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비극의 고리를 하루 만에 끊을 수 있을까? 동급생 진수(정지훈)의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세종(이효제)에게 이 질문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세종은 학교의 왕으로 군림하는 효상(유신)의 강압으로 진수를 폭행하고 패딩을 뺏은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사건 조사를 위해 형사들이 학교를 찾은 날, 세종은 소식을 접하곤 발작하며 쓰러진다. 눈을 뜨니 시간은 어제로 되돌아가 있고, 세종에게는 진수의 죽음을 막을 기회가 주어진다. <루프>는 학교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의 죽음을 막기 위해 반복되는 하루에 갇히는 타임 슬립물이다. 영화는 주인공이 직면한 상황을 더 비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가정폭력, 다문화가정, 빈부격차 등 불가해한 사회문제를 소환한다. 하지만 비탄의 수렁으로 인물을 끌어당길수록 폭력은 손쉽게 전시된다. 견고하지 못한 타임 슬립의 설정은 끝내 붕괴하고 만다. 모질고 가혹한 무게를 짊어진 배우 이효제의 열연만큼은 불행의 아수라장 속에서 찾아낸 새로운 발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