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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 25주년을 기념해 밸런타인데이에 재개봉을 기획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프로듀서 존 랜다우가 최근 전세계 기자회견을 화상 인터뷰로 진행했다. 30년간 함께 작업해온 두 사람은 눈빛만으로도 뭘 원하는지 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타이태닉호 침몰’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영화를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어비스>를 연출하던 당시 카메론 감독은 우즈홀 해양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 WHOI)와 작업하면서 타이태닉호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WHOI 멤버들이 타이태닉호를 발견해 내부를 탐험하는 것을 지켜보던 카메론 감독은 1958년작 <타이타닉호의 비극>을 다시 관람했고, 타이태닉호가 러브 스토리의 배경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카메론 감독은 20세기 폭스와 가진 미팅에서 타이태닉호가 침몰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며 “이 위
[현지보고] 사랑과 희생의 대서사시여,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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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더 베어>
이토록 짜증나지만 사랑스러운 인간들이 또 있을까. 과시하지 않는데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가득하며, 배우들의 앙상블은 놀랍도록 완벽하다. 연출로서 공부할 거리도 무궁무진한 소중한 작품!
존 르 카레 × 이언 플레밍 × 로버트 러들럼
첩보를 다룬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보니 다시 한번 스파이물을 꺼내보게 된다. 시대의 차가운 속성을 담아 더욱 매력적이었던 이 장르를, 지금의 한국에는 어떻게 적용해야 의미 있을까. 시린 세계 안에서 뜨거워지는 인물은 얼마큼 다양한 시청자에게 가까이 갈 수 있을까. 끝없는 질문의 답을 찾아 대가들이 남긴 힌트를 따라가본다.
<라이언 맥긴리 컬렉션: 바람을 부르는 휘파람>
너무나 애정하는 <천원짜리 변호사> 김재현 감독님의 소중한 선물! 구스 반
[LIST] 김희원 PD가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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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테이션의 동명 세기말 비디오게임을 바탕으로 만든 시리즈 <더 라스트 오브 어스>가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내 케이블 채널 HBO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를 통해 이미 에피소드4까지 방송된 이 시리즈는 타 방송과 다르게 매주 시청률이 증가하고 있다. 곰팡이균에 의한 팬데믹 발생 20년 후를 배경으로 한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1월15일 에피소드1의 방영 당일 시청자 수는 470만명이었고, 에피소드2는 570만명(전주 대비 22% 증가), 에피소드3는 640만명(전주 대비 12% 증가), 2월5일 방송된 에피소드4는 750만명(전주 대비 17% 증가)을 기록했다. 이로써 HBO 역사상 처음으로 지속적인 시청률 증가를 보이는 시리즈가 됐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월요일 아침 출근 후 시리즈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는 ‘워터 쿨러 모먼트’를 다시 만들어냈다.
가장 회자됐던 에피소드3의 삽입곡 린다 론스태드의 <Long Long
[NEWYORK] 라오어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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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으면 드라마나 영화의 메인 주인공은 탐욕스러운 권력에 회사를 빼앗기고 자살로 위장된 어머니의 복수를 준비하며 검사에서 군 법무관을 거쳐 변호사로 변신하는 박준경(문채원)이었을 것이다. 연줄이 없는 형사부 말석 검사로 정의와 출세 사이에서 갈등하며 성장하는 장태춘(강유석)도 준경만큼 주인공으로 세우기에 충분하다. SBS <법쩐>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준경과 태춘의 조력자가 되는 은용(이선균)이 중심에 선다는 점이다. 명동 사채시장에서 성장해 국제금융시장에서 활약하며 자신을 ‘돈 장사꾼’으로 소개하는 조력자를 주인공으로 삼으니 억울함은 혈육을 잃은 준경에 미치지 못하고, 조카 태춘이 가진 상승 욕구와 혈기는 중년의 은용에겐 이미 겪고 지나온 후일담으로만 기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쩐>이 신선한 점은 은용을 주인공으로 세우는 명분이 ‘사람의 도리’였기 때문이다.
소년원 출신인 은용이 싸움에 휘말려 유치장에 갇혔을 때, 준경의 어머니 윤혜린(김미숙)은
[유선주의 드라마톡] ‘법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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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다운 게 뭔데?!?>
넷플릭스
영화에 관련한 다큐멘터리, 그중 영화사와 과거 영화계가 의도적으로 표백한 영화사를 재서술하는 다큐멘터리는 언제나 시네필의 환호를 부른다. <흑인다운 게 뭔데?!?>는 영화평론가이자 흑인 영화사 연구자인 엘비스 미첼이 직접 제작, 연출하고 내레이션까지 도맡은 흑인 영화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흑인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기인 1970년대에 중점을 두며 그간의 영화사 서술이 얼마나 백인의 취향대로 저술됐는지를 수많은 푸티지와 인터뷰 인서트로 고증한다. 새뮤얼 L. 잭슨, 로런스 피시번, 우피 골드버그, 젠데이아 등 흑인 배우들이 직접 출연해 자신들이 영화계로 진로를 확정하는 데 그리고 오롯한 개체로서 자아를 형상하는 데 당대의 블랙 무비들이 얼마만큼 영향을 끼쳤는지를 충실히 고백한다.
<보호구역의 개들> 시즌2
디즈니+
언뜻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1992)을 떠
[OTT 추천작] ‘흑인다운 게 뭔데?!?’ ‘보호구역의 개들 시즌2’ ‘오프라 + 바이올라: 넷플릭스 스페셜 이벤트’ ‘크레이지 컴페티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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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 감독 사무엘 도노반, 트레이시 디어, 다니엘 그로우 / 극본 에밀리아 디 지롤라모, 제이미 크릭튼, 캐서린 트레제나 / 출연 앨프리드 몰리나, 로시프 서덜랜드, 엘레 마이아 테일페데스, 사라 부스 / 플레이지수 ▶▶▶
베테랑 형사 아르망 가마슈(앨프리드 몰리나)는 든든한 후배 장-기(로시프 서덜랜드), 매사 침착한 이자벨(엘레 마이아 테일페데스), 열정만큼 신중함이 따라주질 않는 신참 니콜(사라 부스)과 캐나다 퀘벡의 쓰리 파인즈 지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수사한다. 드라마는 크게 세축의 이야기를 교직하며 진행된다. 드라마 전반을 이끄는 미스터리는 실제 캐나다에서 원주민 여성들이 계속해 살해되거나 실종됐던 제노사이드 범죄로부터 연유한다. 아르망 경감은 상관의 보복성 인사 발령에도 불구하고 실종된 원주민 소녀 블루 투 리버스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아르망의 탐문 수사 과정에 끊임없이 삽입되는 이야기는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스며나오는 어머니에 관련한 슬픈 기억이다.
[OTT 리뷰] 왓챠 ‘쓰리 파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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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전>의 이원태 감독이 4년 만에 신작 <대외비>로 돌아왔다. <대외비>는 1992년 부산을 배경으로 국회의원 당선을 희망하는 해웅(조진웅)과 권력 실세 순태(이성민), 조폭 보스 필도(김무열)가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는 범죄 드라마다. 지지율 1위로 올라선 해웅은 이번에야말로 만년 후보에서 벗어나리라 다짐하지만 결국 지역구 공천에서 탈락하고 만다. 순태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그가 훼방을 놓은 탓이다. 해웅은 재기를 꿈꾸며 지역 재개발 계획이 담긴 대외비 문서를 비밀리에 입수하고, 필도와 손잡고 선거판에 뛰어든다.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보안관> <공작> 등에서 좋은 케미스트리를 선보였던 조진웅과 이성민의 심리전, <악인전>에 이어 이원태 감독과 다시 한번 함께한 김무열의 거친 에너지, 권력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완력 다툼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coming soon] ‘대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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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SM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엔터테인먼트 지형도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2020년부터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추진해온 카카오는 지난 2월7일 인수가 아닌 유상증자를 통해 SM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SM 이사회는 카카오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약 1119억원 상당의 신주와 약 1052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전환이 이루어지면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 9.05%를 확보하게 된다. 기획과 제작 역량, 플랫폼 등 IP 밸류 체인을 보유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K팝 열풍을 선도해온 SM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 IP와 히트곡을 기반으로 음악 및 콘텐츠 산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SM엔터테인먼트도 카카오의 콘텐츠 플랫폼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투자와 함께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는 3자간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3사는 치열한 글로벌 음악 및 콘텐츠 시장 경쟁에
엔터테인먼트 지형도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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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21>이 트위터 토크룸에서 개봉작 감독, 배우들을 만나 대화를 나눕니다. 토크룸은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영상 라이브 방송입니다. 생방송이 끝난 뒤에도 <씨네21> 트위터 계정(@cine21_editor)을 통해 다시 시청할 수 있습니다.(https://twitter.com/cine21_editor/status/1621433317093683202)
서로를 알아본 여자들
2023년 <씨네21> 토크룸의 첫 방문자는 영화 <다음 소희>의 배두나, 김시은 배우와 정주리 감독. 영화는 두 여자의 계절을 이어 붙인다. 콜센터에서 현장 실습을 하게 된 특성화고 학생 소희(김시은)의 이야기는 그 자취를 따라 현실을 목격하는 형사 유진(배두나)의 시점으로 확장된다. 2부 구성에 우려를 보내는 시선도 있었지만 정주리 감독은 “배두나는 알아봐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도희야>에 이어 정주리 감독과 재회한 배두나 배우가 화답
[트위터 토크룸] ‘다음 소희’ 배두나, 김시은 배우, 정주리 감독과의 트위터 토크룸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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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엔터테인먼트 사옥. 홍보팀 실장과 함께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청년이 눈이 부시게 등장한다. 3초쯤 버벅거린 후 깨달았다. 앗, 당신은 <유미의 세포들>의 유바비, 아니 배우 박진영! 봄을 알리는 전령처럼 노란 스웨터를 입고 나타난 박진영은 “오늘 대표님 인터뷰하시죠? 저희 대표님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홍보팀 직원처럼 너스레를 떨었다. 4층 대표실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에는 최근 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2>에 출연한 BH엔터테인먼트의 따끈한 신인배우 정윤재도 함께 탔다. 엘리베이터에서 이루어진 막간 신인배우 홍보 타임 뒤 도착한 4층. 손석우 대표와 미팅을 마친 배우 이병헌이 이제 막 방을 나서며 부드러운 미소를 입에 걸고 <씨네21> 기자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런 다음 유머 한 스푼 얹어 본인이 직접 쓴 손석우 대표에 대한 코멘트에 대해 언급한다. “아직 제 글쓰기 실력 녹슬지 않은 것 같죠?” 손석우 대표를 만나기 전 10여분 사이의 일들
[이주현 편집장] 매니지먼트 회사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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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울에서 가장 오래 살았던 곳은 마포구 성산2동이다. 강변북로쪽으로 한강을 따라 걷다보면 망원동 유수지에서 난지천 공원 사이로 물길이 이어지는데, 산책길을 따라 올라오면 마포구청역 앞에서 홍제천과 불광천으로 나뉜다. 정확히 말하면 홍제천과 불광천이 만나서 한강으로 흘러가는 것이겠다. 브로콜리너마저의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 커버에 나오는 망초 수풀이 그 앞에 있다. 거기서 왼쪽으로 가면 불광천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홍제천이다. 성산2동은 그 사이에 위치한 동네다.
이곳에 처음 온 것은 밴드를 결성하고 처음 섭외된 ‘월드 DJ 페스티벌’(아직도 하고 있나?)에 서기 위해서였다. 일행과 함께 마포구청역에 모여서 난지공원으로 갔는데 그것이 이 동네에 처음으로 온 순간이다. 밴드의 첫 번째 패션지 화보 촬영도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이제는 완공이 된 월드컵 대교의 교각만이 외로이 서 있던 시절, 그곳의 중간 계단에서 평생 입어볼 일이 없을 옷들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비가 왔었고 반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 찍어준 사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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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라이튼의 <스피어>는 내가 손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SF 중 하나다. 소설 버전도 영화 버전도 무척 사랑스럽다. 어릴 적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우주선을 무대로 팬픽 비스무리한 습작을 쓴 적이 있을 정도다. 스토리는 조금 엉성하고 인물들은 가끔 이상한 행동을 하지만, <스피어>에는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한가득 들어 있다. 작품을 좋게 평가하는 데에는 무수한 나쁜 점이 걸림돌이 되지만, 사랑하는 데에는 오직 한 가지 좋은 점만 있어도 충분한 법이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심해에서 300년 전 추락한 우주선이 발견되고, 우주선이 외계인의 것이라 생각한 정부는 당연하게도(?) 각 분야의 전문가를 소집해 조사단을 꾸린다. 바다 깊은 곳까지 잠수해 우주선 내부로 진입하는 탐사대. 그런데 놀랍게도 우주선에는 영어가 쓰여 있다. 오래전 사망한 선원들이 기록한 항해 일지에 따르면 우주선은 미래에서 왔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우주를 여행하다 시간을 도약해 수백년 전
[이경희의 오늘은 SF] 이 행복한 대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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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마치 음악의 한 구절처럼 1990년대의 추억과 낭만을 소환한다. 얼핏 과거의 영광을 되새김질하는 복고의 시선처럼 보이지만 실은 ‘영광의 순간은 지금’이라는 당위에 대한 이야기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세태나 환경, 시간의 흐름에 관계없이 언제나 당연할 가치를 말한다. 때문에 지금 시대의 결핍을 자극하고 한층 빛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그것이 스크린의 두터운 벽을 부수고 현실로 스며 나오지 못할지라도 짧은 위안은 충분한 위력을 가진다. 그러다 요즘 한창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 <사랑의 이해>가 문득 겹쳐 보였다. 오해의 오해를 거듭하는 답답한 전개와 망설임을 의인화한 것 같은 인물들의 행보에 ‘구닥다리 같다’는 반응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 동시에 한국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계급 갈등을 첨예하게 드러낸 시대 반영적인 작품이란 견해도 나온다. 상이한 두 갈래 반응의 간격이 자못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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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사랑의 이해’가 실패와 망설임을 마주 보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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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화는 도입부부터 실수를 저지른다. 설정 자막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설정 자막이나 내레이션 자체가 절대악인 건 아니다. 하지만 여기엔 최소한의 문장으로 의미 있는 정보를 전달하면서 관객을 새롭고 낯선 곳에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오리지널 <스타워즈> 3부작의 도입부 자막은 얼마나 효과적인가. 하지만 그 설정이 지루하고 진부하다면 시청자들은 시작하자마자 탈출을 생각하게 된다.
설정에 확신이 서는 순간 결말까지 내용이 다 보인다
설정이라는 건 이렇다. 해수면 상승 기타 등등으로 지구는 끔찍한 곳이 됐다. 인류는 달과 지구 사이에 스페이스 콜로니들을 만들었고 그중 일부가 반란을 일으켜 전쟁이 난다. 이제 반쯤 지옥 같은 곳이 된 지구는 콜로니에 자원을 공급하는….
하나도 안 맞는다. 지구온난화, 해수면 상승 기타 등등 온갖 재난을 다 합쳐도 지구인에게 가장 살기 좋은 곳은 지구다. 스페이스 콜로니 사람들이 부럽다고? 지구에 똑같은 시설을 만들면 된다
[비평] ‘정이’, 너무 오래된 퍼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