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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31번째 작품,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공개됐다. MCU 페이즈5의 포문을 여는 이번 작품은 시리즈 <로키>에서 처음 등장했던 새로운 빌런, 정복자 캉(조너선 메이저스) 캐릭터를 제대로 소개하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등에서 본격화됐던 멀티버스와 시간선의 개념이 앞으로 MCU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아이언맨의 죽음 이후 MCU의 행보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세간의 시선에 마블이 취한 입장을 보여준다.
별 볼 일 없는 이혼남에 전과자였던 앤트맨/스캇 랭(폴 러드)의 인생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전투 이후 180도 바뀐다. 어벤져스의 전투를 회고한 자서전 <작은 녀석을 조심해!>(Look Out for the Little Guy!)가 출간될 만큼 샌프란시스
[리뷰]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마블의 유산이 시대와 조응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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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챗지피티(ChatGPT)의 시대이다. 챗지피티로 과제를 작성한 것이 적발되어 전원 0점 처리가 된 국내 국제학교 학생들부터 챗지피티가 논문의 저자가 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는 해외 학술지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소식이 들린다. 미국에서는 챗지피티가 의사면허시험과 로스쿨 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가 열심히 하는 페이스북에는 이런 소식들뿐만 아니라 챗지피티에게 질문을 해서 받은 답변과 그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공유하는 포스팅도 가득하다. 이럴 때 나라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또 이럴 때 챗지피티에 묻어서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해봐야지 싶다.
챗지피티를 둘러싼 호들갑을 보면 알파고가 떠오른다. 2016년 우리를 충격에 빠뜨렸던 그 알파고 말이다.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 이세돌을 이기고 우리 사회에 4차 산업혁명 광풍을 몰고 온 인공지능. 그런데 당시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직업으로 콘크리트공, 제품조립
[임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챗지피티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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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세이션>은 대화에 관한 영화이고 그것을 애써 초과하려 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얼굴을 보지 않고 나누는 대화,대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대화, 누가 더 최악인지 겨루는 대화, 나란히 걷기 위해 슬며시 청하는 대화, 반환점을 돌아 점으로 사라져버린 대화를 응시하는 영화다. 평범하지만 미묘한 발견들이면서 유난스럽게 들여다보아야만 진가를 노출하는 것들이다. 은영(조은지)과 승진(박종환)을 중심으로 만나고 흩어지는 대화들이 교차한다. 대화들의 병렬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인물들의 전사가 후술되는 식으로 이들의 사정을 추론하는 구성을 취한다. 이는 서사를 흥미롭게 하는 장치이기보다 어떤 이와의 평범한 대화를 통해 한 사람의 내면을 촘촘히 전사하는 대화의 속성 자체를 체화하려는 태도에 가까워 보인다. 무엇보다 <컨버세이션>에서 대화는 이야기의 발견이나 확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화는 한정된 프레임을 넘어서지 않고, 영화는 고정된 자리에서 현실에 발붙일 곳 없이 부
[리뷰] ‘컨버세이션’, 영화가 발견한 대화의 요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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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영상 중 수위가 높아 접근이 금지된 영상물을 뜻하는 마루이 비디오. 수찬(서현우)은 기자 은희(조민경)와 함께 이 비디오를 좇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 한다. 입수한 비디오는 여관방 직원이 여자 친구를 잔인하게 살해한 장면을 촬영한 동성장 살인사건 영상이다. 이 비디오가 문제적인 것은 잔인함의 수위보다도 영상에 찍힌 유령 때문이다. 제작진은 여관의 주인이 87년 아미동 일가족 살인사건의 관련자임을 알게 되고, 사건은 파헤칠수록 비디오에 출몰한 유령의 원한과 가까워진다. 진실을 탐닉하는 제작진을 향해 비극이 덮쳐오는 것은 피치 못할 운명처럼 보인다.
VHS 테이프와 캠코더, 브라운관 TV를 송출 수단으로 갖는 마루이 비디오는 레트로 미디어를 활용해 공포를 조성하는 아날로그 호러 장르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대다수의 아날로그 호러가 공포의 대상을 감추면서 약간의 암시를 통해 공포를 극대화하는 반면 마루이 비디오에 포착된 유령의 선명한 형상은 모호함의 공포를 자아내기보다는 사건의 추
[리뷰] ‘마루이 비디오’, 레트로 미디어를 활용한 미스터리 추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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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스톰 리드)은 돌아가신 아빠가 애틋하고 엄마는 이제 좀 귀찮아진 18살의 대학생이다. 엄마가 애인 케빈 아저씨(켄 렁)와 콜롬비아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날, 잊지 않고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지만 엄마와 케빈 모두 나타나지 않으면서 그가 계획한 모녀 상봉은 이뤄지지 못한다. 실종 신고 뒤 잠자코 FBI의 연락을 기다릴 생각이 없었던 준은 엄마를 찾기 위해 인터넷 세상을 동분서주하던 중 엄마가 콜롬비아에 가기도 전에 행방불명됐고 켄에게 사기 전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기발한 스크린 무비가 돌아왔다. <서치2>는 <서치>(2018)의 두 편집감독 니콜라스 D. 존슨과 윌 메릭이 연출자로 바통을 넘겨받은 사실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전편의 형식적 특징과 매력을 계승한다. 모든 일이 스마트 디바이스 스크린 위에서 전개되고 감정 실린 마우스 동작과 타이핑의 울림 또한 여전하다. 개인 데이터에서 단서를 찾아 사건의 퍼즐을 맞춰나가고 반전으로 이야기의 커브를 틀거나 규모
[리뷰] ‘서치2’, 확실히 커진 속도감, 여전한 마우스 동작의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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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로 설정된 허구의 인물 리디아 타르(케이트 블란쳇)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평생의 과업에 가까운 말러 교향곡 5번의 녹음과 공연을 앞두고 있는 그는 연이어 들이닥친 사건들로 인해 심리적 벼랑에 몰린다. 한때 제자였으나 모종의 이유로 그에 의해 업계에서 제명된 어느 젊은 여성, 그리고 교향단에 나타난 재능 넘치는 어린 첼리스트가 리디아의 주의를 빼앗는다. 여성주의를 거부하고 포식자로서의 자기 권력욕에 충실하며, 동시에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인 주인공의 내외부를 장악하는 데 성공한 <TAR 타르>는 한 인물의 매혹과 모순, 그리고 폭력성을 격렬하게 교류시킨다.
영화는 예술가의 몰락에 관한 전기적 구성이 아니라 어느 거대한 자아를 매개로 인간 심리를 해부하는 대담한 사이코드라마의 자세를 취한다. 착취자 리디아 타르는 현실에 있는 여러 실존 인물의 존재를 넘어 그들의 작품까지도 연상시킨다.
예컨대 <TAR 타르>는 로만 폴란
[리뷰] ‘TAR 타르’, 생과 예술의 취소 불가능성을 담은 지독한 심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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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진해, IMF 금융 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어 웬만해선 잘 풀리지 않는 파마가 유행하던 시기, 88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시헌(진선규)은 고등학교에서 ‘미친 개’라 조롱당하는 선생님이 됐다. 사실 그에겐 결승전에서 편파 판정으로 상대 선수를 이겼다는 의혹을 받고 자국민에게도 비판받았던 불명예스러운 과거가 있다. 은퇴 후 별다른 의욕 없이 교사 일을 하며 살던 시헌은 우연히 얼굴마담으로 참석한 복싱대회에서 승부 조작으로 기권패를 당한 윤우(성유빈)를 만난다. 윤우는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지만 충분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받쳐주지 않아 운동을 포기하려던 상황. 시헌은 자신의 학교로 전학 온 윤우를 중심으로 복싱 아니면 퇴학을 당하겠다고 우기는 환주(장동주), 학폭 피해자라서 자신의 몸을 보호할 무기가 필요한 복안(김민호) 등을 설득해 교내 복싱부를 만들고 ‘진짜 금메달’을 받겠다는 일념하에 혹독한 훈련에 들어간다. 심지어 아내 일선(오나라)에게도 숨겼던 연금 통장
[리뷰] ‘카운트’, 스포츠 윤리의 문제를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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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버스 시대의 핵심은 간단하다. 지구가 속한 우주와 다른 멀티버스가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곳에 이곳의 슈퍼히어로와 유사한 정체성을 지닌 누군가가 있다면? 당연히 악당도 여럿 존재할 것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5를 열어젖히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목적은 분명하다. 타노스와의 싸움 이후 휴지기를 갖고 있던 앤트맨을 끌어들여 새로운 빌런의 등장을 알린다. 그리고 배경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양자 영역의 세계다.
스캇 랭(폴 러드)은 딸 캐시(캐스린 뉴턴)가 개발 중이던 양자 기술의 오류로 호프 반 다인(에반젤린 릴리), 행크 핌 박사(마이클 더글러스), 재닛(미셸 파이퍼)과 함께 양자 영역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그곳에서는 정복자라 불리는, 멀티버스 전체를 위협하는 최악의 빌런 캉(조너선 메이저스)이 모종의 이유로 갇혀 있다. 스캇은 캉의 협박 위기 속에서 캐시를 구해야 하는 동시에 양자 영역을 벗어나려는 캉의 음모도 저지해야 한다.
전편과
[리뷰]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스펙터클한 배경 스케일은 커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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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8학군 사교육 현장을 배경으로 한 <일타 스캔들>의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의 얼굴과 그닥 다르지 않은, 말간 얼굴로 열공 중인 홍연 역의 전도연. 담임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산골 소녀 홍연의 이야기를 다룬 <내 마음의 풍금>(1998)의 촬영 현장이다.
[ARCHIVE] 전도연은 열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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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맥스와 샌드라를 어떤 인물로 분석했나.
세바스티안 스탄 각본을 읽는데 맥스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단번에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엔 ‘이 사람 도대체 어떤 사람이지?’라는 질문에 사로잡혔다. 장면마다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는 변화에 맥스와 그의 전사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 그의 미스터리함에 나도 모르게 끌렸던 것 같다. <샤퍼>에 함께하고 싶은 이유기도 했다.
브리아나 미들턴 샌드라와 샌디를 두 사람으로 분리해서 연기하려 하지 않았다. 인간이란 원래 다면적이다. 샌드라 또한 그가 놓인 여러 상황 속에서 그 순간에 적합한 자신을 표현할 뿐이다. 다만 샌드라는 낙천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든 희망을 찾으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믿었다. 매 순간 자신의 판단과 감정에 정직하게 몰입하는 태도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 샌드라가 되어 매들린 역의 줄리앤 무어와 호흡을
[인터뷰] ‘샤퍼’ 세바스티안 스탄·브리아나 미들턴, “미스터리한 인물들에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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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이 작품과 만나게 됐는지 궁금하다.
= 나는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매니지먼트 회사가 <샤퍼>의 각본도 담당하고 있었는데, 받자마자 단숨에 읽을 만큼 빠져들었다. 흔하지 않은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다. 할리우드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정말 많은 각본을 읽게 되는데, 몇 페이지만 읽어도 다음이 훤히 보이는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샤퍼>는 처음부터 끝까지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 매들린(줄리앤 무어)은 맥스(세바스티안 스탄)와 더불어 전사가 없는 캐릭터다. 배우로서 영화에 드러나지 않는 전사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궁금하다.
= 맡은 배역이 어떻게 현재 상태에 이르렀는지 배우라고 해도 매번 알기는 어렵다. 벤자민 카론 감독과 함께 매들린과 맥스의 행동의 원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솔직히 매들린과 맥스가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은 복잡하고 어렵다. 차라리 다른 직업을 갖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매들린이 스스로의 행
[인터뷰] ‘샤퍼’ 줄리앤 무어, “연기는 심도 깊은 역할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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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와 이야기가 모두 매력적이다. 각본을 처음 읽었을 때 감독으로서 어떤 점이 흥미로웠는지 궁금하다.
= 첫 페이지를 읽으며 시작된 두근거림이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샤퍼>는 캐릭터 중심의 재밌고 영리하고 섹시한 이야기다. 코믹한데 스릴러의 뼈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좋았다. 나는 오랫동안 그런 이야기를 찾아왔다. 신뢰하는 사람들 사이의 정치가 어떻게 반전으로 이어지는지 잘 보여준다.
- 이야기도 캐릭터도 매력적이지만 그걸 현실로 만들어낸 배우들도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줄리앤 무어와 브리아나 미들턴, 두 배우가 인상적이다.
= 영화가 보여주는 인간사의 비극, 역설, 모순 등은 배우들이 아니었으면 그토록 생생하게 꺼내놓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줄리앤 무어는 완벽한 전문성과 열정으로 매들린이라는 사기꾼을 연기했다. 줄리앤 무어는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해서 내가 감독으로 결정되기 이전에 이미 매들린 역으로 캐스팅되어 있었다. 그러니 내
[인터뷰] ‘샤퍼’ 벤자민 카론 감독, “의도적으로 장르를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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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유명 작가의 초판본을 판매하는 고서점을 운영하는 톰(저스티스 스미스)은 책방을 찾아온 대학원생 샌드라(브리아나 미들턴)에게 호감을 느끼고 데이트를 신청한다. 둘은 곧 연인이 되고 톰은 샌드라를 친구들에게 소개한다. 하지만 사랑을 속삭이던 두 연인의 소중한 순간은 한밤중 현관문을 두드리며 욕설을 내뱉는 남자의 등장으로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돈이 필요한 샌드라의 친오빠 맥스(세바스티안 스탄)가 찾아온 그날. 샌드라는 비참하고 고생스러웠던 과거와 친오빠를 외면할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톰에게 털어놓는다. 하필이면 재력 있는 아버지(조너선 리스고)를 둔 외아들이었던 톰은 샌드라에게 필요한 액수를 묻지만 샌드라는 돈과 함께 사라진다.
Apple TV+를 통해 2월17일 공개되는 <샤퍼>는 톰, 샌드라/샌디, 맥스, 매들린(줄리앤 무어) 등 각 캐릭터의 이름을 붙인 챕터로 구성된 심리 스릴러다. 영화는 각 인물의 시점에서 서사를 제시하고 관객에게 그 사이의 퍼즐 맞추기
[현지보고] 누구도 믿지 말 것… 반전은 계속된다. Apple TV+ ‘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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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이 고갈되고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랑은 위험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사치와 낭비에 불과하다.” 냉혹해 보이는 진단의 이면에는, 그럼에도 사람들은 사랑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문제는 그 사랑의 정의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는 데 있겠지만.
이두온의 장편소설 <러브 몬스터>는 인구 증가 정책에 힘을 쏟는 지방 소도시에서 미혼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장면으로 문을 연다. 이내 그 자리의 참석이 거부된 데 대한 분노에 사로잡힌 누군가가 만남이 주선되는 광장의 천막을 덮친다. 그리고 일대는 정전이 되는데, 그중에는 수영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이빙을 하는 순간 정전을 경험한 허인회의 상황에서부터 <러브 몬스터>는 숨가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허인회는 죽을 뻔했다가 수영 강사 조우경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이 사건의 진실은 소설 후반부에서 제법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허인회의 남편 오진홍은 오랫동안 바람을 피우고 있었는데, 불륜 상대인 염보라가
씨네21 추천도서 - <러브 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