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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10월, 그날의 총성이 다시 울려 퍼진다. 윤제균 감독의 <영웅>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할 계획을 세울 때부터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하기까지의 1년을 기록한 작품이다. 안중근(정성화)은 네 번째 손가락을 자르며 동지들과 결기를 되새기고, 설희(김고은)는 정보원으로서 이토 히로부미의 곁에서 소식을 착실히 수집해 본국으로 전한다. 뮤지컬 무대의 웅장함을 그대로 옮기되 감정을 극대화해 흡인력을 높이며 2022년의 겨울을 화려하게 장식할 <영웅>에 관해 배우 정성화, 김고은과 대화를 나눴다.
*이어지는 기사에 <영웅> 정성화, 김고은 배우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영웅’의 영웅들: 배우 정성화, 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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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20%를 넘긴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가장 돋보이는 배우는 단연 이성민이다. 2013년 영화 <방황하는 칼날> 현장에서 만났던 기억이 스쳐 그의 사진을 찾아봤다. 2014년 <방황하는 칼날> 표지 촬영 때 만난 이성민 배우의 모습.
[ARCHIVE] 믿고 보는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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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운동과 식단 관리로 예쁜 몸을 만들어 사진으로 남기는, 보디프로필에 도전하는 친구가 내 주변에도 있었다. 귀동냥하니 운동만큼 사진 촬영이 중요해 전문 스튜디오가 따로 있으며, 단기간에 보디프로필용 몸을 만들어주는 유명 트레이너들은 예약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촬영 전날에는 물만 마신다는 ‘보디프로필용 식단’을 보니 건강과는 이억 광년 떨어져 있다 싶지만, 자기 계발의 연장선에서 성취를 찾는 이들을 욕할 순 없다. 운동과 근육량 증진이 병행되는 보디프로필을 프로아나와 동일선상에 둘 순 없지만, 프로아나 도전기를 기록한 SNS 글에서 동시에 읽히는 것이 바로 이 몸을 통제함으로써 따라오는 자기 효능감이다. 살이 빠진 후 달라지는 주변 반응에 도취한 감각도 읽힌다. 자기 관리라는 미명하에 우리 몸은 우리 것이 아니게 된다. 연애 프로그램 출연자에게 이상형을 물으면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 답하고, 혹여 외모가 아닌 커리어 이상형으로 읽힐까봐 “뚱뚱한 사람은 게을러 보인다”고 당당
씨네21 추천도서 -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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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코스모스, 스페이스는 모두 우리말로 ‘우주’라고 번역된다. 무엇이 서로 다른가. 각 단어를 어디에서 들어보았는가?” ‘우주의 이해’라는 교양강좌 수업 첫 시간에, 교수님이 낸 퀴즈다. 수업 진도를 나가기 애매한 첫 시간에 천문학이 낯선 타 과 학생들에게 교수는 퀴즈를 냈다. 쉽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쓰려니 아리송하다. “왜 우리는 OO를 안드로메다로 보낸다고 하는가.” 이 퀴즈의 답은 또 무엇일까. 예제는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의 천문학자 심채경이 강의 시간에 낸 퀴즈이고, 그 정답과 학생들이 제출한 기발한 답변은 책에 수록되어 있다. 뉴턴에게 영감을 받았다거나 어릴 때부터 원대한 꿈을 품고 천문학자의 길을 걷게 된 건 아니라고 그는 소개한다. 천문학자는 어떤 에세이를 쓸까. 학계의 어려운 용어가 아닌 심채경의 언어로 천문학자이자 비정규직 행성과학자이고, 박사이자 강사이기도 한 일상을 별들이 궤도 운동한다. 심채경 박사가 출연 중인 tvN
씨네21 추천도서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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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웹소설 입문작으로 추천할 때도, 베스트 웹소설을 꼽을 때도 <전지적 독자 시점>은 늘 첫손에 꼽힌다. ‘문피아’ 누적 판매 1위, ‘네이버 시리즈’ 누적 다운로드 1억건, 웹툰화 즉시 ‘네이버 웹툰’ 1위 등극, ‘리얼라이즈픽쳐스’와 영화화 계약 기록도 눈길을 끌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내려놓기 어려운 속도감과 재미가 <전지적 독자 시점>이 완결까지 꾸준히 사랑받게 만든 매력이다. 주인공 김독자는 10년간 연재된 3149화의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을 끝까지 읽은 단 한명의 독자다. 김독자는 중학생 때부터 대기업 계열사 계약직 직원이 된 오늘날까지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의 충실한 독자로 이야기를 따라왔다.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김독자. 그런데 퇴근길 지하철에서 이변이 발생한다. 그동안 읽어온 웹소설 속 상황이 펼쳐지는 것.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씨네21 추천도서 - <전지적 독자 시점 Part1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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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 드 베크, 세르주 투비아나가 쓴 프랑수아 트뤼포의 평전 <트뤼포: 시네필의 영원한 초상>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초판에 이어 한상준 번역가가 불명확한 표현과 오역을 꼼꼼히 재검토하고 수정했으며 정성일 평론가가 새롭게 쓴 추천의 글이 담겼다. 이 책은 트뤼포의 편지와 일기를 포함해 그가 남긴 무수한 기록을 바탕으로 한다. 일기장, 연애편지, 친구와 주고받은 서신, 업무 서한, 스크랩 기사와 사회면 기사, 청구서, 의료 처방전까지 트뤼포의 제작사 카로스 영화사에 꼼꼼히 정돈되어 있다. “트뤼포의 인생은 늘 그의 영화의 풍요로운 원천이자 1차 자료, 일종의 이야기의 보고”였다. <400번의 구타>부터가 그의 삶에서 길어올린 이야기였으니까.
<트뤼포…>는 트뤼포가 어떻게 영화감독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영화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구체적인 에피소드로 전달한다. 그는 감독 이전에 시네필이었으니까. 예를 들어 청소년기의 트뤼포는 이미 친구들 사이에서 ‘
씨네21 추천도서 - <트뤼포: 시네필의 영원한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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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의 문지 스펙트럼이 출간되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인 <인간 실격>은 출간된 지 70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젊은 독자들 사이에 널리 읽히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다자이 오사무 생전 마지막 완결작이기 때문에 그의 삶을 녹여낸, 어쩌면 유서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인간 실격>은 서문과 세편의 수기, 그리고 후기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의 첫 문장은 “나는 그 남자의 사진을 세장, 본 적이 있다”. 이 세장의 사진은 한 남자의 삶의 세 국면, 그리고 이어질 세편의 수기가 각각 가리키는 시기와 관계가 있다. 마지막 사진에 대해서는 이렇게 쓴다. “이른바 ‘죽은 얼굴’이라는 것에도 무슨 표정이나 인상 같은 게 있는 법인데, 인간의 몸에 짐 끄는 말 대가리라도 갖다 붙이면 이런 느낌이 들려나?” 대체 이 남자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가. 첫 번째 수기가 그려내는 남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 시작해, 세
씨네21 추천도서 - <인간 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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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_다자이 오사무 지음
트뤼포: 시네필의 영원한 초상 _앙투안 드 베크, 세르주 투비아나 지음
전지적 독자 시점 Part1 01~08_싱숑 지음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_심채경 지음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_김안젤라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2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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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뉴진스 미니 앨범 1집 《New Jeans》
멤버들을 보면 그냥 뭐든 다 손에 쥐어주고 싶다. 용돈도 주고 싶고. (웃음) 마치 내가 업어키운 것처럼 다 주고 싶다.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
유튜브 <SBS TV동물농장x애니멀봐> ‘쪼꼬미 동물병원’ 시리즈
금요일마다 올라오던 ‘쪼꼬미 동물병원’ 시리즈를 다 챙겨봤다. 일명 쪼동! 동물들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함이 좋다.
영화 <헤어질 결심>
나의 ‘올해의 영화’다. 제43회 청룡영화상 축하 공연으로 정훈희 선생님이 부르신 <안개>가 인상적이었다. 이 공연을 듣고 눈물을 보인 탕웨이 배우를 박해일 배우가 위로해줄 때, ‘아, 여기까지가 영화의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신욕
하루를 반신욕으로 마무리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LIST] 배우 김혜준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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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호시스 시즌2>
Apple TV +
슬라우 하우스는 영국 보안정보국(MI5)에서 좌천당한 요원들이 모인 곳이다. 대장 잭슨 램(게리 올드먼)은 방약무인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부하들은 상사 폭행, 도박 중독 등 하나씩 결함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실력만큼은 뛰어나다. 시즌1에서 MI5와 정치권이 깊게 엮인 극우파의 무슬림 청년 납치 사건을 해결한 것에 이어 시즌2에선 과거 소련 KGB의 잔재를 뒤밟기 시작한다. ‘느린 말들’이란 제목의 뜻풀이는 슬라우 하우스의 요원들을 비하하는 용어지만 시리즈 특유의 연출 경향을 빗대는 말이기도 하다. <슬로 호시스>는 과격하고 빠른 액션이나 차가운 색감의 통상적인 첩보물 대신 느리고 정적인 속도감, 따스하고 빛이 번지는 화면의 질감을 유지하다가 결정적인 순간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손끝으로 빚어낸 시네마>
넷플릭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를 다룬 제작기
[OTT 추천작] ‘슬로 호시스 시즌2’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손끝으로 빚어낸 시네마’ ‘드래곤 에이지: 앱솔루션’ ‘마블 비하인드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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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과 형사, 잇몸 미소 연쇄살인범, 자극적인 범죄 묘사에 동원되는 여성 피해자. 시작부터 한국 수사 장르물의 상투적인 요소를 반복하나 싶어 이르게 실망할 뻔했는데 살아 있는 피해자가 채널을 붙들었다. 직무가 다른 경찰과 소방이 재난, 사고, 범죄 발생, 응급 상황 시 가장 먼저 출동하는 ‘최초 대응자’로 공조하는 SBS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의 첫 사건. 납치 피해 여성은 핸드폰에 걸려온 전화를 무선 이어폰으로 받아 신고하는 기지를 발휘하고, 그의 목소리는 경찰과 소방 무전으로 공청된다. 그리고 그가 구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인 ‘요구조자’로 호명되는 순간, 수사극에서 사체가 된 후에야 의미가 생기는 여성 피해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떠올렸다. 과다출혈로 생명을 잃기 전에 납치된 장소를 찾아내고,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함을 포기하지 않도록 붙드는 이들과 연결되어 버티는 30여분은 절대 상투적이지 않았다.
광수대에서 서울 변두리 경찰서로 발령난 경위 진호개(김래원
[유선주의 드라마톡] ‘소방서 옆 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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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마크 구스타프슨 / 목소리 출연 그레고리 맨, 데이비드 브래들리, 이완 맥그리거, 틸다 스윈튼, 케이트 블란쳇 / 플레이지수 ▶▶▶▶
20세기 초, 이탈리아 소도시의 교외에 사는 목수 제페토에겐 10살 난 늦둥이 아들 카를로가 있다. 나이에 비해 명석하고 밝은 아이다. 하지만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카를로가 급작스레 사망한다. 비통에 빠져 허송세월하던 제페토는 술김에 아들을 빼닮은 나무 인형을 만든다. 그런데 삶을 관장하는 요정이 나타나 나무 인형에게 생명과 피노키오란 이름을 준다. 제페토와 마을 사람들은 피노키오의 존재에 놀라고, 피노키오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지키며 자기 삶에 대한 의구심을 풀고자 먼 여행을 떠난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재창작만의 특별함이 필요하다. 이에 기예르모 델 토로는 늘 그래왔듯 20세기란 시대의 맥락, 그 속의 그늘을 피노키오에 드리운다. 원전의 주제인 아들의 죽음, 아버지의 비애, 가족의
[OTT 추천작]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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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여성영화인축제가 12월15일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문소리 배우의 사회로 진행됐다. 올해 23번째로 열린 여성영화인축제에서는 여성영화인모임의 주요 사업인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활동을 결산하고 2022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시상식을 열었다. ‘여성영화인상’은 영화 <오마주>의 각본과 연출, 제작을 맡은 신수원 감독에게 돌아갔다. 올해 여러 시상식에서 연달아 호명되고 있는 신수원 감독은 지난 12월9일 대종상영화제에서 ‘대종이 주목한 시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30년 만에 첫 단독 주연으로 <오마주>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이정은 배우도 지난 11월 제15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 최우수연기상과 제7회 런던아시아영화제 최고배우상에 이어 여성영화인상의 연기상까지 거머쥐었다.
고 강수연 배우에게는 공로상이 수여됐다.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이고 헌신한 강수연 배우를 오래도록 기리고자 ‘강수연상’을 신설했고 첫 수상자에 문근영 배우가 선정됐다. 문근영
올해의 여성 영화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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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영화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나타나지요. 집중력 있고 프로페셔널한 태도로 항상 모든 영화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매우 따뜻하고 순수한 영화 잡지. 앞으로도 활동할 때마다 꼭 만나게 되겠죠.” <씨네21> 기자 및 평론가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영화 부문 ‘올해의 여자배우’에 선정된 <헤어질 결심>의 탕웨이가 전해온 감동적인 인사말이다. 탕웨이의 깊고 진실하면서도 개구진 눈빛, 자유로운 생각과 따스한 목소리가 자동 연상되는 애정의 인사를 받고 나니 지면을 빌려 이 말에 꼭 화답하고 싶어졌다. “그럼요, <씨네21>은 앞으로도 당신을 지켜보고 응원할 거예요. 앞으로도 영화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출몰할게요. 그러니 영화를 향한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만 챙겨서,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에 대해 언제고 편안히 이야기 나눠요.”
탕웨이는 <헤어질 결심>의 서래를 통해 배우의 오롯한 존재감이 범상치 않은 캐릭터의 개성과
[이주현 편집장] 어디든, 영화가 있는 곳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