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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이제 무라카미 하루키는 읽지 않는다. 언제부터였는지 왜 그랬는지 어쨌든 그렇게 되었다. <상실의 시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일각수의 꿈>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가 전부였던 것 같다. 그런데 20대를 생각할 때마다 그 문장들이 먼저 떠오른다. 90년대 초반 언저리에 하루키를 읽은 내게, 하루키는 어쩔 수 없는 90년대의 얼룩이다. 트란 안 훙과 라디오헤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상실의 시대>와 조니 그린우드의 조합은 추억을 정조준한다. 재차 고백하자면, 영화관에서 어쩔 수 없이 몇번이나 눈물이 핑 돌았다. 나오코와 와타나베, 미도리 때문이 아니다. 추억을 관통당했기 때문이다.
사운드트랙에서는 <나오코가 죽었다>가 가장 인상적이다. 와타나베가 외딴 바닷가에서 목놓아 우는 장면. 이때 화면에는 음악만 흐르는데 거대한 질량의 사운드가 들이닥치는 게 장관이다. 영화를 본 다음엔 이런 각성이 남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지나간 얼룩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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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향은 이탈리아 카피 모델이다. 2007년에 이탈리아 자전거 브랜드인 비앙키, 지오스 미니벨로와 닮은 일본산 미니벨로를 구입하면서 카피 인생이 시작되었다. 자전거 디자인의 핵심은 프레임인데 내가 산 저가형 모델(그래도 32만원!) 프레임은 이탈리아산과 꼭 닮았다. 처음에는 좋았다. 비록 카피 모델이었지만 충분히 예뻐 보였다. 100만원짜리 자전거를 살 여유는 없었기 때문에 만족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아쉬움이 밀려왔다. 자전거를 끌고 한강 공원에 나갈 때마다 고급 기종이 슥슥 지나가면 어쩐지 초라해졌다. 자전거를 모르는 사람들은 “와, 자전거 예쁘네요”라고 꼬박꼬박 칭찬을 해주었지만 그럴 때마다 “이건 비앙키 카피 모델이에요”라고 꼬박꼬박 대답했다.
이탈리아 사랑은 두 바퀴 인생의 2막에서도 이어진다. 남산 꼭대기에 위치한 지금의 <씨네21> 사무실로 이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해 3월 눈오는 날에 충동적으로 스쿠터를 구입했다. 맙소사. 가격 비교도 하
[타인의 취향] 이탈리아, 당신을 사지 못하는 나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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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라는 아름다운 말이 있다. 어떤 인간들은 이 문구를 등에 업고 “호모포비아도 하나의 취향이니 받아들이라”고 우기기도 하는데, 그렇게 막 던지는 분위기에 숟가락 하나 얹어보자면 내가 존중받고 싶은 취향은 ‘로맨스포비아’다. 스무살 이후 소설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남녀상열지사가 주제인 작품을 자발적으로 본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요, 극장에서 러브신이 나오면 일단 잠든다. 두어해 전 그 이유를 진지하게 5분가량 고찰해본 바, 나에게 로맨스는 ‘드라마’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훨훨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답건 말건 그 신은 스토리의 정체지 진행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로맨스란 물건도 쓸모있는 곳이 꼭 하나 있으니 바로 ‘웃기는’ 용도다. 사실 다 큰 어른들에게서 이성적인 판단 능력을 빼앗고 온갖 어처구니없는 짓을 다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로맨스는 본질적으로 코미디와 종이 한장 차이다. 당사자들이 그 희극적 요소를 깨닫지 못한다는 데
[최지은의TVIEW] 웃긴 게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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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관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때로는 얼굴도 보지 않고 선입관을 갖는 경우도 있다.
‘상상초월 쇼케이스’의 사전미팅을 하기 위해 랍티미스트를 만나러 가는 길, 내 머릿속에는 한번 시작되어 도저히 멈출 수 없게 되어버린 수많은 상상들이 날뛰고 있었다. 일단 만나면 욕 한두 마디 뱉는 걸로 인사를 대신하고, 대화 중간중간에는 디스(diss)가 듬뿍 담긴 말씀도 해주시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는 “이런, 젠장, 이런 거 난 못해, yo”라면서 나가버리는 (도대체 뭘 상상하는 거니?) 장면이 자꾸만 떠올랐는데, 카페에 도착했더니 아직 래퍼들이 오지 않은 관계로 불안한 마음을 다잡으며 (벌써 열 받아서 가버린 거 아냐?)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보았다.
“예비군 훈련 때문에 좀 늦는대요.”
예비군 훈련? 아, 래퍼들도 예비군 훈련을 받는구나. 당연한 일인데 낯설기만 했다. 주인공 랍티미스트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지만 함께 만나기로 한 뮤지션 D.C(이 친구, 노래가
[김중혁의 No Music No Life] 새벽 3시 우리의 방구석 청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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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3일부터 28일까지 베이징에서는 제1회 베이징국제영화제가 열렸다. 하지만 행사 자체는 그다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었다. 불과 두달 뒤에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상하이국제영화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상하이영화제가 경쟁 영화제인 반면, 베이징영화제는 비경쟁 영화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두 영화제 모두 필름마켓이 열리고, 주최 또한 중국의 영화, TV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이다(상하이시와 베이징시가 각각 공동주최로 참여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베이징국제영화제의 정식 중국어 명칭이 베이징국제전영계(北京国际电影季)이다. 영문으로 옮기면 ‘Beijing International Film Season’이다. 상하이국제영화제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했던 듯하다.
베이징영화제는 개최일자가 각기 다른 기존의 베이징 스크리닝, 베이징대학생영화제, 베이징민족영화제, 베이징청소년공익영화제 등
[김지석의 시네마나우] 자국 시장 힘만 믿으면 안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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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 드라마 '미스 리플리'(극본 김선영/ 연출 최이섭) 제작발표회가 5월 1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장충동 반얀트리에서 열렸다.
화려한 성공과 실패 속에 감춰진 인간들의 욕망과 사랑, 배신을 그리게 될 '미스 리플리'는 김승우, 이다해, 강혜정, 박유천의 화려한 캐스팅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사거리에 서 있던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배우들이 교차로에 모인 기분" 이라고 밝힌 이다해는 작은 거짓말을 시작으로 세상을 속이게 되는 장미리 역을, 김승우는 늘 1등을 놓치지 않은 의대 출신의 호텔 총 지배인 장명훈을 연기한다. 한편, 4년만에 안방 극장을 찾은 강혜정은 착하고 여린 나희주로, '성균관 스캔들'로 연기의 입지를 다진 박유천은 이 시대의 완벽남 송유현을 맡아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미스 리플리'는 '짝패' 후속으로 5월 30일에 첫 방송된다.
[화보] 드라마 ‘미스 리플리’ 제작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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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카피하다>를 본 관객이라면 두 남녀는 과연 어떤 관계일까 하는 질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만약 두 사람이 낯선 관계라면 두 사람은 영화 중반부터 부부 관계를 흉내낸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고, 두 사람이 부부였다면 두 사람은 부부로서 옥신각신하는 영화 중반부까지 낯선 관계처럼 연기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가설은 논리적으로는 양립 불가능한 관계, 그러니까 둘 중 하나는 거짓일 수밖에 없다. 키아로스타미가 관객에게 요구하는 것이 둘 중 어느 것이 진짜인지 가리는 일은 아닌 듯하지만 그래도 궁금한 건 궁금한 거다. <사랑을 카피하다>가 진품 이상으로 가치있는 복제품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면 이는 낯선 두 사람이 부부의 역할극에 빠져드는 내용의 영화임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낯선 두 사람이 부부인 척 행세하면서 진짜 부부 이상으로 그 진실과 본질을 보여줄 때만, 원본 이상의 가치를 갖는 복제품이라는 자신의 주제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
[전영객잔] 그 너머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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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L'Apollonide > 포토콜 현장
[화보] < L'Apollonide > 제 64회 칸 영화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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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 Look >, < Hors Satan > 의 포토콜 현장
[화보] The Look, Hors Satan 제 64회 칸 영화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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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이 시네마테크 KOFA에서 5월17일(화)부터 6월19일(일)까지 ‘발굴, 복원, 그리고 초기영화로의 초대’ 행사를 연다. 말 그대로 ‘발굴’, ‘복원’, ‘초기영화’에 초점을 맞춰 총 43편의 작품을 대거 상영한다.
첫 번째 ‘발굴’ 부문에서 상영될 작품들은 2010년 한국영상자료원이 발굴 수집한 영화들이 주다. 테드 코넨트 컬렉션이 우선 눈에 띈다. 테드 코넨트는 1950년대에 이형표 감독과 함께 국제연합한국재건단(약칭 UNKRA)에서 활동했다. 두 번째는 1960년대에 주한 미공보원으로 재직하며 문화영화 제작에도 참여했던 험프리 렌지의 소장영화들이다. 세 번째는 김기영 감독의 초기 작품들이다. 지난해 한국영상자료원은 미국 국가기록원에서 마침내 말로만 전해지던 김기영 감독의 데뷔작 <죽엄의 상자>(1955)를 발굴 수집했고, 당시에 함께 발굴된 김기영 감독의 문화영화 세편과 함께 <죽엄의 상자>를 이번 상영전에서 최초로 선보인다. 테드 코넨트
전설 속 걸작들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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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는 기표와 ‘과거’라는 기표가 결합하면 뭔가 성적이고 불미스러운 기의들이 마구 달라붙는다. 이때 ‘여자’를 ‘엄마’로 대체하면 더욱더 불경스러운 조합이 된다. ‘여자’는 현재나 미래에 속한 것일 때, 지금 함께하거나 앞으로 함께하기를 꿈꾸는 대상일 때 안전한 존재가 된다. 혹은 한 남자의 과거 속에서 완벽한 첫사랑으로 추억됨으로써 애틋한 존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표면적으로 <써니>는 그런 고정관념에 도전하기 위해 기획된 것처럼 보인다. 당신이 ‘엄마’라고 부르는 탈성화된 존재가 실은 ‘자신만의 역사를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이 주인공인 임나미(유호정)와 친구 하춘화(진희경)를 통해 반복적으로 진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서사는 오히려 그녀들의 진술은 철저하게 배반하고 있다. 과연 ‘써니’의 칠공주들을 통해 형상화된 현재와 과거는 온전히 그들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주인공 임나미는 여고 시절에 대한 회상과 친구들과 25년 만의 재회를 통
[영화읽기] 지금 현모양처여야 과거를 긍정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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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 Tree Of Life > 레드카펫, 포토콜 현장
[화보] < The Tree Of Life > 제 64회 칸 영화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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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 Tree of Life > 레드카펫 현장에서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화보]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 레드카펫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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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편집 어플 활용하기
애플에서 나온 iMovie는 원래 맥OS에서 동영상을 쉽게 편집할 수 있도록 개발된 프로그램이었으나 지금은 모바일 버전이 나와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도 촬영한 영상이나 사진을 간편하게 편집하여 영화를 완성케 하는 어플입니다. 손바닥 크기의 스마트폰을 들고 세밀한 편집을 하려면 짜증이 나기도 하겠지만 일단 모바일 기기에서 영화제작의 기획부터 배급까지 모든 것을 해보기로 했으니 복잡한 영상편집 또한 가능하다는 것도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편집을 시작하기 위해서 iMovie에서 제일 먼저 프로젝트 생성을 해야 하는데 일단 어플을 실행한 뒤 보이는 위 화면에서 왼쪽 하단의 +버튼을 누르면 새로운 프로젝트가 만들어지면서 다음 화면으로 넘어갑니다. 거기서 미디어 삽입 버튼을 누르면 이제까지 촬영한 소스들과 사진 그리고 음악이나 음향 효과, 녹음한 오디오 등을 불러들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기존 비디오를 추가하려면 언제든지 미디어 보관함에서 비디오 버튼을 누르면
[영상공작소] 손바닥 편집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