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웨이>의 ‘준식’은 따져 물을 게 많은 남자다. 2차대전, 일본군으로 징집돼 소련 포로수용소로, 독일군으로, 또다시 미군 포로가 된 믿기지 않는 대장정은 너무 영화 같아서 영화가 될 수 있었다고 쳐두자. 그럼 그가 거쳐간 전투 속, 전쟁으로 사지가 갈가리 찢겨나가고, 인성이 남김없이 파괴되는 현장을 모조리 목도하면서도 마라토너에 대한 신념과 착한 본성을 잃지 않는 건 가능한가? 속수무책의 판타지 속 이 기묘한 남자에 대한 책임을 물을 단 한 사람.
시사가 끝난 뒤 만난 장동건은 여유로워 보였다. 마치 전투를 치르는 듯 참여했다던 현장에 대한 기억도 추억이 되었나 싶다. 준식의 고난을 몸으로 시각화하고자 8kg을 감량해야 했고, 추위에 얇은 군복 하나로 버텨야 했던 고난의 촬영현장에 대해서도 이젠 웃으며 응수한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참 많이 지난 것 같다. 내가 <마이웨이>를 언제 찍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한 3개월은 집에서 여유도 부렸다. 아기가
[장동건] 배우로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
아도니스로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의 영화사. 미래의 누군가가 이런 제목의 책을 쓴다면 그 분기점은 <마이웨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장동건과 오다기리 조. 몇년 전만 해도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두 남자를 한 영화에서 볼 수 있으리라고 상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는 그 상상도 못할 일을 해냈다. 이건 영화적인 성패와 상관없는, 영화적 유미주의의 압도적 승리라고 부를 법도 하다. <마이웨이>에서 장동건은 제2의 손기정을 꿈꾸는 조선 청년 준식을, 오다기리 조는 일본을 대표하는 마라토너 타츠오를 연기한다. 둘은 경성, 몽골, 시베리아 수용소를 거쳐 노르망디 해변에 도달하고, 경쟁의식으로 시작된 관계는 증오를 거쳐 결국 기묘한 우정으로 끝난다. 9개월 동안 정신과 육체를 모조리 <마이웨이>에 바친 두 남자를 만났다.
[장동건, 오다기리 조] 아름다운 남자들의 ‘마이 웨이’
-
<퍼펙트 게임>의 김용철. 그는 롯데 자이언츠의 4번 타자다. 그가 배트를 내려놓고 글러브를 집어들면 어떨까. 그는 영락없이 직구로 승부를 보려 할 것이다. 김용철이라는 야구선수를 잘 알고 하는 말이냐고. 전혀 아니다. 야구에 문외한으로서 김용철에 대해서는 눈곱만치도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김용철이라는 이름을 잠시 걸쳤던 조진웅은 그럴 것 같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투수의 구질에 비유하자면 그는 직구를 닮은 남자였다. 삶을, 연기를, 인간을 대하는 그의 기본자세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다. 출연하기로 약속한 연극이 ‘자빠졌을’ 때는 직접 기획까지 책임지며 무대를 되살려내기도 했고, 서울시립극단에서는 자신이 꿈꿨던 저항적 예술과 거리가 멀어 입단 3주 만에 짐을 싸들고 나오기도 했다. 연애를 할 때도 헤어지면 헤어졌지 바람피우는 법은 없고, 끊을 수 없는 담배를 끊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단다. 잠시 다음 질문을 헤아리느라 대화가 끊기자 “다 받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세
[조진웅] 충무로의 제일검이 되겠소
-
[정훈이 만화] <아더 크리스마스> 세계산타클로스연맹 사무실에 무장 괴한이 난입하다
[정훈이 만화] <아더 크리스마스> 세계산타클로스연맹 사무실에 무장 괴한이 난입하다
-
-
어느 여름이었나. 을지로 골뱅이집에서 병맥주를 축내던 중 식당 벽걸개에 눈이 갔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골뱅이는 콘드로이틴과 타우린이 풍부해 정력과 스태미나 증진에 특효라 알려져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 골뱅이를 언급한 건 사실이겠지만 드라마로 치면 사극에서 허준이 콘드로이틴과 타우린에 관해 이야기하는 셈. 이런 식의 이상한 정보는 TV 음식프로그램에도 널려 있다. 식당 주인의 부풀린 말을 그대로 받아쓰기도 하고 식당 손님들이나 연예인들이 담백하다는 말을 ‘단백하다’고 잘못 쓰는데도 굳이 고치지 않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나. “아으음~ 으음~ 캬아아~ 후르릅~ 쩝쩝” 등의 과장된 리액션을 구경하고 있으면 한국인이 이다지도 게걸스런 민족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식상해!
이 틈을 비집고 인기를 끄는 MBC <생방송 금요와이드>의 한 코너인 ‘사유리의 식탐여행’은 일본인 리포터 후지타 사유리의 솔직하고 엉뚱한 맛 표현을 내세운다
[유선주의 TVIEW] 믿음직해!(꼬로록)
-
만약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아 고민하는 남자들을 대상으로 워크숍 같은 걸 하게 된다면 얼마가 들든 조셉 고든 레빗을 강연자로 모실 생각이다. 일찍이 <500일의 썸머>에서 보기좋게(절대 초라하지는 않게) 구겨진 옥스퍼드 셔츠에 폭이 좁은 넥타이를 맨 다음 니트 조끼를 덧입고 하의로는 특별할 것 하나 없지만 그렇다고 흠잡을 데 하나 없는 면바지를 매치했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이 남자, 보통 고단수가 아니다. 어떤 아이템을 어느 정도로 후줄근하게 소화해야 불쌍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여자들의 모성애(‘저 남자의 구겨진 셔츠 자락을 다려주고 싶어’)를 자극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전문가 중 전문가란 말씀.
그가 척추암 환자로 분한 <50/50>을 예로 들어볼까? 여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클럽에 갈 때, 그는 집에서 입고 있던 후줄근한 티셔츠를 벗어던지는 대신 얇은 데님 셔츠에 감색 카디건을 걸치고 나타난다. 약간의 호감이 있는 여자 상담사에게 심리 치료를 받으러
[fashion+] 2%의 여백을 채워주고 싶어
-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We Bought a Zoo
감독 카메론 크로 / 출연 맷 데이먼, 스칼렛 요한슨, 엘르 패닝 / 수입·배급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 개봉 1월19일
아내를 잃은 벤자민(맷 데이먼)은 새로운 시골 저택을 구입한다. 동물적인 문제가 하나 있다. 새로 구입한 집에 폐장 직전의 낡은 야생 동물원이 딸려 있었던 것이다. 벤자민은 안락사 위기에 처한 200여 마리의 동물들을 위해 전 재산을 들여 동물원을 매입하고, 동물원 관리사 켈리(스칼렛 요한슨)와 함께 동물원 재개장에 나선다. 이런 거짓말 같은 미담이 어딨냐고? 놀랍게도 이 영화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였던 벤자민 미의 실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그의 경험담을 담은 책은 <동물원을 샀어요>라는 제목으로 국내에도 출간됐다. 참, 이 영화의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쥔 카메론 크로라는 이야기를 했던가? 영화만큼 음악도 좋을 게 틀림없는데, 맙소사. <우리는 동물원을
[Coming soon] 칼럼니스트 벤자민 미의 동물원 이야기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
제목인 ‘토끼 굴’은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현실과 환상의 통로에서 빌려왔다. 존 카메론 미첼의 신작 <래빗 홀>은 익숙한 것에서 오는 기괴한 느낌, 오래전부터 친숙했던 것들과 연결된 ‘기이한 낯섦의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주인공은 교외의 한적한 저택에 사는 40대의 부르주아 부부. 이들 부부는 겉보기에는 완벽해 보이지만 실은 커다란 상실감에 빠져 있다. 로버트 레드퍼드의 <보통 사람들>(1980), 난니 모레티의 <아들의 방>(2001) 그리고 이창동의 <밀양>(2007)까지, 그들이 간직한 슬픔은 이미 다수의 영화나 소설에서 보아왔던 소재와 동일하다. 아이를 잃었고, 그들은 비견할 곳 없이 슬프다. 하지만 카메론 미첼의 이번 이야기는 단숨에 아이를 잃은 부부에게 카메라를 갖다대면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좀 특별해 보인다.
집 앞의 도로에서 외아들을 끔찍한 교통사고로 잃은 지 8개월이 지난 어느 시점이다.
오래전부터 친숙했던 것들과 연결된 기이한 낯섦의 두려움 <래빗 홀>
-
<Jam Docu 강정>은 시작부터 기구한 사연과 함께 태어난 영화다. 2007년 해군은 제주도 서귀포시 최남단 강정마을 해군기지 유치를 공표했고, 유네스코 지정 천혜 자연지역으로 보존받아야 할 강정마을에 포클레인이 들어왔다. 4년간의 기나긴 투쟁. 양윤모 영화평론가가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서울까지 들려왔고, 앙상한 몸으로 병상에서 투병 중인 그를 만나면서 카메라를 든 같은 영화인들은 마음이 움직였다. 재능기부라는 명목으로 8명의 독립영화감독이 강정을 위한 영화를 만드는 데 합의했다. 목적은 단 하나다. 일단 강정마을을 살리고 보자! 다급한 마음에 카메라를 집어든 그들. 촬영에서 완성까지 주어진 시간은 고작 100일이다. 세심하고 완성도있는 연출이라는 영화 본연의 목적만을 고집할 순 없었다. 악보 없이 하는 즉흥연주인 잼(Jam) 형식이 강정 사수를 위해 태어난 이 영화의 전략이다.
총 8편의 에피소드는 감독 각자의 방법으로 완성된 강정에 관한 소고로 이루어진
강정의 존재 이유를 지지한다 < Jam Docu 강정 >
-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부모의 이혼으로 떨어져 살게 된 형제가 예전처럼 모여 살기를 바라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초등학교 6학년인 코이치(마에다 고키)는 엄마(오쓰카 네네)와 가고시마에 산다. 그곳엔 거대한 활화산이 자리하고 있는데, 아이는 화산이 폭발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가족이 모여 살 거란 믿음을 갖는다. 한편 동생인 류노스케(마에다 오시로)는 후쿠오카에 머무는데, 아빠(오다기리 조)는 인디밴드 활동에만 관심을 둔 채 가정사에는 미련이 없다. 그러던 중 코이치가 친구에게 기적을 일으키는 비법에 대해 전해 듣는데, 이에 동조한 아이들이 무모해 보이는 기차여행을 계획한다.
애초 이 영화는 올해 개통된 규슈 신칸센의 홍보물로 기획되었다. 하지만 고레에다 특유의 시선은 이 상업적 목표를 상쇄한다. 그의 전작들처럼 평화롭고 정적인 화면에 보이지 않는 감정선이 생기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패턴은 동일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온전히 아이들의 시선에 카메라 높이가
어린 시절의 자신과 만나게 되는 특별한 경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
가이 리치의 첫 번째 <셜록 홈즈>는 감독 본인이 공언했던 바대로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액션 히어로 장르에 가까웠다. 두 번째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도 여전하다. 플래시포워드로 기교를 부린 육탄전이 오프닝 시퀀스의 주된 눈요깃거리다. 줄거리는 <셜록 홈즈의 회상록> 중 숙적 제임스 모리아티 교수와의 대결을 그린 단편 <마지막 사건>에서 가져왔다. 원작대로 홈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부, 명예, 권력, 삼박자를 고루 갖춘 악마 모리아티에 맞서 싸우며 생사의 기로를 오간다. 기차라는 가로형 볼거리와 폭포라는 세로형 볼거리 사이에 촘촘히 트랙을 깔아 테마파크를 지으려 한 전략 정도가 영화만의 차이점이겠다. 경매장에서 모리아티가 보낸 상자의 수신인이 주검으로 발견되고, 왓슨(주드 로)의 신혼여행길이 살벌한 총격전으로 돌변하고, 국제회담장 폭발사건이 위장된 살인현장으로 밝혀지는 동안 막대한 양의 특수효과가 불필요하게 낭비된다.
전체적인 만듦
허술한 만듦새와 서스펜스가 결여된 사건 전개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
-
아드만 스튜디오는 올해 <아더 크리스마스>와 함께 클레이메이션(찰흙애니메이션)과 거의 결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표현력의 제약을 지니고 있을지언정 클레이메이션은 여전히 풍요로운 오락거리이자 예술의 한 형태다. 오스트레일리아 작가 애덤 앨리엇의 <메리와 맥스>가 바로 그 증거다.
감독의 경험을 토대로 한 <메리와 맥스>는 아스퍼거 증후군(지적으로는 장애가 없는 자폐증의 일종)에 걸린 미국 남자와 오스트레일리아 소녀의 일생에 걸친 우정을 다룬다. 오스트레일리아 소녀 메리(토니 콜렛)는 알코올 중독자 엄마 아래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다. 어느 날 그녀는 우연히 뉴욕에 사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는데, 편지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중년의 유대인 남자 맥스(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에게 도달한다. 22년간에 걸친 세월 동안 이어지는 둘의 우정은 점점 맥스의 닫힌 마음을 열어가기 시작한다.
<메리와 맥스>는 세상의 모든 ‘증후군’ 환자들에
약자로 살아가는 불행한 존재들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메리와 맥스>
-
우리는 이 영화의 결말을 잘 알고 있다. 최동원과 선동열. 선동열과 최동원. 한국 프로야구사 최고의 두 투수가 1987년 맞붙었다. 그전까지 두 선수의 맞대결 전적은 1승1패. 1986년 4월19일 사직에서 열린 첫 대결에서 선동열은 개인 통산 첫 번째 완봉승을 따내며 최동원에게 1실점 완투패를 안겼고, 정확히 4개월 뒤인 8월19일 사직에서 최동원은 2 대 0 완봉승을 올리며 선동열에게 비자책 2실점 완투패를 선사했다. 1987년 물러설 수 없는 세 번째 대결에서 두 선수는 연장 15회까지 각각 200개가 넘는 공을 뿌리며 나란히 2실점했다. 결과는 2 대 2 무승부. <퍼펙트 게임>은 아직도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황금팔 두 투수의 명승부를 스크린에 불러들인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는 하나 <나는 갈매기> 같은 다큐멘터리는 아니고, <머니볼>처럼 사실과 픽션을 조합하는 솜씨가 깔끔한 영화는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두 남자가 펼치는 자신과의 뜨거운 승부 <퍼펙트 게임>
-
고집스러운 제목이다. 프랭크 시내트라의 노래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 <마이웨이>라는 제목 말이다. 강제규 감독이 이 진부한 제목을 선택한 이유는 영화를 보면 납득 가능해진다. <마이웨이>는 오로지 ‘마이 웨이’를 걷는 주인공을 다루는, 강제규의 ‘마이 웨이’가 느껴지는 영화다. 1938년의 경성의 마라톤대회에서 두 남자가 맞붙는다. 어린 시절부터 애증을 키워온 두 남자는 조선 청년 준식(장동건)과 일본 청년 타츠오(오다기리 조)다. 준식이 대회에서 타츠오에게 부당하게 1위를 빼앗기자 작은 폭동이 일어나고, 가담한 조선 청년들은 모조리 일본군에 강제 징집된다. 그로부터 1년 뒤에 준식은 일본군 대위가 된 타츠오를 다시 만난다. 둘은 소련군에게 잡혀 시베리아 수용소에 갇히고, 살아남기 위해 공산주의자로 전향해 독일군과 싸우고, 독일군이 되어 노르망디 해변에서 재회를 한다.
강제규 감독은 자신감이 넘친다. <태극기 휘날리며>로 수백억짜리 전쟁영화를 만든
한국영화가 해낼 수 있는 스펙터클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전쟁 시퀀스 <마이웨이>