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영화사 특강 수업이 있다면 이런 풍경일까. 임권택, 이장호, 강우석 감독, 배우 강수연이 8일 오후 3시 반 해운대 비프 빌리지에서 열린 오픈토크 ‘후배들, 노거장에게 청해듣다’에 참여했다. 이들은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자신의 영화인생을 꺼냈고, 미리 관객으로부터 받은 다양한 질문에 대해 대답했다.
만들어 온 영화가 다른 만큼 네 사람이 생각하는 영화도 제각기 달랐다. 이장호 감독은 “어릴 때 영화는 ‘직업’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때는 먹고 살기 위해 영화를 찍었던 것이다. 1976년 대마초 파동으로 4년 동안 활동이 금지 당했을 때 영화가 사회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면서 “최근에 또 생각이 바뀌었다. 신앙이 생기면서 세상에 대한 신앙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 여러분은 앞으로 ‘재미없는 이장호 영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주가로 유명한 강우석 감독에게 어울리는 질문도 있었다. “영화와 술의 관계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강우
거장과 나누는 속 깊은 대화
-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장동건과의 격투신에서 내 펀치가 그의 얼굴에 맞았을 때였다. 한국 대표 배우의 얼굴에 상처를 입혀 입국을 못할까봐 걱정했다”
- <마이웨이>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오다기리 조
“나 역시 몰랐다. 다들 말린다”
- <복숭아 나무> 관객과의 대화에서 구혜선 감독. “계속 연출을 할지는 정말 몰랐다”는 사회자의 말에.
“사실 다음 작품 구상과 관련해 아무것도 진행하지 않았는데 <오직 그대만>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다음 부산국제영화제 전까지 준비를 마치도록 하겠다”
- 감독 버전 <써니>를 들고 부산을 찾은 강형철 감독.
“나 역시 몰랐다. 다들 말린다” 外
-
<소리없는 여행> Mourning
모르테자 파르샤바프 | 이란 | 2011년 | 84분 | 뉴 커런츠
농아인 부부 샤라레와 캄란은 조카 아샤를 뒷좌석에 태우고 긴 여정에 오른다. 언니 부부를 만나러, 더 정확히는 간밤에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샤의 부모를 찾으러 가기 위해서다. 길이 폐쇄되고, 차가 고장이 나고, 수리공을 불러 정비소로 이동하고 하는 몇 가지 난관이 이어지는 동안, 샤라레 부부는 사고의 자초지종과 아샤를 누가 기르게 될 것인가를 두고 수화로 대화를 나눈다. 별 다른 자극적인 사건 없이도 영화는 이들의 사실적인 대화와 몇몇 촌극만으로 한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긴장을 유지한다.
<소리없는 여행>의 미덕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 거리두기에 있다. 샤라레와 캄란이 말다툼을 하는 동안 이들 부부의 오랜 상처가 불거지지만 영화는 이들의 슬픔을 섣불리 증폭시키지 않는다. 아샤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아샤는 이 길고 지루한 여행에 크게 동요하지
불확실한 현재 속에서의 슬픔과 애도 <소리없는 여행> Mourning
-
<회색 거짓말> Off White Lies
마야 케닉 | 이스라엘 | 2011년 | 86분 | 플래시 포워드
열세 살, 주근깨 소녀 리비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도착한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엄마 곁을 떠나 아빠와 함께 살기 위해서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아빠 샤울은 집도 없는 떠돌이 신세에, 뻔뻔하고 대책 없이 낙관적이기까지 하다. 친구에게 신세를 지려던 샤울은 때마침 폭격을 맞아 난민수용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딸과 머물 장소를 찾아 묘책을 세운다. 바로 난민들에게 거처를 제공하는 집에 들어가 난민 행세를 하는 것. 이때부터 이들 부녀는 이러저러한 거짓말들을 꾸며내며 공범이 된다. 이들은 샤울의 잡동사니 창고에서 옛날 비디오테이프를 꺼내 보며 과거를 추억하고, 함께 무전취식을 하고, 또 소박한 생일 파티도 하면서, 서로 떨어져 있었던 시간의 공백들을 채워나간다. 리비가 샤울에게 마음을 여는 동안, 그들을 받아 준 레히만 가족과의 어색한 관계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
2차 레바논 전쟁 속 어떤 부녀의 해프닝 <회색 거짓말> Off White Lies
-
-
<댐 라이프> Damn Life
기타가와 히토시 | 일본 | 2011년 | 84분 | 뉴 커런츠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쉽게 폭력을 휘두른다. 그들은 당하는 자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휘두른 폭력이 되돌아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다. <댐 라이프>는 집단 괴롭힘으로 망가지는 한 인물을 통해 폭력이 부메랑이 되어 집단을 파괴하는 상황을 그려낸다. 어린 시절, 엄마의 말을 듣지 않아 동생이 강물에 빠져 죽는 사건을 경험한 코타니는 다른 사람의 말을 절대 거스르지 않는 사람이 되고 만다. 어느 댐 건설현장에서 일하게 된 코다니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싫단 표현을 하지 못한 채 점점 망가져 간다. 결국 그들의 폭력은 코타니를 위협적인 존재로 탈바꿈시킨다. 시킨 일은 반드시 완료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코타니는 점점 상식 밖의 무시무시한 명령을 수행해나간다.
<댐 라이프>는 이중적이다. 직역하면 ‘빌어먹을 인생’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는 폭력의 이중적인 본질 <댐 라이프> Damn Life
-
서극 감독은 올해 부산에 영화 대신 비전을 가지고 왔다. 1980년대 홍콩 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그는 침체된 홍콩 영화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무기로 3D를 선택했다. 서극 감독은 현재 자신이 제작하고 이혜민 감독이 연출한 <신용문객잔>(1992)을 리메이크한 3D 영화 <용문비갑>의 후반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최초의 3D 무협영화가 될 <용문비갑>은 11월 중 영화 제작을 완료하고 12월20일경 중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하기도 한 서극 감독은 <용문비갑>과 관련해 7일 열린 3D 입체영화 제작 세미나에도 참여했다.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무협영화의 액션을 어떻게 3D로 구현하느냐는 것이다. 서극 감독은 무협영화를 3D로 제작하는 것이 기존의 2D영화에 비교했을 때 용이한 점이 많다고 설명한다. “2D 영화에서는 액션 동작 등을 강조하고 공간감이나 입체감을 만들어내기
아시아의 상상력, 무협 3D로 구현하겠다
-
<돈과 사랑>
리칭휘 | 대만 | 2011년 | 95분
필리핀은 해외 노동인구 수출 세계 2위 국가이며 그 규모는 국민의 1/10에 달한다. 이 수치 뒤에는 고독 속에 시든 젊음과 부서진 가족이 있다. <돈과 사랑>은 고국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대만 타이페이 노인 요양소에서 숙식하며 휴가없이 일하는 필리핀 여인들의 사연을 1998년부터 13년에 걸쳐 대만과 필리핀을 오가며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베이비, 롤리타, 마릴린…. 카메라는 향수병을 물리치고 인내심을 지탱하기 위해 가족사진 대신 차용증을 품고 생활하는 그녀들을 참을성있게 지켜본다. 10대 초반부터 무능한 남편을 만날 경우를 대비해 돈 버는 법을 어머니에게 배운 여자들에게 돈(money)과 사랑(honey)은 압운이 들어맞는 불가분의 단어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밥을 먹이고 공부시키는 일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 사랑이겠냐고 그녀들의 거친 손발은 반문한다. 그러나 신념이 외로움과 불안마저 잠재울 수는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는 서글픈 역설 <돈과 사랑>
-
Q. 영화 <투혼>을 보면 심판의 오심에 거센 항의를 하다가 감독도 코치도 퇴장당합니다. 2군 코치였다가 막 1군으로 올라온 채문이 남은 경기를 이끌기 시작하는데 이게 실제 야구 경기에서도 가능한가요?
A.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른바 대타를 준비하란 거죠. 그래서 헌법 제88조 3항과 89항에 따르면 대통령이 유고시에는 국무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권을 가지게 됩니다. 그럼 야구경기 중 감독이 빠지면 누가 경기를 이끄는 잇몸이 될까요. 영화 <투혼>에서는 2군 코치였던 채문이 갑자기 감독 역할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게 과연 가능한지 <스포츠 춘추> 박동희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박 기자에 따르면 “야구에는 헌법처럼 감독이 퇴장당하면 코치가 대신한다는 룰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보통 감독이 퇴장당하면 수석코치가 대신합니다”라고 하네요. 잘 알겠습니다만 영화에서는 수석코치로 보이는 사람도 퇴장당하는데 이럴 때는 누가 팀을 이끌어야
[Cinepedia] 영화 <투혼>을 보면 심판의 오심에 거센 항의를 하다가 감독도 코치도 퇴장당합니다. 2군 코치였다가 막 1군으로 올라온 채문이 남은 경기를 이끌기 시작하는데 이게 실제 야구 경기에서도 가능한가요?
-
-많이 늙으셨네요. 영화에서는 빛나는 고교생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때는 1963년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예순이 넘은 영감이 다 됐습니다. 오지상이죠 이젠. 하아….
-요즘은 뭘 하고 지내십니까. 당시에는 피가 팔팔 끓는 청춘이었잖아요. 분명히 열혈의 젊은 날을 보내셨을 것 같아요.
=그땐 그랬죠. 도쿄대에 입학했는데 당시 일본은 학생운동 전공투의 시대가 막 시작되고 있었죠.
-뜨거운 시대였습니다! 그땐 일본의 젊은이들이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학원 민주화를 요구하며 일본 역사상 최초이자 최후의 전국적 혁명운동을 일으켰잖아요!
=특히 제가 도쿄대 다니던 1969년에 야스다 사건(학생들이 도쿄대 야스다 강당을 점거하고 일본 경시청과 무력 충돌을 일으켰던 사건)이 벌어졌고, 저도 그 역사의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싸웠습니다. 그땐 우리 모두가 화산처럼 분노하고 억새처럼 버티며 투쟁했더랬죠.
-그러나 전공투 시대는 금방 막을 내리고 말았는데, 그것도 학생운동 조직 내분에 의
[김도훈의 가상인터뷰] 찬란했던 과거는 가슴에 묻어두고
-
기차 발명과 철도 시간표로 인한 세계 시간의 표준화는 <80일간의 세계일주>를 가능하게 했다. 그 이후 인간은 세계 곳곳으로 점점 더 빠르게 날아가게 되었다. 이제 인터넷은 방 안에 앉아서 세계 각국의 골목길은 물론 안방 풍경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었다. 물론 그것은 대부분의 인간의 손에 들린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휴대폰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것은 찍고 찍히고 전송하는 일을 숨쉬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우리는 감독이라는 거창한 호칭 없이도 찍을 수 있고, 배우라는 화려한 수식 없어도 찍힐 수 있다. ‘197개국 8만명이 함께 찍은 영화’라는 <라이프 인 어 데이>는 그러한 삶의 변화를 영화 형식 안에 담으면 어떨까를 메이저급으로 실험한 작품이다. 토니 스콧과 리들리 스콧 형제가 제작 기획하고 케빈 맥도널드가 연출한 이 작품의 컨셉을 전해들었을 때 나는 상당히 흥분하며 실체를 기다렸다. 그런데 사실 이 기대는 상당 부분, 이 영화가 어느 날 하루
[영화읽기] 남성적이고 계몽적인 서사에서 벗어날 길은 없나
-
유아인은, 길게 혹은 넓게 찍어야만 할 것 같은 피사체다. 1분만 지켜보라. 그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한다. 이완 혹은 이완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미세한 몸부림. 고정된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얹고 인터뷰라도 녹화할라치면 어느새 프레임 밖으로 삐져나가 귀만 잡혀 있기 일쑤인 골칫거리. 지난 2년간 유아인은 TV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와 <성균관 스캔들>에서 바스트숏 혹은 그보다 더 바짝 다가선 프레임 안에서 누가 얼굴로 더 파장 큰 표현을 하는가를 겨루는 연기를 했고 호평받았다. <하늘과 바다> 이후 3년 만의 영화 <완득이>는 유아인에게 우선 육체적 해방감을 주었다. “몸이 편해지면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 같아요. 굳이 뭘 더 얹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내 본능이 보는 사람에게도 먹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완득이>의 완득은 놀랄 만큼 편안해 보인다. 문제아라고 불리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안정된 인격의 소유자로
[유아인] 가면을 가리키며 걷는 배우
-
스스로 얘기하듯 <히트>의 이성한 감독은 충무로의 아웃사이더 같은 존재다. 데뷔작 <스페어>(2008)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바람>(2009)으로 다시금 주목받았지만 아직 흥행이라고 할 만한 성적을 거둔 적도, 주류영화계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적도 없다. 그런 그가 다시 범죄스릴러 장르 <히트>로 돌아왔다. 어쨌건 그 역시 하나의 장르에 매진하는, 그러면서 그 속에 그만의 색깔을 심어놓는 고집있는 감독 중 하나다. 개봉일 직전까지 자신의 장기라 할 수 있는 액션과 사운드 편집을 마지막으로 손보고 있던 그를 만났다.
-세 번째 영화를 끝낸 소감이 어떤가. 데뷔작이나 두 번째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일 것 같다.
=돌이켜보면 <스페어>로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일 자체가 나에게 꿈같은 일이었다. 고등학생 때 영화연구회 동아리에 있으면서 영화과 형들에게 배운 적은 있지만 한겨레영화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한 게 영화연
[이성한] 맨땅에 헤딩
-
베를린만큼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도시가 또 있을까? 같은 냉전의 상징이었다고 해도 (심지어 현재형이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판문점은 베를린과 비교하기 어렵다. 판문점은 협상을 위해 지어진 특수목적의 건물군이지만 베를린은 도시다. 그것도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몇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런 도시가 둘로 나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헤어진 가족들. 친구들. 서로 다른 체제간의 경쟁과 긴장. 슈타지. 체크포인트 찰리. 케네디의 “Ich bin ein Berliner”(나는 베를린 사람입니다). 독일 분단과 한반도의 분단이 겹쳐진 동백림사건. 도시처럼 허리가 두 동강난 건물들.
우여곡절 끝에 독일이 통일되고 338 대 320이라는 근소한 표차로 연방수도가 본이 아닌 베를린으로 확정되면서 또 다른 이야기들이 등장했다. 폭로되는 배신의 기록. 다시 나타난 땅 주인들. ‘동독박물관’으로 축소되어 사라진 동독인들의 삶. 세계적
[architecture+] 베를린이라는 도시 전설
-
<많아지면 달라진다>의 2장에서는 한국의 미국 소고기 개방 반대 촛불시위의 발생과 확산 양상을 다룬다. 동방신기 팬클럽인 카시오페아의 게시판에서 광우병과 미국 소고기에 대한 글을 공유한 여고생들이 촛불시위에 참가한 데 대해, 이 책은 이렇게 분석한다. “학교 운동장과 커피숍에서 주고받으면서 그냥 사라지고 말았을 대화가 이곳에서는 전문 미디어 회사들만 누리던 두 가지 특성을 얻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접근성과 영속성이었다. 접근성은 어떤 사람이 쓴 글을 다수가 읽을 수 있음을 뜻하고, 영속성은 어떤 글이 오래 남는 것을 뜻한다. 사람들이 인터넷에 연결되면 접근성과 영속성이 크게 높아지는데,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인터넷 연결이 가장 잘된 나라이다.” 뉴욕대 언론대학원 교수인 클레이 셔키는 <많아지면 달라진다>에서 사람들이 이전에 TV를 시청하던 시간의 1%만 ‘생산과 공유’에 사용하는 세상이 온다고 말한다. 그 1%인 연간 1조 시간은, 1년에 위키피디아 100개
[도서] 좌우명, 마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