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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8월4일 3D로 개봉하는 <7광구>는 석유 시추선 이클립스호 대원들이 심해에서 올라온 괴생명체와 사투를 벌인다는 이야기다. 모두가 궁금해했던 건 대체 괴물이 어떻게 생겨먹은 놈이냐는 것이었다. 지난 7월 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한 모팩스튜디오의 장성호 대표는 몇 가지 단서를 남겼다. <7광구>의 괴물은 온갖 해산물을 토대로 만들어진 심해 생명체다. 게다가 괴물은 영화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변이를 하며 인간을 공격한다. 물론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제작자 윤제균, 김지훈 감독, 장성호 대표를 만나 괴물을 창조한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캐물었고, 놀랄 만한 단서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최초로 공개하는 <7광구>의 괴물 디자인 변천 과정과 뒷이야기를 여기에 싣는다. 동시에 할리우드 크리처 디자이너들의 역사를 읽다보면 크리처 디자인의 역사가 기술적인 진화일 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성취의 역사라는 걸 짐작할
무시무시한 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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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가 되기 전의 스티브는 왜소하다. 대역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촬영했나.
=리앤더 디니라는 대역이 있었다. 하지만 대역은 특수효과팀에서 작업할 때 참고할 자료를 위해 연기했을 뿐이다. 영화에서 보이는 모습은 블루 스크린 앞에서 나를 촬영한 뒤 내 몸을 CG로 축소시킨 결과물이다.
-‘캡틴 아메리카’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았나.
=거의 몰랐다. 방패를 든 코믹스 캐릭터라는 건 알았다. 친구 집에서 잠깐씩 하던 비디오 게임의 캐릭터였다는 정도? 나는 코믹스를 읽으며 자란 아이가 아니었다. 나는 <톰과 제리> <벅스 바니>를 보는 아이였다.
-2011년에 미국 국기 디자인의 코스튬을 입은 히어로를 연기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했나.
=우리는 미국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도, 미국을 대표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성조기를 본뜬 옷을 입고 있지만 그건 이 캐릭터가 미국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스위스에서 만들어졌으면 적백의 코스튬을 입은 캡틴 스위스가
미국을 대표한다는 생각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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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어벤져>를 미국이 아닌 타국 시장에 공개하는 기분은 어떤가.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미국적인 부분은 타이틀이다(원제는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다). 성조기로 만든 의상을 입은 남자가 등장하지만 그저 옳은 일을 하고,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싶었던 남자의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국제적이고, 이상적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영웅담이다.
-타이틀에 ‘캡틴 아메리카’가 들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맞다. 우리는 선전영화가 되거나 정치적 견해를 담은 영화로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한국에서만 <퍼스트 어벤져>라는 제목으로 개봉한다.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제목을 바꾸는 것으로 더 많은 관객이 영화를 즐길 수 있다면 만족한다.
-후반작업에서 3D로 변환했다. 3D 상영에 대해서 미리 고려하지는 않았나.
=처음부터 3D 상영을 고려했지만 3D로 촬영하고 싶지 않았다. 3D 촬영은 세트
국제적·이상적인 영웅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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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유니버스’는 마블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의 공존을 전제로 하는 세계관이다. 이를테면 헐크, 아이언맨, 토르 등이 함께 모여 악당을 물리치는 것이 가능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이러한 마블 유니버스의 영화적 재현을 위해 개발한 개념으로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인크레더블 헐크>의 마지막 장면에 출연하고, <토르: 천둥의 신>에서 호크아이(제레미 레너)가 토르에게 석궁을 겨누는 등 지금까지 모두 4편의 영화를 통해 이야기와 캐스팅을 공유해왔다. 목적은 하나다. <어벤저스>라는 슈퍼히어로 연합군에 대한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치기 위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7월28일 개봉하는 <퍼스트 어벤져>는 2012년 5월 개봉하는 <어벤저스>를 위한 오랜 준비의 마침표이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재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슈퍼히어로 연합군의 리더 ‘캡틴 아메리카’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슈퍼솔져, 세계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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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40대 대표작입니다.” 오성윤 감독이 <마당을 나온 암탉>을 시작한 건 40대 초반, 완성을 하고보니 40대가 훌쩍 가버렸다. 1989년 애니메이션을 시작, 대한민국 대표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오돌또기 프로덕션의 제작이사 겸 감독인 그는 원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에서 회화를 전공한 순수 예술가였다. 대학 때 ‘미술대 연극과’라고 할 정도로 그림보다 연극 연기와 연출에 빠졌다는 오성윤 감독. 애니메이션 연출도 연극 연출을 했던 그의 이력과 관련이 있다. 그는 이번 작품으로 회화의 아름다움이 대중예술과 접목될 수 있는 지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영화 한편 만들었다기보다 내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지나온 과정을 돌아보며 그는 인터뷰 도중 눈시울을 붉혔다.
-<마당을 나온 암탉> 이전 오돌또기 프로덕션에선 장편애니메이션 연출을 준비하다가 고전을 한 경험이 있다.
=타격이 컸었다. 2~3년 동안 준비하던 작품이 실패
할리우드, 일본과는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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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던가. <마당을 나온 암탉>의 암탉 ‘잎싹’의 울음은 놀랍게도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명필름의 프로덕션 노하우, 오돌또기 프로덕션의 애니메이션 제작 노하우가 대중과의 만남이라는 목표로 수렴된 결과다.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이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으로 새롭게 부화하기까지 꼬박 6년의 시간이 걸렸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한국 애니메이션에 제시한 새로운 지점을 살펴보고,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오성윤 감독에게 작품의 제작과정을 들어보았다.
엄마가 운다. 엄마가 아니어도 운다. 그러니 아이들도 따라 운다. 너도나도 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준 감동의 크기는 컸다. 개봉 전 가진 시사회 뒤 극장을 나서며 한 엄마 관객이 말한다. “애들 보여주러 왔다가 내가 울고 나가네.” 오열을 했다는 동료 기자가 거든다. “난 엄마와 동물에 약한데 이건 동물 엄마 이야기잖아.”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
감동의 눈높이를 사려깊게 맞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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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웹진 ‘보다’ 편집장 ★★★☆
이 앨범은 검정치마가 조휴일의 솔로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확실히 말해준다. 노래는 조휴일이 겪고 느꼈던 개인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첫 앨범에서의 발랄하고 섹시하기까지 했던 정서가 너무 갑작스레 애늙은이처럼 변한 것 같지만 나직이 내뱉는 독백도 나쁘지 않다. 중독성은 오히려 더 강해진 것 같다.
이민희 웹진 ‘백비트’ 편집인 ★★★★
‘뿅뿅 사운드’를 기대했다가는 오산. 전작처럼 놀고 즐기는 앨범이 아니다. 화사하고 세련된 사운드와 작별하고 어쿠스틱 기타를 축으로 포크와 컨트리를 선보이는 조용한 전환의 앨범이다. 장비를 축소하고 작은 악기에 집중하면서 조휴일은 목소리와 이야기를 전달한다. 뉴욕 출신의 신비로운 청년이었던 그가 이제는 날카롭고 정직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표면은 심심해졌지만 내면은 깊어졌다. 성공한 격변이라 말하고 싶다.
최민우 웹진 ‘웨이브’ 편집장 ★★★☆
데뷔작을 통해 청자들이 가졌을 법한 기대를 다소 의도적으로 비
[hottracks] 좀더 날카롭고 솔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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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연희목요낭독극장 <모든 가능성의 종이>
일정:7월28일(목) 오후7시30분
장소:연희문학창작촌 야외무대 열림
문의:02-324-4690
낭독의 변신이다. 우아하게 차를 홀짝이며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시를 읊고, 그런 작가에게 눈웃음으로 답례하는 고상한 낭독회가 아니다. 서울시창작공간 연희문학창작촌의 연간 기획 프로그램 ‘연희목요낭독극장’은 시와 소설과 음악과 영상과 각종 퍼포먼스가 공존하는 에너지 넘치는 한편의 공연이다. 7월의 연희목요낭독극장에는 여성의 삶에 꾸준히 천착해온 신달자 시인과 낭만주의적 정신을 순도 높게 구현한다는 평을 받고 있는 박정대 시인이 초대됐다. 7월28일 오후 7시30분, 연희동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연희문학창작촌 야외무대 ‘열림’에서 두 작가를 만날 수 있다.
7월 연희목요낭독극장의 타이틀은 ‘모든 가능성의 종이’이다. 이 제목은 신달자 시인의 시집 <종이>와 박정대 시인의 시집 <모든 가능성의 거리>를 겹쳐 만
[아트인서울] 낭독의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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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궁금해 미치겠다> A. J. 제이콥스 지음/ 살림 펴냄
<영장류 인간과(科) 동물도감> 무코다 구니코 지음/ 강 펴냄
날이 더워지면 입맛이 없어진다는 믿거나 말거나 격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어째서인지 아무리 아프고 기력이 없어도 입맛이 없어지는 경험은 해본 일이 없다. 기력없음을 잴 수 있는 나만의 바로미터라면 다름 아닌 책읽기인데, 일단 더워지기 시작하면 뭘 읽어도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이런 때는 경쾌한 에세이류를 읽는 것으로 응급처치를 한다.
그렇게 고른 책들이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와 <영장류 인간과(科) 동물도감>이다. 짧은 에피소드를 엮은 책들이다.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를 쓴 A. J. 제이콥스는 자기 몸을 던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선수다. 그저 ‘궁금해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직접 읽어보거나, 성경에 나오는 대로 1년간 살아보는 식이다. 그가 이번에는 아홉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삼복더위에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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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목격한다는 건 설레면서도 잔혹한 일이다. 모호하게 부유하던 장면들이 스크린 위에 움직임으로 정착되었을 때, 환희와 실망은 동시에 찾아온다.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에 대한 평가가 유독 박한 것은 그 태생적인 원죄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나 비처럼 쏟아질 혹평의 칼날에도 불구하고 각색 영화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까닭은 (사실 산업적인 이유가 대부분이겠지만) 그것이 ‘꿈의 실현’이라는 스크린의 욕구와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영화가 상상의 실현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한, 우리는 혹은 원작 팬들은 매번 실망하면서도 극장으로 발길을 향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의 무수한 실망을 뒤로한 채, 여기 히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또 한편의 영화 <간츠>가 관객의 평가를 기다린다.
무존재감으로 일상을 살아가던 소심남 쿠로노 케이(니노미야 가즈나리)는 어느 날 소꿉친구였던 카토 마사루(마쓰야마 겐이치)와 함께 선로에 떨어진 술주정꾼을 돕다 전철에 치인다. 죽었다고
원작만화와의 높은 싱크로율, 그러나 압축된 전개 <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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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나 SF영화들을 보는 낙 중 하나는 새로운 상상의 공간을 구경하는 일이다. 그곳은 지구에서 한참 떨어진 다른 별일 수도 있고, 현대도시의 디스토피아적 버전일 수도 있고, 동화 속 같은 가상세계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이 아닌 다른 공간을 들여다보는 일은 항상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해리 포터> 시리즈도 지난 10년간 그런 구경거리를 제공해주었다. 9와 4분의 3 플랫폼이 있는 기차역부터 계단이 움직이고 벽에 걸린 그림 속 인물들이 살아 돌아다니는 마법학교 호그와트, 간절히 필요로 하는 사람 앞에만 나타나는 필요의 방에 이르기까지 사물의 질서가 뒤집힌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즐거움은 이 시리즈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시리즈의 최종편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이하 <죽음의 성물2>)에서 새로운 상상의 공간, 가상의 건축물들을 구경하는 재미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1>(
[영화읽기] 야심을 버리니 힘이 실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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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책장의 <영화백과사전>을 뒤적이던 열 몇살, <태양은 가득히>의 알랭 들롱을 처음 봤다. 흑백사진 속, 요트에서 막 내린 그 남자는 얼마나 근사했던가. 하지만 영화를 보게 된 건 스무살이 넘었을 때였다. 1999년의 <리플리>가 <태양은 가득히>를 리메이크했다는 얘기를 듣고 알랭 들롱의 영화를 찾아봤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리플리’는 과대망상의 대명사가 되어 <미스 리플리>처럼 드라마 제목에도 쓰인다. 결말은 제각각 달랐지만 모두 성실하던 주인공이 우연한 거짓말로 통제 불능의 욕망에 사로잡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태양은 가득히>는 실패한 범죄로 끝나고 <리플리>는 완전범죄로 끝난다. 과대망상과 자기혐오가 교차되던 영화에 드디어 마침표가 찍힐 때, 우리는 리플리(맷 데이먼)가 빠져나올 수 없는 무간지옥에 떨어졌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요컨대 욕망은 거대한 구멍이다. 더 많은 돈을, 더 큰 집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무간지옥에 빠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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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주 가~끔 치는 사고가 있는데 바로 그림 구입이다. 특성상 무이자 할부 신용구매가 불가능해서 지갑을 열기까지의 심적 저항이 상당히 크지만 그래도 내가 제일 행복해지는 순간 중 하나다. 평소 나름의 경제적 자립을 실현 중이라고 자부하는 나인지라 “열심히 일한 당신, 질러라!” 이렇게 위안해보지만 실행에 옮기기까지 치열한 고민은 계속된다. 이 돈이면 아이들 책을 몇질은 사줄 수 있을 텐데(실은 뭐 책 읽는 거 별로 좋아하지도 않잖아!), 내 형편에 너무 주제 넘은 짓은 아닐까?(난 명품 백도 안 사고 옷도 별로 안 사고 사치 안 하잖아.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이 정도도 못해!)결국 양심의 가책은 궁색한 자기합리화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난 과감하게 지갑을 열게 된다.
맨 처음 시작은 15년 전 모스크바 출장 때부터였다. 취재를 마치고 모스크바의 유명한 예술 명소인 아르바트 거리를 관광하다 눈에 확 들어오는 그림을 만난 것이다. 짙은 녹색 바탕에 커다란 물고기를 단순하게 그
[타인의 취향] 그림, 넌 감동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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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5일부터 24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는 제7회 시네말라야영화제가 열렸다. 시네말라야영화제는 오늘날 필리핀 독립영화의 부흥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2005년부터 시네말라야영화재단은 매년 신인감독들의 시나리오를 공모해 당선작 10편에 50만페소의 제작비를 지원해오고 있다. 감독이나 제작자는 50만페소의 지원금을 시드머니로 추가 펀딩을 구해 제작을 진행한다. 그리고 작품들이 완성되면 그해 7월에 열리는 시네말라야영화제 경쟁부문에 자동 진출한다. 시네말라야의 지원을 받아 데뷔했거나 주목을 받은 이른바 ‘시네말라야 키즈’로는 아돌포 알릭스 주니어, 아우라에우스 솔리토, 크리스 마르티네즈, 프란시스 파시온, 제롤 타로그, 셰론 다욕 등이 있다. 이들은 필리핀영화를 대표하는 브리얀테 멘도자, 라브 디아즈, 라야 마틴 등에 이어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서서히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네말라야영화제는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준비 중이다. 제작지원에 이어 배급지원책 강화에 대한
[김지석의 시네마나우] 새로운 길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