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마는 호숫가에 우두커니 서 있고, 꽃을 든 여인은 사색에 잠긴다. 그 풍경의 유일한 장식물인 무채색 나무들은 가늘고 섬세하다. 재독작가 샌정(senchung)의 그림은 서정이란 단어의 다른 표현이다. 꽃과 여인, 말과 새 등의 유순한 동물들이 종종 등장하는 그의 작품은 분위기만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그 독특한 분위기의 비결은 가볍고 옅은 색깔을 즐겨 사용하는 것인데, 거의 모든 캔버스에서 엿볼 수 있는 연회색과 도화색, 에메랄드색 등의 파스텔 컬러는 샌정 특유의 달콤하고도 몽환적인 그림을 성공적으로 완성시켜준다. 모든 작품이 유화임에도 그보다 무게감이 덜한 수채화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 또한 옅은 컬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샌정의 국내 여섯 번째 개인전 <wildwood air>는 더욱 깊어진 서정성과 공간에 대한 관심이 인상적인 전시다. ‘미지의 영역’과 ‘친숙하지만 어느 순간 낯설게 다가오는 영역’을 그림에 담아내고 싶었다는 작가는 적어도 ‘낯설게 보이기’에
[전시] 친숙하고도 낯선
-
휴가철마다 ‘스페인병’을 앓는다. 이 병은 유럽여행 중이던 2004년 여름 처음으로 발발했다. ‘스페인 강도는 비닐봉지를 머리에 덮어씌우고 목을 졸라 기절시킨 다음 돈을 뺏는다더라’라는, 지금 생각하면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여행객의 말 한마디에 스페인행 열차를 덜컥 취소해버렸더랬다. 한국에 돌아오니 스페인 관련 서적은 왜 그렇게 자주 눈에 띄며, 집시풍의 음악은 또 왜 그렇게 감미로운지. 결정타는 바르셀로나가 배경인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였는데, 후안과 비키가 깊은 밤 근사한 야외정원에서 거리 악단의 연주를 듣는 장면에서는 차라리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다시 2004년으로 돌아간다 해도 바르셀로나행 기차표를 취소하지 않을지는 미지수다. 변명을 덧붙이자면 그땐 40도에 육박하는 로마의 폭염에 지쳐 있었고, 그보다 더 뜨겁고 건조하다는 스페인으로 떠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딘가로 떠나고 싶거나 하지 않은 선택을 돌이킬 때마다 스페인을
[아트&피플] 이국의 형형색색
-
네팔의 여행사 ‘소셜투어’는 트레킹 상품을 판매한다. 소셜투어는 포터 자신의 짐을 포함해 20kg이 넘는 짐은 맡기지 않았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보험을 들어준다. 일당 500루피는 다른 누구의 손도 거치지 않고 포터에게 직접 전한다. 그리고 여행자들에게 포터들의 인권에 대해 교육한다. 관광객을 위해 현지인들이 저임금에 혹사당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지기의 일환이다. 인권뿐 아니라 환경도 보호 대상이다. 여행자들은 비닐봉지나 1회용 플라스틱 물병 대신 가방과 물통을 가져가야 한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관광객이 얻는 것은 자연을 파괴하고 돌아가는 이방인이 되는 대신 지속 가능한 개발에 일조했다는 만족감이다.
<희망을 여행하라>는 ‘공정여행’에 대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공정여행을 ‘여행에서 만나는 이들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고 내가 여행에서 쓴 돈이 그들의 삶에 보탬이 되고, 그곳의 자연을 지켜주는 여행’으로 정의한다. 스페인에서 쿠바,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기까
[도서] 함께 행복해지기
-
역겹다. <정글>을 읽는 동안 치밀어오르는 한 가지는 메스꺼움이다. <정글>의 주인공, 리투아니아 출신의 이민자 유르기스는 행복을 꿈꾸며 미국 땅을 밟았다. 그리고 시카고의 식육공장에서 일을 시작한다. 하루에 버는 돈이래야 고작 1달러75센트. 열악한 조건에도 경쟁이 치열해, 하루라도 결근하면 그 자리는 또 다른 ‘유르기스’에게 빼앗기고 만다. 처음에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믿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것이 덫이라는 걸 알게 된다. 자본주의가 들이미는 교활한 낯짝은 노동과 가난의 악순환을 구르는 그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각종 공장들을 전전하는 동안 유르기스는 누구도 사지 않는 중고품으로 전락한다.
악취를 시각화하는 업튼 싱클레어의 생생한 필치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하나 모퉁이마다 괴로운 진실이 기다린다. 1906년의 이야기가 현재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드림 아메리카로 우리가 떠날 때, 또 다른 사람들은 드림 코리아에 도착한다. 발
[도서] 꿈이 졌다네
-
-
<작은 카페, 시작했습니다> 다케무라 마나 지음, 아우름 펴냄
<작은 가게, 시작했습니다> TimemachineLabo. 지음, 아우름 펴냄
실생활 응용 지수 ★★★☆
카페 창업 도움 지수 ★★★☆
홍대 주차장 골목이건, 신사동 가로수길이건, 삼청동 뒷길이건… ‘뜬다’는 거리에는 꼭 예쁜 카페들이 즐비하다. 처음엔 새로 생긴 집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어느 카페는 의자가 다 제각각이라 즐거웠고, 어느 카페는 음악을 잘 틀어 좋았고, 색다른 메뉴가 허기를 자극하기도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집이 그 집 같아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골목 하나에 카페만 대여섯곳 되는데, 각각의 개성이 느껴지지 않아서다. 메뉴는 고만고만, 인테리어 설정자료집이라도 있는지 분위기가 천편일률적이고, 음악도 보사노바와 시부야계의 곡들로 통일된 경우가 꽤 많다.
<작은 카페, 시작했습니다>와 <작은 가게, 시작했습니다>는 일본의 빈티지 카페, 빈티지숍
[도서] 이 카페를 열고 싶다
-
“감독을 꿈꾸던 영화광”
[배우, 열정을 말하다] 김윤석
“송강호의 노출연기 박수를 줄 필요도 없다.
배우로서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씨네21]창간 14주년을 맞아 고현정, 김윤석, 하정우, 엄정화 등 국내 정상급 배우들이 관객들과 직접 만나는 토크쇼 프로그램.
김윤석"감독을 꿈꾸던 영화광"
-
마린걸로 돌아오는 소녀시대가 앨범 발매 전 신곡‘소원을 말해봐’(Genie)를 22일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한다.
소녀시대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측은 신곡 “‘소원을 말해봐’(Genie)는 유영진, 유한진이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 중인 작곡가 팀 ‘디자인뮤직’(Dsign Music)과 공동 작업한 곡”이며, “트랜디한 댄스곡으로 몽환적인 도입부와 밝고 경쾌한 후렴구의 조화가 인상적인 노래” 라고 밝혔다.
소녀시대의 두 번째 미니 앨범은 25일 정식 발매된다.
소녀시대, 22일 신곡 ‘소원을 말해봐’ 공개
-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 감독이 제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의 트레일러 연출을 맡았다고 16일 영화제 사무국이 밝혔다.김 감독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상징인 물과 음악과 영화의 이미지들을 가지고 짧지만 인상적인 영상을 만들겠다"고 계획을 밝혔다.리더필름이라고도 불리는 트레일러는 모든 초청작의 상영 전에 보여주는 영화제의 대표 영상물. 보통 1분 안팎의 짧은 애니메이션이나 간단한 실사 영상으로 제작된다.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2006년 '가족의 탄생'의 김태용 감독을 시작으로 민규동 감독, 채은석 감독 등이 트레일러 연출을 맡았고, 지난해에는 배우들의 대화로 만든 트레일러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트레일러는 다음달 14일 이후 온라인과 극장에서 공개될 예정이며 영화제는 8월 13일부터 18일까지 청풍호반무대 등 충청북도 제천 일대에서 열린다.eoyyie@yna.co.kr(끝)<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김지운 감독, 제천영화제 트레일러 연출
-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20년간 음악하면서 제가 대단하다고, 연예인이라고 느끼지 않았어요. 그저 음악을 했고 반응이 좋았다고 생각했죠. 오늘 비로소 제가 '조금은 대단했구나'라는 착각을 하게 됐네요."푸른하늘과 화이트 출신 싱어송라이터 유영석(44)은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헌정 음반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벅찬 소회를 밝혔다.1988년 푸른하늘 1집으로 데뷔한 유영석은 6장의 정규 음반을 발표한 후 팀을 해체하고 1994~1998년 김기형과 그룹 화이트를 결성해 5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1999년에는 뱅크의 정시로와 함께 화이트&뱅크를 결성했고 2001년부터 솔로 음반과 영화 음악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해왔다.1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열린 쇼케이스에는 음반에 참여한 조규찬, 김연우, 박기영, 슈퍼주니어 규현, 유리상자, 윈터플레이, 밴드 커먼 그라운드 등이 참여해 유영석의 히트곡을 재해석해 노래했다.후배들의 헌정 음반이지
유영석 "30~40대에 옛날 감성 돌려주고파"
-
(도쿄=연합뉴스) 이태문 통신원 = 올 초 방송돼 최고시청률 35.5%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뿌렸던 한국판 '꽃보다 남자'를 일본 민간방송국 TBS가 연속 방송한다.
지난 4월부터 한류전문 위성채널 엠넷(Mnet)이 일본에 소개한 '꽃보다 남자'는 다음 달 30일부터 위성채널인 TBS채널을 통해 자막방송으로, 8월 5일부터는 BS-TBS를 통해 더빙방송으로 일본 안방을 찾는다. 또 9월에는 TBS 지상파로도 방송된다.
이와 함께 8월에는 DVD도 출시되며, '꽃보다 남자' 주인공인 F4 중 한 명인 김범이 주인공을 맡은 이종격투기 드라마 '드림'도 TBS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gounworld@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日 TBS '꽃보다 남자' 연속 방송
-
문희준이 미니 앨범 <라스트 크라이>(LAST CRY)를 발매하고 가수 활동을 재개한다.
오는 18일(수)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발매되는 미니 앨범 <라스트 크라이>는 타이틀곡 ‘TOY’를 비롯해 총 3곡, 5개의 트랙으로 구성됐다. ‘이별’을 테마로 곡마다 다른 장르로 제작, 각기 다른 느낌을 표현한 것이 이번 앨범의 특징. 특히, 앨범의 타이틀곡인 ‘TOY’는 락을 기본으로 일레트로닉과 오케스트라 연주를 가미해 더욱 화려하고 웅장한 선율을 들려줄 예정이다.
앨범에 수록된 전곡을 직접 작사, 작곡, 편곡까지 담당해 싱어송라이터로의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한 문희준은 “몇 번을 경험해도 그 아픔이 항상 똑같아 더욱 슬픈 ‘이별’이 이번 미니앨범의 주요 테마다. 슬픈 이별이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한 곡, 한 곡 최선을 다해 노력을 기울였으니, 많은 기대와 사랑 부탁한다.”고 전했다.
문희준, 미니 앨범 18일 발매
-
synopsis
스티븐(마크 러팔로)과 블룸(에이드리언 브로디)은 어릴 때부터 생존을 위해 사기를 쳐왔던 대단한 형제다. 어른이 된 뒤로 수법이 대담해지고 사기로 얻는 이익이 커진 것은 당연한 일. 베를린에서 한탕을 크게 벌인 형제와 제3의 멤버 뱅뱅(기구치 링코)은 뉴저지에 사는 대부호의 상속녀 페넬로페(레이첼 바이스)를 새로운 타깃으로 삼아 작전을 꾸민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블룸은 사기칠 대상인 페넬로페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페넬로페는 사기극의 쾌감을 즐기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블룸형제 사기단>은 사기꾼 형제의 사기극을 주된 내용으로 삼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사기 영화’(Con Movie)는 아니다. 이 영화는 치밀한 플롯과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들을 내세워 엎치락뒤치락 관객을 가지고 노는, 그래서 결국 관객까지 사기 행각의 대상으로 삼는 <스팅> 같은 영화라기보다 사기를 매개로 인물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페이퍼 문>과에 속하
유쾌한 사기극 <블룸형제 사기단>
-
synopsis
친구 병태(박병은)의 장례식장에 모인 동창생들. 그들은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상태(김태훈)라는 인물의 뒷담화를 시작한다. 같은 학교 출신인 상태는 금정굴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는 역사학자. 그는 성추행 혐의를 받고 학교에서 잘린데다, 할아버지가 창씨개명을 했다는 죄의식 때문에 역사 공부를 하는 자신을 혐오하기에 이른다. 친구들의 대화가 진행됨에 따라 점차 상태의 기행이 드러나고, 급기야 상태는 비전 필살 무술 뫄한머루의 전수자로까지 그려진다.
<약탈자들>은 꽤 독특한 서술 방식을 가진 흥미로운 영화다. 역사의식을 지닌 학자 ‘상태’의 분열된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다름 아닌 친구들의 기억과 인상에 의한 뒷담화다. 기억과 평가, 소문 속에 존재하는 인물이기에 상태의 현재는 명백한 객관성을 얻지 못한다. 금정굴을 조사하는 역사학자 상태, 할아버지의 창씨개명이라는 사실에 도덕성을 위협받는 상태, 성추행을 한 파렴치한 상태, 그리고 뫄한머루의 전수자라는 조금
독특한 스릴러의 모범 <약탈자들>
-
synopsis
잭 지아모로(벤 애플렉)는 할리우드의 톱 매니저다. 그는 아내인 니나(레베카 로미즌)가 불륜을 고백해 오자 일기쓰기 수업을 들으며 행복하다고만 여겼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철자만 틀리지 않으면 좋으니 일단 쓰고 보라는 강사의 말에, 잭은 아내의 불륜부터 회사의 기밀을 훔친 사실까지도 조밀하게 기록해나간다. 한편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 업무로 인한 분노,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스트레스로 잭과 니나의 사이는 걷잡을 수 없이 틀어져만 간다. 그 와중에 잭이 자신을 섭외해주지 않는 데 분노를 느낀 한 여인은 비밀이 담긴 일기장을 훔쳐 신문사에 팔겠다며 그를 협박해온다.
성공신화를 멋지게 꾸며봐도 부질없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역시 냉혹하다. 업계의 사람들은 살아남으려면 일벌레가 되라고 강요한다. 그 모양이 노래 부르다 죽은 베짱이에게 마냥 꼴 좋다고 할 수는 없을 지경이다. 잭 지아모로는 하루하루 일기를 써나가며 업계 최고의 위치에 오르는 대가로
성공에 관한 슬픈 드라마 <맨 어바웃 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