 더 다양한 연기의 기회를 얻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감사하게도 30대는 중국에서 바쁘게, 그리고 치열하게 보냈다. 그러다 어느덧 나이에 맞게 경험과 감정의 팔레트가 다양해지고, 모국어로 내 안에 쌓인 재료들을 더 깊이 표현해보고 싶은 욕구가 커졌다. 한한령 때문에 한국에 돌아온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훨씬 그 이전부터 복귀를 준비하고 있었다. 한동안 공백기 속에서 복귀작을 기다리던 차에 <동상이몽> 출연 제안이 들어왔는데, 처음엔 당연히도 망설였다. 성격상 아직까지 SNS도 마냥 익숙지가 않은 사람인데, 예능이라니. (웃음) 그런데 소속사 대표(BH엔터테인먼트 손석우 대표)가 건넨 한마디에 마음이 동했다. “일단 한국 관객에게 제대로 인사를 한번 드리자”라는 말이
[인터뷰] '작은 아씨들' 배우 추자현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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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한 욕망의 얼굴
- 특별 출연 같지 않은 특별 출연상이 있다면 올해의 수상자는 의심의 여지 없이 <작은 아씨들>의 추자현이 아닐까. 합류할 때만 해도 이런 반응을 기대하진 못했을 것 같다.
= <작은 아씨들>의 조문주 CP와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를 함께했는데, 빈말을 안 하고 좋고 싫음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라 캐스팅 역시 쉽게 던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무런 부연 설명 없이 “일단 보고 얘기하시죠” 하면서 8화까지 대본을 보내주더라. 오죽하면 김희원 PD, 정서경 작가의 작품이란 사실도 나중에 읽으면서 알았다. ‘내 분량은 특별 출연으로 2화까지라고 들었는데, 왜 부담스럽게 8화까지 다 주지? (웃음) 그래도 보내준 만큼 일단 다 읽어보자’라고 툴툴거리면서 시작해 새벽녘까지 멈추지 않고 읽었다. 진화영은 누가 맡든 간에 계속 궁금할 수밖에 없는 힘 있는 인물이었다.
[인터뷰] '작은 아씨들' 배우 추자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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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 데뷔해 청춘 드라마 <카이스트>(1999)로 부상한 배우 추자현이 본격적으로 커리어의 정점을 향해가기 시작한 건 영화 <사생결단>(2006)부터였다. 그는 호감형으로 재단된 인물보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거칠고 복잡하게 뭉쳐진 캐릭터와 깊은 시너지를 내는 천생 배우였지만, 그렇기에 일찌감치 갈증도 삭혀야했다. 추자현의 중국행은 한국영화계가 여성 배우의 잠재력을 온전히 소화할 만한 역할을 제 때에 생산해내지 못했음을 일깨우는 사례라고도 볼 수 있다. 그는 기다리거나 탓하기보다 개척하길 원했고, 행보는 성공적이었다. 이제 추자현은 너무도 잘 알려진, 그러나 문득 낯선 얼굴로 다시 한국 관객들 앞에서 자기만의 이력을 써 내려가고 있다.
드라마 <(아는 건 없지만) 가족입니다>(2020) <그린마더스클럽>(2022) <작은 아씨들>(2022)에서 다시 마주한 이 배우에게 환호하는 이들은 특히 여성 시청자들이다. 군더더기 없이 그
[인터뷰] '작은 아씨들' 배우 추자현①, "진화영은 누가 맡든 간에 계속 궁금할 수밖에 없는 힘 있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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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리치>는 영화보다 긴 호흡의 시리즈물이다. 소재와 스케일도 외계로 한껏 확장됐다. 작품의 기획서만 보고 연출을 결정했다고 들었다. 어떤 지점에 끌렸나.
=영화 <연애의 온도>(2012)를 마치고 새로 영화를 기획했는데 <글리치>와 상당히 비슷한 내용이었다. 서울의 연쇄 실종 사건을 배경으로 3명의 친구들이 실종 사건을 쫓는 모험담인데 여기에 외계인이 관계되어 있다는 설정이었다. 당시에는 이 이야기를 끝까지 풀어내지 못했고 언젠가 다시 해봐야지 하고 마음속에 품고만 있었다. <글리치> 기획서를 보고 그때 그 이야기가 떠올랐다. 디테일은 다르지만 톤 앤드 매너나 당시 내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지점들이 비슷해서 <글리치>는 내가 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 비주얼이 흥미로웠다. 글리치라는 편집 효과와 외계 신호를 연상시킨 점도, 지효(전여빈)가 외계인을 볼 때마다 스크린에 나타나는 코믹한 ‘짤’도 재미있다. 이
[인터뷰] ‘글리치’ 노덕 감독, “무엇을 믿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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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 카우보이 Quantum Cowboys
제프 마슬렛 / 미국 / 2022년 / 99분 / 국제경쟁
10월24일 17:00 CGV 부천 5관
10월25일 11:00 CGV 부천 8관
서부극의 아메리칸 드림이 양자역학을 만나 무수한 가능성의 파동을 만들어낸다. 미국 애리조나 출신의 물리학도, 제프 마슬렛 감독이 구현한 한 편의 환상동화 는 1870년대 미 서부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카우보이 콤비 프랭크와 브루노, 그리고 이들을 이끄는 영민한 소녀 린드가 어느 비밀스러운 뮤지션의 존재를 찾아 나가는 여정이 서사의 표면을 이룬다. 그러나 이 영화의 정신은 장면마다 새겨진 몽환적 미장센에서 비로소 본색을 드러낸다. 인간은 물론, 동물과 식물, 사물에도 각자의 기억과 영혼이 있다고 믿는 <퀀텀 카우보이>는 미국의 기원과 멀티 유니버스 영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의 간극을 한 데 겹쳐둔다. 다양한 기법이 총천연색으로 어우러지는 광경 역시 <퀀텀 카우보이>를 보는
#BIAF 4호 [프리뷰] 제프 마슬렛 감독, '퀀텀 카우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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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니콜라 Little Nicholas-Happy as Can Be
아망딘 프리동, 뱅자맹 마수브르 / 프랑스, 룩셈부르크 / 2022년 / 82분 / 개막작
10월 21일 18:00 한국만화박물관1층
제24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포문을 여는 작품으로 아망딘 프리동, 뱅자맹 마수브르 감독의 <꼬마 니콜라(Little Nicholas - Happy as Can be)>가 선정됐다. 프랑스의 어느 평온한 오후, 작가 르네 고시니와 만화가 장 자크 상페는 서로의 상상력을 더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 이른다. 주인공의 이름은 꼬마 니콜라. 어느새 타자기 밖으로 튀어나온 니콜라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더하며 두 작가의 순진무구한 상상을 더욱 안온하게 만들어준다. 사탕을 너무 많이 먹어 배탈이 나고, 학교에서 우스꽝스럽게 단체 사진을 찍고, 모래 더미에서 미끄럼을 타면서 니콜라의 여름은 유유히 흘러간다.
니콜라는 현실 속으로 팝콘처럼 피어올라 작가들과 깊은 대화
#BIAF 1호 [프리뷰] 아망딘 프리동, 뱅자맹 마수브르 감독, '꼬마 니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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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이탈리아 사람은 출입할 수 없음 No Dogs or Italians Allowed
알랭 우게토 /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스위스, 포르투갈 / 2022년 / 70분 / 국제경쟁
10월21일 13:30 CGV 부천 4관
10월22일 18:30 CGV 부천 5관
직접적으로 목격하지 않았어도 깊이 연결된것 같은 순간들이 있다. <개와 이탈리아 사람은 출입할 수없음>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물리적 세계에 창작자가 직접 참여함으로써 선조들의 역사 속에 살아 숨 쉬려는 어떤 뭉클한 시도이다. 20세기 초 이탈리아 북부의 우게테라 지역에 사는 우게토 가문 사람들은 혹한기마다 식량난에 직면해 프랑스로 건너간다. 프랑스 터널과 도로 건설 현장이 억척스러움을 마다하지 않는 이탈리아 노동자들의 의지와 체력, 간절함을 반기는 덕분이다. 알랭 우게토 감독은 자기 할아버지인 루이지 우게토의 느슨한 일대기를 그리면서 알프스산맥을 가로지르는 노동 영화이자 가족드라마를 완성했다
#BIAF 1호 [프리뷰] 알랭 우게토 감독, '개와 이탈리아 사람은 출입할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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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이 10월21부터 25일까지 열린다. 아카데미 공식 지정 국제영화제로서 애니메이션이 지닌 고유한 아름다움과 재미를 전하기 위해 다양한 관점과 최첨단 기술을 겸비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총 109편의 작품(장편경쟁 12편, 단편경쟁 69편, VR 5편 등) 외에도 ‘스페셜 스크리닝’, ‘애니투게더’, ‘토에이 애니메이션의 세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동사 ‘Animate’의 본래 뜻처럼 BIAF는 애니메이션 산업과 창작자, 이를 사랑하는 많은 관객에게 생기를 불어넣고자 한다. BIAF를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장고 끝에 여러 작품을 선정해 안내한다.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데일리를 통해 추천작과 특별 프로그램 소개가 계속됩니다.
[기획] BIAF 제24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 애니메이션의 언어로 도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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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뤽 고다르 추모 연속 기획③] 연표로 고다르의 생애, 1991년부터 그의 마지막까지
[장뤽 고다르 추모 연속 기획③] 연표로 고다르의 생애, 1991년부터 그의 마지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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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뤽 고다르 추모 연속 기획②] 연표로 고다르의 생애, 1968년부터 1990년까지
[장뤽 고다르 추모 연속 기획②] 연표로 고다르의 생애, 1968년부터 1990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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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뤽 고다르 추모 연속 기획①] 연표로 고다르의 생애, 출생부터 1967년까지
[장뤽 고다르 추모 연속 기획①] 연표로 고다르의 생애, 출생부터 1967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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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SF영화 <놉>을 보았다.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르고 보기 시작한 영화라, 중반까지도 도대체 어떻게 풀려나갈 이야기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랬기에 점점 정체를 드러내듯 펼쳐지는 내용을 따라 가는 것이 아주 즐거웠다. 특히 초반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장면이 나중에 감동을 폭발시키는 소재로 활용된다는 것이 굉장히 멋져 보였다. 예를 들면 <놉>에서는 영화라는 소재와 매체에 대한 애정이 후반에 중요하게 활용된다. 그런데 영화라는 소재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도입부에 끼워넣은 장면에서 그 내용을 보여주는 연출력이 대단히 뛰어나다. 이 부분에서 주인공 가족이 영화의 역사와 관련 있는 집안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이 자기 사업을 홍보하면서 꺼내는 것인데, 따지고 보면 “우리 집안은 이러한 집안입니다”라고 배우 한명이 줄줄 말로 소개하는 장면이다. 인상적이거나 특이할 것도 없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재미없게 듣자면 친척 아저
[곽재식의 오늘은 SF] 현란한 미지와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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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상하다. 아름다운 음악에 가려져 있지만, 세연(염정아)의 처지는 과하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 남편 진봉(류승룡)은 아내가 시한부 판정을 받자 아들의 수능부터 걱정한다. 그가 아픈 아내를 대하는 방식은 폭력적이고 아이들은 무례하다. 이에 대한 세연의 반응도 뜻밖인데, 무감각하거나 순응적이다. 후반부에 이 부분을 해명하는 서사가 등장하지만, 여전히 지나치다는 인상이 남는다. 갈등은 의외의 지점에서 터져나온다. 첫사랑을 찾아나서겠다는 선언. 그녀가 부당한 대우에 상식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낭만적인 사랑을 외칠 때 여정의 막이 오른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세연의 혹독한 운명과 무방비한 수용, 예상치 못한 돌발 행동을 동력으로 시작되는 영화다.
그녀의 수난은 이어진다. 첫사랑에 관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남겨진 사람들은 눈물 짓는다. 아이들은 엄마의 병에 대해 듣고 운다. 이토록 감정이 북받칠 때 세연은 노래한다. 감동적인 넘버가 등장할 타이밍. 이 영화의 넘버에
[비평] ‘인생은 아름다워’, 뮤지컬영화가 마법 같은 순간에 가닿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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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분에 달하는 길이로 공개된 김동원 감독의 <2차 송환>에서 공은주 감독이 연출자로 참여해 촬영한 시기의 영상기록은 대략 1시간50분을 차지한다. 영화 안팎의 설명을 빌리면 <2차 송환>은 공은주의 연출작으로 제작되었지만, 2006년에 연출자가 개인 사정으로 하차하고 김동원 감독이 계획하던 북한 촬영이 무산되면서 다큐멘터리의 완성은 기약 없이 지연되었다. 시간이 흘러 <2차 송환>의 작업을 재개하고 마침내 완성해낸 김동원은 작품의 균형 감각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영화의 마지막 30여분을 제외한 모든 분량을 자신이 현장에 존재하지 않은, 그래서 연출자로서의 관점이 투과되지 않은 촬영분으로 채우고 있다. 여전히 2차 송환이 실현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어쩌면 영화를 완성하지 못할 수도 있을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김동원은 과거의 기록이 담긴 화면에서 무엇을 보았던 걸까?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에 임하지 않거나
[비평] ‘2차 송환’, 틈입된 목소리가 말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