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킬러들의 도시>
<이니셰린의 밴시>의 파드릭과 가장 닮은 인물이라면 단연 <킬러들의 도시>의 레이다. 청부살인 임무를 마치고 벨기에 브뤼주로 잠입한 레이와 켄은 의뢰인 해리의 연락을 기다린다. 레이는 조용히 호텔에 머물거나 관광 명소를 관람하기를 바라는 켄이 못마땅하다. 차분한 켄과 달리 주의력이 부족한 레이는 브뤼주 밤거리를 거닐다 기어이 사고를 치고 만다. 모두 마틴 맥도나 감독의 작품인 두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의 성격과 관계를 고려하면 배경과 설정만 달리할 뿐 <이니셰린의 밴시>는 <킬러들의 도시>의 반복 같다. 특별한 장소에서 나사가 풀린 듯하고 수상한 아집으로 뭉친 인물들이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일을 벌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중요한 점은 이 작품을 기점으로 콜린 패럴이 작품을 고르는 심미안을 본격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더 랍스터>
배 나온 중년의 모습은 그저 거들 뿐이다. 소
[기획] 꼭 한번 다시봐야 할 콜린 패럴의 필모그래피 베스트3
-
콜린 패럴이 제95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 호명된 사실을 접하는 심경은 복잡하다. 그의 연기력이 아직 수상할 만하지 않다거나 반대로 후보 지명이 늦었다는 말이 아니다. 그는 이미 2022년 베니스국제영화제와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 등에서 <이니셰린의 밴시>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이전에도 크고 작은 자리에서 주연상을 거머쥔 바 있다. 그럼에도 오스카가 지닌 상징성을 고려하면 감개무량하다. 또 지금이야말로 그의 눈썹 두께만큼이나 선 굵은 행보를 보여준 배우로서의 역량을 말해야 할 적기라고 믿는다. 물론 그의 배우 이력 중간쯤 오스카 후보 지명이 있었다면 의아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언젠가부터 그의 발자취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던 터다. <이니셰린의 밴시>는 그 정점이다. 그가 연기한 파드릭의 유일무이할 만큼 고집스러운 면모를 보자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뾰족한 성정의 사내
파드릭은 아일랜드에 위치한 이니셰린이라는 가상의 섬에 여동생과
[기획] 콜린 패럴 배우론: 통제 불가능한, 예측 불가능한
-
<노트 온 스캔들><2006>
학생과 엮인 선생님이라는 점에서 범죄적이나 이 영화의 인물이 <TAR 타르>와 결정적으로 갈라서는 이유는 권력이나 명예를 전혀 쥐지 못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케이트 블란쳇은 <노트 온 스캔들>에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얼굴로 그려진다. 선 굵은 캐릭터들로 기억되는 블란쳇이지만 그의 진면목은 때로 비밀스러운 끌림, 금기시된 사랑과 페티시를 느끼는 인물의 표정을 아름답게 구사할 때 빛난다. <노트 온 스캔들>에서는 안타까움의 감정을 낳지만, <TAR 타르>에서 그 미학은 곧 공포도 불러들인다.
<블루 재스민>(2013)
<어디갔어, 버나뎃>은 <블루 재스민>의 케이트 블란쳇에 힘입은 상상력의 결과가 아닐까? 측은함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의 배우였던 케이트 블란쳇은, 놀랍게도 <블루 재스민>에서 인간의 허영이 한 사람을 얼마나 안쓰러운 지경으로
[기획] 꼭 한번 다시봐야 할 케이트 블란쳇 필모그래피 베스트3
-
<캐롤>(2015)의 신화에서 사뿐히 걸어 내려온 케이트 블란쳇은, 재치 있는 필모그래피로 숨 고른 지난 몇년간 아껴둔 전원이 일시에 합선된 듯 <TAR 타르>에서 강력한 불꽃을 틔운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2022) 속 스피자투라의 자격을 얻어 녹음실에서 시종 원숭이 소리만 내도 즐거워하는 그의 ‘천생 배우’ 기질이 관객의 얼굴에 드리운 웃음기는 <TAR 타르>의 무시무시한 포식자 앞에서 일시에 사그라든다.
흠 없는 연기, 완벽한 픽션
리디아 타르는 누구인가? <TAR 타르>는 질문하게 만든다. 그는 혹시 로만 폴란스키나 하비 와인스틴인가? 혹은 조금 더 미묘한 케이스의 남성 지배자들? 아니라면, 올해 오스카 여우주연상은 반드시 양자경의 것이리라 믿고 있던 이들조차 갑자기 혼돈에 빠트리는 케이트 블란쳇의 흠 없는 연기가 빚어낸 영화적 초상일 뿐일까. <TAR 타르>는 리디아 타르의 사생활에 관한 픽션으
[기획] 케이트 블란쳇 배우론: 누가 케이트 블란쳇을 두려워하랴
-
-
2023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둔 지금, 곧 다가올 개봉작과 함께 주목해야 할 할리우드의 두 이름이 있다.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스타이면서, 끊임없이 자기 명성과 재능을 개척해나가는 명배우들이다. 케이트 블란쳇은 이번 주연상 후보를 포함해 총 8번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르면서 단 7명만이 보유한 전설적 기록의 일원이 되었으며 생애 첫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콜린 패럴은 이미 수상 여부에 아쉽지 않을 만큼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필모그래피의 선명한 정점에 오른 케이트 블란쳇, 그리고 지난해 <애프터 양>에 이어 연기력의 섬세한 진화를 알린 콜린 패럴의 진가를 톺아보았다. 신작과 지난 이력을 종합해 배우론, 그리고 이 무렵 다시 살펴보면 좋을 베스트 필모그래피 세편도 함께 소개한다.
*이어지는 기사에 <TAR 타르> 케이트 블란쳇과 <이니셰린의 밴시> 콜린 패럴의 배우론과 베스트 필모그래피 소개 기사가 계속됩니다.
[기획] 오스카가 그들의 이름을 불러준다면: ‘TAR 타르’ 케이트 블란쳇과 ‘이니셰린의 밴시’ 콜린 패럴
-
영화 2022 <지옥만세>
드라마 2022 <트롤리> <형사록> <소년심판>
정이주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에겐 “나무늘보” 같은 면이 있다. 첫 화보 촬영임에도 긴장한 기색 없이 기자에게 함께할 배우들의 이름을 물으며 현장을 파악해갔다. 첫 인터뷰임에도 다수의 질문에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이라고 말문을 열고, 억지로 답을 꾸며내려 하지 않았다. 유독 천천히 감기는 그의 눈을 보며 생각했다. 이 여유가 진정 신인의 것이란 말인가.
그와 대화하다보면 자연스레 드라마 <트롤리>의 혜주가 연상된다. 혜주를 연기한 배우 김현주의 아역이었기에 감독의 요청대로 “균형 잡힌 김현주 선배님의 연기톤”을 좇았다. 한편으론 “혜주가 말이 많지 않고 차분한 온도를 지녔다”는 점이 잘 맞아 자신의 것을 꺼내 보이기 용이했다고. <트롤리>를 비롯해 <형사록> <소년심판> 등 세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며 정이주는
[2023라이징스타] 배우 정이주, “투명한 구슬처럼”
-
영화 2021 <옆집사람> <거래완료> <불도저에 탄 소녀> / 2018 <속닥속닥>
드라마 2022 <O’PENing-목소리를 구분하는 방법> / 2019 웹드라마 <최고의 엔딩> / 2018 웹드라마 <이런 꽃같은 엔딩>
속전속결, 일사천리, 일사불란. 인터뷰 현장에서 최희진을 보고 떠올렸던 사자성어다. 최희진은 사진 촬영 동안 찰나의 휴지 없이 다양한 포즈와 표정을 민첩하게 선보였고, 기자의 질의에 정연한 언어와 자신의 주관이 담긴 답을 쏟아냈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학창 시절을 보낸 최희진은 그 경험이 자신을 적응의 동물로 만들었다고 자평한다. 낯선 환경에서도 늘 거기에 있던 사람인 양 금방 녹아들게 만드는 타국 생활은 최희진에게 배우의 가능성을 열어준 시기이기도 하다. 연 2, 3회 열리는 학교 발표회에 연극, 악기 연주 등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했기 때문이다. “남들이 추천한 게 아닌데도
[2023라이징스타] 배우 최희진, “합주를 완성하듯 연기한다”
-
영화 2020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 2019 <이매몽> / 2017 <두개의 빛: 릴루미노>
드라마 2023 <택배기사>(예정) / 2023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예정) / 2021~22 <공작도시> / 2021 <보이스4>
“연기 말고 재밌다고 느낀 것이 없다. 연기는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 듯 느끼게 한다.” 사진 촬영 내내 차분하게 몰입하던 이이담이 상기된 표정을 지은 건 연기에 대해 말할 때였다. 우연히 접하게 된 연기지만 지금은 자신의 전부가 됐다고, 올곧은 눈으로 진심을 전하는 이이담. 그를 보고 있자면 쉽지 않은 배역도 곧잘 소화해내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절로 생긴다. 아마 그것이 신인이지만 그가 주역을 맡게 된 이유일 터다. 이이담은 재벌가 성진그룹을 둘러싼 암투를 그린 JTBC 드라마 <공작도시>에서 중요한 단서를 쥔 인물 김이설을 연기했다. 성진그
[2023라이징스타] 배우 이이담, “강렬한 몰입의 순간”
-
영화 2023 <더 문>(예정)
드라마 2023 <밑도 끝도 없이, 너다>(예정) / 2021 <무드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나빌레라> <메모리스트>
“우리 나무는요, 굉장히 에너지가 넘치고 그루(탕준상)와 관련된 일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앞장서요. 촉도 좋아요. 바로 의심하고 거침 없이 행동해요.”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의 윤나무를 맡은 홍승희가 홍보 영상을 통해 자신의 배역을 설명하는 장면은 이 명민한 신인배우의 많은 것을 보여준다. 실제 아는 사람을 설명하는 듯한 구체적인 묘사는 그가 인물을 얼마나 많은 레이어로 나누어 분석했는지 가늠하게 한다. “힌트 찾기처럼 대본을 거듭 반복해 읽는다”는 홍승희는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넘겨짚지 않고, 감독과 동료 배우의 확장된 시선을 빌려 어떻게든 개연성을 찾아낸다. 홍승희에겐 타인의 삶을 체화하기 전, 명료한 납득이 중요하다.
그는 첫
[2023라이징스타] 배우 홍승희, “공감을 끌어내는 힘”
-
드라마 2023 <무빙>(예정) / 2021 <런 온> <알고있지만,> / 2019 <신입사관 구해령>, 웹드라마 <프레쉬맨: 아싸들의 인싸 도전기> / 2018 웹드라마 <하지 말라면 더 하고 19> / 2017 웹드라마 <심쿵주의>
누군가는 <런 온>이나 <알고있지만,>의 배우 이정하보다 KBS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에 아이돌 지망생으로 출연한 이정하를 먼저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이정하는 배우 전문 기획사 나무엑터스 소속임에도 ‘오래 품어온 아이돌의 꿈을 이루고자’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열심히 하지만 어딘가 서툰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이정하에게 당시 심사위원이던 가수 비는 “실력은 부족한데… 근데 왜 좋지?”라며 웃었다. 이정하는 이런 힘을 가진 사람이다. 보는 사람의 매서운 눈초리를 끌어내리고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 이정하의 타고난 매
[2023라이징스타] 배우 이정하, “넌 감동이었어”
-
영화 2021 <첫번째 아이> <언프레임드> <흔적> / 2020 <레드가 싫어요> <복수의 방식> / 2014 <단발머리>
드라마 2023 <정신병동에도 아침은 와요>(예정) / 2022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공성하는 그의 인생 어느 토막에 만나 대화를 청했대도 이 배우의 미래가 예사롭지 않을 거라 짐작할 만한 행로를 거쳤다. 공성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대한민국 전역과 미국, 중국 등 전세계를 돌며 사물놀이 공연을 했다. “학교 공부만 하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에너지를 발산했다. 여러 지역을 다니며 다양한 관객을 만났고 큰 세상을 봤다.”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 재학하던 공성하는 우연한 기회에 연극과 수업을 청강했다. “30분 늦게 들어간 수업이었는데, 학생들이 다 함께 맨발로 동그랗게 둘러앉아 교수님과 내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 재밌어 보였다. 조용하고 진지한 수
[2023라이징스타] 배우 공성하, “그 시선의 주인공”
-
영화 2023 <범죄도시4>(예정) / 2022 <요정> / 2021 <그 겨울, 나는> / 2020 <피터팬의 꿈> / 2019 <유빙>
드라마 2023 <악귀>(예정) / 2022 <모범가족> <치얼업> / 2021 <모범택시> <홈타운>
지난해 드라마 <치얼업>의 신입생 ‘용일’로 대중과 접점을 넓힌 신인배우 김신비는 2019년 데뷔작 <유빙> 때부터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던 스타다. 그가 출연한 단편영화를 모아 2021년 ‘김신비 배우전’을 치렀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10곳이 넘는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받은 단편 <피터팬의 꿈>은 작업 과정도 결과도 각별한 작품이다. 장편영화 주연작인 <요정>의 신택수 감독도, 소속사 프레인TPC도 <피터팬의 꿈>에서 김신비를 발견했다.
김신비가 배우로서 자신을 발견한 건
[2023라이징스타] 배우 김신비, “선뜻 배우는 사람”
-
영화 2023 <참, 잘했어요!>(예정)
드라마 2023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예정), <경이로운 소문2>(예정), <나쁜 엄마>(예정) / 2022 <환혼: 빛과 그림자> <환혼> <지금 우리 학교는> / 2018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 2017 <힘쎈여자 도봉순> <부암동 복수자들> <당신이 잠든 사이에>
2017년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일명 ‘삥 뜯는 학생’으로 등장해 봉순(박보영)에게 속절없이 신발 밑창이 뜯겼던 유인수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 <부암동 복수자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등 다양한 작품의 조단역을 오가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5년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그가 대중에게 얼굴을 각인시킨 건 지난해 총 93개국에서 ‘오늘의 톱10’에 오른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2023라이징스타] 배우 유인수, “덜어내기의 기술”
-
연초마다 <씨네21>은 새로운 배우의 얼굴을 소개하고자 촉각을 곤두세운다. 연말연초 다양한 특집을 위해 제작사나 홍보사, 매니지먼트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눈여겨보는 신인배우에 관한 질문을 빼놓지 않는다.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과 세분화되는 관객의 취향으로 스타가 되는 데 정답이 없는 시대지만, 1393호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지금’에서 언급했듯 ‘주연뿐 아니라 조연과 카메오까지 주목받을 수 있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올해 어떤 배우가 급부상할지 <씨네21>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씨네21>이 2023년 눈에 띄는 배우들을 수소문했다. 접촉한 신인배우들 대부분이 이미 차기작 촬영이 한창이라 신작 소식도 함께 전하고 싶었으나 “촬영은 하고 있는데 계약상 작품명을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답변이 꽤 돌아왔다. 자세히 알릴 수 없는 작품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배우들 면면에 집중했다. 공통 질문에는 천차만별의 답을 들려줬지
[기획] 2023 눈에 띄는 신예배우 8인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