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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영화가 기억에 남는 걸작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요한 조건이 있다. 우선 어떤 형태든 장르역사에서 새로운 시도나 방향을 제시해야 하고, 너무 말초적이고 가볍지 않도록 철학적 메시지도 담아야 한다. 물론 장르영화다운 재미에 충실하기는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디스트릭트9>은 올해 가장 의미있는 SF영화가 될 자질을 갖췄다. 이 영화의 탁월함은 각종 외신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쏟아지는 찬사에 굳이 말을 더 보태지 않더라도 이미 충분히 증명되었다. 한동안 아이디어 고갈로 만화나 게임에서 이야기를 빌려오던 할리우드 SF영화가 이제 그것조차 한계에 부딪혀 자기 복제의 범작들을 줄줄이 양산해내는 지금, <디스트릭트9>이 시도한 참신한 변화는 신선한 충격이자 장르의 매너리즘에 대한 하나의 돌파구다. 나 역시 <디스트릭트9>이 ‘새롭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단지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왜 이 영화의 새로움이 우리에게 낯섦이 아닌 참신함으로 다가왔는가 하는 점
[영화읽기] 모든 것은 즐거움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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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연수군은 이 (소중한) 지면에 아이포드 터치용 흡연 처방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쓸데없이) 상세하게 적어놓았는데(그러고 나서 소개한 영화가 <스모크>라니, 부끄럽지 않은가?), 그 처방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에 대한 고발로 이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며칠 전 술자리에서 연수군을 만났는데 그는 구석자리에서 (눈치도 없이) 연신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뜻한 목소리로) 묻자 그는 간결하게 대답했다. “아이포드를 안 가지고 와서….” 그래가지고서야 평생 담배를 줄이지 못한다.
흡연 처방 프로그램을 그대로 따르면 흡연량이 A와 같은 그래프를 그리게 될 것이라고 연수군은 말하지만, 실제로는 B와 같은 그래프를 그리게 될 것이다. B 그래프의 두 꼭짓점을 예상해보자. 1. 연수군은 곧 문예지 장편 연재 마감을 해야 한다. 2. 마감이 끝난 뒤 주춤하던 그래프는 연말 술자리가 늘어나면서 다시 급속한 상승곡선을 만들 것이다. 참으로 딱한 일
[나의 친구 그의 영화]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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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언어 유희를 만끽하며 즐기는 다섯 단계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 개봉한다.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역사극에 타란티노가 도전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로운데 뚜껑을 열어보니 희한한 영화다. 타란티노는 작정을 하고 그 어두웠던 시기에 자기의 독한 농담을 던진다. 타란티노가 상상하는 2차대전 히틀러 암살 대작전은 어떤 영화인가. 그가 영화에 사용한 챕터별 방식대로 따라가보자.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영화적 포인트를 짚어봤다.
챕터1. 분탕질 우화: 타란티노식 기선제압
“옛날 옛적 나치 점령하 프랑스…”라는 자막과 함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 시작한다. 이것은 진지한 역사극이 아니므로 세르지오 레오네의 옛날 옛적 서부극을 보는 것과 같이 봐달라는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제안이며 기선제압이다.
타란티노는 이 영화를 다섯개의 챕터로 나누고 있다. 첫 번째 챕터에서 세 자매의 아버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허풍선이 타란티노의 거대한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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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옥 감독은 무척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 마치 그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지나치게 조심스럽다. 그래서 가장 인터뷰하기 까다로운 사람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너무 오랜만의 영화라 그동안 만날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그래서 일단 반가웠다. <파주>는 그 자신의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고, 또한 그동안의 복잡했던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리하게 해준 영화이기도 하다. 어쨌건 더해진 세월의 무게만큼 영화 속으로 차곡차곡 쌓아둔 얘기들을 하나둘 들춰봤다.
-뿌연 안개와 알 듯 모를 듯 묘한 표정의 서우 얼굴의 느낌이 좋았다. 도입부는 어땠나.
=<질투는 나의 힘>은 첫날 첫신 찍은 게 바로 그 타이틀 시퀀스였다. 잘 찍고 싶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음 영화 때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그래서 이번에는 크랭크인하고 나중에 찍었다. 타이틀 시퀀스는 영화의 첫 시작이라 제법 시간을 확보할 수도 있고 내러티브로부터도 자유롭다. 맨 처음 그려본 이미지는
[박찬옥] ‘영화 같은 영화’를 찍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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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옥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파주>는 질긴 인연의 멜로드라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을 받았음은 물론 <할리우드 리포터>와 <스크린 인터내셔널> 등 외신의 호의적인 평가도 끌어냈다. 함께 공개된 다른 한국영화들과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합치된 반응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오래전 단편 <느린 여름>(1998)이 선재상을 수상하고 첫 번째 장편영화 <질투는 나의 힘>(2003)이 뉴커런츠상을 받았으니 상복도 많다. 하지만 두 장편 사이에는 무려 6년의 시간이 가로놓여 있다. 그 사이 박찬옥 감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올해 발견의 리스트에 포함시켜야 할 <파주>를 들여다보며 박찬옥 감독과의 긴 대화를 담는다.
안개가 자욱하다. 하늘은 어둑어둑하고 한밤중인지 동틀녘인지 시간은 딱히 알 수 없다. 그런 무채색의 도시 파주로 택시가 들어선다. 그 택시 안에서 은모(서우)는 알 듯 모를 듯 묘하게 심드렁한 표정을 하
눈먼 자들의 도시, 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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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E1의 리드 싱어, 박봄의 디지털 싱글 ‘유 앤드 아이(You and I)’가 28일(수) 각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박봄의 이번 디지털 싱글 ‘유 앤드 아이(You and I)’는 여성 R&B 힙합스타일의 곡으로, ‘롤리팝(Lollipop)’, ‘파이어(Fire)’, ‘아이 돈트 케어(I don’t care)’ 등을 잇달아 히트시킨 프로듀서 테디의 후속작.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자신이 힘들 때 곁을 지켜준 이에 대한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노래한 가사와 개성 강한 보이스, 넓은 음역대를 넘나드는 박봄의 매력이 어우러진 곡”으로, “그 동안 국내 가요계에서 찾아 보기 힘들었던 여성 R&B 힙합 곡이라 더욱 신선한 느낌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 동안 2NE1 무대를 통해 강렬한 모습을 선보여왔던 박봄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출연한 ‘유 앤드 아이(You and I)’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청순한 매력도 선사할 예정이다.
박봄, 디지털 싱글 ‘유 앤드 아이’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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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계의 절친 박미선과 이성미가 공동 MC로 호흡을 맞춘다.
최근 두 사람은 케이블 채널 스토리온의 랭킹 토크쇼 <친절한 미선씨>의 공동 MC로 발탁됐다. 박미선과 이성미는 7년 전 라디오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한 적은 있지만, TV 프로그램의 MC를 함께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친절한 미선씨>는 대한민국의 특별한 1%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랭킹 토크쇼로 프로그램의 이름은 이성미의 ‘미’와 박미선의 ‘선’을 딴 것이라고.
제작진은 두 사람이 워낙 절친인만큼, 결혼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가는 프로그램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발탁 이유를 밝혔다.
이성미와 박미선 역시 “긴장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함께해서 든든하고 같이 하는 만큼 꼭 대박나겠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친절한 미선씨>의 첫방송은 내달 16일로 예정되어있다.
박미선, 이성미 공동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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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마드를 발라 반질반질하게 빗어 넘긴 짧은 머리의 조니 뎁. 치렁치렁한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달던 익숙한 모습 대신 이번엔 완벽한 클래식 슈트 차림이다. 첫 등장부터 칼라가 긴 롱포인트 셔츠에 실크 타이를 매고 베스트까지 갖춘 스리피스 스트라이프 슈트를 입었다. 마무리는 어깨가 넓은 헤링본 더블 브레스티드 롱코트. 와인색 리본 디테일이 있는 울 페도라와 손에 딱 맞는 얇은 가죽 장갑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말쑥하게 차려입고는, 은행을 턴다.
그는 경제공황기 시절 미국의 거물급 은행 강도 존 딜린저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공공의 적이고 시민의 입장에서는 공공의 친구. 말하자면 활 대신 총을 든 로빈 후드랄까. 남김없이 은행을 싹쓸이하고 여자 손님들에겐 모자 챙을 살짝 들어올려 인사를 한 뒤, 최고급 차를 몰고 골목 밖으로 사라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분40초. 게다가 잘생기고 옷 잘 입고 매너 좋고, 호송되어가는 차 안에서도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스타적 기질까지. 이쯤되면 전
총을 쏠 때, 그 멋진 커프링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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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적으로 세상에 대해 낙관하는 사람만이 저토록 끈질길 수 있다. 과거 <씨네21>의 조선희 편집장을 지척에서 바라보며 품었던 생각이다. 그녀는 예민하고 눈물도 많지만, 권태나 침체가 자신을 지배하는 것을 결코 허용치 않는다. 지난 2000년 잡지 데스크를 훌쩍 떠나 오랫동안 소원한 대로 전업 소설가가 됐고, 책상 앞에 홀로 되어 장편 <열정과 불안>(2002)과 소설집 <햇빛 찬란한 나날>(2006)을 써냈다. 2006년 여름 역사소설을 준비하며 숨을 고르던 그는 영상자료원장 재공모에 응하라는 권유를 받았고 사람들 사이로 돌아가 활력을 얻을 때라는 판단을 내렸다. 조선희 전 원장의 재임 중 영상자료원은 상암동 DMC 이전과 그에 따른 재편이라는 중요한 문턱을 넘었다. 아카이브 전용 건물에 둥지를 틀었고 확장된 하드웨어에 발맞추어 예산과 보유 영화편수가 획기적으로 늘었다. 대중과 만나는 온·오프라인 프로그램도 크게 다양해졌다. “가장 생산적 단계에
[조선희] 제2수장고예산, 후임이 해결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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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니 르콩트 감독의 <여행자>를 보고 한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9살 소녀 진희를 연기하는 김새론은 경이로운 감정의 진폭을 넘나든다. 이 놀라움은 제인 캠피온의 <피아노>에서 안나 파퀸을 처음 보았을 때와 비견할 만하다. 삶의 상처를 세세히 이해하기엔 버겁지만, 진희/김새론은 그 핵심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녀의 분노와 슬픔과 수줍음과 설렘은 삶이 진행되는 방향과 일치한다. 김새론은 <여행자>에서 진희를 살고, 진희 역시 김새론의 삶을 산다.
“진희가 슬프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어요. 아빠가 자기를 데리러 올 거라고 끝까지 믿으니까요.” 어린이 프로에는 자주 출연했지만 연기는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흙을 파고 들어가 눕는 장면’을 찍을 때 현장에서 대기하던 심리치료사에게 “힘들지 않아요. 감독님이 저를 이 역할에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해 주변인들을 놀라게 했다고 했다. “그 장면을 한 네댓번 찍
[김새론] 엄마, 나 꼭 이거 입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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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재 감독의 <회오리 바람>이 제28회 밴쿠버국제영화제에서 용호상을 수상했다. <회오리 바람>은 한 10대 소년의 지독한 사랑을 그리는 영화다. 부모 몰래 여자친구와 여행을 다녀온 소년은 어른들에게 혼난 뒤, 끊임없이 방황한다. 학교는 가기 싫고, 일을 해보려 했더니 그마저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게다가 여자친구는 이별을 통보한다. <싸움에 들게 하지 마소서>(2003), <꿈속에서>(2007) 등의 단편을 통해 10대를 고찰했던 장건재 감독은 특별한 줄거리를 배제한 채 집요한 연출로 당시의 감수성을 풍부하게 묘사했다. 수상 소식으로 먼저 알게 된 그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다.
- 처음으로 경험한 해외영화제였다. 기분이 어땠나.
= 사실 출품됐다는 것보다 해외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게 더 기뻤다. (웃음) 다른 아시아의 또래 감독들과 만난 게 좋은 경험이었다. 서로 어떻게 제작비를 마련했냐고 물었다. <회오리 바람>
[spot] 나의 10대에 이 영화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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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 진영의 일대 각성을 촉구하였던 지난 1회에 대한 호응은 물론 아니겠으나, 최근 개봉영화에선 고품질의 나쁜 놈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어 필자를 흥분시키고 있다. 그중 외계인(alien)을 빙자하여 외국인(alien)에 대한 차별/착취/억압/폭력 등등을 논함으로써 SF영화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다른 곳도 아닌 <씨네21> 같은 유력지로부터 끌어낸 바 있는 <디스트릭트9>를, 우리는 거론치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디스트릭트9>에서 나쁜 놈이란 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그 갯가재형 외계인? 아니면 걔들 격리이주 시키려다가 도리어 자신이 외계인이 돼버림으로써 본의 아니게 개과천선하고 마는 남우 주연? 물론 아니다. 얘들은 착한 놈 진영이잖아.
그렇다면 어딘지 이라크/아프가니스탄/관타나모에 있는 미군을 연상시키며, 외계인 및 남우 주연을 조지려다가 오히려 자신들이 조짐을 당하게 되는 무뇌충 특공대원들이 이 영화 최고
[나쁜 놈의 道] 범우주적 파괴력, 매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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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배우 장동건의 스크린 복귀작인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2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스크린 가입률 99%)에 따르면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23-25일 사흘 동안 전국 671개 상영관에서 70만6천409명(58.0%)의 관객을 모아 점유율 1위에 올랐다.전주 1위였던 '디스트릭트 9'은 15만8천364명(13.0%)에 그치면서 한 계단 내려앉았다. 누적관객은 61만8천968명.SF영화 '팬도럼'은 7만150명(5.7%)을 모으며 3위에 올랐고, 멜로물 '뉴욕 아이 러브 유'도 3만8천57명(3.1%)을 끌어모아 4위를 차지했다.최근 멜로물의 강세를 견인했던 '내 사랑 내 곁에'는 3만4천7명(2.8%)을 모아 5위를 차지했다. 누적관객은 211만7천29명.'불꽃처럼 나비처럼'도 3만2천923명(2.7%.6위)을 더해 누적관객 165만6천790명을 기록했다.이밖에 '나는 비와함께 간다'(2만7천887명),
[박스오피스] <굿모닝 프레지던트>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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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에픽하이의 타블로(본명 이선웅ㆍ29)와 배우 강혜정(27)이 26일 오후 1시 서울 삼성동 더베일리하우스에서 결혼했다.타블로는 지난달 "첫눈에 반해 제 운명임을 알게 된 혜정이와 올가을, 결혼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내년 중순 우리는 엄마 아빠가 된다"고 2세 소식까지 전해 놀라움을 줬다.언론에는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결혼식의 하객은 배우와 가수로 갈렸다. 강혜정의 하객은 영화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안성기, 송강호, 임하룡, 신하균, 차태현, 송윤아, 한채영, 김선아, 정혜영, 공효진, 하지원 등의 배우들이, 타블로의 하객은 바비킴, 부가킹즈, 리쌍, 정인, 넬, 하동균 등의 가수들이 참석했다.사회는 에픽하이의 멤버 미쓰라진이 맡았으며 주례없이 타블로의 친형이 혼인선언문을 낭독했다. 1부 결혼식 축가는 바비킴이 나훈아의 '사랑'을 불렀으며 2부 피로연 축가는 리쌍이 '리쌍 블루스'를 선사했다. 타블
타블로ㆍ강혜정, 동료들 축복속에 결혼(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