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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남자 친구에게 친동생이 살해당한 사건으로부터 9개월 뒤, 닉(테레사 리안)은 자신이 욕조에서 익사하는 환시를 겪으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정신적 위안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을 깨닫고 또 다른 동생 그리고 두명의 친구들과 오스트레일리아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근처로 스쿠버다이빙과 카약을 즐기러 떠난다. 하지만 바다 한가운데에서 만난 상어가 일행 중 한명을 덮치면서 힐링을 목적으로 한 여행은 생존 싸움으로 바뀌게 된다. 섬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여자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분투한다.
<더 리프: 언더 워터>의 여성들은 모두 각자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겪는 고통은 상어와 맞설 때 판단을 늦추는 장벽이 되기도 한다. 서퍼들에게 ‘회색 옷을 입은 남자’라고도 불리는 상어는 여성을 위협하는 학대 남성의 은유이기도 하기에 이 설정은 의미가 있다. 상어가 나타날 듯 말 듯한 공포 효과가 그리 성공적인 편은 아니지만 <47미터&
[리뷰] ‘더 리프: 언더 워터’, 해상 스릴러 영화의 공식을 정석으로 따라가지만 그리 성공적이지는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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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채 무자비하게 은행을 폭파하고 다니는 범죄 집단으로 인해 뉴욕 시민들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목격자들을 스스럼없이 죽일 뿐만 아니라 범죄 현장에 증거 하나 남기지 않는 용의주도함 때문에 경찰들은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 일각에서는 이 집단에 뉴욕 시장까지 연루되어 있다는 말까지 돈다. 이에 경찰은 과거 과도한 폭력 성향으로 인해 살인까지 저질러 징역을 살고 있는 형사 나이트(브루스 윌리스)를 소환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는 사이 범죄 집단의 리더인 콘런(로클린 먼로)은 교도소를 폭파해 재소자들을 탈옥시키는 방식으로 자신의 추종자들을 집결시키려 한다.
<리벤지 나이트>는 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나이트 형사 역을 맡아 범죄 집단을 상대하는 ‘디텍티브 나이트’ 삼부작의 두 번째 작품으로, 그가 은퇴 전 건강이 좋지 않을 때 찍은 여러 편의 영화 중 한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영화 내내 그의 활약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영화를 지탱해야
[리뷰] ‘리벤지 나이트’, 존재해선 안될 범죄, 제작되어선 안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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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을 꿈꾸는 잔고(정광우)는 배우가 되려는 동생 잔디(정수진)에게 영화를 찍기 위해 모아뒀던 돈을 양보한다. 그러나 잔디는 악랄한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빚갚으리오(손이용) 밑에서 인신을 구속당한다. 현상금 사냥꾼 닥터 솔트(서현민)는 노예로 끌려가던 잔고를 구하고, 둘은 잔디를 데려오기 위해 빚갚으리오를 찾아 나선다.
눈치챘듯이 영화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 분노의 추적자>를 패러디한다. 전격 C급 무비를 표방하는 작품은 잘 알려진 방송인이 구사하는 말장난과 인터넷 밈으로 넘쳐난다. 영화 제목 <잔고: 분노의 적자>, 잔고와 닥터 솔트가 타는 말의 이름이 각각 ‘러시’와 ‘캐시’인 점 등은 언어유희일 뿐 경제적 궁핍에 관한 알레고리와 크게 관계없다. 이른바 B급 무비로 통칭하는, 주류 상업영화 또는 유명 작가주의영화와 자리를 달리하는 영화의 속성 하나가 그저 말장난이나 유행하는 개그 아이템의 혼합이어도 무방하다고 여긴 듯하다. 오히려 이 작품에
[리뷰] ‘잔고: 분노의 적자’, 대상과 방향이 불분명한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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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로는 가족과 함께 도시 토리노를 떠나 찾은 알프스 산속 마을 그라나에서 마을의 유일한 아이이자 동갑내기인 브루노와 만난다. 변변찮은 배움의 기회 없이 방목장이나 벽돌공 일을 돕던 브루노를 안타까워한 피에트로의 부모는 비용을 전부 부담해서라도 브루노를 토리노의 학교로 입학시키려 한다. 하지만 브루노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히고 브루노는 아버지 일터로 불려간다. 도시는 브루노를 황폐화시킬 것이란 사실을 직감한 피에트로도 이미 반발한 터였다. 그렇게 헤어진 피에트로와 브루노는 장성한 뒤 우연히 한번 마주치지만 눈길만 주고받을 뿐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다시 뒤돌아선다. 20대를 아버지와 단절한 채 보낸 후 서른이 넘어 그라나를 찾은 피에트로(루카 마리넬리)는 그간 브루노(알레산드로 보르기)가 자기 아버지와 긴밀한 유대를 형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도시 대 산속 아이들의 구도는 일견 작품이 이항대립으로 구성된 드라마의 재판처럼 보이도록 한다. 도시와 자연, 정주와 방랑, 유식과
[리뷰] ‘여덟 개의 산’, 아이맥스 지향 일색에 협소한 화면 구도가 주는 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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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의 시선에 잔 마든보로(아치 매덱)의 모습은 영락없는 게임 과몰입 상태다. 잔이 플레이하는 게임은 레이싱 게임인 ‘그란 투리스모’인데, 그건 5살 때부터 프로 레이서가 되고 싶었던 잔이 현실에서 대체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잔의 부모는 아들의 값비싼 진로를 지원해줄 여력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잔이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잔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게임 그란 투리스모의 최고 실력자를 선발해 실제 프로 레이싱 선수로 양성하는 콘테스트에 잔이 후보로 선정된 것이다. 이 황당무계한 프로젝트의 기획자인 대니 무어(올랜도 블룸)는 자신의 회사인 닛산의 마케팅을 위해 이 일을 벌인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만전을 기하기 위해 업계 최고 실력자인 잭 솔터(데이비드 하버)를 수석 엔지니어로 고용한다. 자신 역시 씁쓸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잭은 마침내 잔의 잠재력과 진심을 확인하게 되고, 그렇게 잔을 도와
[리뷰] ‘그란 투리스모’, 레이싱영화와 게임영화 사이로 차선 걸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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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에르큘 포와로(케네스 브래나)는 은퇴 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평범한 삶을 즐기는 중이다. 하지만 집을 나서면 문 앞에 사건을 의뢰하려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다. 하지만 예외는 존재하는 법. 오랜 친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아리아드네 올리버(티나 페이)가 찾아와 심령술사 조이스 레이놀즈(양자경)의 실체를 밝혀달라고 부탁한다. 둘은 핼러윈 밤에 로웨나 드레이크(켈리 라일리)의 저택에서 열리는 교령회에 참석한다. 드레이크가 교령회를 의뢰한 이유는 죽은 딸 알리시아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교령회가 시작되고 수상한 낌새를 느낀 포와로는 벽난로에서 레이놀즈의 조수가 교령회를 조작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교령회가 거짓으로 들통난 상황에서 레이놀즈가 앉은 의자가 갑자기 빠르게 돌기 시작한다. 레이놀즈는 죽은 알리시아로 빙의라도 한 듯 아이의 목소리로 드레이크에게 말을 건다.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은 베니스의 한 저택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추리 스릴러 영화다
[리뷰]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사전 정보 없이 보면 더 재미난 추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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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작으로<이터널 메모리>(2023)가 선정됐다. 올해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소개된 이후 전세계 시네필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이 작품은 9월20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칠레의 미첼 바첼레트 정권에서 문화부 장관을 지낸 파울리나 우루티아가 남편인 언론인 아우구스토 공고라의 알츠하이머병 투병을 도우며 진행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남미의 새로운 흐름으로 부각되는 마이테 알베르디의 다섯 번째 장편 <이터널 메모리>를 통해 사라져가는 현실을 기록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을 수 있다.
한 노년 남성이 침대에서 몸을 뒤척이고 있다. 그의 곁으로 다정한 목소리의 여인이 카메라를 매만진다. 여자가 남자에게 묻는 것은 자신과 그의 이름에 대해서다. 아우구스토는 현재 알츠하이머 발명으로 인해 작은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윽고 영화는 현재와 대비되는 젊은 시절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저널리
[기획] 개인적인, 지극히 역사적인, ‘이터널 메모리’에 담긴 칠레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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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나는 SOLO>가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인간 군상을 관찰하는 다큐멘터리라거나 사회인류학 실험이라고들 표현한다. 서로 다른 유형의 인간들이 모였을 때 5박6일 동안 부대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온갖 사건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다 평소 어떤 언행을 하면 외부에 부정적으로 비쳐질지 ‘거울 치료’를 받았다고 고백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데이팅 프로그램 범람의 시대에 <나는 SOLO>는 어떻게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위치를 점하게 됐을까. <나는 SOLO> 패널진 녹화 및 한 기수가 끝날 때마다 진행되는 라이브 방송, 출연자 인터뷰, <나는 SOLO,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를 모두 촬영하는 촌장 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남규홍 PD를 만났다.
- 최근 방영 중인 <나는 SOLO> 16기 반응이 뜨겁다.
= 첫 번째 돌싱 특집이었던 10기가 총 10주 동안 방송됐는데 이번에 그 기록을 깨게 됐다. 16기
[인터뷰] 이곳에선 누구든 ‘빌런’이 될 수 있다, <나는 SOLO> 남규홍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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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악> 속 의정의 삶은 고군분투의 연속이다. 대대로 경찰을 배출한 집안의 딸로 자라 경찰이 돼 보안과 경위까지 올랐지만, 1990년대 대한민국의 여성인 의정의 진취성과 독립성을 사회 분위기는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친정 식구들의 구박데기인 남편 준모(지창욱)는 지역 발령 근무 중 의정 몰래 서울에 와 마약 조직 내부에 위장 잠입하는데, 조직의 엄혹한 보스 기철(위하준)은 의정의 아련한 기억 속에선 순수한 소년이었다. 맞서 싸워야 할 일이 의정 앞에 거듭 놓이지만 의정은 멈추지 않는다. 이같은 의정의 태도는 배우로서 “끊임없이 부딪히며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임세미와 똑 닮아 있다.
- 의정 역을 맡게 된 결정적 동기가 있나.
= 우선 작품을 연출한 한동욱 감독님의 전작이 <남자가 사랑할 때>여서 무척 반가웠다. 20대 시절 로맨스 장르에 관한 호기심을 마음에 품던 때가 있었는데, 그 작품을 보고 이런 것이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터뷰] 혼란의 갈림길에서, ‘최악의 악’ 임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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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악>은 정기철(위하준)의 입장에서 보면 순정적인 이야기가 된다. 1990년대 별것 없는 ‘강남 토박이’ 기철은 고교 동창들을 건사하며 우정의 왕국을 세운다. 거대 마약 밀매 조직 ‘강남연합’의 보스로 군림하던 어느 날, 친형제나 다름없던 죽은 절친 태호(정재광)의 사촌 형 승호(지창욱)가 나타나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의 속을 헤집고, 승호의 아내인 줄 모르고 재회한 첫사랑 의정(임세미)은 그를 잠시 호시절로 데려간다. 하늘 한번 보고 스마일. 올해 4월 말 끝낸 <최악의 악>의 현장을 떠올릴 때마다 위하준은 행복하단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동안 장르물에선 칼처럼, 로맨스물에선 꿀처럼 미소를 사용해왔던 그가 이번에는 무표정으로 최악을 참고 견디는 한 남자를 연기했다.
- <최악의 악>은 경찰이 조직에 위장 잠입해 수사하는 익숙한 언더커버 이야기인데, 이 작품에서 어떤 매력을 발견하고 출연을 결정했나.
= 처음엔 나도 뻔하지 않을까 생각했
[인터뷰] 어떤 공감, ‘최악의 악’ 위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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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한 세상에서 평범한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한 <도시남녀의 사랑법>, 어리숙한 편의점 점장의 로맨스를 그린 <편의점 샛별이>, 호스피스 병원의 생과 죽음을 다룬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 등 배우 지창욱이 최근 3년 동안 걸어온 길은 로맨틱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로 가득하다. 거친 말투와 빠르게 전개되는 고난도 액션, 아슬아슬한 눈치 싸움 등 <최악의 악>이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눈에 띄는 건 새로운 모습의 지창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마른 땅에서 자란 고혹적인 꽃처럼 박준모는 꼿꼿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다만 땅 아래에서 물줄기를 찾아 조용히 자리를 뻗는 뿌리만큼 그는 생존 욕망과 인정 욕구도 강하다. 인간은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따라 박준모로 변한 지창욱을 만났다.
- <최악의 악>은 최근 3년 동안 참여한 작품들과 색깔이 많이 다르다.
= 누아르는 처음이다. 항상 범죄 스릴러물이
[인터뷰] 말하듯 몸으로 연기하기, ‘최악의 악’ 지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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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지로 강남 일대가 떠오르던 시절, 관련 조직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시골 경찰 박준모(지창욱)는 두 계급 특진을 걸고 조직에 잠입해 수사를 벌인다. 사랑하는 아내이자 이제 막 서울청 보안관 자리를 발령받은 의정(임세미)의 존재는 준모를 묘한 자격지심과 무한한 지지 사이에서 공중그네를 타게 한다. 강남연합 보스로 자리 잡은 정기철(위하준)은 박준모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그와 함께하게 되고, 과거에 알고 지낸 의정과 예기치 못한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세 인물은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각개전투를 벌이는 동시에 왜곡된 방향으로 무한 질주를 그려간다. 최악의 ‘악’을 각자의 형태로 현실화한 배우 지창욱, 위하준, 임세미를 만나 위태로운 관계의 서막을 물었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최악의 악> 지창욱, 위하준, 임세미 배우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커버] 은밀하게 사악하게, ‘최악의 악’ 지창욱, 위하준, 임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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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과 늦은 군복무를 마치고 나서 생전 처음으로 ‘내 차’를 갖게 되었던 날이 잊히지 않는다. 당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무척 많이 부르고 다녔는데, 내 서른 즈음은 학생운동과의 이별, 학문 세계로의 본격적 진입, 그리고 자동차였던 셈이다.
전국 구석구석으로 차를 몰고 다니면서 내 서른 즈음은 상당한 ‘시선 전환’을 겪었다. 주유소에 걸린 휘발유 가격표가 그 어떤 물가지표보다 중요해졌다. 차가 오는 걸 도무지 신경 쓰지 않는 골목길의 행인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졌고, 주차할 곳과 못할 곳(정확히 말하자면 주차 위반 딱지를 떼일 곳과 떼이지 않을 곳)을 가리는 눈이 발달했으며, 차기 시장이나 대통령은 교통 정체를 해결할 사람을 뽑겠다고 농반진반으로 말하고 다녔다. 그냥저냥 괜찮게 보았던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이 새삼 희대의 명작으로 재평가됐다.
이런 전환은 내게 여러 가지 숙고의 주제를 남겼다. 평범한 이들의 삶을 살피는 작가, 기자, 정치인들은 지하
[정준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그들의 질주를 바라보는 한 운전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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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꽤나 근사하게 만들어진 한국영화다. 이 영화에 대한 주된 긍정적 평가는 영화가 깔끔하다는 것이다. 스릴러, 공포, 오컬트, 코미디와 같은 장르의 클리셰를 활용하면서도 지저분하게 뒤섞지 않았다는 것은 영화의 성취를 설명하는 정확한 진술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는 것만큼이나 의심에 말을 거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비록 그 절차가 다소 부정확한 단언과 과장을 동원한다 해도 말이다. 더군다나 나는 이런 영화들을 볼 때 좀처럼 서스펜스의 안쪽으로 빠져들지 못하는 편이다. <잠>이 몰입의 충실함을 관객의 역량으로 불러들이는 영화라면, 나는 전적으로 실패한 관객이다.
밀고 당기는 스펙터클의 주변부로 밀려나면서 떠올린 것은 영화와는 다소 무관한 징후들이었다. 신혼부부의 불안과 몽유병이라는 불확정적 상태의 중첩으로 극을 이끌던 스릴러가 빙의, 무속과 같은 요소들을 불러들일 때, 장르를 확장하고 변주하는 개성만큼이나 영화가 기어코 한국형 오컬트라는 장내에서 호명되
[비평] 잠과 청결,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