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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멜로디가 일단 귀를 사로잡는다. 정체를 살펴보면 노르웨이 밴드다. 딜란 몬데그린은 싱어송라이터 뵈르게 시르네이스의 원맨밴드로, 2007년에 데뷔했다. 그 사이에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쪽 동네에서 입지를 단단히 다졌는데 상냥한(그야말로 이것은 착한 청년의 목소리)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 사실이 충분히 납득된다.
누구라도 좋아할 음악이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절반 이상은 좋아할 만한 음악이다. 현악 세션을 비롯해 기타와 색소폰 같은 다양한 악기가 만드는 멜로디가 겹겹이 쌓여 마치 항공 담요를 두른 듯 따뜻한 느낌이다. 여름에도 입김이 나오는 나라에서 나온 음악치곤 너무 따뜻하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감상적이거나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감정 과잉은 아니다. 사려 깊은 멜로디가 만드는 멜랑콜리한 감상의 수위를 적절히 조절하는 건 아무래도 재능이란 생각도 든다. 봄이 되기 직전의 흐린 하늘, 우울한 기운에 심신이 녹다운된 날엔 <Wishing Well>과 <Gi
[음반] 따뜻한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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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디바 로즈장의 뮤지컬-팝 오페라 콘서트>
2월24일(수) 오후 8시/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81-5404
한국계 팝페라 성악가 로즈장이 첫 단독 무대를 갖는다. 사랑과 희망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구성된 이번 무대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수록곡을 중심으로 꾸며진다. 깨끗한 미성에 3.5 옥타브를 가뿐히 넘나드는 음역, 동양적 음색으로 세계의 귀를 사로잡으며 월드 디바로 떠오른 그다. 2008년 유튜브 설문조사에서 뮤지컬 <캣츠>의 주제곡 <메모리>를 가장 잘 부르는 성악가로 등극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셀린 디온, 사라 브라이트만 등 쟁쟁한 후보 2500여명을 제치고 가장 많은 표를 받아낸 것.
이번 공연에서 그는 <캣츠>의 <메모리>를 비롯해 <레미제라블> <지킬 앤 하이드> 등 10여편의 클래식 뮤지컬 주제곡을 들려준다. 또한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키키>의 <오 나의 사
[공연] 디바가 들려주는 뮤지컬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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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차이코프스키-삶과 죽음의 미스터리>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종료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을 좋아한다. 우울할 때 같이 울어주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이 곡의 작곡가가 동성애 성향을 가졌다는 이야기는 이 공연을 보고서야 알았다. 러시아 안무가 보리스 에이프먼이 1993년 만든 이 작품은 연극적인 요소가 강하다. 에이프먼은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고뇌를 ‘분신’이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등장시켜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 맞춰 발레로 표현해낸다.
이 작품에서 차이코프스키를 괴롭하는 가장 큰 원인은 그의 성적 정체성이다. 그래서인지 분신과 사랑의 춤이라도 추는 듯한 고뇌에 찬 남성 2인무는 가장 눈길을 붙드는 장면이다. 둘은 같은 옷을 입은 채 5번 교향곡이 흐르는 1악장에서 춤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울함과 내면의 심리를 압축시켜 한몸으로 표현해주었다.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2막의 4악장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6번 B단조인 <비창
[공연이 끝난 뒤] 두 예술가의 내면을 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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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지수 ★★★★★
몰입지수 ★★★★★
객석에 들어선 순간, 잡음 섞인 구식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한 여인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노래는 물레질하는 아가씨의 사랑을 읊조린다. 나직이 그리고 구슬프게. 노래가 흐르는 어두침침한 무대 오른쪽에는 한 노파가 웅크리고 흔들의자에 앉아 있다.
막이 오르자 무대가 환해지면서 장을 봐온 딸 모린이 집 안으로 들어온다. 엄마 매그는 분유를 자기 손으로 타먹은 것에 뿔이 난 상태다. 둘은 시작부터 으르렁댄다. 일흔이 되어가는 엄마 매그는 자기 자신을 위해 자식의 인생을 소비하는 엄마다. 그런 엄마를 돌보는 건 마흔이 다 되도록 제대로 연애 한번 못해본 막내딸 모린이다. 가장 사랑해야 할 두 사람은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매일을 전쟁같이 산다. “아마 엄마는 절대 죽지 않을 거야. 영원히 거기 버티고 있을 거야. 날 괴롭히기 위해.”(모린) “난 절대 안 죽어. 일흔살이 돼서야 내 장례식을 치르게 될걸. 그때 스킨 냄새를 풍기며 네 허리에
[공연] 지독한 원작, 더 지독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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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은 밤 사이에 어떤 알을 낳았을까? -가스통 바슐라르 <꿈꿀 권리> 중에서
1. 모네의 정원
수련은 여름꽃이다로 시작하는 문장이 있다. 그건 맞는 말이다. 처음 파리에 갔을 때 모네의 정원이라 불리는 오랑주리로 달려간 적이 있다. 내 몽상의 이미지 속에 가득 찬 수련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원의 곁에 머물러 새벽마다 수련을 바라보던 모네의 눈속을 드나드는 상상은 즐거웠다. 수련을 바라보는 일은 몽상의 성층권으로 끊임없이 어떤 이미지들을 끌어올리는 일 같았다. 고백하자면 그 시절은 무언가 세상의 선명함으로부터 희미해지는 연습 따위를 해보고 싶었던 무렵이었다. 그걸 시가 오려는 환지통이라고 불러도 좋았고, 시가 되려다 만 어떤 임계점 같은 것이라고 불러도 좋았다. ‘모네는 수련을 물이 꾸었던 꿈으로 본 걸까.’ 내가 파리를 떠나면서 조그만 수첩에 내린 음절들은 그 정도가 전부였다. 기념으로 사온 그림 한장 아직 내 침대의 머리맡이다. 방을 자주 바꾸며 살고 있
[김경주의 섬세함을 옹호하다] 몽상이 피어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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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라 불럭과 가장 안 어울리는 단어를 말하라면 그건 바로 ‘엄마’다. 그녀의 올해 나이 45살. 이미 엄마가 되었어도 한참 전에 되었을 나이지만, 여전히 불럭은 잘 짜여진 가족의 일원이기보다 이제 막 둘이 되려는 독신녀의 모습이 더 잘 어울린다. ‘도시 여자’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세련된 얼굴과 차분한 목소리, 오피스룩을 위해 태어난 듯한 몸매가 이러한 이미지 조성에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어찌됐든 ‘제대로 교육받고 곱게 자라난 중산층 전문직 여성’이 바로 샌드라 불럭에게 관객이 기대하는 모습이며, 그녀 역시 이러한 이미지를 반복·변주함으로써 로맨틱코미디 장르 안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이른바 ‘오피스 로맨스의 여왕’이라고나 할까. 사회의식 투철한 환경전문변호사 역을 맡아 철없는 부동산 재벌(휴 그랜트)과 사랑에 빠지는 <투 윅스 노티스>, 워커홀릭에 한 성격 하는 노처녀로 등장해 연하남 부하직원(라이언 레이놀스)에게 길들여지는 <프로포즈>가
[샌드라 불럭] 로맨틱코미디의 갑옷을 벗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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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엔 악역만한 것도 없다’는 명제를 제레미 레너 앞에서는 살짝 치워야 할 것 같다. 물론 어떤 면에서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15년의 연기 생활 동안 그를 알린 건 악당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미치광이 살인마 제프리 다머(<다머>(2002))를, S.W.A.T. 특공대를 곤경에 빠트린 훼방꾼 브라이언 겜블(<S.W.A.T. 특수기동대>(2003))을, 그리고 세기의 암살자 제시 제임스의 난폭한 사촌형제였던 우드 하이트(<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2007))를 통해 제레미 레너는 자신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이는 지난해에 <허트 로커>에서 이라크 전쟁 중 폭탄 제거라는 위험천만한 임무를 맡은 제임스로 출연하기 전까지 유효했다. 전쟁의 광기 속에서 인간성을 유지하려는 강인한 의지를 실감나게 표현하면서 제레미 레너는 그간 구축한 악당 이미지를 한방에 뒤집어엎었기 때문이다.
그간의 단면적인 캐릭터 연
[제레미 레너] 냉정과 불안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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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린 비글로는 오랜만에 역작을, 아니 일생일대의 걸작을 만들었다. 그러나 죄송하게도 제임스 카메론 이야기를 먼저 좀 하고 넘어가야겠다. 캐스린 비글로는 1989년부터 91년까지 제임스 카메론의 두 번째 부인이었다. 그의 첫 번째 부인은 <터미네이터> <에이리언2> 등의 블록버스터를 제작한 80년대의 거물 제작자 게일 앤 허드, 세 번째 부인은 카메론이 창조한 여전사 린다 해밀턴이다. 이쯤되면 카메론이 여전사 혹은 여장부에 끌리는 타입 혹은 현실에서도 리플리와 살고 싶어 하는 남자라고 유추할 수 있겠다. 한편 린다 해밀턴은 이렇게 말했다. “카메론은 결혼을 해서는 안되는 남자다. 그는 결혼생활이라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도 카메론과 비글로는 여전히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다. 이혼 5년 뒤에 카메론은 비글로의 <스트레인지 데이즈>의 각본을 쓰고 제작에 참여한 적도 있다. 그러나 카메론은 비글로가 일생의 걸작을 들고 자신의 오스카를 노릴
[캐스린 비글로] 지칠 줄 모르는 액션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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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the Oscar goes to…. 오스카 시상식을 그다지 즐겨보지 않거나, 별 관심없거나, 오스카는 미 제국주의 할리우드 노름꾼들의 자화자찬 집안잔치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사람이라도, 이 문장 앞에서는 잠시 숨을 죽이게 됩니다. 그리고 터져나오는 환희와 탄식. 올해로 82살을 맞이한 오스카 시상식이 오는 3월7일 마침내 수상자들을 발표합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오스카의 금빛 대머리를 손에 쥔 사람들만이 우승자는 아닙니다. 우리모두 알다시피 오스카는 종종 잘못된 후보에게 상을 건네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니까요. 여기에 있는 리스트는 수상 가능성과는 상관없이 <씨네21>이 진심으로 소개하고픈 올해 오스카의 주인공들입니다. 그들은 오랜만에 재기한 노장이거나, 추락하는 경력을 뚝심으로 부활시킨 여장부들이거나, 뒤늦게 빛을 본 중고 신인이거나, 혹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재적 신예이기도 합니다.
※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부문 후보작
작품상
<아바타>
수상자만 기억하는 더러운 오스카, 그래도 기억해야할 대단한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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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가수 10팀이 한 자리에 모인다.
싸이월드를 운영하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는 “내달 1일, 서울 올림픽 공원 내 올림픽 홀에서 ‘싸이월드 디지털뮤직어워드 2009’를 개최한다” 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빅뱅, 2NE1, 리쌍 등 본상 수상자 10개 팀과 최고의 루키, 탐음매니아 수상자, 최고의 작곡가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본상 수상팀은 지난 해 1월부터 12월까지 싸이월드 배경 음악으로 가장 많은 음원 판매고를 올린 기준으로 선발됐다.
이번 시상식 가수 호란의 사회로 진행되며, 최고 영예인 ‘2009 최고의 아티스트’, ‘2009 최고의 노래’ 등은 행사 당일 발표된다. 또, 싸이월드 음악 서비스 이후 최고의 판매 기록을 세워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박효신의 ‘눈의 꽃’에 대한 시상도 진행될 예정이다.
2009 싸이월드 최고의 배경음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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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새 수목 미니시리즈 <개인의 취향>(극본 박혜경, 연출 손형석)의 두 주인공 손예진과 이민호의 모습이 처음 공개됐다.
지난 18일 일산 MBC 드림센터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포스터 촬영을 통해 공개된 이번 사진은 침대 위에서도 진호를 동성 친구처럼 편하게 대하는 개인과 이런 개인이 어색하기만한 진호를 표현한 손예진과 이민호의 모습이 사랑스럽게 담겨 눈길을 끈다.
이민호는 이번 포스터 촬영을 통해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다양한 표정과 새로운 매력을 한껏 드러냈다. 손예진 또한 전작인 영화 <백야행>에서 보여줬던 신비하고 처연한 이미지를 벗고 마치 10대 같은 깜찍하고 귀여운 모습을 선보여 관계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연애쑥맥 엉뚱녀와 시크하고 까칠한 가짜 게이의 발칙한 동거일기를 유쾌하게 그려낼 <개인의 취향>은 3월 31일 MBC를 통해 첫 방송된다.
게이로 변신한 이민호 모습,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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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단하다. 급속한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어지간해서는 한강도 잘 얼지 않고, 동해 바다에는 우리나라산 명태가 씨가 말라 오징어들만 가득 차고 있다는데, 올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은 역대 최고의 성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쇼트트랙의 이정수, 스피드스케이팅의 모태범과 이상화가 금메달을 따내면서 현재로선 종합 2위라는(잠깐이나마 1위도) 믿기 힘든 결과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아직 중반이라 최종 순위는 뒤바뀌겠지만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에서 또 다른 메달이 기대되고 있으니 역대 최고성적은 무난해 보인다. 영화 <국가대표>로 톡톡한 마케팅 효과를 누린 스키점프와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박명수의 눈물로 감동을 줬던 봅슬레이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처럼 동계스포츠는 하계올림픽과 월드컵만큼 이제 막 대중 속으로 깊이 스며들고 있는 중이다. 영화 같은 소식을 매일 전해주고 있는, 그러니까 영화와 현실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결과를 얻어내고 있는
이규혁 스토리, <국가대표2>로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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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참 지랄맞네.” 가족도 잃고, 신분도 잃고, 연인도 잃은 <추노>의 이대길이 말한다. 무정한 세상에 앙갚음이라도 하듯 그는 거칠고 괴팍한 성격으로 무장한 채 노비들을 추격한다. 그런데 가진 거라곤 악다구니뿐인 이 사내 때문에 요즘 전국이 난리다. 대길이가 가슴팍을 풀어헤친 채 절권도 액션을 선보일 때마다 시청자는 열광하고,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가 요즘 포털 사이트의 최대 화젯거리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은 도대체 배우 장혁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는 거다. 리듬감 좋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라는 건 진작에 알았지만 이대길을 연기하는 지금처럼 장혁이 뜨거운 적은 없었다. 심정의 변화라도 겪은 걸까. 혹은 어떤 계기라도 있은 걸까. 장혁은 이렇게 대답한다. 변한 건 나이뿐이라고, 그저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인 것뿐이라고. 그러니까 그의 전성기를 주도한 건 변화가 아니라 매 순간 차곡차곡 쌓아놓은 성실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성
[장혁] 나의 액션은 내가 디자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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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역습이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은 <2012>의 애니메이션판이자, 음식 재난 무비의 탄생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묘하게도 앞바다의 아이티는 실제로 지진이라는 거대 재난을 만나 먹을 게 없어서 아우성이고, 가상이지만 미국은 음식 폭탄에 숨을 죽인다. 역사는 이렇게 ‘3D’로 생생하게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주기도 한다. 비록 영화이지만 미국이 이렇게나마 반성(?)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건 고마운 일이다. 배스킨라빈스 ‘떠리 나인’의 상속자 존 로빈스가 상속을 포기하면서 육식과 미국의 탐욕스런 포식에 대해 마구 경고장을 날린 지도 오래건만, 미국의 칼로리 섭취는 나날이 늘어가지 않았던가. 믿으시라, 3000Kcal가 넘는 디저트가 팔리고(다이어트 중인 당신, 하루 2000Kcal가 안되고 소녀시대는 하루 800Kcal란다), 피자는 둘이 먹다가 하나가 배터져 죽을 만큼 커다란 나라가 미국이다. 세계의 지방을 짊어지고 사는 미국의 고민이 이런 애니메이
[그 요리] 비만 제국의 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