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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세계관을 새롭게 확장하는 것을 하나의 놀이문화로 정착시킨 팬들은 문 밖으로 나가 스스로 장을 마련한다. 이들은 작품 안에만 존재하던 인물을 현실로 꺼내 살아 숨쉬게 하고, 작품이 채 다루지 않은 이야기 공백을 애정 담긴 상상으로 채워나간다. 즐거운 과몰입의 영역을 넓혀나가는 팬덤의 주체적인 탐험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주인공이 어딘가 살아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우리 모두가 연결된 듯한 감각을 일깨운 여섯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THE FIRST: 송태섭 생일 전시&광고
<슬램덩크> 팬들은 북산고등학교 농구부의 포인트가드 송태섭 생일(7월31일)을 맞이하여 갤러리 전시와 영상 광고를 진행했다. 후원자를 대상으로 펼쳐진 갤러리는 송태섭을 사랑하는 창작자들의 다채로운 2차 창작품을 내걸었다. 이들은 새로운 그림을 통해 NBA 선수로 거듭난 송태섭, 유명 잡지 화보를 찍은 송태섭 등 원작에서 볼 수 없던 농구부 소년의 미래를 빼곡하게 상상했다. 또 가족
[기획] 팬들이 직접 완성한 과몰입의 자리들, ‘우리 애들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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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의 어느 평온한 날, <슬램덩크> 팬들에게 일본으로부터 깜짝 소식이 전해졌다. 8월3일 오전 11시30분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인터하이 상영회가 열린다는 것이었다.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등에서도 같은 시각에 같은 상영회가 열린다고 했다. 8월3일 오전 11시30분. 도대체 이날이 무슨 날인가. 원작 만화 <슬램덩크>에서 북산고 농구부가 고교최강자인 산왕공고 농구부와 경기를 치른 날이 아닌가. 이 인터하이 상영은 원작 만화와 똑같은 상황을 구현해 관객을 작품 속으로 초대하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극장은 경기장이 되고, 관객은 관중이 되는 과몰입의 산 현장이 펼쳐지는 셈이다.
영화산업의 새로운 활로, 과몰입
인터하이 상영회를 본 사람에게는 특별한 선물이 주어질 예정이었다. 바로 인터하이 티켓. 실제 경기장에 입장하는 것처럼 경기 티켓을 나눠주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티켓 디자인이다. 영화에서 전년도 우승 고교를 포스터(송태섭이
[기획] 8월3일 오전 11시30분, 극장에서 응원할 시간,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인터하이 상영으로 보는 과몰입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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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권하정 감독은 우연한 기회에 싱어송라이터 이승윤의 라이브 공연을 관람한다. 공연 이후 이승윤의 팬이 된 권하정 감독은 동서대학교 영화과 입학 동기인 김아현·구은하 감독과 의기투합해 2020년 이승윤의 노래 <무명성 지구인>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그에게 직접 헌사한다. 그리고 이승윤에게 본인이 직접 출연하는 뮤직비디오를 함께 만들어볼 것을 의뢰한다. 이들의 염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응답받는다. “내내 울다가 이렇게 메일 드립니다. 어떤 삶을 사셨는지 어떤 꿈을 포기하셨는지는 제가 알 수 없지만 하정님 길에 제가, 제 노래가 도움이 된다면 무조건 함께하고 싶습니다. 권하정 감독님의 팬 이승윤 올림.” 이 모든 일은 이승윤이 2021년 리부트 오디션 <싱어게인-무명가수전>(이하 <싱어게인>) 시즌1에서 우승하며 스타덤에 오르기 전 일어난 기적이다.
두 친구와 함께 이승윤의 곡 <영웅 수집가>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권하정 감독은 성공
[기획]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재밌으면 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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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방영된 드라마 <다모>의 팬덤 이름은 ‘다모 폐인’이다. 당시 다소 과격하게 지어진 이 명칭은 ‘폐인이 될 만큼 <다모>가 좋다’는 직관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같은 해에 방영된 <대장금> 또한 ‘애호 대장금’이라는 이름의 팬클럽이 존재했다. 장금이(이영애)의 스승인 한 상궁(양미경)은 10회 만에 죽음을 맞이할 운명이었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애호 대장금의 ‘한 상궁 살리기 100만인 서명운동’이 이어지면서 작품에 더 오래 머물게 되었다는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콘텐츠는 과몰입한 팬덤과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이루며 성장한다. 폐인이 될 만큼 중독되었다는 사람들은 한 시대를 상징하는 드라마 열풍의 증거가 되고, 가상 인물을 사랑한 팬들은 그의 목숨을 연장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혜택은 시장 논리에도 적용된다. 과몰입한 팬이 많으면 많을수록 콘텐츠는 보다 강한 힘을 얻게 된다. 방영 회차가 늘거나 다음 시즌이 확정되는 등 제작이 보장되기
[기획] 팬덤과 과몰입,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과몰입은 영화 관람 형태를 어떻게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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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디깅 모멘텀(Digging Momentum)의 시대다. 디깅 모멘텀이란 자신의 취향에 맞는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트렌드를 일컫는다. 보편적 언어로는 마니아, 조금 더 편하게 말하자면 덕후에 가깝다. 이번 특집에서는 팬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과몰입하는 풍경이 콘텐츠 시장 전반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현상적으로 정리해보았다. 먼저 <스즈메의 문단속> <최애의 아이>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통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어떻게 과몰입 콘텐츠를 스스로 완성했으며 그것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들여다보았다. 좋아하는 것을 소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 문화를 만들어가는 팬덤의 주체적 태도가 눈에 띈다. 이어 과몰입한 나머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창작한 이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의 권하정, 김아현 감독과 이들의 사랑을 받는 가수 이승윤, 그리고 영화를 함께 만들어간 구은하씨의
[기획] 과몰입이 콘텐츠 시장에 미치는 영향, '덕후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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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팀워크의 승리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한여름에 겨울 분장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그만큼 고생이 심했다. 한컷이 끝날 때마다 달려가서 배우들의 분장을 고치는 일의 반복이었다. 마치 레이싱팀처럼 일사불란하게 작업하고 빠지는, 그야말로 팀워크의 승리였다. 함께 고생한 만큼 유달리 애정이 더 가는 작품이다. 나중에 시사회 때 스크린을 보고 벅차서 우리끼리 따로 회식도 했다. (웃음) 영탁은 이병헌 배우의 괴력을 새삼 확인한 캐릭터다. 그는 디테일한 설정을 추가하면 그걸 마치 제 몸처럼 소화한다. 이병헌 배우만큼 성실하고 준비된 배우를 본 적이 없다. 오래 알고 지낸 만큼 서로 놀리면서 작업을 하는데, 너무 과한 거 아니냐고 투덜대면서도 캐릭터가 잘 표현되면 누구보다 기뻐하는 게 느껴진다. 배우 얼굴을 다르게 만진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워낙 바빠서 분장 테스트 촬영을 제대로 못하고 넘어갈 뻔했는데, 그럴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해서
[기획] ‘콘크리트 유토피아’, ‘마스크걸’ 특수분장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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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집단 창작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래서 우리는 종종 그 당연한 사실을 잊는다. 촬영, 미술, VFX 등 대표적인 몇몇 파트는 거론되기도 하지만 분장은 각광받는 경우가 드문 게 현실이다. 최근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이병헌,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염혜란, 안재홍의 강렬하고 개성 넘치는 연기가 화제를 모으며 덩달아 그들이 맡은 캐릭터의 분장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모든 캐릭터들의 탄생을 도운 송종희 분장감독은 분장 파트를 단 한마디로 정리했다. “배우의 기존 이미지에 기대지 않고 새로운 얼굴을 발견해내는 것. 동시에 작품 속 캐릭터를 넘어서거나 잡아먹지 않는 것.” 배우의 육체를 빌려 작가와 감독의 상상력을 구체화하는 분장 작업은 캐릭터에 생명을 부여하는 종합예술로 불러 마땅하다.
<그들만의 세상>(1996)을 통해 분장감독으로 입봉한 뒤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기획] “배우와 호흡 맞춰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마스크걸’ 송종희 분장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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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낙원 생츄어리 시티에 사는 주머니쥐 케리(박시윤)는 야생의 삶을 동경한다. 특히 케리가 꿈꾸는 것은 생츄어리 시티에 없는 겨울이다. 언니 페트라(최정현)의 눈엔 이런 케리가 철없기만 하다. 한편 생츄어리 시티의 어린 동물들은 목도리도마뱀 야라의 주재하에 매년 마법의 소원 나무에 소원을 빌 수 있다. 소원 성취가 절실한 나머지 케리는 이날의 금기를 어기고, 생츄어리 시티엔 영원한 겨울이 닥친다. 마법의 소원 나무마저 동사 위기에 처하자 케리는 야라, 페트라와 함께 생츄어리 시티를 되살리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멸종 위기 야생 동물 보호구역 생츄어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이국의 동물에 관심이 많은 어린이들을 위한 좋은 교재가 될 법하다. 애니메이션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낯선 오스트레일리아의 동물들이 대거 등장해 그들의 생물적 특징이 서사를 이끌기 때문이다. 또한 종이나 서식 환경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존재를 분리해 배격할 것이 아니라 각자의 다름을 받아들
[리뷰] ‘생츄어리: 마법의 소원나무’, 어린이들이 반길 오스트레일리아 야생동물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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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남학생 미야노(사이토 소우마)는 한겨울에 밖에 있어도 춥지 않다. 연인 사사키(시라이 유스케)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는 한 학년 위 동성 선배였던 사사키를 동경하던 시절과 사사키에게 사귀자는 말을 들었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자주 만나지만 둘에게 관계의 변화가 찾아올 거라는 걸 잘 안다. 대학 입시를 치르고 있는 사사키가 곧 졸업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온 신경이 쏠린 10대 소년의 감정이 얼마나 시시각각 요동치는지를 은은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보고 싶었다는 선배의 말 한마디, 앞머리를 넘겨주는 선배의 손동작 하나에도 반응하는 미야노의 표정 작화가 돋보인다. 많은 양의 꽃과 도형이 화면을 떠다니는 효과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멋쩍은 상황에 순정 만화 그림체의 주인공들을 앙증맞은 캐릭터로 변모시켜 귀여운 악센트를 준다. 둘만의 완전한 러브 스토리일 줄만 알았던 영화는 미야노의 존재를 알고 충격받는 사사키의 누나를 등장시켜 예
[리뷰] ‘극장판 사사키와 미야노-졸업편’, 사랑에 빠지면 상대의 손동작 하나도 큰 의미가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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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쪽 맨 뒷자리에 앉아 자고 있던 재수생 쉬유수(린이)는 눈이 번쩍 뜨이는 사건을 겪는다. 새로 온 여학생 린샹즈(조금맥)에게 첫눈에 반한 것이다. 일단 친해지는 작전을 서툴게 펼치는 쉬유수를 보고 그의 단짝인 송샤오난(심월)과 장우(왕가휘)가 합세하지만 린샹즈는 꿈쩍하지 않는다. 사고 뒤 친구를 일주일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병이 생겼다는 린샹즈의 말을 듣고도 쉬유수는 그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일주일간 친구>는 동명의 유명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중국영화로 청춘 스타들이 주연을 맡아 주목받은 작품이다. 4명의 남녀 학생이 가까스로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담은 전반부는 내내 창창한 날씨와 경쾌한 배경음악에서 알 수 있듯 발랄한 톤으로 그려진다. 교실, 아지트, 옥상, 수영장 등 교내 곳곳을 누비며 우정과 사랑이 싹트는 순간을 포착한다. 영화는 중반부에 반전을 심어 분위기를 빠르게 전환한다. 린샹즈로 무게중심을 옮겨 그의 과거를 펼쳐 보인 뒤 다시 시
[리뷰] ‘일주일간 친구’, 발랄하게 시작해 한층 깊고 짙은 우정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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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는 한때 독립영화 안에서 어떤 흐름을 이루기도 했던 ‘잉여’의 자리에 ‘덕질’의 요소가 가미된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연출자이기도 한 권하정, 김아현과 함께 구은하까지, 세 사람은 대학 졸업 후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아직 무명이었던 가수 이승윤의 음악을 알게 된다. 그의 음악에서 위로를 받은 세 사람은 이승윤에게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싶다고 제안한다. 우선 그의 노래 <무명성 지구인>으로 만든, 조악하지만 정성을 들인 작은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함께 전달한 그들의 제안을 이승윤은 받아들이고, 세 사람은 그의 미발표 신곡인 <영웅 수집가>의 뮤직비디오 제작에 돌입한다. 뮤직비디오는 처음이라는 그들에게 얼마간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덕질’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에 대하여, 그것이 너무도 개인적이고 내밀한 어떤 것을 가리킨다면, 당연히 누구도 쉽게 말을 얹을 수는 없다. 다만 ‘잉여’와
[리뷰]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과시와 자기 연민 사이에서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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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라켈 레노라 플뢰툼)의 가족이 주택단지로 이사를 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낯선 환경에서의 생활을 앞둔 부모의 관심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언니 안나(알바 브륀스모 람스타드)에게 대부분 향해 있고, 어린 이다에게는 언니를 돌봐야 하는 책임마저 얼마간 주어진다. 가족들이 여름휴가를 떠나 한산하다 못해 인적마저 드물어 보이는 주택단지 주변을 이다는 혼자 서성인다. 그리고 이때 같은 또래인 베니아민(샘 아쉬라프)과 아이샤(미나 야스민 브렘세스 아샤임)를 만난다.
두 사람과 함께 이다는 소망의 실현을 목격하며, 동시에 그것에 수반되는 공포의 세계로 접어든다. 베니아민과 아이샤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특히 안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아이샤를 통해 이다는 언어를 잃은 안나와 불완전하게나마 소통을 하게 된다. 반면에 단순히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을 넘어선 베니아민의 능력은, 그가 가진 잔인한 기질이 더해져 이다를 포함한 나머지 세 사람을 위협하기에
[리뷰] ‘이노센트’, 잔혹하고 위태로운 아이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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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은 소박하지만 행복한 신혼생활 중이다. 아직 단역 배우인 현수는 임신한 몸으로 직장에 다니며 생계까지 책임지는 수진이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 부부의 유일한 걱정은 현수가 어느 날부터 몽유병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거다. 두 사람은 수면 클리닉을 다니며 치료에 전념해보지만 차도가 없다. 아기가 태어난 후에도 현수의 몽유병이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수진의 불안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처럼 점차 속도를 더해간다. 극도로 예민해진 수진은 평소 믿지 않았던 무당까지 불러보지만 상황은 악화될 뿐이다.
집과 잠, 가장 편안해야 할 순간이 무너진다. <잠>은 몽유병을 소재로 기이하고 불안한 상황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영화다. 3부 구성으로 이뤄진 영화는 각 파트에 따라 조금씩 다른 색깔로 관객을 혼란에 빠트린다. “누가 들어왔어”라는 잠꼬대로 시작되는 영화는 전형적인 호러 스릴러의 길을 갈 것처럼 보이지만 이내 방향을 튼다. 수면 장애로 곤란을 겪는 초
[리뷰] ‘잠’, 심리 드라마, 컬트 스릴러, 밀실 공포물 속에서 피어나는 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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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라(레아 세두)는 8살 난 딸 린(카미유 르방 마르탱)과 함께 파리에 살고 있다. 언뜻 보기에 평범한 여성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거나, 무사히 지나가고 있다는 인상 뒤에는 산드라의 매일에 뒤엉켜 있는 애환이 펼쳐진다. 희귀성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 게오르그(파스칼 그레고리)는 집을 찾아온 산드라에게 문조차 열어주기가 쉽지 않다. 우연히 마주친 옛 친구 클레망(멜빌 푸포)과 산드라는 사랑을 시작하지만, 확신과 불안 사이를 오가는 관계에서 클레망과의 사이를 알고 있는 딸이 새로운 가족에 대한 기대를 너무 많이 하지 않도록 다독여야 한다. 아버지의 저서가 익숙한 대학원생들이 그녀에게 아버지의 안부를 물어올 때마다 울음을 삼켜야 하는 일 또한 산드라가 감내해야 하는 일상의 모습이다. 아버지의 병환이 점점 깊어져 돌보기 힘들게 되자 오래전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니콜 가르시아)는 딸들과 함께 아버지를 어느 요양원에 보내야 할지 등을 의논한다.
이야기에는 있지만 인생에는 없는 것
[리뷰] ‘어느 멋진 아침’,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존재하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