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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이 그리는 할리우드는 <라라랜드>가 묘사했던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역겹고 천박하며 무엇보다 약자를 착취하기에 나쁜 업계에서 점차 발전해온 영화예술은 역설적으로 아름답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시나리오 초안을 쓰고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무려 15년 동안 초기 할리우드 산업을 취재했다. “어떤 예술의 한 형태와 그 산업이 처음 형성되던 시기의 일들, 이들이 막 자리를 잡아가던 시절을 세밀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할리우드는 1920년대에 급격한 지각변동을 겪었다. 흔히 파괴적이라고 일컫는 변화였다. 원대한 꿈을 갖고 많은 이들이 LA에 몰려들 때 그 이면에는 나조차도 몰랐던 어두움이 존재했다.”(데이미언 셔젤 감독)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빌론>이 묘사하는 마약과 변태적인 섹스가 난무하는 파티, 술에 취해 중요한 촬영에 들어가는 배우, 촬영장에서 죽어나가는 스탭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 궁금해진다. 무성영화 스타로
[기획] ‘바빌론’과 초기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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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기반으로 운영되며 독립적인 프로그램으로 다채로운 영화 공간으로 관객을 맞는 여섯개의 미니시어터와 그들의 추천작을 소개한다. 각 미니시어터가 해외 관객에게 추천한 두편의 독립영화는 ‘JFF+인디펜던트 시네마’(jff.jpf.go.jp/watch/independent-cinema)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➊ 미야기현 센다이시, 포럼 센다이(フォーラム仙台)
일본 동북부에 자리한 도호쿠에서 가장 큰 도시인 센다이시는 나무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녹지가 무성하다. 인기 소설가 이사카 고타로의 고향으로 그의 소설 속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도호쿠 지역을 강타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센다이시의 예술가들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2011년 동일본 대지진당시의 기억과 삶의 변화를 기록해오고 있다. <숨의 흔적> 등 대지진 이후의 삶을 관찰해온 고모리 하루카, 세오 나쓰미 감독의 <이중 도시/ 새로운 땅의 노래>도 쓰나미에 휩쓸렸다 재건된 리쿠젠타카타의 삶을 조망한 이
[기획] 일본의 여섯개 미니시어터 추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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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독립영화와 영화 문화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영화제가 온라인에서 열리고 있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주최하는 ‘JFF+인디펜던트 시네마’로 지난해 12월15일부터 6개월간 일본 각 지역의 미니시어터가 추천한 일본의 독립영화를 온라인 상영한다. 6개월 동안 진행되는 온라인 상영은 3월15일 전후로 전반 작품과 후반 작품이 나뉘어 공개된다.
일본에는 100개관이 넘는 미니시어터가 있다. 미니시어터란 대형 멀티플렉스에 속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영화관으로, 50석부터 200석까지 다양한 규모의 극장을 이른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일본에서 개봉된 1292편의 영화 중 70%가 일본 각지의 미니시어터에서 상영됐다. 미니시어터는 일본 독립영화의 허브이자 일본영화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장소다. 독립영화 제작사들도 개봉 계획을 세울 때 도쿄의 미니시어터에서 시작해 지역의 미니시어터로 순차적으로 상영해나가며 수익 구조를 만들어나간다. 미니시어터가 공개하는 독립영화에는 지역의 풍토
[기획] 일본의 미니시어터 여행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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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크기로 승부하는 딸 바보 슈퍼히어로, 앤트맨이 타노스보다 더 강력한 최악의 적을 만났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주연배우 폴 러드와 조너선 메이저스가 지난 2월2일, 국내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나 새로운 MCU 페이즈5의 포문을 열게 된 소감을 밝혔다. 기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개된 15분 분량의 푸티지 영상을 보고 나눈 대화지만 어떤 스포일러도 언급할 수 없었다. 한 가지 분명하게 확인한 건, 위기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앤트맨의 유머는 여전하다는 점이었다.
-페이즈5의 시작을 알리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기존의 페이즈4 작품들과 비교해 어떤 차별점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는가.
폴 러드 페이즈4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번 영화만의 가장 큰 차이는 내 옆에 있는 조너선 메이저스가 연기하는 정복자 캉의 등장이다. 이번 영화는 두편의 <앤트맨> 시리즈와 동일하게 가족애를 중시하지만 스케일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는 점도 큰
[인터뷰]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폴 러드, 조너선 메이저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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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혼돈의 페이즈4를 통과한 MCU의 미래는 과연 어디로 뻗어나갈까. 인피니티 사가의 메인 빌런 타노스의 존재감을 압도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등장할 정복자 캉은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를 시작으로 페이즈5 작품 전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되는 6편의 영화와 디즈니+에서 공개될 7편의 시리즈가 정복자 캉의 영향 아래 놓일 텐데 과연 타노스의 핑거 스냅 같은 위기 속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마블의 수장 케빈 파이기에 따르면,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와 캉의 존재는 페이즈6에 등장할 <어벤져스: 캉의 시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하니 함부로 기대를 저버리지는 말자. 어벤져스 원년 멤버의 부재로 세대교체를 감행해야 했던 페이즈4의 여파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재까지 공개된 페이즈5의 작품들은 외연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유지 구간, 즉 떡밥 회수에 힘쓸 것으로
떡밥 회수 가능할까? MCU 페이즈5의 주요 작품과 기대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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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의 세대교체. 인류의 절반이 사라졌다 돌아온 블립 이후를 다룬 페이즈4에서는 아이언맨과 타노스의 부재라는 위기를 세대교체로 극복하려 시도했다. 그 결과를 예단하긴 이르다. 페이즈4의 새로운 히어로들이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이후 펼쳐질 페이즈5의 주역이 될지도 모르니까. 7편의 영화, 8편의 시리즈, 3편의 스페셜 편성작으로 이뤄진 페이즈4 작품들을 시간순으로 모아봤다. MCU 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다.
멀티버스 타임라인
2016년
<블랙 위도우>
시빌워 직후, 인피니티 워 직전의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와 비밀조직 레드룸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자연스레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로의 세대교체를 시도한다. 옐레나는 블립 이후에 나타샤의 뒤를 이어 호크아이와 인연을 이어간다.
2018~23년
블립
2023년
<완다비전>
비전을 잃은 슬픔 때문에 완다는 스칼렛 위치로 각성한다. 웨스트뷰를 창조하면서 룬마법에도
타임라인으로 정리한 멀티버스 사가의 시작, MCU 페이즈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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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멀리 와버렸다. 2008년 아이언맨의 커밍아웃과 함께 시작된 MCU도 어느덧 5400일이 훌쩍 지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니 15년 동안 MCU의 세계도 몇 차례 부침과 변화를 겪었고 그 변화의 방향타가 크게 꺾일 때마다 MCU는 ‘페이즈’라는 이름표를 붙여 정리해왔다. 바꿔 말해 그런 목록 정리라도 없으면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MCU는 방대하고 복잡해졌다.
처음에는 좋았다. 좋을 수 있었던 건 돌발행동이었기 때문이다. MCU는 처음부터 디자인된 세계가 아니다. (물론 코믹스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지만) 개별 히어로의 개성을 유지한 채 세계를 잇는 작업은 그 자체로 흥미를 유발했다. <아이언맨>은 맏형으로 중심을 잡고, <캡틴 아메리카>는 첩보 액션 장르로 애크러배틱 액션의 매력을, <토르>는 웅장한 힘과 판타지스러운 전개를 선보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한 무대에 섰을 때 기존 영화에서 접하기 힘든 방대한 연결과 조밀한 구성이 완성된다.
[기획] 페이즈5로 접어든 마블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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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다시금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를 끝으로 페이즈4가 문을 닫고 페이즈5가 본격적인 시동을 건다. 페이즈5의 문을 여는 건 다름 아닌 <앤트맨>이다. 5년 만에 돌아온 <앤트맨>의 신작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에서 이후 MCU를 책임질 최종 빌런 캉이 마침내 등장한다. 언뜻 그간 MCU에서 감초나 조연처럼 활약해온 앤트맨이 전면에 나서는 게 이색적으로 다가오지만 이건 어쩌면 필연인지도 모른다. 우주를 무한히 확장해온 MCU는 드디어 양자에까지 발을 들였기 때문이다. MCU는 여전히 흥미롭지만 그만큼 방대해졌다. 페이즈5의 시작에 앞서 그간 너무 많은 영화와 시리즈가 나와 복잡해진 MCU의 지도를 한번 정리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미리 보기와 함께 지난 페이즈4를 정리해보았다. 여기에 앞으로 등장할 페이즈5의 기대 요
[기획]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관람 전 알고보면 좋을 5가지 핵심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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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어린이들은 초등학교 2학년, 4학년, 이제 곧 3학년, 5학년으로 올라갈 겨울방학 중이다. 태권도장, 미술학원, 영어학원을 적당히 섞어가면서 겨울방학을 보내는 중인데, 사실 시간 보내기가 쉽지 않다. 방학 전에는 집 근처로 누군가 찾아오면 커피도 한잔 마시고 그랬는데, 두 어린이의 학원 시간이 제각기고, 영어학원 말고는 차가 없어서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것도 정신이 없다.
큰애는 이제 <포켓몬스터>를 그만둘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 혼자서 영화를 볼 정도는 아니다. <원피스>를 주로 본다. 작은애는 한창 <포켓몬스터>를 볼 나이다. 영화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에서 전투 신만 보여주면 재밌게 본다. 만화 <삼국지> 같은 것들을 둘 다 본다. 얼마 전 <안시성>의 후반부 전투 신을 보여줬는데 아주 재밌게 봤다. 나는 <안시성>을 그렇게 재밌게 보지 않았는데 어쨌든 어린이들에게 만화를 덜 보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명량’과 ‘한산’, 어린이들과 같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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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살 두더지 두다(이영아)의 고민은 엄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혼자서만 엄마 이야기를 하지 못해 시무룩하게 있던 어느 날, 두다에게 후후섬이라는 곳에 엄마가 있을 거란 소식이 전해진다. 문제는 그곳에 가기 위해선 신비의 꽃, 빛나는 크리스털, 향기나는 돌멩이를 모아야만 한다는 것. 다행히 돌멩이를 이미 가졌던 두다는 단짝들과 나머지 보물을 찾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신비의 꽃을 먼저 손에 넣으며 순항하던 원정대는 전용차 핑카의 열쇠를 훔친 아기 토끼를 쫓다가 눈토끼 마을로 경로를 이탈한다. 용에게 아기 토끼들이 제물로 바쳐진다는 그곳에서 토끼와 생김새가 비슷한 두다가 제물 신세가 되고 친구들은 갇히면서 이들의 여정에 차질이 생긴다.
<두다다쿵: 후후섬의 비밀>은 2013년부터 방영된 EBS의 대표 TV시리즈 애니메이션 <두다다쿵>의 첫 번째 극장판이다. 어드벤처 장르물로서 이 영화의 묘미는 영리한 공간 활용에 있다. 원정대의 탈것을 날아다니는
[리뷰] ‘두다다쿵: 후후섬의 비밀’, 한눈팔아 확장되는 모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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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프래쳇의 판타지 소설 <놀라운 모리스와 똑똑한 쥐 일당>을 원작으로 한 <어메이징 모리스>는 말하는 고양이 모리스(휴 로리)와 피리 부는 소년 키이스(히메시 파텔), 이들과 한통속인 쥐들의 소동을 그려나간다. 쥐를 함께 사는 생명체가 아닌 전염병의 근원으로만 여기는 마을 분위기 속에서 모리스와 키이스는 쥐를 잡는 시늉을 벌이고, 쥐들은 소탕되는 연기를 펼친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철저한 계획하에 꾸려진 계략이다. 열심히 돈을 모으겠다는 일념 하나로 모리스가 쥐들은 물론 키이스까지 꾀어 사기극을 도모한 것이다. 이를 알 리 없는 순진한 쥐들은 언젠가 올 행복한 나날을 기다리며 모략에 공조한다. 쥐들의 바람은 단 하나. 동화 <미스터 번지의 모험>처럼 건강한 텃밭을 꾸리고, 쥐약과 쥐덫이 없는 세상에서 다른 동물들과 조화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모리스의 말마따나 돈을 모으기만 하면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 거라 굳건히 믿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리뷰] ‘어메이징 모리스’, 창의적인 시작, 보편적인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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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독일의 쾰른, 옛 애인 프란츠와 헤어지고 상심에 빠져 있는 영화감독 피터(드니 메노셰)의 아파트로 여배우 시도니(이자벨 아자니)가 찾아온다. 3년 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지만, 관계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헤어지기 직전, 시도니는 해외에서 만났다는 23살 청년 아미르(칼릴 벤 가르비아)를 피터에게 소개한다. 아미르에게 첫눈에 반한 피터, 그는 어시스턴트인 칼(스테판 크레퐁)이 바라보는 앞에서 아미르와 동거를 시작한다. 매력적이고 야심에 찬 아미르는 주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상황을 이용하고, 불과 9개월 만에 둘의 관계는 완전히 전복되고 만다.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알려진 영화 <피터 본 칸트>가 국내 개봉한다. 프랑수아 오종의 21번째 장편영화이자 ‘영화에 대한 영화’인 이번 작품은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가 1971년에 쓴 희곡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
[리뷰] ‘피터 본 칸트’, 스스로의 천재적 ‘무게’에 짓눌린 주인공을 바라보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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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23일 늦은 밤부터 24일 크리스마스이브의 시작까지 이어진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의 밤샘 촬영. 배우 이보영은 그 긴 시간 감정의 끈을 놓지 않고 문을 열고 나왔다. 눈 오는 밤 찬란하게 아름다운 한 장면을 위해서.
[ARCHIVE] 그해 겨울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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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아바타: 물의 길>의 흥행을 축하한다. 얼마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수익 20억달러를 돌파했는데.
= 21억2800만달러(취재 당일 2월2일 기준)를 넘었는데 누가 일일이 세고 있겠나? (웃음)
- 세계 모두가?
= 한국은 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데 큰 힘을 실어준 국가 중 하나다. 내 작품을 사랑해주는 팬들이 많은 것 같아 감사하다.
- 이번에 재개봉하는 <타이타닉>의 경우, 2012년 개봉된 3D 버전(타이태닉호 침몰 100주기 추모 개봉)과 차이가 있나.
= (3D 4K 초고화질 외에도) 큰 의미가 있다면 <타이타닉> 개봉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10년 전에는 발전된 3D 테크놀로지를 도입했었다. 개인적으로도 결과물이 궁금했고. 당시 18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아마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된 3D 컨버전이었을 것이다. 최근에 애트모스 사운드를 통해 공간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게 업그레이드했다. 얼마 전 다시 관람했
[인터뷰] ‘타이타닉: 25주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 “25년 전, 밸런타인데이에 일일 흥행수익 최고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