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을 즐긴다는 것은 제작자가 쏟아내는 무수한 영상을 소비한다는 것과 대부분 의미가 일치한다. 그리고 해외 진출과 ‘굿 퀄리티’의 압박을 받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태생적 특성과 글로벌 플랫폼의 등장은 K팝 비디오 산업의 다음 챕터를 열고 있다. 최근 재미있는 논쟁을 대중적으로 촉발시킨 뉴진스 <Ditto> <OMG>를 시작으로 K팝 비디오 산업의 현재를 짚었다. 황인찬 시인을 비롯한 8명의 필자는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을 한편씩 꼽아왔다. 지금까지 200~300여편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성원모 디지페디 감독, VM 프로젝트 범진 감독 인터뷰와 김병규 영화평론가의 뮤직비디오 비평은 K팝 비디오를 보다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텍스트가 될 것이다.
*이어지는 기사에 K팝 비디오 산업 기획기사가 계속됩니다.
[기획] 왜 우리는 K팝 뮤직비디오를 사랑하는가?
-
-<애프터썬>이 일으킨 반향은 실로 놀랍다. <사이트 앤드 사운드> <가디언> <인디와이어>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 1위에 올랐고, 딸과 함께 튀르키예로 여름휴가를 떠난 젊은 아버지 캘럼을 연기한 배우 폴 메스칼이 2023 아카데미 시상식의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됐다. <애프터썬>이 이같은 지지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 영화가 슬픔의 표현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슬픔을 초월하는 사랑에 관해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째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자신의 경험과 강하게 연결시키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하겠다. 다만 나와 편집감독은 캘럼이 겪는 정신적 투쟁의 ‘가독성’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가령 내 단편영화들은 많은 것을 더 암시적으로 처리했기에 의미 있는 소수의 관객만 설득했고, <애프터썬>에서는 그 비율이 반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마도 인간의 내면과 정신적 문제에 대해 점점 더 많은
[인터뷰] ‘애프터썬’ 샬롯 웰스 감독, “기억하려 애쓰는 몸짓”
-
희대의 사기꾼 노상천(허성태)이 사망한 후 8년이 지난 현재,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연쇄살인사건에서 희생자들은 전부 노상천을 가해자로 지목했다. 수상함을 감지한 강력계 형사 구도한(장근석)과 인터넷 매체 기자인 천나연(이엘리야)은 사건에 숨겨진 비밀을 하나둘 추적해간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미끼>의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은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손 the guest> <보이스> 등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선 인물들의 심리를 그려내는 데 주목했다고 전한다. 2006년, 2010년, 2023년 세개의 시간대를 오가며 드라마가 진행되는 만큼 “각 화의 부제를 유의 깊게 보면 흐름을 짚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단서도 전했다.
- <미끼>의 시나리오 단계부터 참여했다고.
= 그동안 소위 말하는 센 작품들을 많이 해서 상대적으로 편하게 연출할 수 있는 범죄 스릴러를 기획해보고 싶었다. 김진욱 작가와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며
[인터뷰] 쿠팡플레이 ‘미끼’ 김홍선 감독, “욕망이라는 미끼”
-
코알라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을까? 보통 심장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외면할 수 없는 큰 코, 마음을 느슨하게 만드는 졸린 눈, 시원스러운 이마와 복슬복슬한 귀. 코알라는 마치 그림으로 먼저 그려놓고 만든 동물 같다. 이런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건 반칙 아닌가? 버스터 문이 종종걸음으로 무대를 지휘하고 자동차를 추격하고 물에 빠지고 털이 아무렇게나 뻗친 채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 것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코알라가 큰 도시에서 쇼를 제작하고 싶다는데 어떡해, 제작해야지.
다른 일을 하면서 그냥 틀어둘 영화를 찾다가 <씽2게더>를 발견했다. 동물들이 노래하는 전체관람가 애니메이션이라니, 딱 맞았다. 긴장하지 않아도 되고 귀도 즐거울 테니까. 영화는 생각보다 박진감이 넘쳤다. 극중 뮤지컬 공연은 대단히 화려했고, 귀여운 버스터 문과 오만한 대형 제작사 회장 크리스털의 대결도 볼만했다. 다만 로지타가 자꾸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는 게 신경 쓰였다. 그 밖에는 동물들의
[김소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귀여운 건 귀여운 거고
-
-
정수빈은 드라마 <트롤리>에서 자신의 이름과 같은 ‘수빈’을 연기했다. 아들을 잃은 혜주(김현주)와 중도(박희순)의 집에 찾아와, 죽은 아들의 아이를 임신했으니 대뜸 자신을 이 집에서 재워달라 요구하는 수빈은 모든 순간이 달갑지 않은 의문의 불청객으로 존재한다. “수빈 안에 악의가 아닌 선의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드라마가 후반으로 갈수록 수빈이 사람들의 편견을 무너뜨리길, 누군가의 가치관을 변화시키길 바랐다.” 드라마의 미스터리를 증폭하는 역할을 맡은 정수빈은 다른 배우들과 달리 배역의 비밀을 모두 들은 채 촬영에 임했다. “모든 서사를 꿴 채 촬영하다 보니 캐릭터로서 살아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언뜻 스칠 수 있는 대사에도 어떤 캐릭터에겐 따뜻함을, 어떤 캐릭터에겐 모진 마음을 은밀히 담아 연기했다.” 소년범의 안타까운 사연에 직접 연루된 학생, 복수 대행을 요구하는 학교 폭력 피해자, 구마의식을 당하는 학생 등 정수빈이 2022년 한해 동안 연기한 모든 배역은
[WHO ARE YOU] ‘트롤리’ 정수빈
-
아영(정은채)은 한때 전업 화가의 꿈을 키웠으나 현재는 부동산 중개업에 종사하고 있다. 함께 미술을 전공한 남자 친구 준호(이동휘)가 사업에 실패한 뒤 준비 중인 공무원 시험에 전념할 수 있길 바라서다. 물심양면으로 지원하지만 준호는 그런 아영의 눈을 피해 몰래 게임을 하고 동네 청소년들에게 시비를 걸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낼 뿐이다. 보다못한 아영은 자신의 집에 얹혀살던 준호와의 연애를 마무리짓고 준호와 반대 성향의 경일(강길우)과 새로운 만남을 시작한다.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도 모른다>는 형슬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연인의 행복한 한때에 대한 묘사 없이 관계의 끝자락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감정이 잦아들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아영, 준호의 이별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건 지극히 현실적인 연출 덕일 것이다. 코믹한 신들을 펼치는 감독의 솜씨가 특출난 데다 이동휘의 헐렁하면서도 능글맞은 연기가 더해져 극의 리듬감이 살아난다. 정은채 또한 아영의 고민을 매끄럽게 그
[리뷰]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오직 그들만이 이해할 미련이란 감정
-
창수(윤시윤)는 버스를 타기 위해 달리는 와중에도 남의 부탁을 외면하지 못하는 ‘참 괜찮은 청년’이지만 삶에 치여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해보지 못했다. 같은 시간에 버스 안에서 마주치는 아라(설인아)를 짝사랑하는 게 그의 유일한 낙이다. 어느 날 도움을 청하는 수상한 남자를 돕고 ‘인생이 달라질 기회’라는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향수를 선물받는다. 다음날 향수를 뿌리고 출근길에 나선 창수는 완전히 달라진 일상을 경험한다. 그가 지나가는 길마다 향기에 홀린 여자들이 창수의 뒤를 쫓는 것이다. 버스 안에서 창수의 향기를 맡은 아라의 가슴도 뛰기 시작한다.
향기만으로도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의 판타지 로맨스 영화지만 단조로운 에피소드와 희화화된 조연 캐릭터의 남발로 로맨스도 코미디도 밋밋해졌다. 창수가 뿌린 마법의 향수를 맡은 여자들은 창수에게서 자신의 첫사랑 얼굴을 보게 된다. 사랑에 빠진 여자들은 흡사 피 냄새를 맡은 좀비 떼마냥 창수를 쫓는데 웃겨야 하는 몇몇 장면들이 우스꽝스럽게
[리뷰]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 배우들의 열연에도 극복하지 못한 익숙한 냄새
-
아내 메리(필리스 로건)가 세상을 떠난 얼마 뒤 톰(티머시 스폴)은 자신의 고향이자 메리와의 추억이 깃든 곳으로 향한다. 현재 그가 사는 곳은 영국 최북단에 위치한 존오그로츠. 남서쪽 끝인 랜즈엔드까지 오로지 버스로만 이동할 계획이다.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만이 끝에서 끝을 연결하는 이 여정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폐암, 간암, 신장암 등 그의 신체를 독식한 질병이 시간을 재촉하고, 노인 탑승자를 위협하는 행인이나 더이상 무료가 아닌 탑승권은 메리와의 약속 이행을 힘들게 한다. 하지만 버스에서 만난 사람들이 SNS를 통해 그의 이야기를 알리면서 어느덧 #버스영웅이 된 그는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 속에 국토종단을 마치게 된다.
영화가 조명하는 영국의 아름다운 겨울 풍경은 톰의 로드무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시시각각 변하는 매서운 날씨 속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그의 모습을 통해 잔잔한 희망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어느 기점부터 무조건적인 행
[리뷰] ‘라스트 버스’, 어떤 슬픔은 잊히는 법을 모른다는 듯 우리를 움직인다
-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나라타주>를 연출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퀴어영화다. 한평생 큰 굴곡이나 트러블 없이 평탄한 삶의 패턴을 반복해온 쿄이치(오쿠라 다다요시)는 일상의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아내 몰래 외도를 벌인다. 그러던 어느 날, 7년 만에 재회한 대학교 후배 이마가세(나리타 료)로부터 자신의 아내가 흥신소에 그의 외도 여부를 감시하는 일을 맡겼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비밀을 감추려는 쿄이치와 비밀을 무기 삼은 이마가세 사이의 긴장감은 팽팽해지고, 오래전부터 쿄이치를 좋아해온 이마가세의 제안과 회유에 따라 두 사람은 함께 살게 된다. 영화는 예상치 못한 난관을 더하며 두 사람의 감정적 변화를 극적으로 드러내려 하지만, 다소 뭉툭하고 불친절한 개연성으로 정서적 맥락을 따라가기 어렵다. 또한 불륜과 이혼, 오픈 릴레이션십 등 의도가 불분명한 요소가 혼재하면서 두 사람의 화학작용에 온전히 집중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특히 섹슈얼리즘이 기반
[리뷰]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 갸냘픈 개연성, 맥락 없는 정사에 조금씩 난파한다
-
사귄 지 2년이 되어가는 미유(후쿠모토 리코)와 슈야(마쓰다 겐타)의 관계는 삐걱대는 중이다. 매월 1일마다 영화를 보러 가는 정기적 데이트만이 두 사람의 관계를 지탱하는 유일한 약속이다. 하지만 11월1일, 슈야의 사정으로 둘은 영화를 보지 못하고 다투게 된다. 슈야를 등지고 돌아선 미유를 향해 트럭이 돌진하자 슈야는 몸을 던져 대신 트럭에 치이고 만다. 절망 속에서 다시 11월1일 아침에 눈을 뜬 미유는 하루가 반복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반복되는 시간의 굴레 속에서 미유는 슈야를 살리기 위해 분투하고, 그 과정에서 미유는 슈야의 숨겨진 진심을 깨닫고 일상을 대하는 자신의 소홀한 태도를 되돌아본다.
영화는 주인공이 루프를 알아차린 뒤 당혹감에서 능숙함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인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전형적인 루프물의 전개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시간 판타지의 정교한 세공보다 방점이 찍히는 것은 청춘의 싱그러움을 표상하는 얄팍한 이미지다. 루프물은 언제나 주인공의 성장을
[리뷰] ‘네가 떨어뜨린 푸른 하늘’, 외피만 남은 판타지와 소모적인 시간의 달리기
-
레이첼(테리사 파머)과 앤서니(스티븐 크리) 부부에게 더는 두개의 아이 침대는 필요치 않게 됐다. 쌍둥이 아들 중 첫째 네이트를 교통사고로 잃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회복을 위해 둘째 엘리엇(트리스탄 루게리)과 함께 앤서니의 고향인 핀란드의 외딴 마을로 이사한다. 이웃과 꺼림칙한 환영 파티를 치른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레이첼은 엘리엇으로부터 자신이 실은 네이트라는 말을 듣는다.
귀신 들린 아이를 모티브로 한 <트윈>은 악마와 저주, 집단의식 같은 오컬트 무비의 기본 재료를 깔끔한 연출로 담아낸 세련된 영화다. 주요 공간인 낡은 저택의 실내 곳곳을 뱀처럼 기어 다니는 카메라워크와 살을 에는 추위가 스며든 상징적인 풍경 숏들이 으스스한 느낌을 작품 전반에 부여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음산한 대지와 가족과 이웃의 무표정한 얼굴을 오래도록 지켜보는 긴 숏이 긴장감을 준다. 중반에 조력자의 친절한 설명으로 마을과 아이에 관한 핵심적인 미스터리가 쉽게 풀려 일찌감치 맥이 빠
[리뷰] ‘트윈’, 독창적인 발상은 없지만 기본은 한다
-
이란의 성지인 마슈하드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난다. 대다수의 연쇄살인이 그렇듯 이 살인에도 규칙이 있다. 피해자는 모두 순례지 주변을 서성이는 성매매 여성들이며, 이들은 스카프에 목이 졸린 뒤 검은 차도르에 감싼 모습으로 발견된다. 범인 사이드 아지미(메흐디 바제스타니)는 대범하게도 기자에게 시신의 위치까지 알려주면서 사회를 정화하는 사명을 수행 중이라고 주장한다.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범인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영화의 프로타고니스트는 여성 저널리스트 라히미(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다. 허술한 수사와 정부의 수상한 대처, 도처에 깔린 위협과 여성에 대한 적대감 속에서 라히미는 사이드를 붙잡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선다.
영화는 살해 장면을 묘사하고 있지만 그보다 진정으로 공포스러운 것은 사이드가 체포된 이후 그의 범죄를 둘러싼 여론의 풍경이다. 사이드가 지극히 온당한 처형을 한 것이라며 그를 순교자이자 영웅으로 칭송하는 추종자들의 반응은 섬뜩함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꺼림칙한 것은 범
[리뷰] ‘성스러운 거미’, 수없이 목 졸라도 질식시킬 수 없는 얼굴이 있다
-
소희(김시은)는 숨이 턱 막힐 때까지 춤추는 것을 좋아하고, 실시간 방송을 시작한 친구의 먹방에 기꺼이 함께하고, 무례한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그 이상으로 욕을 퍼부어줄 수 있는 전투력을 갖고 있다. 특성화고등학교에 다니는 그는 졸업을 앞두고 ‘대기업’임을 강조하는 콜센터에 현장 실습을 나간다. 콜센터를 감정 쓰레기통 취급하는 수백명의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직원들에게 회사는 오히려 더 한 부당 노동을 강요하고 임금 및 성과급을 불공정하게 책정한다. 그럼에도 생애 첫 직장에서 열심히 적응해보려고 했던 안간힘마저 처참히 무너진 소희는 추운 겨울 슬리퍼만 신은 발로 호수에 걸어 들어간다. 한편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소희와 춤 연습실에서 스치듯 마주쳤던 여자가 있다. 오랜만에 복직한 형사 유진(배두나)은 소희의 사건을 조사하던 중 정작 콜센터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음 소희>는 2017년 1월 대기업 통신회사의
[리뷰] ‘다음 소희’, 노동 착취 문제를 디테일한 취재로 고발한다
-
더이상 아무도 흔쾌히 기쁜 소식을 전하지 않을 때, 엘렌(비키 크립스)은 자신이 시한부 인생이란 사실을 절감한다.
그가 견딜 수 없는 것은 몸의 고통이 아니라 ‘은유로서의 질병’이다. 그의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극도로 꺼리고 회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견디는 일, 그들이 마침내 자신이 없는 곳에서 임신 소식 같은 것을 공유할 때의 비참함 같은 것. 다행히도 엘렌 곁엔 오랜된 연인 마티유(가스파르 울리엘)가 있다. 성실하고 적극적인 보호자를 자처하는 마티유는 바로 그렇기에 엘렌의 비관에 가장 과민반응하기도 한다. 희망의 조도를 타협하는 데 실패한 연인은 엘렌의 마지막 수술을 앞두고 잠시 멀어진다. 시한부 블로거 ‘미스터’(비에른 플로베르그)에게 남몰래 동질감을 느끼던 엘렌이 미지의 온라인 친구를 찾아 그가 사는 노르웨이로 혼자 여행을 떠나기로 하면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엘렌은 자기 앞의 생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마티유는 그것을 어떻게 놓아주어야만 할까.
[리뷰] ‘안녕, 소중한 사람’, 살아 있음에 대한 치열하게 초연한 감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